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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시민적 욕망과 역사적 비극의 교차점 위에 선 사극, <왕과 사는 남자>

1453년 조선. 단종 이홍위(박지훈)는 숙부의 정치 반란으로 왕위를 잃고, 한명회(유지태)의 책모로 유배에 처해진다. 유배지는 강원도 영월 광천골. 이곳의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정치 폭력의 피해자인 상왕이 유배를 와 골머리를 앓는다. <왕과 사는 남자>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사극이다. 세조와 한명회의 쿠데타 획책, 이후 벌어진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 등 정쟁의 묘사는 영화의 주목 대상이 아니다. 대신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 이후 실존을 고뇌하는 어린 왕의 비애, 그리고 그를 보필하는 광천골 민초들의 삶을 공들여 그린다. 엄흥도는 유배지 유치를 통해 촌민들에게 쌀밥으로 대표되는 입신양명의 기회를 제공하려 애쓰고, 촌민들은 반상제도가 유발하는 박탈감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연대와 협동 등의 공동체 가치를 왕족과 공유한다. 그렇게 <왕과 사는 남자>는 소시민적 욕망과 정변 사이의 교차점을 파고들며 흥미로운 사관(史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