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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식상함 속 ‘반짝’ <리얼스틸>

<리얼스틸>은 로봇 복싱만 빼면 전형적인 할리우드영화다. 이 세계엔 가족을 위협하는 외계인도 없고 인류를 말살하려는 인공지능도 없다. 대신 경기불황과 무책임한 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패한 가장의 드림 프로젝트’ 정도일 텐데,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았던 건 ‘리얼’한 로봇들의 복싱장면과 다양한 음악 덕분이었다.

특히 오프닝에 흐르는 알렉시 머독의 <All My Days>는 수차례 등장하며 철컥거리는 SF가족영화를 부드럽게 감싼다. 톰 모렐로와 에미넴, 50센트와 프로디지가 포진한 사운드트랙에서 이 음악만큼은 가장 ‘인간적’으로 들린다. 스코어는 대니 엘프먼이 맡았지만 삽입곡은 요즘 잘나가는 뮤직슈퍼바이저 제니퍼 혹스(<카우보이 & 에이리언> <아이 엠 넘버 포> <헬프> 등의 음악을 선곡했다)가 맡았다.

나른하고 따뜻한 이 포크 록이 오프닝에 흐를 때 <리얼스틸>의 첫인상도 결정되었다. 찰리 켄튼(휴 잭맨)은 그저 철부지 카우보이다. 다만 준비가 덜 됐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영화는 한치 어긋남도 없이 예상대로 진행된다. 오프닝에 다른 음악이 쓰였다면, 장담컨대 <리얼스틸>은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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