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멜랑콜리아>(2011)), 외설(<님포매니악>(2013) 시리즈)에 이어 이번엔 연쇄살인이다. 내면의 도발적 언어를 예술이라 지칭하는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돌아왔다. <살인마 잭의 집>은 1970년대 미국, 12년에 걸쳐 60여건의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마 잭(맷 딜런)의 이야기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등의 예술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그는 살인을 예술이라고 믿는 사이코패스다. 건축가인 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안식처인 완전무결한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범죄를 벌인다.
총 6개의 챕터 중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5개 챕터에서 언급하는 것은 잭이 행하는 살인의 구체적 사례다. 강박증과 결벽증으로 살인에서도 ‘미숙’하던 그는 살인 경험이 늘어날수록 노련해지고, 특유의 병증도 점점 나아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잭이 정체 모를 한 남자(나중에 그를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자 버지(브루노 간츠))에게 자신의 살인을 털어놓으며 회고하는, 잭의 입장에서 편집한 버전이다.
장르영화의 법칙으로 보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 이야기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내면의 갈등이자 관객에게 건네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다가온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어딘가에서 감독이 자신의 수에 걸렸다고 비웃을 것 같은 유희의 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