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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래도 사랑을 느껴요

사랑은 온몸으로 감당하는 경험이다. 하여 세속적이고 모순적이며 그런 이유로 또한 지독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할람포>로 명성을 얻은 데이비드 매킨지 감독의 <퍼펙트 센스>는 재난영화의 탈을 쓴 로맨스다. 슬픔과 공포, 증오의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전 인류는 후각과 미각, 청각의 ‘감각’을 하나씩 잃어간다. 이 대재앙 속에서 반복되는 대사는 “삶은 지속된다”, 그리고 혼자 잠자던 남자는 타인과 잠드는 법을 배운다.

영화는 연인을 바라보고 쓰다듬고 껴안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잠드는 이 당연한 감각이 사라진 세계에서 사랑이 무엇으로 확인되는지 되묻는다. 내레이션, 사진 스트리밍 심지어 침묵의 10여분이 실험적으로 전개되는 영상 위로 실내악으로 편성된 스코어가 활공한다. <바시르와 왈츠를>에서 인상적인 사운드를 선보인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의 작품이다.

바스티 버니언과 시규어 로스의 레이블로 알려진 팻캣 레코드에 소속된 그의 음악은 레이첼스나 발레이모어 같은 포스트 록의 감수성과도 연루된다. 모든 감각이 사라진 침묵과 암흑의 세계에서 비로소 사랑의 감각을 재발견하는 주인공들처럼 이 음악은 처연하면서도 따뜻하다. 한겨울 창밖의 햇살처럼 날카롭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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