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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뒤 미국 극장과 비디오숍 찾는 사람 대폭 증가
2001-09-25

“영화야, 현실을 잊게 해다오”

`재앙의 화요일` 이후 테러 참사현장과 관련 뉴스를 쏟아내는 TV 수상기 앞에서 얼어붙은 채 3, 4일을 보낸 미국인들이 극장과 비디오 대여점으로 `도피`했다. 테러 발생 이후 미국 극장가는 금요일인 9월14일까지 한산했으나 토요일부터 관객이 돌아오기 시작해 주말 사흘 동안 전체 박스오피스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 상승한 5410만달러를 기록했다.

암울한 주말의 전미흥행 1위에 오른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가 리틀 야구단의 코치로 분한 스포츠드라마 <하드볼>. <하드볼>이 거둬들인 1010만달러의 개봉 주말수익은, 테러 발생 전주의 박스오피스 수위 영화 <머스킷티어>의 오프닝 성적에 맞먹는 수치다.

2위는 입장수입 610만달러를 기록한 스릴러 <글래스 하우스>가 차지했고, <머스킷티어>는 3위로 내려앉아 530만달러를 벌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니콜 키드먼 주연의 <타인들>는 오히려 한 계단 상승해 4위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단순하고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로 충격을 달래고 싶어하는 관객은 <러시아워2> 같은 경쾌한 코미디를 찾고 있다.

관계자들이 보는 박스오피스 호조 회복의 첫 번째 원인은 끔찍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하는 도피심리. 박스오피스 집계사 AC닐슨EDI의 분석가 톰 보리스는 와의 인터뷰에서 “정상적 생활과 위안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 속에 존재한다”면서 1991년 2월 미국이 이라크에 지상 및 공중공격을 개시했을 무렵에도 전미 박스오피스가 강세를 유지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한술 더 떠 미국 내 비디오숍들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손님이 몰리는 분위기다. 특히 테러 발생지역에서 떨어진 캘리포니아지역 비디오 가게들은 사건 당일인 화요일 오후부터 렌털이 늘기 시작했고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비디오 스토어의 경우 일반적인 평일보다 세배나 더 많은 테이프를 대여했다고 <미스터 쇼비즈>는 보도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테러 소재 영화들의 개봉을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비디오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테러를 정면으로 묘사한 과거의 액션스릴러들. 현실로 나타난 폭력의 스펙터클이 무의식에 남긴 강한 여운 때문인지, 영웅에게 응징당하는 테러리스트를 보는 대리만족 때문인지 비디오숍에서는 <비상계엄>과 <다이하드> 시리즈, <화이널 디씨전> 같은 영화들이 높은 대여율을 보였다.

또, 이번 사건을 점쳤다고 알려진 16세기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대여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뒤를 따르는 인기 프로는 현실을 잊게 하는 코미디영화. 막스 형제의 코미디부터 빌 머레이의 출연작, 몬티 파이튼의 코미디가 갑자기 대여순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고 가족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었다.

대중의 영화수요는 이처럼 여전하지만 테러 여파를 고려한 메이저 스튜디오의 ‘수습’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터치스톤 픽처스는 핵무기 암거래를 다룬 액션코미디 <배드 컴패니>의 크리스마스 개봉 계획을 취소했고 미라맥스는 잔인하고 무거운 내용의 스코시즈 영화 <갱 오브 뉴욕>의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다. <맨 인 블랙2>는 세계무역센터 부근을 무대로 찍은 클라이맥스를 변경할 예정이며, 알 파치노 주연의 <내가 아는 사람들>도 아편에 취한 주인공의 눈에 왜곡된 무역센터의 모습이 비치는 장면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드림웍스는 군사감옥에 억울하게 투옥된 장군의 반란을 그린 <마지막 성>의 포스터 리콜에 들어갔다. 포스터에 포함된 뒤집힌 성조기의 이미지가 시련에 처한 미국인들에게 과한 자극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