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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어느날 그 길에서>
2008-03-17

일시 3월13일 오후 4시30분 장소 하이퍼텍 나다

이 영화 태영, 천권, 동기는 로드킬(야생동물 교통사고) 조사를 나선다. 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도로를 건너는 토끼와 고라니들. <어느날 그 길에서>는 인간의 길 위에 버려진 소중한 생명들에 대한 기록이다.

100자평 <어느날 그 길에서>는 '로드 킬(야생동물 교통사고)'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혹시 캐나다의 록키산맥을 배경으로, 어쩌다 지나가는 차에 치여 죽는 산양 몇 마리를 애도하는 백인 자연보호론자의 다큐멘터리 쯤 되려나 상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지리산 주변 도로를 배경으로 3명의 조사자가 3년간 벌인 로드킬 조사작업을 담고있다. 2001년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작별>을 만들었던 황윤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이 영화는 전작에 비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훨씬 또렷해지고 편집도 리디미컬 해졌다. 영화는 로드킬이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accident)'가 아님? ?nbsp;분명히 보여준다. 국토면적에 비해 지니치게 도로가 많아서 도로밀도가 세계최고수준인 1평방 km 당 1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즉 사방 1 km의 땅이 있으면 거기엔 1km의 도로가 건설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행동영역이 1평방km(너구리)에서 4평방km(삵)에 이르는 야생동물은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도로에 발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어느 날 그 길에서' 눈에 불을 켜고 온몸을 빨아들일 듯 바람을 일으키며 시속130km로 달려오는 화물차 바퀴에 깔려 죽을 수 밖에 없다. 영화는 도로위에 걸레처럼 눌어붙은 동물의 사체가 주는 처참함과 사체를 수거하기 위해 고속도로 한복판에 맨몸으로 서게되는 연구자와&! nbsp;감독의 공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도로는 (일제시대 신작로와 박정희시대의 경부고속도로가 그러하듯) 근대화의 상징이자 개발의 상징이다. 그 도로 위에서의 야생동물의 죽음, 로드킬은 그 자체로 '근대성에 의한 생명의 파괴'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영화 <가위>의 서두에 등장한 로드 킬이 주인공들에게 들이닥칠 파국의 경고였고, <바람난 가족>의 첫장면을 장식한 로드 킬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한 복선이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중앙부처, 지자체, 공사, 건설회사 등이 손잡고 '지역발전과 경기부양'의 명목으로 벌이는 '삽질'이 계속되어, 2020년까지 전국의 도로가 지금의 두배인 20만km로 늘어나고, 소백산맥을 끊어 인공물길을 내겠다는 대운하 공약이 실행된다면, 두 영화 속 주인! 공들처럼 우리는 필연적 파국을 '어느날 그 길에서' 우연히 맞딱뜨릴지 모른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어떤 멜로물보다 슬프고, 어떤 공포물보다 무섭고, 어떤 정치영화보다 선명한 영화이다. 동물이나 생태에 관심을 가진이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일견을 권한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