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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통신]뉴욕비평가협회상, 토드 필드 데뷔작 <침실에서> 3개부문 독식
2001-12-31

작가주의에 경배를!

바야흐로 `수상`의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 12월13일, 2001년 영화들에 대한 공식적 평가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뉴욕비평가협회상이 발표되었다. 1931년 창설 이후, 비평적 권위를 인정받아온 뉴욕비평가협회상은 무엇보다 작가주의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수상결과는 노장들의 화려한 복귀로 특징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것은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몇년간 평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안티 할리우드의 대부 로버트 알트먼 감독도 영국식 살인 미스터리극 <고스포드 공원>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장르 비틀기가 주특기인 알트먼 영화답게 미스터리영화 같지 않은 이 노장의 신작은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최우수 각본상 세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또한 협회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이삭줍는 사람과 나>도 최우수 논픽션상을 수상함으로써 노장에 대한 경의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장 감독들에게만 시선이 집중된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뒤늦게 개봉한 토드 필드 감독의 데뷔작 <침실에서>는 최우수 신인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면서 최고의 화제를 몰고 왔다. 왕년의 유명 여배우 시시 스페이섹이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침실에서>는 살해된 아들의 살인범을 찾아 복수를 벌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물. 얼핏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이지만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긴장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뛰어나게 담아냈다는 격찬을 받았다. <침실에서>는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최근 LA비평가협회상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 명조연으로 불리는 스티브 부세미가 <고스트 월드>로 남우조연상을,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웨이킹 라이프>가 최우수 애니매이션상을 수상했다.

특히 <화양연화>는 최우수 촬영상과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왕가위-크리스토퍼 도일 콤비의 주가를 다시 한번 올리기도. 반면 오락적인 스펙터클이 강조된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루즈>와 지난해 화제의 인디영화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예상 밖으로 수상에서 제외되는 등, 이번 수상결과는 작가영화에 대한 편애를 변함없이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