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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개봉 영화, <안녕하세요>

미노루와 이사무 형제는 옆집 신세대 부부가 가진 텔레비전을 보고 반한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매혹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모가 아이들의 소망을 묵살한다. 이에 형제는 침묵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표하고,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고 지내는 동네에서 아이들의 묵비권 시위 소식은 금방 소문이 퍼진다. 침묵시위가 많은 문제를 야기할 거라는 불안에 빠진 어른들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싸맨다.

작가의 정점을 논할 때 표면적으로는 확고한 스타일의 완성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정 마음을 흔드는 순간은 그다음 찾아온다. 세계를 완벽히 조율된 손끝으로 조정한 다음, 차기작에서 어떤 걸음을 디딜 것인 지의 방향이야말로 위대함의 깊이를 가른다. <안녕하세요>는 오즈 야스지로의 정점 그다음 에 허락된 영혼의 성숙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동경 이야기>(1953)로 대표되는 ‘노리코 삼부작’ 이후 본인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다시 쓰기를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의 느슨한 리메이크로도 평가받는 <안녕하세요>는 아이들의 자유로움으로 규범, 원칙, 구조를 돌파하려는 오즈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무성영화에 가까운 미니멀한 구성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이 영화는 아이들의 시선을 빌려 세대의 충돌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신세대와 기성세대,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관습이 선명한 균열로 갈라져 있지만 오즈는 이를 극한으로 밀고 가지 않는다. 관계의 정곡을 찌르면서도 넉넉한 인심과 웃음으로 갈등을 품는 지혜의 온도가 새삼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