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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혼령을 불러내다 <위자>

레인(올리비아 쿡)과 데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단짝 친구다. 어느 날 집에 홀로 있던 데비가 목매 숨진 채 발견된다. 레인은 데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기 위해 남자친구 트레버와 함께 데비의 집을 찾는다. 레인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 데비와 함께 가지고 놀던 위자 보드를 발견한다. 위자 게임은 YES/NO와 알파벳 등으로 구성된 판 위에 혼령을 불러내는 게임이다. 레인은 동생 세나, 남자친구 트레버, 친구 이사벨, 데비의 남자친구 피트 등을 데비의 저택으로 불러모아 위자 게임을 통해 데비를 불러낼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곳에서 데비가 아닌 다른 혼령의 존재를 느끼고 혼란에 빠진다.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인시디어스>를 제작한 제이슨 브룸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감독 스타일스 화이트는 <부기맨> <포제션: 악령의 상자> 등 주로 공포영화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작가다. <위자>는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위자>의 시나리오 역시 그가 직접 참여했다. <위자>는 공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친구의 자살로 죄책감에 빠진 10대들이 겪는 정신적 풍랑을 공포영화의 기법으로 풀어낸 것에 가깝다. <위자>가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는 영화는 여타 공포영화가 아니라 스타일스 화이트가 특수효과 스탭으로 참여했던 <식스 센스>인 것 같다. 악랄한 어머니에게 학대받는 딸이 원한을 품은 채 잠들어 있고, 말 못하는 딸을 위해 산 자들이 매개체가 된다는 구도는 그대로 <식스 센스>를 연상시킨다. 그와 동시에 <식스 센스>와 차별화되는 지점 하나를 추가시키는데 이것이 영화 전체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친구들이 하나둘 위험에 빠지는 과정으로 대체되어 있다. 이것은 <13일의 금요일>이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같은 10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과거 공포영화에서 무수히 반복된 낡은 설정이라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위자 게임은 간단히 말해 안녕(Hi)으로 시작해 잘가(Good bye)로 끝나는 게임이다. 어쩌면 호기심과 친구에 대한 부채감이 얽혀 비교적 쉽게 첫인사를 건넸던 아이들이 ‘잘가’라는 인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모든 안녕에 ‘좋은’ 안녕은 없음을 보여준다. <위자>가 주는 공포는 들어가는 방법은 알지만, 빠져나올 방법은 알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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