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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리뷰] <브리저튼> 시즌 4 파트 1

넷플릭스 | 8부작 / 연출 톰 베리카 / 출연 루크 톰슨, 하예린 / 공개 1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소피 백의 눈동자라는 깊고 맑은 물

브리저튼가의 차남 베네딕트는 정신 차리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결혼으로 향하고 있을 삶의 경로를 부러 피해왔을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전개하는 ‘공포의 중매 정치’로부터 숨고 싶어 하는, 주색에 능한 바이섹슈얼. 자신의 성향과는 너무 다른 사회에 잘못 정박해 있던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소피 백. 펜우드가의 하녀다. 둘의 관계는 작은 균열을 돌이킬 수 없는 혁명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현대 영국의 다인종성을 기반으로 19세기 사교계를 재설계한 시대극 <브리저튼>이 시리즈 최초로 계급 격차를 내세운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있을 ‘연애 시장’에 대한 <브리저튼>식 압축과 비평을 즐기고 있다. 드라마는 사랑의 거래적 본질이 지금과도 얼마나 닮아 있는지, 혹은 무도회와 산책이 데이팅 앱으로 대체된 오늘날과 비교해 구애할 용기와 실패할 열정 같은 로맨스의 핵심 정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즌에 소구력을 더한 결정타는 소피 백 역의 한국계 호주인 배우 하예린이다. 베네딕트를 변화시킬 여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그녀의 캐릭터는 신데렐라 서사를 따르면서도 특유의 환희와 긍정성, 계급에 굴복하지 않는 존엄으로 재구성된다. 본능을 따르고 사랑에 뛰어들 줄 아는 소피는, 서구권에서 고정관념적으로 소비되던 ‘WMAF(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 코드를 온전한 케미스트리로 다시 쓴다. 동그랗고 맑은 얼굴, 강단 있는 생활력, 그리고 악바리 같은 눈빛으로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얼굴이 <파친코>의 선자(김민하)에 이어 글로벌 프로덕션의 메인 롤로 다시 한번 구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