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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술의 한계조차 우리를 이해로 데려다주리란 우아한 믿음, <센티멘탈 밸류>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탈 밸류>는 한 세기를 품은 집에서 펼쳐지는 가족의 초상을 그린다. 노르웨이의 오래된 저택은 세대를 관통하는 트라우마를 목격해온 증인이자 기억의 저장 소다. 트리에르는 이 집을 통해 세대를 거듭하며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의 무게를 다룬다. 너무도 조용한 진실, 예술이 드러내는 해묵은 상처, 부재로서 현존하는 사랑의 형태가 영화의 탐구 대상으로 떠오른다. 관계의 중심엔 무대 공포증으로 몸부림치는 배우 노라(레나테 레인 스베)와 재기를 꿈꾸는 거장 감독 아버지 구스 타프(스텔란 스카르스가르드)가 있다. 구스타 프는 자살한 자신의 어머니에 관한 자전적 영화를 만들려 하고 그 주인공을 딸인 노라가 맡길 바라지만, 긴 시간 소원했던 아버지의 태연한 요구에 노라는 분노한다. 영화 속 영화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딸에 관한 이야기인 셈인데, 그 복잡하고 지독한 연결고리를 요아킴 트리에르는 성숙한 시선으로 풀어 나간다. 예술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과 예술 자체가 폭력일 수 있다는 인식 사이에서, 영화는 두 부녀뿐 아니라 쌍둥이 자매의 서로 다른 관점도 섬세하게 대조한다.

트리에르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오슬로 8월 31일> <리프라이즈> 등이 보여준 예민한 청춘의 표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가족 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아카이브와 그 안에 매몰된 트라우마의 층위를 탐구한다.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현대판 잉마르 베리만의 실내극에 비견할 만한 깊이가 비치고, 온기와 유머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완숙함도 돋보인다. 결코 용서할 수 없고 치유할 수 없는 서로의 상태를 마주하는 용기에 관한, 섬세하고 부드러운 북구의 앙상블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