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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11-02

거장의 손길

오픈시네마|미국|데이비드 린치|2001년|146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함께 칸영화제 감독상을 공동수상한 데이비드 린치의 신작은 미녀와 섹스파티와 살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악몽이다.

제목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인 LA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 주택가의 한적한 도로. 그곳을 지나는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검은 머리 미인은 살해되기 직전이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들이받는 바람에 리무진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언덕 아래 집에 몸을 숨긴다.

자동차 사고로 기억을 잃은 그녀는 이 집에서 만난 금발의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사라진 기억을 찾아나선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블루벨벳> <트윈픽스> <로스트 하이웨이>로 이어지는 린치의 스타일이 뚜렷한 작품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가 뒤틀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플롯, 붉은 커튼 뒤의 악마, 텅 빈 객석을 향해 흘러나오는 복고풍의 노래 등은 린치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꿈결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감독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러브스토리’라고 말했지만 미스터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범죄와 유혹과 타락의 세계인 필름누아르에 가깝다. 물론 장르를 뭐라 규정짓든 린치의 영화라는 장르 규정보다 적절한 건 없겠지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관객을 밝고 화사하고 섹시하고 유머러스한 악몽으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