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은 학교라는 공간과 유독 인연이 깊다. 모델로 활동하던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은 <후아유 학교 2015>였고, 악동뮤지션의 <Give Love> 뮤직비디오에서는 교복을 입고 여고생이 짝사랑하는 소년으로 등장했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는 실제 고등학생들과 학교 생활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의 한문 교사 홍인표를 연기한다는 건 일견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학교를 물려받은 뒤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한문 선생님, 마른 데다 자세까지 구부정해 삶에 대한 의욕이라곤 없어 보이는 홍인표는 맑고 건강한 청춘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남주혁과 사뭇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삶에 찌든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한 배우 남주혁의 변화를 처음으로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보건교사 안은영>은 ‘그 다음’ 벌어질 일을 궁금하게 만든다.
교복을 입고 출연한 작품이 많았기에, 한문 교사 역할로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간 소감을 묻자 남주혁은 “많이 다른 느낌”이라고 답한다. “내가 학원물에 참여했을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당시만 해도 선생님보다는 고등학생의 마음에 더 교감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덧 20대 중반(27살)이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그가 연기한 홍인표는 “채 서른이 안 된 나이에 선생님”이 된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 사고로 다리를 다친 까닭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빨리 임용고시를 보고 할아버지가 세운 목련고에 부임했다. 여느 직장인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던” 홍인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을 만나게 되면서 여러모로 변하게 된다.
학창시절 실제로 남주혁이 좋아했던 과목도 한문이었다고. 그는 “중학생 시절 한자능력검정시험 6급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6급을 땄다”고 말한다. “중학교 농구부 시절 코치님이 자격증을 따오지 않으면 시합을 못 뛰게 하셨는데, 공부에 손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그러셨던 것 같다. 5년 뒤 소멸되는 자격증이었지만 시합에 뛰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길로 한문과 한국사를 좋아하게 돼서 운동을 그만두고 일반고에 갔을 때도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사와 세계사, 사회를 열심히 했는데 특히 한국사를 좋아하고 잘했다.”
*<보건교사 안은영> 배우 정유미, 남주혁, 이경미 감독과 나눈 인터뷰 기사 전문은 씨네21 1275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