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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행자

The Hard-Hearted (2007)

시놉시스

1990년대 초,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러시아가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젖힌 이래, 그곳에는 민주화의 바람이 거셌다. 적어도 러시아 밖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제3자들에겐 표면적으로 그래 보였다. 하지만 감독 알렉세이 미즈기레프가 한 청년의 모스크바 상경기를 통해 펼쳐 보이는 일상은, ‘민주화’라는 단어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
시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군경은 온갖 부패와 부조리로 찌든 최악의 집단일 뿐이다. 그들은 제복의 힘을 빌려 마약, 매춘, 인신매매 등 돈이 되는 모든 일에 개입한다. 뇌물이 오가는 순간, 범인은 부자에서 빈자로 뒤바뀌고, 범죄수사가 장기화될 듯싶으면 돈 없고 힘없는 누군가가 범인으로 ‘급조’된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시민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함정수사 역시 일상사다.
감독은 이 초법 집단과, 역시 ‘자기만의 법’대로 살아가는 외골수 청년 안톤과의 기묘한 공존을 중심으로 동시대 모스크바의 현주소를 까발린다. 그러면서 반문하게 만든다. 최악을 처단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만의 법’ 집행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혹은 불법은 불법으로 응징되어도 마땅한 것인가. 스타일은 투박하지만 데뷔감독다운 투지와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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