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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By Me] 눈을 호강하고 싶으시다면

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들

김지운 감독의 1998년작 <조용한 가족>에는 뜨기 전의 명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최민식, 송강호, 정재영…. 지금으로선 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광경을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왕가위의 <아비정전>은 더 어마어마하다.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양조위, 장학우, 유가령….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차다. 왕가위는 초기작부터 자신만의 배우 사단을 형성하더니, <2046>에 이르러서는 장쯔이, 왕징웬, 공리, 기무라 다쿠야 등을 추가하며 호화로운 캐스팅 멤버를 구축했다. 제아무리 개런티 2천만달러짜리 스타라 해도, 누가 메가폰을 잡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 명감독 주변에는 명배우들이 알아서 모이는 법.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하나 둘씩 출연했다 해도, 모아놓고 보니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눈을 호강하고 싶으신 분들, 잠시 주목하시라.

5위 <8명의 여인들> - 프랑스의 여신들 한자리에 반세기 프랑스 여배우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8명의 여인들>을 찾아볼 것. 노장배우 다니엘 다리유부터 이미 떠오른 샛별 뤼디빈 사니에르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이 셋만 모아놓은 것도 기적에 가까울 지경이다. 젊은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이 걸출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들에게서 의외의 면들을 영리하게 뽑아냈다. 1950년대 프랑스의 어느 저택, 한 가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자들의 살해동기와 비밀이 밝혀진다. 욕심 많은 장모와 우아한 척하는 엄마, 신경쇠약 직전의 처제, 건방진 가정부 등… 시침 뚝 떼고 뮤지컬 한 자락을 늘어놓는 그녀들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까칠한 이자벨 위페르가 코미디 연기를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4위 <씬시티> - 후카시의 스펙터클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는 배우들을 근사하게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 푸근한 대머리 브루스 윌리스도, 성형수술로 얼굴이 무너져내린 미키 루크도 화려하게 부활했으니 말이다.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씬시티>는 “이게 대체 영화냐, 만화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시각의 성찬 앞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단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주연급 배우들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니, 관람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모든 오빠들의 로망 제시카 알바를 비롯해 브리트니 머피, 데본 아오키, 알렉시스 블레델 등이 여성군단을 형성하는 가운데,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를 주축으로 클라이브 오언, 엘리야 우드, 조시 하트넷, 베니치오 델 토로, 닉 스탈 등이 후카시의 스펙터클을 만든다. 정말이지, 눈이 웰빙한다는 표현이 딱이다.

3위 <화성침공> - 초호화 서커스 유랑단 마놀로 블라닉을 신은 캐리 브래드쇼는 잠시 잊어라. 팀 버튼의 공장에 들어가더니, 천하의 사라 제시카 파커도 애처로운 치와와 인간이 되어 낑낑댄다.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 머리가 집채만한 화성인들 앞에서 당해낼 도리가 없다. <화성침공>은 외계인 침공으로 엉망진창이 된 지구를 그리는데, 어찌나 조잡하고 요란한지 호화로운 캐스팅이 무색할 정도다. 이미 10년도 더 된 영화니, 이참에 어떤 배우들이 나왔는지 잠시 복습에 들어간다. 잭 니컬슨과 글렌 클로스가 대통령 부부로, 이들의 철딱서니없는 딸은 내털리 포트먼, 한때 팀 버튼의 ‘그녀’였던 리사 마리는 화성인 자객으로 출연하며, 아네트 베닝, 대니 드비토, 마이클 J. 폭스, 팸 그리어, 게다가 할리우드의 최고 재간둥이 잭 블랙마저 그야말로 총출동한다. 감독의 재치와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환상의 아수라극을 만든 영화.

2위 <숏컷> - 모두가 알트먼 옹의 사람들 경망스런 추측을 하나 하자면,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저승으로 떠나는 길은 어쩐지 외롭지 않았을 것 같다. 죽음을 예상하며 찍은 유작 <프레리 홈 컴패니언>마저도 애틋한 축제처럼 만든 로버트 알트먼. 중년의 케빈 클라인부터 철부지 린제이 로한까지, 할리우드의 웬만한 배우들은 모두 그의 죽음 앞에 숙연해졌을 것이다. 알트먼의 영화 스타일상 웬만한 작품들이 대규모 앙상블을 이루었는데, 그중에서도 <숏컷>을 빼놓기 어렵다. <숏컷>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원작으로, 22명의 현대인들을 해부하고 직조해놓는다. 줄리언 무어와 앤디 맥도웰, 매튜 모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팀 로빈스, 매들린 스토, 프랜시스 맥도먼드, 심지어 전설적인 희극배우 잭 레먼까지 <숏컷>의 캐스팅 라인은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보고 또 봐도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1위 <오션스 13> - 장면마다 광택이 주룩주룩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정신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한 저예산영화 <버블>과 초호화 멤버로 꾸린 <오션스 13>을,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대니 오션과 친구들’의 사기극 <오션스> 시리즈는, 마치 소더버그가 정기 동창회에 가는 심정으로 만든 영화처럼 가볍고 유쾌하다. 처음 <오션스 일레븐>이 나왔을 때, 소더버그를 모르는 관객조차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과 앤디 가르시아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라니! 깜찍하게도 소더버그는 속편 <오션스 트웰브>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를 동시에 캐스팅해 팽팽한 긴장감마저 조성했다. 한술 더 떠 <오션스 13>에는 알 파치노와 엘렌 바킨이 가세해 호화로운 계보를 이어간다. 그야말로 장면마다 광택이 주룩주룩, 눈 호강도 주룩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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