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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버렸거나 잊었거나…
김소희(시민) 2006-08-01

25%도 안 되는 투표율이지만, 국민 5만분의 1인 1천명에게 “고객님, 네네” 스타일로 전화 걸어 물은 것도 국민여론이니, 7·26 재보궐 선거 결과는 국민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할 만하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기보다는 이젠 짜증조차 나지 않는 외면이다. 열린우리당은 밉고 한나라당은 싫은 ‘비열반한’ 세력 운운하던데, 비호감도 일종의 관심이다. 그런 점에서 주류 정서는 버리고 잊었다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짜증나서) 버리고 한나라당은 (지겨워서) 잊은 ‘기열망한’?

개량 한복을 즐겨입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으며 어느 곳이든 가족과 함께(특히 아이는 꼭 무등 태울 것) 다니는 30대 후반∼40대 중반 오빠들과 안경 쓰고 기부 잘하며 자주 밝게 웃는 언니들이 열린우리당의 주요 지지자들일 것 같다. 나이 빼고는 이들과 거리가 먼 나조차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는 전통적인 갈등(선생님과 민중후보 사이의)없이 한표를 행사했다. 심지어 아나키스트 후배까지 들볶아 투표장에 가게 했다. 쓰레기를 많이 만들고 늘 찌푸린 표정의 친구들과 개표방송을 보며 꽥꽥대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열린우리당을 보면 이젠 한숨도 나오지 않는데, 진심을 다해 지지하고 지원했던 이들이라면 어떨까? 이 와중에도 열린우리당은 국가경제 발전 운운하며 비리사범들을 사면해주라고 청와대에 건의했다 한다. 간이 배 밖에 나왔거나, 돌았거나, 자포자기했나 보다.

당 지도부는 선거 이후 대책으로 청와대와 정부에 좀더 신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정국 주도권을 쥘 정책을 내놓는 걸 꼽고 있다. 초선의원들은 성명을 내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질책과 요구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잇단 선거 패배의 책임을 대통령(의 입)과 정부(의 무능)에 먼저 돌리는 모양새다. 여전히 국민이 아닌 청와대를 보고 정치하고 있다. 그 꼴을 보니, 오죽하면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되”리라 믿는, 아직 치료가 필요한 분이 당선됐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