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이크로 담고, 가끔 패닝할 뿐인데도 인물간의 사랑과 질투가 선연하게 다가온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해상화>에서 19세기 상하이 유곽의 여인들과 그곳을 드나드는 남성들의 대화를 롱테이크로 담아내며 당대 중국이 겪은 정치적 혼란과 남녀 문제를 도드라지게 하는 영화적 실험을 벌였다. 고위 관료인 왕(양조위)은 기녀 소홍(하다 미치코)을 애틋하게 대한다. 마음을 달래주고 식사를 함께하며 유곽에 몸값을 대신 갚아주고 청혼을 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손님과 기녀로 처음 연을 맺어서일까. 소홍이 쌀쌀맞게 대할 때면 왕은 어김없이 다른 기녀를 찾아가고, 소홍은 그런 왕을 더욱 냉담하게 대한다. 두 사람은 마음만으론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신분 차이와 정치적 상황으로 얽혀 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시종일관 정적인 호흡으로 카메라를 운용하지만, 연인들의 감정은 프레임 속 유곽의 짙은 붉은빛처럼 끓어오른다.
[리뷰] 유곽의 짙은 붉은빛처럼 끓어오르는, <해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