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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관한 이야기 '스펜서'
이보라 2022-03-16

크리스마스이브, 영국 왕가는 사흘간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저택에 모인다. 왕세자비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무런 경호도 없이 홀로 운전하던 중 길을 잃는다. 항상 남들보다 조금 늦는 그는 이번에도 모두를 기다리게 만든 뒤 가까스로 도착한다.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는 다이애나는 새로 영입된 그레고리 소령(티머시 스폴)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신경 쓰이고, 정갈하게 준비된 식사도 삼킬 수가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는 드레서 매기(샐리 호킨스)뿐. 다이애나는 엄마의 연약함을 매만져주는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에게 의지한 채 고역스러운 휴가를 보낸다.

전기영화에 몰두해온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관한 이야기다. 감각적인 장면과 다층적인 서사로 <재키>와 <네루다>를 근사하게 연출했던 그는 이번에는 다이애나의 연약한 내면을 침투하듯 살핀다. 대중적 아이콘으로서의 모습이나 불행한 죽음을 둘러싼 일화가 아닌, 한 여성의 심리적 고투가 집중적으로 묘사된다. 클레르 마통의 필름 화면은 영화 전반에 노스탤지어의 공기를 불어넣으며, 조니 그린우드의 스코어 또한 적재적소에 실려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다. 다이애나 스펜서를 매력적으로 해석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수의 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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