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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오즈답지 않다는 것

‘오즈 야스지로 50주기-오즈의 이면’,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7월2일부터 7일까지

<비상선의 여자>(1933)

<동경의 황혼>(1957)

올해로 오즈 야스지로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되었다. 이에 맞춰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7월2일부터 7일까지 ‘오즈의 이면’이라는 기획전을 연다. 야심찬 테마만큼 선정된 작품의 조합도 흥미로운데, 총 7편의 상영작들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1편의 무성영화(<비상선의 여자>)와 6편의 유성영화로도, 혹은 1편의 컬러영화(<부초>)와 6편의 흑백영화로도, 혹은 쇼치쿠에서 만든 6편의 영화와 그렇지 않은 1편의 영화(<부초>)로도 나눌 수 있다. 여기에 1923년, 20살 때 촬영조수로 영화 작업을 시작한 오즈가 데뷔작 <참회의 칼>을 만든 1927년부터 유작 <꽁치의 맛>을 만든 1962년까지 단 몇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꾸준히 한편 이상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오즈의 초기 작품에서 1950년대 말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기적으로도 꽤 고르게 선택되어 있어 오즈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안정적인 시작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번 상영작 중 가장 ‘오즈답지 않은’ 작품은 아마도 <비상선의 여자>(1933)일 것이다. 낮에는 조신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야쿠자의 여자로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오즈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범죄나 추격전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면’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오즈 영화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한편으로 가족보다는 개인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연장선상에 <바람 속의 암탉>(1948)을 놓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전쟁 직후 어린 아들을 키우며 남편을 기다리던 도키코는 아들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하룻밤 몸을 판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남편은 이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이 두편은 미조구치 겐지의 여배우였던 다나카 기누요가 오즈의 영화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궁금하다면 챙겨보아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즈의 영화에서 ‘가족’은 핵심적인 모티브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갈 곳을 잃은 어머니와 막내딸이 형제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도다가의 형제자매들>(1941) 역시 가족의 상실이 남아 있는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우리에게 ‘만춘’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늦봄>(1949) 역시 혼기를 넘긴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혼자 남겨질 아버지 걱정에 결혼을 주저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면 오즈의 영화에서 수명을 다한 부모들은 세상을 떠나가고, 혼기가 찬 딸들은 집을 떠나간다. 어쩌면 오즈에게 ‘순리’(順理)에 따르는 삶은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숙명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절을 따서 지은 많은 오즈 영화의 단정한 제목들이 주는 감흥은 그래서 더 체념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순리에 따르지 않고 가출해버린 엄마와 결혼에 실패한 딸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경의 황혼>(1957)은 마치 <늦봄>의 반대편에 놓인 영화처럼 보인다. 이 작품이 오즈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까닭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이른 봄>(1956)과 <부초>(1959)는 이제 이 가족이 전후 일본사회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른 봄>이 전쟁 직후 양산된 기업들이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어떻게 교란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부초>는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가부키극단과 떠돌아다니는 아버지 때문에 완전한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영과 함께 7월5일 오후 8시30분에는 박인호 영화평론가의 발표(‘오즈의 이면’)와 동의대 김이석 교수와 김병철 교수의 토론이, 6일 오후 3시 <비상선의 여자> 상영 뒤에는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특강(‘왜 오즈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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