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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독재자를 키운 마법사,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의 참모를 다룬 정치 스릴러 <크렘린의 마법사>

<크렘린의 마법사>

세계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연일 국제 정세가 혼돈의 도가니인 가운데 정치 스릴러 <크렘린의 마법사>가 프랑스에서 1월 셋째 주 개봉해 전국 948개관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20번째 장편인 <크렘린의 마법사>는 2300만유로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이탈리아 총리 출신 마테오 렌치의 정치 고문이었던 줄리아노 다 엠폴리가 작가로 전향한 후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했다. 영화는 원작 그대로 고르바초프의 크렘린 입성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촉발점인 2014년 크림반도 합병까지, 러시아 권력 메커니즘 30년의 변화를 다룬다. 제목이 언급하는 ‘크 렘린의 마법사’는 블라디미르 푸틴(주드 로)의 정책 전략가로 활동한 바딤 바라노프(폴 다노)다. 바딤 바라노프는 실제 푸틴의 정책 전략가로 활동했던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를 모티브로 삼았다. 1990년대 러시아. 소련 붕괴와 함께 도래한 격변의 시대에 던져진 젊은 바딤 바라노프는 연극 연출, 리얼리티쇼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현실’을 창작할 수 있는 정치판에 발을 들인다. 푸틴의 정책 전략가가 되어 권력의 중심에 들어선 바라노프는 언어와 이미지, 여론을 조종하며 푸틴 체제의 수직적 권력구조를 강화해 새로운 러시아를 세우는 핵심 인물로 부상한다.

<크렘린의 마법사>는 대부분 라트비아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한동안 라트비아 정부는 제작 지원을 거부했다. 원작 소설이 푸틴을 황제(차르)로 묘사하고, 전략가 캐릭터를 지나치게 친근하고 유능하게 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푸틴과 수르코프가 독재정권의 폭정을 휘두른 크렘린 내부의 심리를 탐구하는 영화가 러시아 정부를 옹호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일까? 관객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리 보일 것이다. 영화는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짧은 시간에 압축하느라 다소 수다스럽다. 하지만 몸짓과 말투만으로 푸틴을 완벽히 구현한 주드 로와 천진한 얼굴로 교활한 전략가를 소화한 폴 다노, 두 배우의 연기 대결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