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강진아)는 어느 날 문득 친구에게 “가까운 사람들 만나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은 안 괜찮은데 자꾸 괜찮으냐고 물어보니까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기 때문이다. 진아가 처한 상황은 불편한 걸 넘어 때로는 억울하고 서럽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만난 애인이 어떤 사고로 심각한 병을 얻어 병실에 누워 있는 상황. 그 때문에 시를 쓰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진아는 시를 한 글자도 쓸 수 없고, 누구 앞에서도 전처럼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없다. 진아는 교편을 잡고 시를 강의하는 자신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자신도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애인을 향한 죄의식이 점점 자아를 짓누르는 가운데, 영화는 무너져 내린 진아의 일상을 임상실험 기록지처럼 세세하게 전달한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 대한 묘사는 감정의 폭풍을 몰고 오고 관객으로 하여금 진아가 겪는 일상을 어떻게든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한강에게>는 종종 위험한 상상을 하는 진아의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카메라는 거리를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관찰하지만 그 안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은 진아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다. 카메라 바깥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섣부른 위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제18회 전북독립영화제 경쟁부문 대상인 옹골진상을 수상했다.
<한강에게> “괜찮냐고 묻지 말아 줘…”
글 김현수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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