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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려 할수록 운명처럼 가까워지다 <트레이서>
장영엽 2015-03-18

미국 10대 소년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트와일라잇> 스타들의 연기인생 제2막은 이미 시작됐다. 프랜차이즈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프랑스의 작가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와의 협업으로 잠시 유럽영화의 품에 안겼고, 종종 연기력을 지적받기도 했던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은 <코스모폴리스> <맵 투 더 스타>를 통해 크로넨버그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늑대인간’이었던 테일러 로트너는? 그의 행보는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어떻게든 전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두 배우와 다소 거리가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우람한 근육질의 몸을 지닌 테일러 로트너는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활용한 작품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존재의 비밀 때문에 거대 조직에 쫓기는 청년을 연기한 액션영화 <어브덕션>이 그러한 짐작을 가능하게 했다면, 그가 본격적인 파쿠르 액션을 선보이는 <트레이서>는 그 짐작을 확신하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청년 캠(테일러 로트너)이 주인공이다. 자전거로 퀵서비스 배달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우연한 사고를 통해 자동차 도로 사이를 맨몸으로 활보하는 여자 니키(마리 아브게로폴로스)를 만난다. 그녀의 흔적을 좇던 캠은 니키가 도심과 자연의 장애물을 이용해 이동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를 연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팀에 합류한다. 하지만 니키와 그녀의 팀이 파쿠르를 사용하는 목적은 따로 있다.

<트레이서>를 보는 즐거움은 역시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파쿠르 액션을 감상하는 데 있다. 건물의 모서리를 짚고 허공으로 부드럽게 날아오르는 몸, 중력에 의해 자꾸만 아래로 향하는 육체를 지탱하는 액션배우들의 강인한 근육은 <트레이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러한 몸의 리듬감은 밀어내려 할수록 운명처럼 가까워지는 캠과 니키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더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뤽 베송이 제작한 <13구역>에서 이미 그 매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줬던 파쿠르 액션은 <트레이서>의 허술한 이야기 속에서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한다. 청춘 로맨스와 하이스트 액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 작품의 희미한 개성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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