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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클로징]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사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배임 및 뇌물 혐의 재판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이미 결정적 증거가 드러난 사건이다. 윤석열씨의 내란 재판은 그 전형이다.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담은 포고령과 군경의 폭동이 만천하에 중계됐었다. 그러나 ‘이재명 유죄’를 단정하는 국민의힘은 윤씨 재판을 두고는 “판결이 나와봐야 안다”라고 우긴다. 1심 선고가 나와도 “확정판결까지 지켜보자” 하거나 “정치 재판”이라며 불복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해산’을 언급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발을 빼고 있다. 해산 사유로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씨의 내란 관여’와 ‘국민의힘–통일교 유착’을 내세웠다가, 추씨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통일교 의혹이 여야 전반으로 번지자 수그러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해산 사유는 진작에 쌓여 있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이석기씨가 주도한 내란 관련 회합이 정당 차원의 활동으로 규정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참가자들의 당내 지위, 사건에 대한 당의 옹호 태도 등이 근거였다. 이씨는 소수 정당의 내부 한 정파의 지도자에 지나지 않았고, 그 사건은 내란 ‘선동’ 수준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반면 12·3 내란의 우두머리는 대통령 권력으로 군경을 동원했고, 내란은 기수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단죄의 첫 관문인 탄핵에 반대했으며, 소속 국회의원 40여명이 윤씨 체포를 방해했다. 당의 대선후보도, 새로 선출된 당대표도 모두 ‘탄핵 반대·내란 부인’ 입장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계엄 선포는 잘못이었다’ 했을 뿐, 내란죄를 인정하지도, 내란 옹호에 대해 반성하지도 않는다. 국민의힘을 해산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공존’과 ‘협치’를 강조하는 이들은 국민의힘 해산에 선을 긋는다. 그러나 강탈과 사기가 횡행하는 공간에서 생산과 분배가 일어날 수 있는가. 국민의힘이 지난해 대선에서 얻은 표에는 내란과의 단절을 기대한 유권자들의 표도 상당히 섞여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 표심을 내란 옹호쪽으로 훔쳐갔다. “Stop the Steal!” 국민 과반은 이런 도둑들을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국민의힘 해산을 바라지 않는 이유, 이 대통령이 ‘해산’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 배경이 보인다. 당장의 현실을 보라. 민주당은 공천 비리 파문 속에서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내란 옹호 전력이 있는 인사를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하려 했다. 거듭 최악을 갱신하는 국민의힘과 ‘불패 시대’를 즐기는 민주당. 이대로라면 다양한 세력이 경쟁하고 합의하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관용과 다양성이 살아 있는 사회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 “앵톨레랑스(불관용)에는 앵톨레랑스.” 내란 옹호 정당의 해산이 바로 공존과 협치의 출발이다. 다시 응원 봉을 들어서라도 여당과 대통령을 압박해 정당해산심판을 시작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그랬듯 해산된 정당의 구성원은 정치를 계속할 수 있지만, 적어도 해산된 정당과 같은 노선의 정당은 금지된다. 당의 기반과 자산이 사라진 가운데 그 당 출신 인사들은 다른 길을 찾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해산은 그 구성원들에게도 갱생의 기회다. 그러니 인정사정 볼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