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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개들의 전생이 궁금하지 않나?”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2-12-04

쉰둘에 <개들의 전쟁>으로 늦깎이 데뷔한 조병옥 감독

제목대로 <개들의 전쟁>은 보잘것없는 동네 양아치들을 그린 이야기다. 상근(김무열)이 이끄는 양아치 무리의 일상은 단순하다. 소형차를 몰고 다니면서 동네 중국집 배달원을 겁주거나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네 아줌마의 구멍가게 앞에서 난리를 피운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다방에 들러 똘마니들과 노닥거린다. 그러나 형님 ‘세일’이 동네에 다시 나타나면서 ‘개’들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조병옥 감독은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소감을 말했다.

-작은 동네에 있을 법한 양아치들의 이야기다. 감독의 경험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때 작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화의 주인공 패거리는 그 가게에 매일같이 ‘출근’해서 진상을 부리던 친구들이었다. 무리의 대장이었던 상근이 같은 친구가 오래된 소형차를 손수 운전해 똘마니들을 태워와 가게에서 행패를 부린 뒤 퇴근하곤 했다. 그때는 무섭기도 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세월이 흘러 그 친구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들을 약간만 예쁘게 그리면 이야기가 되겠다 싶어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영화 속 남자들은 하나같이 허세로 가득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다방 ‘터미널’은 경기도 포천시 영봉면이라는 시골에 있다. 그런 다방에는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이 많이 모였다. 어차피 출세하지 못할 바에는 뱀의 머리라도 되자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다. 10대처럼 패기 넘치는 시절은 지나갔으니까.

-웃음이 발생하는 지점 역시 남자들이 허세를 부릴 때다. =시나리오상에는 코믹한 장면이 몇 있었다. 그러나 촬영하면서 다 뺐다. 이건 코미디영화가 아니니까. 현장에서 배우들한테도 ‘오버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그런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이 굉장히 많이 웃더라. 그래서 아쉽더라. 이렇게 재미있어할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할걸 싶더라.

-주인공 상근 역의 김무열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나 역시 의외였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캐스팅 중 박희순씨와 우연히 술자리를 하게 됐다. 제작사 대표는 세일 역에 박희순씨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는데,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박희순씨를 통해 김무열한테 간 것 같더라. 시나리오를 본 김무열이 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다. 김무열의 출연작을 챙겨보았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그렸던 상근과 달랐다. 그가 제임스 딘 같은 이미지로, 워낙 잘생겼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가 작은 영화에 출연해줘서 너무 고맙다. 내가 좀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기도 하다.

-1960년생이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 데뷔를 했다. =어떤 분들은 10년 동안 준비했는데 이렇게까지 못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시나리오가 다른 곳에 팔렸고, 다른 감독들이 그걸 준비하다가 안됐다. 당시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영화사가 손을 놓고 있다가 3년 전 지금 제작사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진행을 한 것이다.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었나. =배우가 꿈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정무문>의 이소룡을 보고 그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스턴트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가 언제까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할 건가 싶었다. 뭔가 해보자,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그때부터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코닥촬영워크숍에 참가해 촬영도 배우고. 그때 참 재미있었다.

-연기 경험이 이번 영화의 연기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됐겠다. =모든 장면이 중요하겠지만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맞추려면 강약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18회차라는 바쁜 촬영 일정이었지만 힘 조절을 한 덕분에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차기작은 뭔가. =카드가 몇장 있는데, 모두 비장의 카드다. <개들의 전쟁> 막바지 촬영 때 배우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10년 동안 엎어지고, 또 엎어진 게 너희들을 만나려고 한 건가 보다, 라고. 지금은 후회를 하는데, 배우들과 섣불리 약속을 했다.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그때도 너희들과 하겠다고. 제목은 <개들의 전생>이고. <개들의 전쟁> 시나리오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다. 캐릭터를 한번만 쓰기에는 아까웠다. 그들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더라. (웃음) 어떤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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