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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더레스-아버지 없는 시대

(1998)

시놉시스

# 원래 일본 영화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출됐던 것으로, 수많은 학생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재편집돼서 극장판으로 다시 공개된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학교 학생 무라이시 마사야는 다분히 충격적인 자신의 가족사를 공개했다. (파더레스)에 나오는 무라이시 마사야는 인생에 흥미를 잃고 학교에도 잘 나가지 않으며 집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로 동경에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가끔 포르노 영화관에 들러 중년 남자들의 유혹을 받아들이는 무라이시는 양성애자.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의 주먹세례를 받으며 비참하게 헤어지고 카메라는 멀리서 몰래 이 모습을 지켜본다. 잔인한 도입부에서 이 뛰어난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처음부터 잘 드러난다. 기획과 주연을 맡은 무라이시 마사야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과 가족의 상처를 꾸밈없이 드러내고 감독 시게노 요시야의 카메라는 집요하게 그 모습을 따라간다. 무뚝뚝한 직설화법을 떠올리게 하는 접근법이 (파더레스)에 담긴 내용에 충격을 실어준다.
무라이시는 칼로 가슴을 자해하면서 "통증을 느끼면 인생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살을 긁어대는 이 20대 초반 청년은 어떤 상처를 간직하고 있기에 이토록 죽음 같은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무라이시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뒤로 외숙모 밑에서 자랐고, 어머니의 새 남편은 부랑민 출신의 노동자다. 한때 자식들을 내팽개쳤던 어머니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라이시의 학비를 보내주고 있다. 무라이시는 고향에 찾아가 어머니와 계부, 그리고 친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겉으로 늘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 고칠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있기는 무라이시나 그의 부모들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책임감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는 무라이시의 친부에게도 상처가 있다.
이 영화의 화면에 기록된 등장인물의 감정의 두께는 다른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무라이시와 그의 가족들은 조금씩 아주 고통스럽게 스스로 견뎌왔던 내밀한 부분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파더레스)가 주는 진짜 충격은 바로 그 진실이란 것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 때로는 지켜보는 것조차 버거운 것인지를 실감시키는 데 있다. / 씨네21 225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