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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북 오브 블러드>
문석 2009-12-02

synopsis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교수 메리 플로레스쿠(소피 워드)는 죽은 자들과 세상의 통로라고 믿어지는 한 저택의 신비를 조사하는 중이다. 메리는 죽은 자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이먼 맥닐(조나스 암스트롱)이라는 학생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는 사이먼과 함께 저택에 가서 초자연 현상을 분석하기로 한다. 젊고 잘생긴 사이먼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메리는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는 와중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북 오브 블러드>는 영국 호러 작가 클라이브 바커가 만들어낸 신화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피의 책>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피의 책들> 단편집 6권 중 1권의 첫 번째 단편소설이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의 무시무시한 세계를 여는 첫 번째 관문일 뿐 아니라 그의 <피의 책들> 시리즈의 근간을 이루는 서장에 해당한다. <피의 책들> 시리즈 중에서는 <포비든>과 <마지막 환영>이 각각 <캔디맨> <로드 오브 일루션>으로 영화화됐으며, 지난해 개봉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시작으로 <피의 책> <드레드> <피그 블러드 블루스> <마돈나>가 차례로 영화화됐거나 될 예정이다.

결론을 가로지른다면, <북 오브 블러드>는 클라이브 바커 세계의 열쇠라고 할 <피의 책>의 영화 버전이라고 말하기에는 실망스럽다.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데서 나타날 한계를 모조리 노출하는데다 소설의 알맹이마저도 빠뜨렸기 때문이다. 단편소설의 영화화란 본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원작은 코넬 울리치의 <고정된 관점의 살인>)이나 로버트 와이즈의 <신체 강탈자>(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신체 강탈자>)처럼 영화화 과정에서 좀더 풍성해지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좀더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단편소설도 좋은 영화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북 오브 블러드>는 단편소설의 압축적이지만 앙상한 뼈대를 별 다른 고민없이 장편영화로 가져와 길이만 늘여놓은 모양새다. 섬뜩한 특수효과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새로움을 발견할지는 몰라도 클라이브 바커의 팬들은 진부하게 느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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