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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입니다
2001-11-02

부산에서 첫선 보이는 한국영화들

나쁜 남자 Bad Guy

한국영화 파노라마|한국|김기덕|2001년|100분

쉬지 않고 새 영화를 만드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사창가의 깡패 두목 한기는 여대생 선화에게 매혹되지만, 그녀는 차디찬 경멸의 눈초리로 답할 뿐이다. 그녀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그는 복수심과 소유욕에 불타 선화를 창녀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는 선화의 방에 이중거울을 설치해, 서서히 창녀로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자괴감을 느낀다. 선화는 자신을 좋아하는 한기의 부하 명수를 이용해 창녀촌을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집요한 한기에게 이내 붙들리고 만다. 여전히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교차하고, 집착과 과대망상이 혼재된 김기덕 스타일의 영화. 특히 3억원 미만의 예산을 들여 영화를 만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답지 않게 제작비 7억5천만원을 쏟은 김기덕식 ‘블록버스터’. 김기덕의 또다른 자아라 할 만한 조재현과 <섬>에서 다방 아가씨를 연기한 서원이 주연한다.

낙타(들) Camel(s)

한국영화 파노라마|한국|박기용|2001년|86분

<모텔 선인장>의 박기용 감독이 시도하는 ‘디지털 소품’. 두명의 배우와 10여명의 스탭만 참여한 가운데 12일 만에 촬영된 작품이다. 40대 초반의 남자와 30대 후반의 여자의 일탈적 여행과 모텔방에서 보낸 절절한 하룻밤을 그리는 이 작품은 기동성 좋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장면을 정적으로 구성했고, 흑백으로 톤을 낮춰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단지 바닷가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했다는 공통점 외에 남녀가 공유하는 것은 없다. 서해안 소래포구 인근 월곶에서 쓸쓸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남녀는 노래방을 거쳐 모텔방으로 향한다. 이미 때가 늦은 줄 알면서도 뒤로 돌아갈 수 없기에,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연극원에 재학중인 박명신과 연극배우 출신 이대연이 주연을 맡았다.

괜찮아, 울지마 Let’s Not Cry

한국영화 파노라마|한국|민병훈|2001년|108분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한 영화 <벌이 날다>를 통해 데뷔한 러시아 국립영화대학 석사 출신 민병훈 감독은 두 번째 영화도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가 제작했다. 모스크바에서 도박을 하다 쪽박을 차고 고향으로 내려온 무하마트. 하지만 고향에선 그를 모스크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보잘것없다. 어머니는 집단농장에 나가며 가족을 부양하고 동생은 친구들과 학교 대신 투계장을 전전한다. 거들먹거리는 그에게 친구들도 좋은 시선을 주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고자 하지만, 빚에 얽혀 있는 그의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다소 낯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시와 시골, 젊은 세대와 구세대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