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는 주제가 가사처럼 “시간 속에 흘러온 오래된 이야기”(Tale as old as time)다. 거친 외모의 이면에 숨겨진 진심을 이해받아 사랑을 이룬다는 테마 또한 수많은 로맨틱코미디가 즐겨 담아온 판타지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난 뒤, <미녀와 야수>를 다시 본다고 해도 굳이 싫을 이유가 없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와서 영화의 재미를 따질 필요도 없다. 당연히 3D로 변환되었다고 해서 <미녀와 야수>가 전혀 다른 애니메이션이 된 것도 아니다.
이미 <라이온 킹>으로 3D 컨버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던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에서도 완성도 높은 3D 효과를 구현하고 있다. 주인공 벨이 살고 있는 마을의 풍경이 더욱 풍부한 색감으로 드러나고, 야수의 성으로 향하는 숲속의 모습은 상당히 공포스럽다. 특히 성 안의 내부는 3D만의 공간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거대한 성에 갇힌 야수의 고독과 처음으로 이 성을 마주한 벨의 두려움이 20년 전에 비해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된다고 할까? 다만, 당시에도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화제가 됐던 무도회 장면은 3D에도 불구하고 그리 놀랍지 않다. 3D 효과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셀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그림체들이 스크린의 이곳저곳을 부유하는 모습이 더 신기할 듯 보인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캐릭터들의 면면을 다시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벨이 사실은 독서와 공상을 즐기는 소녀인 데다 마을 사람들에게 “알쏭달쏭한 아이”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녀와 야수>를 가족과 함께 봤던 20년 전의 그녀는 그저 마을에서 제일 예쁜 소녀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