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놈의 사랑이 있어, 행복해

<원데이>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지스가 주연한 <원데이>를 보기 전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우정과 사랑이 어쩌고 하는 카피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든다. 요즘 ‘대세’인 앤 해서웨이 때문이다. 엠마, 그러니까 그녀는 얼굴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안 웃는 여자와 달리 그 큰 입을 벌리고 제대로 웃는다. 표현은 서툴러도 감정을 꾸미진 않는다. 이런 영화적 이미지가 토크 쇼에 출연해 괴팍한 목소리로 파파라치에 대한 힙합 송을 부르고, 파티에서 처음 만난 대니얼 크레이그와 “f*** you”를 주고받은 창피함을 재현하는 앤 해서웨이와 겹쳐진다.

<원데이>는 착한 여자와 멍청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그놈의 사랑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로맨스다. 여기엔 뜻밖에도 삶의 철학이 있는데, 요컨대 이런 것이다. 우리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과 같다. 다만 우리는 얘가 진짜 좋은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갖고 저울질할 뿐이다. 서툰 게 아니라 솔직하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에게 집중할 것. 인생과 사랑은 거기서 겹쳐진다. 이때 레이첼 포트먼의 ‘영국식 영화음악’은 품위있고 낭만적인 오프닝과 클로징을 보듬는다. 그러니까 이것은, 좋은 로맨스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