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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리학 사전, 텍사스 살인마의 증상은 낙인효과?
권민성 2007-02-23

최근 잇달아 개봉하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제로>와 <한니발 라이징>의 공통점으로는 악인들의 탄생 비화와 성장과정을 그린 것 외에도 ‘낙인효과’(Labeling Effect)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인물을 그린 점을 들 수 있다. 낙인효과란 나쁜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피그말리온 효과, 후광효과, 스톡홀름 효과 등 주요 심리학적 용어와 관련 영화를 정리했다(흘려 읽지 말고 나중에 심리학 수업 리포트 쓸 때 요긴하게 이용하시기를).

심리학 용어로 살펴본 영화 속 주인공의 심리

[ㄱ]

기대-가치이론(Expectancy-Value Theory) ‘제 눈에 안경’이니 ‘끼리끼리 논다’는 유유상종이니 하는 말처럼 자기와 함께할 상대자를 선택할 때 그 상대방의 매력 정도뿐만이 아니라 그 상대와 성사될 가능성이란 기대 정도도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것. (반) 욕구-상보성 가설 예: <연애대백과> 1장1절에서 이르기를,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작업의 정석>에서 지원(손예진)과 민준(송일국)의 만남은 ‘밀당’(밀고 당기기)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돈 잘 버는 펀드 매니저 vs 잘 나가는 건축설계사, 눈웃음 vs 근육질 몸매, 거기다 빠지지 않는 연애 전적까지. 이 정도 대결이면 ‘기대’할 만한 ‘가치’ 그 이상 아닌가.

[ㄴ]

낙인효과(Labeling Effect) 반대로 나쁜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는 것. (유) 부정성의 효과/ (반) 피그말리온 효과 예: <오아시스>의 전과자 종두(설경구)가 출소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을 보았는가?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내적 귀인(Internal Attribution) ‘잘 되면 내 탓’이라고 자기가 한 일이 성공적인 경우에는 자신의 재능이나 노력 등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것. 예: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지수(엄정화)는 그야말로 ‘묻어가는 인생’이다.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변두리 피아노 학원 강사는 죽어도 싫은 이 여자 앞에 떡하니 나타난 불우한 피아노 신동 경민(신의재). 경민은 콩쿠르에서 상을 착착 타오며 지수를 재능있는 피아노 선생님으로 업그레이드시켜줌은 물론, 동창회에 나가도 꿀리지 않게 해주니, 이만한 대리만족이 또 있을까.

[ㄷ]

대비효과(Contrast Effect) 방사효과와 반대로 매력적인 상대와 함께 있으면 그 사람과 비교되어 평가절하되는 것. 여자들이 자기보다 예쁜 친구와는 될 수 있는 대로 같이 미팅에 안 나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 <색즉시공> <발리에서 생긴 일>(드라마) <키다리 아저씨>의 공통점은? 바로 신이가 향단이, 즉 ‘여주인공의 못생긴 여자친구’로 나왔다는 것. 그것도 하지원과 두 번씩이나 그랬다니! 벌써 안구 습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단순접촉의 효과(Effect of Simple Contrast) 자주 보면 정이 드는 것처럼 단지 자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것. 예: 한마디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연애의 대부분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재벌2세 지훈(권상우)이 과외를 안 했다면, 과연 치킨집 CEO 2세 수완(김하늘)과 급만남이 가당하기나 했으랴? <나의 결혼원정기>의 38살 리얼 노총각 만택(정재영)도 비슷한 케이스. 신붓감 찾아오겠다고 우즈베키스탄 결혼원정에 나선 그는 우즈베키스탄 현지 처녀들에게 제대로 차이고, 통역관 라라(수애)와 우즈베키스탄 말 “다 자쁘뜨러”(‘내일 또 만나요’라는 뜻) 연습하다 라라와 눈이 딱 맞아버린다.

[ㅁ]

맥락효과(Context Effect) 성실한 사람이 머리가 좋으면 머리 좋은 게 지혜로운 것으로 해석되고 이기적인 사람이 머리가 좋으면 교활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 또 예쁜 여자가 공부도 잘하면 기특한 거고, 못생긴 여자가 공부를 잘 하면 독한 년이라고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들의 처리 지침을 만들고 전반적인 맥락을 제공하는 것. 예: <나이트 플라이트>에서 매력적이고 잘생긴 데다 머리도 좋은 비행기 옆좌석 손님 잭슨(킬리언 머피)이 어떻게 교활한 인간으로 전락하는지 살펴보자.

[ㅂ]

방사효과(Radition Effect) 예쁜 여자랑 다니는 못생긴 남자는 뭔가 다른 특별한 게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처럼 매력있는 짝과 함께 있을 때 사회적 지위나 자존심이 고양되는 것. 예: <야수와 미녀>의 동건(류승범)이 해주(신민아)를 사랑하는 이유.

빈발효과(Frequency Effect)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웃기는 행동을 자주 하면 외향적이라고 생각되듯이 반복해서 제시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첫인상을 바꾸는 것. 예: <여인의 향기>의 재수없는 맹인 퇴물 장교 프랭크(알 파치노)를 기억하는가? 오, 노! 왕년에 잘 안 나가는 사람 없다만, 입만 열면 자랑질인 이 성격 파탄자를 착한 성격과 외모를 겸비한 모범생 찰리(크리스 오도넬)라고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누구나 일장일단이 있는 법. 그는 탱고도 잘 추고, 스포츠카도 잘 몰고, 무엇보다 여자한테 작업 거는 데 달인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마지막 강당 에피소드에서 찰리 아버지로서 교장 선생님을 상대로 통쾌한 한판승을 일구어내는 알 파치노는 어떤가? 오, 두말하면 잔사운드!

[ㅅ]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큰 잘못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용서받을 수 있듯이 초기에 제시된 정보도 잠자고 나면 점차 망각되는 것. 예: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사랑의 블랙홀>의 시니컬 가이 필(빌 머레이)과 리타(앤디 맥도웰)의 반복 사랑을. 단, 매일 똑같은 라디오 멘트를 들으며 깨는 걸 견뎌야 한다는 것.

[ㅇ]

악마효과(Devil Effect) 못생긴 외모 때문에 그 사람의 다른 면까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 (반) 후광효과 예: <살인의 추억>의 백광호를 박노식이 아니라 조인성이 연기했다면, 두만(송강호)이 그렇게까지 대놓고 무시할 수 있었을까? 소녀팬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인터넷하고 있는데!

위약효과(Placebo Effect) 밀가루를 알약처럼 만든 플라시보가 약효를 보는 것처럼 가짜 약이 진짜 약처럼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 예: 이거야말로 <매트릭스>를 위한 심리학 용어가 아닌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자유의지’에 따라 빨간 약을 먹고 가상현실의 매트릭스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길을 선택했다.

욕구-상보성 가설(Need Colplementarity Hypotheses) 지배욕구가 강한 사람은 순종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서로 상반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보상받을 수 있는 상대와 친해지려고 하는 것. (반) 기대-가치 이론 예: <품행제로>의 중필(류승범)과 민희(임은경) 커플을 보자. 트레이닝복을 교복보다 즐겨 입는 날나리 중필은 얼굴의 반을 가리는 잠자리 안경을 낀 모범생 민희를 짝사랑한다. 그래서 급기야 감히 클래식 기타 교습학원에 등록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 중필의 오버에 질투가 난 여자 캡짱 나영(공효진). 욕구-상보성 가설에 X침을 날리는 그녀의 한마디는? “캡짱이면 캡짱답게 굴어!”

[ㅈ]

자기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발뒤꿈치까지 밉다’고 어떤 사람을 의심하면 하는 짓마다 수상하게 보이고 미워하면 미운 짓만 하는 것 같은 것. 예: <미트 페어런츠>

자이가르니크 효과(Zeigarnik Effect) 연구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첫사랑은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미완성한 과제에 대한 기억이 완성한 과제에 대한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는 것. 예: <러브레터>의 남녀 후지이 이츠키의 사랑.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도서카드에 남겨놓은 첫사랑의 기억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건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상대에게 완벽히 전해지지 않아서가 아닐까.

전위적 공격행동(Displaced Aggression) 자기 아내 때문에 열받고 회사에 와서 부하직원에게 분풀이하는 것처럼 처벌을 가한 자에게 공격행동을 하기보다는 다른 대상을 찾아 분노감을 해소하는 것. 예: <플란다스의 개>의 고학력 실업자 윤주(이성재)는 강사 자리 하나 못 얻고 임신한 아내한테 철저히 묻어가는 ‘꽃가루’인생. 사회에서 적립한 스트레스를 풀 데라곤 우리의 불쌍한 ‘팥들었슈’들뿐이다. 스트레스 쌓이면 노래방을 가지, 옥상에서 스카이다이빙당한 강아지들은 대체 무슨 죄야?

조건반사(Conditioning) 파블로브의 개처럼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자극이 제시되면 그 자극 상황에서 나타났던 반응들이 일어나는 것. 예: <랜섬>의 후반부에서 범인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오줌을 싸는 남자아이. 마려우면 얘길하지!

주의 감소(Attention Dcrement) 현상 첫인상이 나쁘면 나중에 아무리 잘해도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운 것처럼 후에 들어오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가 줄어드는 것. (유) 초두효과 예: <미트 페어런츠>에서 눈 밖에 난 사위 그렉(벤 스틸러)이나 <퍼펙트 웨딩>의 찰리(제니퍼 로페즈)가 바로 이 재수없는 사례. 장인의 CIA식 스토킹과 장모의 히스테리가 사위, 며느리의 애정결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해보자.

[ㅌ]

통제감의 착각(Illusion of Control) 사람들은 모두 제 잘난 맛에 산다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남들보다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연이 결정되는 일에도 자신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예: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LA의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남자친구와 깨지고 영국에 간다. 영국 전원마을에 사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럿)의 동화 같은 집에서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지내기로 한 것. 그곳에 우연히 들른 착한 외모의 왕자 그레엄(주드 로)와 원나이트스탠드에 빠지지만, 곧 그가 토끼 같은 딸자식이 둘이나 딸린 이혼남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쿨하게 영국의 원나이트 왕자와 굿나이트하고 택시에 몸을 싣는데 결국 왕자의 매력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에게 컴백해버린다.

[ㅍ]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만든 여자 조각상을 몹시 사랑했기 때문에 그 조각이 진짜 여자가 되었다고 해서 나온 말로,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 예: <마네킨>에서 마네킹 마니아 조나단(앤드루 매카시)은 애인한테 차이고, 일자리까지 잃지만 새로 취직한 백화점에서 천생배필 에미(킴 캐트럴)를 만난다. 문제는 그녀가 마네킹이란 건데, 결국 에미가 마늘도 안 먹고 인간이 되었으니, 이만한 해피엔딩이 또 있으랴!

[ㅎ]

허구적 일치성 효과(False consensus Effect) 바람기있는 남자는 자기 친구가 업무상 여자를 만나면 바람을 피운다고 추측하듯이 객관적인 절차 없이 남들도 자기와 같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예: <바람 피기 좋은 날>이나 <바람난 가족>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볍게 바람은 피워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

후광효과(Halo Effect) 어떤 사람이 가진 한 가지 장점이나 매력 때문에 다른 특성들도 좋게 평가하는 것. 예: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의 외모는 “너나 잘하세요!”란 건방진 말도 유행어로 만들었고,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라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여자 에비(재니언 가로팔로)의 목소리는 한 남성 청취자를 뿅가게 만들었다(하지만 <미녀는 괴로워>에서 ‘Before’ 시절 우리의 아중이를 생각하면 --;).

이 기사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http://blog.naver.com/bluecathy/90013344030)라는 글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