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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머니의 위대한 기록 '왕십리 김종분'
김현수 2021-11-10

왕십리 행당시장 인근 노점에서 50여년간 일한 김종분 할머니의 삶은 그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한자리에서 반세기 동안 노점상을 이끌어온 김종분 할머니의 일상을 비추는 <왕십리 김종분>에는 할머니의 성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많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할머니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그녀는 친구들을 이끌고 화투놀이를 즐기거나 김치를 담그며 소일하거나, 때로는 맛집 탐방도 다닌다. 가족, 친지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주변에 늘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 외로울 틈도 없다. 30년 전에 우연히 돈을 빌려간 청년이 머리가 허연 중년이 되어 돈을 갚으러 오는 일도 있다. 남편을 따라 인천에서 서울 왕십리로 이사를 오면서 노점 일을 시작했고 자식들도 잘 키워냈다.

김종분 할머니의 삶은 그의 딸 김귀정 열사가 1991년 5월 시위 도중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바뀌었다. 사람이 모인 곳이면, 김귀정 열사의 뜻을 기리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연단에 올라가 자식 같은 시대의 청춘들을 응원하며 불의에 굽히지 말라 외친다. <잊혀진 여전사>(2007), <나쁜 나라>(2015)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은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할머니의 사연을 읽고 김귀정 열사 추모사업회 등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한국 현대사의 그늘 아래서 딸의 빈자리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어머니의 위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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