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에서 배우 임윤아는 준경(박정민)의 같은 반 친구 라희를 연기한다. 라희는 배우 임윤아가 연기한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새벽과 <허쉬>의 지수, 영화 <엑시트>의 의주처럼 올곧고 당차면서도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린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순수하면서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는 임윤아 배우의 말이 정확히 라희를 가리킨다. 마냥 밝고 부족함 없이 잘 자란 친구 같던 라희는 준경(박정민)의 엉뚱함에서 천재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가 주저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임윤아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학생 역할이라 내심 교복을 기대했는데 계속 사복만 입어야 했다”며 웃는다. 1980년대 중후반이 배경인 만큼 라희의 의상에도 신경을 썼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과 브랜드의 제품을 참고했고, 라희의 밝고 명랑한 성격을 참고해 노란색, 파란색 등의 컬러감 있는 의상을 선택했다. “복고가 유행이다 보니 의상을 준비하면서 예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당대 소품은 낯설지 않았지만 <유머 일번지>의 “아, 아, 아르바이트~”와 같은 처음 듣는 유행어는 현장에서 이장훈 감독에게 직접 설명을 듣기도 했다.
봉화 사투리를 익히는 것도 관건이었다. 임윤아 배우는 “공부도 이렇게 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본을 꽉 채워”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대사마다 톤과 어미, 높낮이를 다 적어뒀고 현장에 계시는 사투리 선생님이 해주신 녹음을 계속 듣고 따라했다. 사실 영화에서 쓰는 봉화 사투리가 대구나 부산 사투리처럼 익숙하진 않다. 그런데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영주 분이셔서 다른 분들에 비해 그 지역의 사투리가 덜 낯설었다. 그래서 더 잘해보고 싶었다.”
그런 그가 가장 긴장하고 공들여 촬영한 신은 헌책방에서 준경과 라희가 대화하는 신이었다. “그 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처음치고 대사가 굉장히 많았다. 사투리 쓰기도 바쁜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 신에서 라희가 준경의 뮤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그 포인트를 잘 살리고 싶어서 부담이 많이 됐다.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라희 또래인 18살에 임윤아는 가수와 배우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두 길을 함께 밟아온 지 올해로 14년차. 그는 항상 막내였던 예전과 달리 현장에서 선배, 언니, 누나 소리를 들으며 변화를 체감했다고 전한다. 오랜 기간 다양한 무대와 환경을 접한 만큼 “경험치”도 높게 쌓였다.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아이돌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끼가 남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화보 촬영을 하거나 연기를 할 때 외적인 자신감이랄까, 쑥스러움을 덜 탄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주신다. 생각해보면 나는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카메라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현재 그는 드라마 <빅마우스>의 고미호가 되어 바쁘게 촬영을 진행 중이다. 고미호는 창호(이종석)의 동창이자 와이프로, 누명을 쓰고 붙잡혀간 창호를 꺼내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다. “라희처럼 당찬데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훨씬 어른스러운 인물이다.” <엑시트>에 이어 <기적>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내비춘 임윤아 배우의 인터뷰 전문은 <씨네21> 1323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