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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완성한 세 편의 영화 <시선 사이>
정지혜 2016-06-08

인권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감독이 각각 단편영화를 완성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열세 번째 작품 <시선 사이>가 그 작품이다. 최익환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입시 전쟁에 지친 여고생들이 유일한 낙인 떡볶이를 사수하기 위해 벌이는 유쾌한 투쟁기다. 지수(박지수)와 친구들은 틈만 나면 교문 앞 떡볶이 가게로 달려간다. 하지만 학교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등교 후 교문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대학 가기 전까지는 그저 좀비라고 생각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까지 이어진다. 그럴수록 떡볶이를 향한 지수의 열망은 커지고 급기야 지수는 떡볶이를 먹기 위해 교문을 뛰어넘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간식인 떡볶이를 통해 아이들이 진정 바라는 게 뭔지,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를 묻는다.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는 기득권층이 그들만의 이익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짜놓은 사회의 프레임을 깨뜨려보자는 시도의 블랙코미디다. 우민(김동완)은 자신이 말한 적도 없는데 자기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란다. 우민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생각까지 감시받고 있다고 의심한다. 누군가는 이런 우민을 과대망상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화는 이런 상황이 진짜 현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분노 금지, 젖은 낙엽처럼’ 조용히 살라고 배워온 우민이 갑의 횡포에 맞설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고독사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킨 이광국 감독은 <소주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보험판매원인 세아(박주희)는 우연히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여자(서영화)를 만난다. 낯선 여자는 세아에게 자신이 모아온 빈 소주병을 팔아 아이스크림을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술을 사러가던 세아는 빈 병에서 누군가의 깊은 숨소리를 듣게 된다. 그건 아마도 가족이 있지만 홀로 외로이 죽어갔을 세아가 만난 그 낯선 여자의 한숨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버거운 굴레 속에서 괴로워하던 세아도 어느새 다시금 자신의 가족을 들여다보게 된다. 꿈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하기를 즐겨온 이광국 감독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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