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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마션> 우주에서 살아남기에도 유머는 필요하다
송경원 2015-08-27

맷 데이먼 인터뷰

-<마션>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화성에서 혼자 생존해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이제껏 한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는 역할이다. 항상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영향을 받곤 한다. 이번에는 아무도 없이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스스로 충분히 즐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내내 리들리 스콧과 함께하긴 했지만. (웃음)

-리틀리 스콧과 작업한 소감이 어떤가.

=그는 정말 천재적이고 경험이 많은 거장이다. 함께한 것 자체가 훌륭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에 나오지 않을 쓸데없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어떤 컷이 언제 필요한지 머릿속에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 촬영 전이나 후에 장면에 대한 확인을 꼼꼼히 시켜주는 편이라 현장 스탭 모두가 항상 기운 넘치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낯선 행성에서 고립된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2014)의 맨(Mann) 박사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비슷한 상황들도 있지만 영화가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있어선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터스텔라>의 맨 박사는 매우 냉소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보인다. 물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반응할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라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캐릭터였다. 반면 마크 와트니는 살아남기 위해 당장 필요한 일들을 했고, 그 과정이 영웅적으로 묘사된다.

-극한 상황이라는 설정에 비해 원작은 의외로 상당히 밝은 분위기다. 마크 와트니 역시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는 어떤가.

=마크가 지닌 유머 감각은 우리가 이 영화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극적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눈앞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다. 가만히 앉아서 전체적인 문제에만 빠져 지내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만 매몰되어 점점 더 분노하고 미쳐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의 마크는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충분한 유머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눈앞의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고 하나씩 차례대로 해결해 나간다.

-지난 2년간 적지 않은 우주영화가 나왔고, 뛰어난 성취를 거둔 작품도 있었다. 이번에도 우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원작자 앤디 위어가 소설을 쓰면서 중요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앤디 위어는 극한 상황에서 실제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일일이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막연한 공상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이 적합한 상황에 놓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상상이라 생각한다. 그리 먼 미래 배경이 아니기에 나사 연구진들과 함께 사실성에 무게를 두고 소품과 의상을 제작했다.

-만약 본인이 화성에 혼자 남는 상황에 처한다면 살아남을 자신이 있나.

=난 지금 홍콩에 버려졌는데 아직까진 잘 살아남아 있다. (웃음) 솔직히 화성에서 그렇게 오래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아마도 첫주에 헬멧 쓰는 걸 잊어버리고 와서 바로 거기서 끝나지 않을까. 마크는 그 상황에서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고치며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기약 없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매일 아침 태양판을 닦고 부지런히 하루의 일정을 채워나가는 거다. 일반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정신력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을 했다. 작업은 순조로웠나.

=부다페스트에서 작업한 이유는 그곳에 세상에서 제일 큰 실내 촬영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시내 바로 밖에 있어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리들리 스콧이 그곳을 사랑했는데 기왕이면 제일 큰 곳에서 찍고 싶어 해 그곳을 선택했다. 화성 신을 찍은 요르단의 와디럼(Wadi Rum)도 멋졌다. 경이로운 사막이 펼쳐져 있는데 이제껏 내가 가본 장소 중 최고로 멋진 곳이다.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혹시 슈퍼히어로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글쎄,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도 슈퍼히어로의 한 종류 아닐까. 예전에 벤 애플렉이 맡았던 <데어데블>(2003)의 데어데블 역할이 들어온 적은 있는데, 대본을 보고 난 후 나보다는 벤이 더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최근에 내가 놓친 역할이다. (웃음) 물론 내게 꼭 맞는 역할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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