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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로드무비>의 배우 황정민

<로드무비>, 그리고 <바람난 가족>. 개봉한 두편의 영화와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갈 한편의 영화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지난 1년 사이 충무로의 시야에 새롭고도 친근한 얼굴로 떠오른 황정민의 행보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지하철 1호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 등의 뮤지컬과 연극을 거쳐 ‘지상 최대의 오디션’에서 임순례 감독에게 발탁된 게 2000년 가을. 황정민은 꽤 바쁘게 달려왔다. 지난해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 한번 제대로 못하고 친구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삼류밴드의 드러머 강수로 숫기없고 순박한 인상을 남겼고, 최근에는 강수 못지않게 순박한 의 광태로 출연했다. 귀밑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동그란 안경, 천진한 모범생 같은 광태는 친일파든 어쨌든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극진하고 마냥 사람 좋은 인물. <로드무비>에서는 동성을 사랑해서 가족도, 세상도 등진 채 부랑자로 살아가는 대식으로 분해 몰락한 증권 딜러 석원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는다. 이성애주의적인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그의 사랑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면, 황정민이란 배우의 진심 어린 눈빛도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10월28일 크랭크인할 예정인 신작 <바람난 가족>은 제목 그대로 구성원들이 불륜에 탐닉하는 가족의 이야기. 임상수 감독과 영화 얘기를 나누다가 “발동이 걸려서” 날이 밝도록 술잔을 기울였다면서도, 황정민은 약속시간인 오전 11시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로드무비> 그리고 곧 크랭크인할 <바람난 가족>까지, 올해만 3편째다. 1∼2년 사이 아주 바빠진 것 같은데. 작품운이 있는 편인 것 같다. 배우가 작품을 만나는 것도 복인데. 솔직히 내가 보기에 나는 아직 썩 좋은 배우가 아니다. 열심히 하는 것뿐이지. 그저 이제 시작인데, 좋은 배우, 나쁜 배우 따질 것 없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도 부르지 않으면, 쓰이지 않으면 그만인 거다. 지금도 어머니는 항상 기회는 두번 안 온다, 인상 쓰지 말고 웃어가며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부모님도 영화를 보시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보고, 최근에는 지금 사시는 문막 동네분들과 원주까지 가서 을 보셨다. 영화 끝나고 막걸리 한 잔 하고 있다고 전화하셔서는 이장님도 바꿔주고 그러셨다.(웃음) <로드무비>를 보시면 기절하시겠지. 신문에서 기사를 보셨는지, 섹스신도 했니 어떡하니, 벗었냐 하시며 걱정하셨는데. 아무래도 이성애 중심적인 시선이 강한 문화에서 <로드무비> 출연을 결정하는데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차피 동성애 이야기라서 <로드무비>를 한 게 아니니까…. 주인공이니까 했지. (웃음) 농담이고, 그것도 물론 없잖아 작용했겠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 대식이란 인물의 감정상태가 좋았다. 사랑이란 말을 끝까지 아끼면서 속으로 고민하는…. 그리고 “나 너 사랑해도 되냐”라고 말하는 마지막 대사에 끌렸고. 대식이란 인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촬영 내내 나는 대식이라고, 대식을 많이 안다고 스스로 설득하면서도, 연기를 하는 순간순간 이게 정말 대식일까 되묻곤 했다.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넌 여자만 보고 살아라, 그렇게 살아온 내가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영화를 찍고 나니 조금은 이해한 느낌이다. 다 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대식이란 인물과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정도. 어차피 부모도, 가장 가까운 여자친구도, 서로 다 알 순 없는 것 아닐까. “나 너 사랑해도 되냐”, 느끼할 수도 있는 대사지만 굉장히 솔직해지면 통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직위나 조건을 떠나서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로드무비>는 그냥 사람 그 자체를 보게 만들고, 스스로에게 좀더 솔직해질 수 있게 한 영화다. 개봉이 다가온 지금, 관객의 반응에 대한 부담은 없나. 뒷일을 고민했다면 하지도 않았을 거다. 내 손을 떠난 일이다. 감독 손도 떠났고. 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정말 느끼해, 재수없어, 그래도 할 수 없는 거고. 어느 영화잡지에서 게이 동호회 사람들을 모아서 토론한 걸 봤는데,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알기 위한 교습서라고 했던가 적절한 말이다. 그 친구들의 시각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로드무비>는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동성간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동성애자 입장에선 같잖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성애를 대변하는 영화도 아니고,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이나 <로드무비>는 신인 감독들과 작업했는데, 어땠나. 김현석 감독은 영특한 사람이다. 지지부진한 걸 싫어해서 현장에서도 포기해야 할 부분을 잘 쳐내는 편이라 배우들이 편했다. 입봉하는 감독 맞나, 나중엔 오히려 우리가, 그래도 한번 더 찍어봐야 하지 않나, 그랬다. 첫 가편집본이 120분이었다니, 거의 자를 게 없었다고 들었다. <로드무비>는 감정의 흐름을 맞추느라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고, 오래 찍었다. 16mm 필름이라 값도 좀 쌌을 테니까…. 김인식 감독은 집념의 사나이다. (웃음) 나중에 35mm로 블로업하지 않고 디지털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름 전체에 스크래치가 났는데, 한 프레임, 한 프레임씩 다시 손봤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는 영화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고 했는데, 3편을 찍고 난 지금은 어떤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면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좋게 봐줬다. 나도 영화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준 영화다. 은 영화란 작업이 이렇게 즐겁구나 하는 느낌을 줬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찍은데다 연극하던 동료, 선배들이 많아서 죽이 잘 맞았다. 밥때가 되도 먼저 먹는 게 아니라 서로 기다려주고. 같이 연기하는 동료들이 그렇게 챙겨주는 게 참 고마웠다. <로드무비>를 찍고 난 뒤에는 뭔가 포용력이 생겼달까. 누구나 한 발짝 앞으로 가려고 버둥거리면서 사는데, 뒤로 한발 물러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느낌. 연극무대와 다른 영화의 매력이 있다면.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니까 좋다. 학전에서 몇년간 <지하철 1호선>을 했는데, 총관객이 1만명 든 날 파티하고 그랬다. 그런데 영화는 하루에 몇십만명도 든다. 그들이 내 연기를 보고 얘기해준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영화한다고 돈도 받고, 관객이 돈 내고 보러 와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물론 화낼 때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기다, 아니다, 끊임없이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최고의 직업이다. 직장 다니는 분들한테 미안할 정도다. 또 영화는 연극적인 디테일과는 다른 디테일이 강하고, 내가 공부할 부분이 많아서 좋다. 이를테면 클로즈업으로 치고 들어오는 경우, 손끝 하나로 감정을 표현해볼 수 있다. 머리털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이 쓰인다. 예전에 중학교 때 <피터팬>을 보고 연기를 하겠다고 맘먹었다고 했는데.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계원예고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쓰던 사투리도 연극에 지장이 있다는 걸 알고 발음 정확한 초등학생 꼬맹이들한테 국민교육헌장 읽으라고 시켜서 녹음한 것 따라해가며 고치고. 열여섯, 열일곱 무렵, 친구들이랑 포장마차에서 연극사, 예술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던지...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뭔가 진실했던 것 같은 그때의 마음이 아직도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바람난 가족>은 어떤 영화인가.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제대로 감이 안 왔다. 마누라도, 남편도, 엄마도 바람피우는 가족이라니. 그런데,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맡은 주영작이란 변호사도 이 사회에 많이 있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 남자들은 사실 자기 얘기를 리얼하게 잘 안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한다. 마누라한테 못 하고 애인한테 하지만. 그 리얼한 얘기에 관객의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 있다. 그래서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로드무비>에서 나름대로 솔직해지려고 애썼는데, 그래도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바람난 가족>에 기대가 크다. 더 솔직하게 까발리고, 더 자연스러워지려고 한다. 솔직하다는 점에서 황정민이란 배우의 유서 같은 영화랄까. 죽기 전에 쓰는 유서에 거짓말을 하겠나. 개런티는 많이 올랐나. 많이 올랐다. (웃음) 처음에 비하면 6배쯤 그걸로 IMF 때 집에서 진 빚을 열심히 갚고 있다. 솔직히, 살면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는 연봉이 200만원도 채 안 됐다. 한달 월급으로 12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이야 하루 술값으로 나갈 수도 있는 돈이지만, 그때는 또 그걸로 충분히 살았다. 지하철 정액권 2장 사고, 교보문고 가서 볼 책 5만원어치 사고 나면 든든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신나게 술 마시고. 술 마시다가 극장에서도 자고, 친구집이나 근처 혜화 대중사우나에 가서도 자고. 그 사우나에서 자고 일어나보면 주위에 뻗어 있는 사람들도 다 대학로 선배들이었다. 우리 제발 여기서라도 좀 보지 말자, 그러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봤다. <바람난 가족> 외에 다른 계획이 있다면. 계획은 아니고… 최근 <헤드윅>을 정말 재밌게 봤다. 하이퍼텍 나다에서 하루 2회밖에 상영을 안 하기에 6시간인가 기다려서 봤는데, 음악도, 이야기도, 끝내줬다. 언젠가 그런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 아는 사람들한테 그런 작품 기획할 생각없냐고 부추기는 중이다. (웃음)

[조종국] 1천만 관객, 득보다 실?

“송강호와 설경구가 등장해 관객이 포복절도하게 하는 조폭 코미디영화를 만들면 1천만명 들까” 아니면, “한석규와 심은하가 화끈하게 벗는 에로영화나 신파멜로면 1천만명쯤 보지 않을까” 개봉날, 극장 앞에서 만난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며 낄낄거리고 만 농담이었는데, 문득 정말 영화 한편으로 전국 관객 1천만명을 동원하는 일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친구>의 전국 관객 820만명. 기록은 깨는 맛이라고 했으니까… 호기심이 생긴다. 인구 5천만명도 안 되는 나라에서 1천만명이 개봉 시기에 같은 영화를 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10일 이상 전국 모든 극장에서 전회 매진(하루 5회 상영 기준) 상영이 거듭되거나, 좌석점유율이 흔히 평균이라고 말하는 50% 내외일 경우 20일 이상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면 1천만명 동원이 가능하다. 단일 극장으로 계산해보면 상영관 수가 가장 많은 메가박스 16개 스크린에 똑같은 영화가 걸리고 대략 1년3개월 동안 전회 매진 상영이 이뤄지면 가능한 수치다. 개봉 당시 전국 좌석 수가 4만8천석 안팎으로 추정되는 <친구>를 모델로 계산해보면, <친구>가 걸린 전국 약 210개 스크린에서 42일 동안 전회 매진이어야 하고, 평균점유율이 50% 내외일 경우 대략 3개월 동안 약 210개 스크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연속 상영하면 1천만명 동원이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지난 1993년 <서편제>가 서울 관객 100만명을 넘겼을 때(서울 103만명, 전국 220만명) 다들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했다. ‘~후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100만명이 드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물론 극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지금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겠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500만명 이상 본 영화가 4편이나 되고(<친구> <공동경비구역JSA> <쉬리> <조폭 마누라>), <엽기적인 그녀>(485만명)에 이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집으로…> 등도 400만명을 훌쩍 넘겼다. 또 현재 상영 중인 <가문의 영광>도 400만명 대열 합류가 유력하다. <서편제>만 해도 당시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전 국민적 바람몰이에 힘입어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고, 현재 최고 기록 보유작인 <친구>도 이에 못지않은 온갖 신드롬까지 생기면서 증폭된 결과다. 시장을 주도하는 특정 상품의 독점적 지배가 흔한 일이듯이 영화에서도 이처럼 화제작 한두편이 압도적인 흥행몰이를 해 앞으로 1천만명을 넘기는 영화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첨단시설을 갖춘 복합상영관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을 더 한다. 한편으로는, 전체 매출액이 5천억원 정도이고, 이중 한국영화가 절반가량인 약 2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규모에 비춰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한편이 1천만명 이상을 동원해(매출 약 600억원) 한국영화 전체 시장의 1/4을 차지한다면, 이런 독점이 결코 건강한 산업구조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좀더 큰 영화로 시장규모를 더 키우고 개척하는 공격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나는 큰 영화 몇편으로 한국영화 시장을 비약적으로 키우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감’이라고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누군가 제대로 연구해서, 영화 한편으로 1천만명을 모으는 게 가능할지 좀 알려주면 좋겠다. <호기심 천국>에다 물어볼까 조종국/ 조우필름 대표 kookia@jowoo.co.kr

장수 천국을 위하여

몇년 전에 Y로터리 앞을 지나다 택시기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와 나는 그의 사투리 덕분에 막 동향이라는 걸 확인하고 난 참이었다. “이 로타리 생긴 기 한 삼십년은 됐을 거를. 그라이까네 박통(朴統) 때 건설한 기지. 그때 이 로타리 설계 멋지기 했다고 박통한테서 표창까지 받았다카던데 지금 그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욕을 많이 먹을 기라요. 특히 우리겉이 기름밥 먹는 사람들, 이 로타리만 지나갈라마 아무리 나 겉은 양반집 자손도 욕이 저절로 튀나온다카이, 참 내. 차선은 전부 다 1차선인데 이거를 요래 홱 비틀고 조래 싹 비틀고 하이 안 막힐 수가 있는가. 및년만 지나도 차가 얼마나 늘어날 기다, 한 십년 뒤에는 얼마다… 이 청개구리 올챙이 사촌놈의 자슥이 꿈에도 생각 모하고 말이라. 하여간 내가 이 자슥이 어데 사는지 알기만 하마 기양 집구석에 폭탄이라도 콱 던지고 싶어, 진짜로.” 나는 그의 과격성에 약간 놀라 “아,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너무 욕하지 마세요”라고 대꾸했다. 내 말이 먹혔는지 그뒤로 설계 때문에 집안에 폭탄이 날아들어 죽었다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정말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사는 것일까.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욕을 많이 먹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높은 곳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그만큼 그림자도 길어서 그런 것이지 싶다. 오십줄에 죽은 세조 임금이나 히틀러는 예외로 보이지만 그들은 생전에 욕을 하는 사람들을 그때그때 너무 많이 죽이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욕을 덜 얻어먹은 게 아닐까. 연전에 개통된 I교차로의 고가도로는 5년 이상의 건설기소요되면서 주변 지역을 상습 정체구대명사로 만들었다. 완공 뒤에 보니 고가도로가 시작되는 곳 교각 한쪽에 고가도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맞은편에는 시공자와 설계자의 이름이 적힌 명판이 들어갈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움푹한 자리만 마련되어 있을 뿐, 한해가 다 가도록 명판이 붙여질 기미가 없었다. 알고보니 그 고가도로를 개통하기 전에 무슨 연구기관에서 시뮬레이션인지 뭔지로 측정해본 결과 그 고가도로가 없는 편이 일대의 교통 소통에 훨씬 낫다는, 있기 때문에 차량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차량 속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러므로 비어 있는 명판에 결단코 이름을 채워넣지 않을 모양인데, 당사자들을 오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그들의 이름이 들어간 명판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입안자, 구청장, 국회의원, 시장, 대통령, 장관, 공무원 기타 등등 손톱만큼이라도 관련된 사람들 전부. 글씨가 좀 작아도 괜찮다. 워낙 정체가 자주 일어나니 멀거니 앉아 있기보다는 그 이름들을 읽고 외워가며 기다리는 편이 훨씬 덜 지루할 것이다. 그래도 이름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명예의 전당을 따로 세워서라도 그들의 빛나는 이름을 알리고 또 알려야 한다. 그들의 장수를 위하여. 나아가 우리 서로가 서로의 장수를 축원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음식이며 물이며 공기는 나날이 나빠지고 암이며 에이즈며 여타의 치명적인 질병이 창궐하고 있는 이 마당에 한국 사람의 평균 수명이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 문제를 욕과 관련지어 연구해 볼 것을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그리고 내가 이름을 모국가지원 연구기관에 강력히 권고한다. 연구보고서 뒤에 연구하고 보고하는 사람의 이름을 집어넣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성석제/ 소설가

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2)

<달의 여인> Frau im Mond/ 2001년 복원판/ 1929년/ 168분/ 독일 달에 있는 금을 차지하려는 부자들의 음모로 달 탐사를 꿈꾸는 미치광이 과학자 일행이 우여곡절 끝에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이야기. <메트로폴리스>를 통해 기술 문명의 미래에 대한 물음을 던졌던 랑이 다음 시도로 달 탐사를 다룬 작품. 준비과정에서 저명한 로켓 공학자와 달 연구가의 자문과 고증을 거쳤으며, 달 표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기차 30량 분량의 바다 모래를 옮겨왔고, 젖은 모래를 말리기 위해 일일이 불을 때며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랑의 완벽주의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SF의 고전이며 로켓 발사시 호명되는 카운트다운의 유래가 된 영화. <엠> M/ 1931년/ 117분/ 독일 당시 독일 대중지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었던 연쇄살인범의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랑의 첫 번째 유성영화. ‘아이들을 조심시키라’는 단순한 메시지와는 달리 새로이 도입한 음향을 독자적인 표현수단으로 활용하여 속도와 긴장감을 가속시킨다. 그래서 관객은 범인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그의 휘파람 소리만으로 위험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성영화와 표현주의의 유산인 과잉 연출 대신, 랑은 이 영화에서 최소한의 것을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심리스릴러 특유의 절제의 미학을 확립했다. <마부제 박사의 유언> Das Testament des Dr. Mabuse/1933년/120분/독일 평온했던 도시가 다시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한 정신병원을 주목하게 되고, 그곳이 범죄의 진원지임을 알게 된다. 병원에서 범죄를 모의하던 악당들을 놓친 경찰은 조사 끝에 그 병원에서 10년 전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부제 박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랑의 두 번째 유성영화이자 ‘마부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배후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마부제 박사의 모습을 통해 랑은 당시 막 권좌에 오른 나치와 히틀러의 위험을 은연중 경고하고자 했다 한다. 영화의 원활한 상영을 위해 랑이 나치에 입당하기까지 했으나 “불건전하고 병적인 내용”으로 인해 상영 금지되었다. <릴리옴> Liliom/ 1934년/ 118분/ 프랑스 유원지에서 회전목마를 운영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릴리옴은 아리따운 줄리와 결혼생활을 하지만 타고난 바람기로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릴리옴은 비로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모의한다. 하지만 범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도망가던 릴리옴은 자살한다. 그는 과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천국의 문을 들어가게 될 것인가 랑이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만든 작품. 주인공의 삶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천상 세계의 환상적 분위기는 특정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에 적합한 표현을 찾으려는 랑 특유의 영화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한번뿐인 삶> You Only Live Once/ 1937년/ 86분/ 미국 전과자 에디는 사랑하는 애인 조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주유소에 취직한다. 그러나 주변의 편견과 의심으로 그는 곧 해고당하고 새 직장을 얻으려는 노력도 무위로 돌아간 채 무고한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미국 망명 뒤 첫 작품인 <분노>에서처럼 랑은 다시 한번 무고한 사람이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법과 사회정의의 이중성에 비판을 가한다. 극적 필연성과 무관한 우화의 차용이나 비와 안개에 젖은 음울한 거리와 같은 배경을 통해서 랑의 영화 중 <릴리옴>과 더불어 가장 시적인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 영화계 조심스런 빗장풀기

부산 아시안게임으로 남북간에 따스한 바람이 불던 지난 11일 평양국제영화회관에선 한국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 상영회가 열렸다. 1926년 춘사 나운규의 동명작에 기반한 무성영화로, 남쪽에선 오는 25일 광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야외상영작으로 첫공개되는 작품이다. 변사를 맡은 양택조씨와 함께 방북했던 시오리엔터테인먼트의 이철민 대표와 이두용 감독,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리종혁 부위원장, 조찬구 문화성부상, 최창수 배우단 단장 등이 평양시민들과 상영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실 북한영화계의 변화는 올해에도 여러 곳에서 감지되어 왔다. 한국영화 <집으로…>가 북쪽에 전달됐다는 보도가 있었고, 지난 9월 평양국제영화제에는 영국·프랑스 등 서방영화가 최초로 상영됐다. 2년전 일본영화 상영에 이어 ‘비동맹·비주류’를 표방하는 영화제에 어느정도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번 방북에서 양쪽은 남북 필름교류를 위한 직접연락 창구를 마련했다. 북한의 촬영장소 제공은 숙식문제까지 정해졌고 계약서 작성은 이달 안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서로의 사상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남북 공동제작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꼽아보니 먼저 해결할 일이 스무가지도 넘더라”며 “내년에 당장 북한촬영이나 본격적인 공동제작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 말했다.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도 아직은 복잡하거니와 “북한영화에 접근했다가 망하면 북한탓을 한 과거 교류경험으로 마음이 상해있기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엔 <아리랑>이라는 구체적 매개물이 있어 어느 때보다 기대가 쏠린다. 제작사는 11월 남북 동시개봉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영화계의 변화는 결국 북한 전체의 개방속도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탕주의나 북한 고위층에 대한 ‘정치적’ 접근을 통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자세를 버린다면, 영화는 강력한 남북문화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정치적 합의보다, 부산 앞바다의 만경봉호가 남북의 마음을 녹였듯 말이다. 김영희 기자

<로드무비>를 보는 김인식,서동진의 두 시선(3)

김인식 일단 저는 노동현장이 동성애 남성간의 유대공간이라는 인식은 하진 않았었고요. 실제로 제가 표현하려는 것은 권력관계였죠. 동성애자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석원이 대식을 따라다니는. 대식의 손에서 벗어나면 생존경쟁에서 죽어버리고 말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끌려다니는 그런 권력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노동현장을 좀 많이 넣었던 거죠. 서동진 <로드무비>는 말 그대로 로드무비이기도 합니다. 흔히 로드무비라 할 때, 길은 주인공의 내면을 은유하곤 합니다. 배회하거나 방랑하는 자의 내면과 공간, 즉 길이 일치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길은 내면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 속의 길은 가끔 멈춰서거든요. 가끔 멈춰서 어마어마하게 숭고한 자연을 보여준다거나 하잖아요. 김인식 이건 우답일 수도 있는데, 길을 항상 움직이면서 보여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로드무비>에서 길이라는 존재가 내면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석원이 대식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지나가면 길이 중첩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몽타주가 거의 끝났을 때 대식이 차 안에서 황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게 보여지죠. 저는 그게 대식의 시야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길이라는 것은 캐릭터 내면의 감정상태예요. 서동진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겠군요. 저는 <로드무비>가 동성애적 사랑에 관한 영화였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의 동성 유대관계에 대한 영화로 볼 수 있으리라 말했는데, 위험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동성애는 동성 유대를 깨는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지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남성중심주의라 할 만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보수적 예찬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소통을 말씀하셨는데,건널 수 없는 차이가 있는 두 이질적 존재간의 소통의 문제를 다루겠다고 시작한 영화가 결국 동성 유대적 남성들 사이에서의 소통의 불가능, 독백적 소통을 보여주고 만 것 같다는 거죠. 김인식 음…. 그런 지적은 무척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동진씨나 관객이나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네요. 이 영화는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섣불리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 자체를 보여주는 거라고. 서동진 그런 의미에서 <로드무비>는 중요한 진술을 하는 희귀한 동성애영화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만약 이 영화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라는 두개의 인격적인 주체에 대한 태도의 문제나 두 주체를 갈라놓는 편견과 인습, 가치를 둘러싼 차이를 이야기했다면, 그냥 막연한 흔해빠진 동성애영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이 두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저변의 무의식적 유대로서의 남성간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관객도 그런 점을 유의 주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도발5 - 엔딩, 섹스가 아니라 키스다 김인식 감사합니다. 저도 마지막으로 우려삼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관한 것입니다. 대식과 석원이 소금창고에서 알몸으로 키스하고 끌어안는 그 장면에서 둘이 섹스를 했다고 보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저는 실제로 섹스를 보여주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은 실제로 두 캐릭터가 섹스를 했다고 보시더라고요. 전 소통이라는 것도 찰나적이라고 생각해요. 석원이라는 사람이 대식을 이해하게 됐는데 대식은 죽어가고 있어요. 석원이 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맨몸뿐이죠. 그러니까 석원은 마음을 준 거예요. 결국 그 상황 자체는 어떤 의식(儀式)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석원이 쟤는 남자 맛을 알고 게이가 됐을 거야(웃음), 이렇게 보신 분들도 있더라구요. 서동진 오히려 저는 이 장면이 흥미로웠어요. 게이 포르노그래피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판타지를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죠. 마초 게이가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를 극명하게 거부하는 이성애자 남자를 정복하게 되는 이야기는 게이 포르노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판타지에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야기 그 자체는 게이들에게 너무 익숙하거든요. ‘쟤 따먹었다’(웃음), 이런 식으로. 저는 그것까지 감독님이 통제하셔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인식 아, 이점에 관해서는 이성애 관객에게 말하는 거예요.(웃음) 서동진 저는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쟁점을 놓고 볼 때, 위험한 슬로건이라 생각되는 게 하나 있어요. ‘우리는 하나다’라는 거예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성정체성의 차이를 떠나서, 인간이고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서 소통하는 존재로서 보편적인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거거든요. 우리는 하나라고 했을 때, 그 ‘하나’는 알고 보면 나의 관점에 당신이 동화되어야 한다는, 폭력으로서의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에 더 급진적인 것은 ‘우리 둘은 다르다’는 거예요. 그 다름에 눈을 떠야만 둘 사이의 소통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편견 중에 그런 게 있잖습니까. ‘교양있는 중산층의 시민인 나는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혐오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나에게 사랑하자고 말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뭐 이런 식의. 과연 그게 하나가 된 거라 할 수 있을까요. 김인식 하지만 서울로 올라간 석원이 만일 다른 동성애자를 만난다면, 그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는다면, 이젠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호모포비아적 시각을 걷어내고 보게 되지 않았을까요. 관객도 석원처럼 이 영화를 통해 타자들에 대한 이해가 훨씬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정리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박용수 상 받던 한글날 국립극장

신문기자라는 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체로 주의를 요한다. 입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외모가 별로 아니라서 찍히지 않게끔 역시 주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몸조심을 더 해야 한다. 모두 현장에서 뼈대가(아니 어깨가) 굵은 경우라 술김에서 어영부영 시비걸다가는 얻어맞고도 동정은커녕 미련하다는 핀잔듣기 십상이다. 하여, 신문사를 가는 일이 있으면 빈자리가 있더라도 혹시 사진기자, 특히 사진부장 자리가 아닌가 꼭 확인해보고 앉는 게 좋다. 박용수(한글문화연구회 회장)는 그 이름도 전설적인 허바허바사진관 사진사 출신으로 노조운동을 하다 쫓겨난 뒤 70년 말부터 데모와 단식, 그리고 분신자살 현장을 누비며 스스로 옥고도 치르면서 사진을 찍어왔으니 정말 사진기자 중 사진기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개)민주화운동 사진 중 50% 이상이 그의 손과 눈을 거쳤다. 청각장애인에 고희가 코앞인데 경찰과 사복형사들의 만류를 어영부영 못 들은 척(사실 못 듣는다), 오히려 고래고래 야단까지 치면서 우겨 기어이 찍을 사진을 딱 찌고서야 물러나는 걸 보면 거의 장애를 낙()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는 사전편찬자로 더 유명하다.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이게 언제 얘기냐). 그가 편찬한 <우리말 갈래사전>을 선물로 들고 갔고 당시 김일성 주석은 ‘남북한 통일사전’을 만든다는 합의서를 만들어주었고, 그뒤로 박용수는 사진을 찍고 틈틈이 글을 쓰는(그는 <바람소리>라는 우수한 시집을 한 권 냈다) 시간말고는 오로지 사전 편찬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한글날 유공자로 ‘대통령상’을 받는다 했을 때 개근상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그런 ‘경장한’ 상인데 하객이 많겠군, 뭐 나까지, 그런 생각이었다가, 아니 ‘대통령상’이란 걸 우리 주변에서 받아본 사람이 없으니, 생소해서 하객이 너무 없을지도 모르겠군, 또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국립극장은 좌석이 낮고 편안하고, 박용수는 맨 앞줄에 흔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들리지 않는 귀로 축하연주를 듣고 무용공연을 보았다. 일행은 조촐했다. 김별아(소설가)와 홍일선(시인)과 친지 서넛. 역시 오길 잘했군…. 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점심은 ‘족발집’보다 한급 높은 데로 잡았다. 그리고, 상장이야 뭐 그렇고 그런 공무원 문투겠고, 일행은 당연히 부상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정말 놀랍다. 그 안에는 족발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시계 하나가, 당당하게 들어 있다. 어허, 큰일났군. 밥값은 가져오셨나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

가을 극장가 사랑의 두 가지 모습

유난히 무덥던 여름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거리에는 가을의 풍경이 가득하다. 차가워진 바람에 붉게 물든 낙엽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있는 가을. 극장가에 내걸린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야기는 깊어가는 가을의 또 다른 모습이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의 사랑은 달콤한 사랑에서 치열한 사랑까지 다양하다. 일상생활 속에 마주친 사랑을 가벼운 터치로 다룬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면금지된 사랑을 소재로 해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타난 사랑의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는영화들은 또 다른 사랑이야기다. 금지된 사랑을 다룬 영화는 올 가을 유난히 많다. 형수와 시동생간의 사랑이 소재인 <중독>과 결혼한 남녀의 불륜을 다룬 <밀애>는 비교적 무난한 편.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혼이 들어간 딸의 로맨스 <비밀>과 사형수의 아내와 사형집행관의사랑 <몬스터 볼>과 동성애를 다룬 영화 <로드무비>까지 평범하지 않을수록 치열한 사랑을 보여준다. ▲<중독> : 불의의 사고로 형의 영혼을 지닌 채 깨어난 시동생과 형수의 위험한사랑을 그린 영화. 치열한 사랑을 슬픈 톤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미연과 이병헌,이얼과 박선영의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장점. 박영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오는 25일 개봉. ▲<밀애> : 남편의 외도에 상처입은 부인이 낯선 도시에서 한 남자와 불륜에 빠진다는 내용. 평범한 가정주부인 미흔은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눈치채고 남해로 가동네 의사인 인규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며 자신에게 내재된 욕망을 표출한다. <낮은 목소리1,2> 등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큐멘터리로 담았던 변영주 감독의 첫번째 장편극영화로 이종원과 김윤진이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남녀로 연기한다. 11월 8일 개봉한다. ▲<비밀> : 딸의 몸을 빌린 죽은 부인과 그녀의 영혼을 사랑하는 남편의 딜레마라는 다소 선정적인 주제를 다룬 일본 영화.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그다지 무겁지 않은 편. 젊은 딸의 육체를 가진 어머니와 그런 부인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에 안절부절 못하는 남편의 헤프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몬스터 볼> : 사형수 남편을 떠나보낸 뒤 하나뿐인 아들마저 교통 사고로 잃은 흑인 여성과 아들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살한 슬픈 사연을 가슴에 안고 있는교도관 사이의 격정적인 사랑이 내용. 주연 여배우 할 베리에게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로 배우들의 연기와 느림과 빠름이 반복되는 충격적인 영상이 장점이다. 18일 개봉. ▲<로드 무비> : 파격적인 동성애장면, 체모노출, 성기노출 등의 문구로 화제가 됐지만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산악인 출신 동성애자 대식과 몰락한 펀드매니저 석원의 사랑을 로드무비 형식으로그렸다. 김인식 감독의 데뷔작으로 두 주연배우 정찬과 황정민의 연기가 돋보인다.18일 개봉. 뻔한 영화지만 그래도 기분전환에는 로맨틱 코미디가 최고라는 관객들은 연인과함께 팝콘이나 오징어를 사들고 로맨스와 웃음이 함께 있는 영화를 찾아 극장에 들러도 좋을 것 같다. 올 가을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일>, <미스터 디즈>와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좋은걸 어떡해> 등이 있다.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 <툼 레이더>의 여전사, <처음 만나는 자유> 의 반항아에서 마릴린 먼로 스타일의 금발머리로 변신한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이 전면에 부각된 영화다. 잘 나가던 방송 리포터가 자신이 1주일 후 죽을 운명이라는 말을 듣고 지나간인생을 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 현재 상영 중. ▲<미스터 디즈> : <빅 데디>의 아담 샌들러와 <가위손>의 위노나 라이더주연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로맨스가 들어있는 영화. 우연히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게된 시골청년과 그에게 접근해 특종을 하려는 여기자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스크류볼 코미디를 리메이크 했다. 개봉일은 11월 1일.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 스타배우도 없이 약 백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 자기 고집이 강하고 완벽한 것을 꿈꾸는 노처녀 여기자제시카는 낭만주의 작가 릴케를 좋아한다. 어느날 신문에서 ‘우정 이상의 만남’이라는 제목과 함께 릴케의 글귀가 들어있는 구인광고를 본 그녀는 묘하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LA 필름 페스티벌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11월 8일개봉예정. ▲<좋은걸 어떡해> :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가 출연하는 프랑스 영화. 패션 모델 미셸은 사랑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세상 모든 일이 혼란스럽기만 하다.그러던 그녀에게 어느날 12살 연상의 유태인 수의사 프랑소와가 나타나는데... 11월8일 관객들을 만날 예정. (서울=연합뉴스)

제4회 국제청소년영화제 - 상영 시간표

단편1<작전1호> <벽> <유리> <형형색색불가> <고리> <학교 종이> <이방인! 그들이 떠나는 3일간의 여정> 단편2<톰과 제리들> <마음속 풍경> <일민> <머리카락 보인다> <서로사랑> <너희가 담배를 아느냐> 단편3<당신이 최고예요> <신의 아이는 춤을 춘다> <퍼포먼스 트랙> <월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쓰레빠’s 가출사건> 단편4<우유팩살인사건-아큐정전2002> <생일> <숨은 그림찾기> <아!파트> 단편5<내 왼뇌를 찾아줘> <나무아비타불 Christmas> <사과를 베어물다> 특별초청<트레스>+메이킹필름단편6<낙제점수> <사람, 종이, 약속> <아리안의 발> <진짜 소녀들> <딜 쎄: 마음으로부터><버스 드라이버> <시간공식> <타히티, 야, 야, 야> <포기하지 않아>단편7<우정, 사랑, 젊음> <아멜리 네슬의 짜릿한 귀환> <미션 임파서블> <물> <생명이 없는> <와아!><사신과 나무꾼> <씨떼에서의 참 생활> <금지된 풀밭> <모두 다 바빠> <난 눈을 본 적이 없어><문화 유인>단편8<타자기로 > <아메리카 쇼다운 7> <오프> <푸른 산> <도버해협 횡단> <소년이 소녀를 만나다> <에브리맨스 랜드> <크로미낭스> <종이나라의 질주자> <아메리카 케치: 미용실>단편9<아메리카 케치: 미용실> <오프> <로치데일에서의 마지막 룸바> <아메리칸 쇼다운 7><종이나라의 질주자> <타자기로 > <푸른 산>단편10<들판의 소년> <귀가> <나> <극적인 놀람> <오르골>인디단편 신작선<탐폰 설명서> <비가 내린다> <안다고 말하지 마라> <내 곁에 있어줘> <철권 가족>젊은 감독 구작선<차오> <느린 여름> <둘의 밤> <환타 트로피칼>▶ [제4회 국제청소년영화제] 영화라는 이름의 ‘푸른’물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