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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디착한 아이들의 세계 <꼬마 니콜라>
김용언 2010-01-27

synopsis 얼마 전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부모의 사랑을 뺏겼다고 투덜거리던 학급 친구 요아킴이 진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요아킴은 바람 잘 날 없던 부모가 갑자기 서로에게 너무 잘해주던 것부터 수상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부부싸움이 잦던 니콜라(막심 고다르)의 부모님도 서로를 향해 미소를 날리기 시작했다. 니콜라는 자신도 부모에게 버림받게 될까 겁을 집어먹는다. 먹보 대장 알세스트, 백만장자 도련님 조프루아, 고자질쟁이 아냥, 전교 꼴찌 클로테르 등 니콜라의 친구들은 이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한 방안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 <비트>의 정우성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화 <아스테릭스> 시리즈의 창조자 르네 고시니가 만들어낸 ‘국민 남동생’ 니콜라 말이다.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라는 주제로 작문을 시키자, 니콜라는 “되고 싶은 게 없다”라며 고민에 빠진다.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게 이유다.

니콜라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1956년 발표 이후 전세계적으로 크나큰 사랑을 받았던 <꼬마 니콜라> 시리즈가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겨진 버전 <꼬마 니콜라>를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실감난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니삭스를 입고 기운차게 뛰어다니는 꼬마들, 백만장자 도련님과 전교 꼴찌, 동네 불량배가 될 소질이 다분한 싸움꾼 모두가 (아직까지는) 계층간의 갈등이나 현실의 고통에 짓눌리지 않은 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 안온하고 평화로운 세계, 자크 타티라든가 웨스 앤더슨(특히 <로얄 테넌바움>)의 스타일을 다분히 의식한 유니크한 프로덕션디자인, 동화에서 ‘부모님이 숲에 자식을 갖다버렸다’라는 문장만 나와도 일제히 ‘헉!’ 소리를 내며 깜짝 놀라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함. <꼬마 니콜라>는 어쩌면 다시는 가능하지 않을지 모를 착하디착한 세계를 지극한 노스탤지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니콜라 역의 막심 고다르가 원작의 니콜라보다 훨씬 더 훈훈하게 잘생겼기 때문에 감상을 방해할 정도라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랄까.

80년대 한국 소년소녀들의 필독 목록에는 수 타운센드의 <비밀일기>, J. 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함께 르네 고시니 & 장 자크 상페의 <꼬마 니콜라> 시리즈가 있었다. 영화 <꼬마 니콜라>는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성인은 물론이고, 이제 막 니콜라의 모험담을 처음 접한 꼬마들까지 자지러지게 좋아할 만한 선물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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