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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친절한 아멜리에는 이제 그만

장 패트릭 벤과 알랜 모디 감독의 <못된 여자>

특별히 프랑스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한국 관객은 지난 2001년 개봉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를 기억할 것이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아멜리에(오드리 토투)가 동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환상적인 파리의 거리를 서성이고, 결국 니노(마티외 카소비츠) 왕자님과 예쁜 사랑에 빠지며 끝이 나는 동화적인 이야기 말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8년11월 프랑스에는 ‘안티 아멜리에’를 기치로 내세운 장 패트릭 벤과 알랜 모디 감독의 <못된 여자>(Vilaine)가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대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의 예쁜 카페가 아니라 프랑스 외딴 도시 국도변의 주유소와 붙어 있는 허름한 카페다. 여급으로 일하는 멜라니 루팡(마리루 베리)은 못생겼으면서도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에게 핀잔을 받지만, 그럼에도 무턱대고 친절한 여자이다. 멜라니의 과도한 친절은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잘 알려져서 그녀의 이웃, 상사, 친척, 어머니마저 그녀의 친절을 남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멜라니는 자신이 꿈꾸던 사랑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리고는 (아멜리에가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려 했던 것과 반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간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모조리 되돌려주기로 결심한다.

그 누가 친절하기만 할 수 있으랴. 누구나 악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악해지고자 하는 욕망은 숨겨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멜라니 루팡은 당당하게 “싫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간다. 아멜리에를 통해 지킬 박사의 선한 면을 보았다면 멜라니를 통해 미스터 하이드를 만나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못된 여자>의 포스터에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쥐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고약한 미소를 짓는 멜라니의 사진 뒤로 ‘그녀는 이제 그만 친절해지기로 결심했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물론 이 포스터는 프랑스 동물보호협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