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의 극영화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다.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노인(안성기)은 칼을 들고 청소부(문소리)를 쫓는다. 이는 일종의 장난이었고 노인은 순서를 바꿔 청소부에게 칼을 건넨다. 청소부는 그를 찌른다. 모든 것이 촬영 중인 영화였음이 밝혀지고 조명부 스탭(박해일)은 이런 식으로 사랑을 다루면 안 된다고 소리친다. 2부는 동일한 병원에서 문이 저절로 열리는 등 신비하게 운동하는 이미지들이 나열된다. 3부는 <살인의 추억> 등 배우들이 출연했던 전작의 영상이 1부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의 자막과 결합되어 제시된다. 4부는 1부의 반복으로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은 채 대사만으로 진행된다.
<필름시대사랑>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해체하고 조립하며 사랑과 영화에 대해 묻는다. 1부에서 노인이 악기를 연주하는 시늉을 하며 “이 음악이 들리니”라고 물을 때 우리는 확신을 갖고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눈앞에 악기가 없고 음악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부에서 노인이 똑같은 질문을 할 때 더이상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없다. 2∼4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거나 귀에 들리지 않아도 무언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엔딩에서 예의 스탭이 악기를 연주하는 제스처를 취할 때 이번에는 외재음향으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는 음악이 들리는지 묻는 대신 사랑을 믿느냐고 묻는다.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해. 그렇게 영화는 우아하고 마법 같은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물으며 영화적인 것에 관해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