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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리트윅 가탁의 회고전 찾은 리타반 가탁 감독

“그는 또다른 에이젠슈타인이었다”

“정말 많이 닮았다고? 모르겠는데.”리타반 가탁(43)은 올해의 회고전 주인공으로 샤티야지트 레이, 므리날 센과 함께 인도영화의 삼두마차로 불리는 거장 리트윅 가탁의 아들이다. 인터뷰 첫머리에 데일리에 실린 젊었을 적 아버지 사진을 슬쩍 내밀었는데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딴청을 부린다. 아들로서 ‘아버지’리트윅에 대한 회고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비슷한 질문은 모두 단답으로 끊어낸다. 다소 썰렁한 인터뷰를 반전시킨 건 ‘감독’ 리트윅에 관한 질문. “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때는 혼란의 시대였다. 인도는 갓 독립을 했지만, 이내 뱅골 분리로 지역간 살육이 벌어졌다. 그는 4천만명이 죽었던 그 질곡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에 그렸다. 그는 그저 고통을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구름에 가린 별>(1960)을 혹시 봤나? 그는 그 고통을 소재로만 차용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고, 또 미적 형식을 개척해냈다. 그는 분명 또다른 에이젠슈타인이었다.”

8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리타반은 10살때 리트윅의 유작 <추리, 토론 그리고 이야기>(1974)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고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던”리트윅이었지만, 그는 먼 훗날 감독이 될 아들에게 “편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서 카메라를 절대로 들면 안된다”는 뼈아픈 조언을 남겼다. “<티타시라 불리는 강>을 찍으면서 그는 나를 데리고 편집실을 다녔는데, 어린 나이에도 편집이 뭔지 대강 알겠더라. 그래서 <추리…> 때 어떻게 장면을 이어붙일까 암브로시아를 홀짝이며 며칠씩 고민하는 그에게 ‘6프레임 정도 끊어내면 되겠네’ 하고 참견했다가 얻어맞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구타 때문에 편집의 중요성을 알게 된 셈이다.(웃음)”관객으로서 그가 첫손에 꼽는 작품은 <감상적 오류>. “보잘 것 없는 앙상한 이야기를 갖고서 외려 영화적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거장의 내공을 맛보기에 더없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