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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vs 주연배우

유오성-진인사 필름, 김혜수-명필름 법정공방 해결기미 안보여유오성과 진인사 필름, 김혜수와 명필름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7월18일 유오성이 <챔피언>의 투자배급사인 코리아 픽쳐스를 상대로 제기한 초상권 관련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가운데, 10월31일에는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이 유오성에 대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진인사필름은 “영화상영 중에 출연배우가 소송을 제기해 영화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이후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 요구뿐 아니라 심지어는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에 투자를 해달라는 등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인사필름은 이어 “이 모든 정황을 고려해볼 때 지난 고소가 유오성의 주장처럼 배우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판단되어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 대해 “배우가 사과의 뜻을 밝히기를 촉구하는 것이며 그런 뜻이 전달된다면 언제라도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오성의 매니지먼트사인 JM라인쪽은 “위자료나 투자문제는 낭설”이라면서 “분명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엔 고소를 취하할 의사는 없다”라고 주장했다.김혜수의 <장희빈> 출연으로 <바람난 가족>의 제작이 전면중단된 사태에 대해 명필름은 지난 10월30일 김혜수 및 소속 매니저회사인 사이더스HQ를 상대로 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에 김혜수쪽은 10월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상에 주 4일을 영화촬영에 우선 배려할 의무만 있고 다른 연예활동을 하지 못하는 금지의무는 전혀 없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주 2일만 촬영하기로 한 <장희빈>의 계약조건을 생각한다면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당시 명필름에서 제작하기로 한 <미소>에 김혜수가 출연하기로 결정한 뒤 경비행기 교육을 받는 등 1달 이상을 영화준비에 쏟았는데 갑자기 제작이 중단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몇달간의 공백에 대한 항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6, 7년간 쌓아온 명필름과의 우정 및 신뢰였다”며 “여전히 명필름만 허락한다면 영화에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명필름은 “영화를 제작해본 사람이라면 주 4, 5회의 영화촬영과 주 2회 방영하는 드라마촬영을 병행하는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친분관계를 떠나 배우 한명의 뜻 때문에 오랜 시간 조율했던 많은 스탭들의 일정이 조정되고, 급기야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를 제작사의 입장에서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이 이 바닥 생리’라고 하지만 이 두 사건이 그간 돈독한 신뢰를 쌓았던 제작자와 배우 사이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보는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백은하

탄환을 동경하던 한 여자의 심장에 관한 영화,<밀애>

■ Story 30대 초반의 주부 미흔(김윤진)은 어느 날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든 남편의 애인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미흔의 건강이 여의치 않자 남편(계성용)이 나서서 남해안의 한 마을로 거주를 옮긴다. 이웃에 사는 인규(이종원)가 미흔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4개월간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누되 사랑한다고 발설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탐닉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격렬함을 향해 치닫는다. ■ Review 유순하고 청결하고 어떤 야릇한 연약함을 가진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회복할 길 없는 상처를 시위라도 하듯이 그는 오래도록 방황한다. 그러니 설혹 불륜에 빠지더라도 그것은 은연 중에 남편의 책임이기도 하다. <밀애>의 프롤로그로부터 이런 냄새를 맡았다고 해서 이 영화가 분노와 눈물을 뒤섞은 페미니스트 신파쯤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그건 당신의 속단이다. 미흔(김윤진)의 육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남편의 외도를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고 할 것이다. 미흔의 몸은 마치 탈출을 위해 어딘가 빗장이 열리기를 기다려온 마그마처럼 끓어오른다. 그러니 이 영화는 발칙하다. 발칙하다는 말은 존중받도록 되어 있는 어떤 근엄한 것에 도전하는 것에 붙여진다. 그래서 발칙한 것들이란 대체로 호응과 질타로 양분된 격렬한 반응에 휩싸이고, 그런 반응 자체가 엄숙하게 고정되어 있던 세계의 한 귀퉁이를 무너뜨린다. 작가들은 그중에서도 불륜이라는 테마를 사랑한다. 불륜은 가족제도의 틀을 벗어난 성애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일처의 단혼 소가족을 바탕으로 삶의 틀이 유지되는 체계를 고안한 현대사회에서 성애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반면에 인위적으로 짜여진 질서에 반발하려는 작가들은 끊임없이 그 문제를 건드린다. 그 도발이 지루한 수준이면 통속적인 3류 드라마가 되고, 무언가 팽팽한 긴장을 지니고 있을 때에는 제도에 대한 개인의 반발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된다. <밀애>는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해보인다. 그것은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우선 영화는 미흔이 관객에게 어떤 핑곗거리를 가지지 못할 만큼 그의 일탈을 멀리까지 끌고가버린다. ‘그럴 만도 하지, 남편이 너무 했어’라거나 ‘저 정도면 복수한 거야.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뭐 심한 짓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변명이 안 통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는 남편을 혼자 남겨두고 잠옷 바람으로 창문을 넘어 애인의 집에 찾아들었다가, 위험한 짓은 하기 싫다는 남자로부터 퇴짜를 맞고 와서는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한다. 핑곗거리 뒤에 숨어서 도전적인 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밀애>는 페미니즘의 울타리 안에 있는 보수주의자들과 어느 정도 결별했다. 이 영화는 또한 육체의 욕망을 복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흔과 인규(이종원)의 첫번째 정사 장면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였을 뿐만 아니라, 원작소설이 갖고 있는 언어의 묘사력에 상응하는 영상의 묘사력을 보여준 장면일 것이다. 단지 육체에 대한 매혹만으로 사랑을 출발시킨 두 사람은 서로의 심금(心琴)이 아닌 육금(肉琴)을 정교하게 울릴 수 있는 숙련된 연주자의 자질이 내재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제도가 허용하지 않은 사랑은 불법이고 정신적인 사랑이 없는 사랑은 타락이라는 사랑의 신화가 산산이 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두 주연배우의 적절한 감정 표현과 아울러, 어둠과 역광의 조화로 얻어낸 묵직하게 밝은 인상주의 톤의 조명, 숙련된 달리 맨의 덕을 본 정교한 이동 등을 통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연출되었다. <밀애>는 아마도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하나의 남성 캐릭터를 끌어낸 영화로도 기억될 만하다. 대한민국에 바람 피우는 남자는 매우 많고 개중에는 쿨 하게 밀고 나가는 남자도 없지 않을 테지만 인규처럼 권태롭게, 죄의식은커녕 자의식도 없다는 듯이 멀뚱한 느낌으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스크린에 주인공으로 나타난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권태란 육체가 한가한 사람들이 햇빛이든 고요든 일탈이든 구속이든 무언가가 숨을 막히게 할 만큼 많아서 시시해 미칠 것만 같다고 느끼는 것을 뜻한다. 권태는 현대성의 본격적인 도래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권태에 사로잡혀 게임을 하듯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지극히 징후적이다. 인규라는 캐릭터는 한국의 멜로드라마가 모더니즘 영화로 비약하는 과도기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왼쪽부터 차례로)♣ 남편의 애인이 집안을 침범한 어느날 이후, 미흔의 삶에는 균열이 생긴다. 결혼생활에도, 미흔의 내부에도 더이상 안온한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윗집 사는 의사 인규는 미흔에게 사랑 대신 섹스만 하는 게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은 단지 육체에 대한 매혹만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남해안의 공간과 빛도 인상적이다.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공간을 포착하는 영화는 일단 지지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영화의 앞뒤로 붙은 페미니스트 신파의 기색은 “이런 건 가벼워야 하는데”라는 인규의 대사에 담긴 염려 그대로 이 영화를 무겁게 만든다. 폴란드에서 온 스탭들이 아무리 훌륭했더라도 이동차는 좀 덜 썼더라면 어땠을까. 먼저 찍힌 시퀀스일수록 감독의 몸이 덜 풀린 듯한 어색함은, 천하의 변영주라도 어쩔 수 없이 데뷔작 만드는 신인 감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연작을 한창 쏟아내던 당시의 변영주 감독이 자신의 다음 영화는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극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섬찟한 느낌에 얼이 빠져 있는 내게 “멋지지 않아요”라고 되물었더랬다. 제목은 달라도 이 영화 <밀애>는 탄환을 동경하던 한 여자의 심장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된다.김소희/ 영화평론가 cafe.daum.net/cwgod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월드 프리미어 [2]

Three. 호그와트의 신인들3개월을 CG 후반작업에 투자한 1편에 비해, 8, 9개월의 공정을 거쳐 뽑아낸 <비밀의 방>의 특수효과는 해리의 모험 곳곳에 출몰하는 으뜸가는 볼거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해 <해리 포터> 시리즈가 갖는 비교우위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거대 괴물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기발한 마술세계의 생필품과 정감있고 유머러스한 캐릭터, 영국 배우들의 품위있는 연기에 있다. 엄마의 잔소리를 담아 기숙사에 배달해 론을 망신주는 호울러와 약초학 수업에 등장하는 비명 지르는 식물 맨드레이크가 2편에서 관객의 사랑을 차지할 애교스런 마성의 사물들이다. 2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인물은 자아도취증 미남 교수 길데로이 록허트와 해리의 숙적 드레이코 말포이의 아버지 루시어스 말포이. 배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와 제이슨 아이삭스는 보통의 연기자라면 한줄짜리 어리석은 조크나 상투어에 불과했을 대사들에 세련된 표정 연기와 호흡으로 무게를 실었다. 록허트는 어두운 정조의 영화 곳곳에서 긴장을 해소하는 어릿광대이고, 말포이는 악동 드레이코가 어째서 그렇게 가학적인 소년이 됐는지 관객이 연민을 품고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해리와의 맞대결을 통해 강인해진 소년의 변모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젊은 관객의 마음을 살 캐릭터는 CG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집요정 도비와 36살의 셜리 헨더슨이 멋지게 연기한 화장실을 떠도는 소녀 원혼 모우닝 머틀. 제작자 헤이만이 과거에 만든 저예산 영화 <데이트리퍼> 예산에 맞먹는 6만달러가 들어갔다는 도비는 해리를 구하려는 서툰 시도가 매번 해리를 사지에 몰아넣는 애처로운 요정이다. 말투는 자자 빙크스를 닮았지만 자학적인 성격이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다. 그러나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는 모든 신참 캐릭터를 합쳐도 바꿀 수 없는 ‘마법사의 돌’을 잃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난 10월25일 밤 뉴스 속보는 덤블도어 교장 역의 리처드 해리스가 호지킨병으로 72살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를 전했다.Four. 애들이 커졌어요!<비밀의 방>에서 눈을 비비게 하는 마법은 공중을 나는 자동차나 울부짖는 식물이 아니라, 사춘기 주연배우들의 성장이다. 해리 포터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무려 20cm가 자랐고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은 여성적인 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밀의 방으로 추락하는 론과 해리의 변성기 비명소리는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분홍빛 로맨스도 끼어 든다. 3편 이후 커플의 조짐을 보이는 인물은, 론과 헤르미온느.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2편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포옹신에 이어 론과 헤르미온느의 어색한 악수를 집어넣어 장차의 스토리를 슬쩍 예고한다. “에마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리를 안기 꺼려 금세 포옹을 푸는 바람에 편집의 마술을 부려야 했다”고 콜럼버스 감독은 귀띔한다. 청년의 향기마저 희미하게 풍기는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2편에서 액션 히어로, 미남 아이돌 스타의 자질을 드문드문 내비친다. 말포이 부자의 모욕에 “그건 당신 생각이지”라고 응수하는 서늘한 눈매의 소년에게는 ‘더티 해리’라는 애칭도 그리 우습지 않을 법하다. 전체적으로 세 주연은 그들의 캐릭터와 똑같이 신세계의 경이에 제압당한 것처럼 보였던 1편에 비해 몇배 유연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는 물오른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배우들이 과연 몇편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머무를 수 있느냐는 의문. 현재 삼총사는 3편까지 계약한 상태다. 래드클리프는 “영화는 10, 11개월이 걸리는 긴 작업이다. 지금은 눈앞의 3편에만 집중한다”고 신중을 기했다. 콜럼버스 감독은 “원작에서도 아이들은 한 학년씩 진급한다. 배우들도 같은 속도로 성장하니 문제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기자들의 중론은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의 나이를 추월하게 될 4편부터는 교체가 불가피하리라는 것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원칙론은 뒤집어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본디 <해리 포터>는 밝고 천진하기만 한 판타지는 아니다. 책 속의 해리 포터 역시 모르긴 해도, 앞질러 어른이 된 거추장스런 육체와 부대끼며 혼돈스런 사춘기를 보냈으리라. 장밋빛 볼의 천사가 아닌 해리를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은 할리우드일까, 아니면 우리 자신일까. 현실의 아이들은 판타지 속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자라고 있었고, 그것은 어른들을 근심시키고 있었다. 런던=김혜리 vermeer@hani.co.kr디자인 이윤진 yjklimt@hani.co.kr▶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월드 프리미어 [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제작진 일문일답

영화사들 잇단 소송 ‘배신감 때문에?’

최근 영화사와 배우 사이에 두 건의 소송이 잇달아 영화계가 씁쓸해 하고 있다. 우선 <친구>의 820만 관객신화의 주인공이었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씨가 각각 관계된 진인사필름과 JM라인이 소송을 내고 곽 감독이 지명수배를 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7월 <챔피언>의 개봉도중 투자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 등이 자신의 동의없이 광고를 내보내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유씨가 소송을 낸 데 이어, 지난달 31일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은 유씨를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진인사 필름의 양중경 대표는 “곽 감독이 그간 민사소송의 참고인으로 소환받았지만 그동안 유씨와 관계를 생각해 출두하지 않았더니 지명수배가 내려졌다”며 “조만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을 것”이라 전했다. 또 한 건의 주인공은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둘러싼 명필름과 김혜수씨다. 김씨가 텔레비전 드라마 <장희빈>과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미 6일부터 새 영화의 촬영스케줄을 짜두었던 명필름은 사실상 영화촬영이 불가능해졌다며 김씨에게 5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명필름쪽은 “김씨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영화의 모든 게 스타에 의해 휘둘리는 충무로의 관행을 우리만큼은 거부하겠다는 의미”라 말했다. 반면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는 내가 배우가 되길 꿈꾼 계기가 되었던 것이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였다”라며 “끝까지 양해를 얻으려고 방송국과 계약도 마지막까지 미뤘으며 지금도 영화에 출연할 자세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두 건의 소송은 모두 남다르게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던 영화사와 배우 사이에 일어났다. 당사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돈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배신감과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한 치밀한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인간적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하면 더 치명적이다.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도덕적인 우위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언론을 통한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해결의 길이 아닌 듯 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리뷰] KBS 사극「장희빈」

6일부터 방송되는 KBS2 특별기획드라마 「장희빈」(극본 김선영, 연출 이영국ㆍ한철경)은 기존의 ‘장희빈’, ‘인현왕후’ 등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얼마나 다르게 접근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보인다. ‘장희빈’의 방송 소식을 들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또 장희빈이야’라는 식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4일 오후 KBS 사옥에서 있었던 시사회장에서 본 「장희빈」1∼2회는 기존의 사극과 차별화를 꾀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김선영 작가는 “사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드라마로 생각하고 집필하고 있다”면서 “이전 사극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포맷을 극복하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새롭고도 다양하게 담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는 숙종 6년 제1비였던 인경왕후의 승하로 시작한다.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김영애)는 간소하게 상을 치를 것을 명하고 이에 대립하는 숙종의 모습이 전광렬의 강렬한 눈빛으로 나타난다. 이는 정사에 간섭하는 어머니 명성왕후에 휘둘려 왔다는 기존 숙종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의 강력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검습(劍習)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한편 제작진은 요부로 고정된 장희빈을 시대적인 아픔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부각시켜 새롭게 조명해 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드라마 초반 옥정(김혜수)의 어머니 윤씨(이보희)가 자의대비(강부자)의 6촌 조사석(백윤식)과 관계를 가지면서 옥정의 집안이 조사석의 부인에게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부각시켰다. 옥정이 천출의 한을 간직한 채 신분 상승의 의지를 불태우는게 된 연유를 말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큰아버지 장현이 모반(경신환국)의 자금을 댄다는 사실을 안 옥정이 “목숨을 건다 할지라도 수모를 당하고 사느니 그 편이 훨씬 낫다”고 동조하는 대사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1∼2회에서 보여준 옥정의 이미지는 김혜수가 기존에 쌓아온 당차고 굴하지 않는 강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장희빈의 이후 행동에 필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나머지 지나치게 옥정을 투사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천출의 한을 풀기 위해 요부가 되고 권력의 화신이 된다는 단순한 도식을 극복해야만 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역사 소재 드라마에서 항상 불거져 나온 문제인 사실(史實)과 픽션이 어떤 비율로 구성되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작진은 새로운 인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물들을 재해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국사편찬 위원회의 이영춘 박사는 “장희빈과 숙종, 인현왕후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드라마틱하게 만들다보니 오히려 그 이미지가 고정된 측면이 강하다”면서 “청소년들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픽션을 가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쉬리> 등 일본 배급한 씨네콰논 대표 이봉우

불과 3년 전인데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1999년 <쉬리>가 일본에서 전국 100만명을 돌파한 사건. 한국영화는 그때 일본에서 뭔가 거대한 시장을 발견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쉬리> 이후 많은 영화들이 100만달러 넘는 가격으로 일본에 팔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한국에서 수많은 일본영화가 극장을 잡지 못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만이 이름값을 했을 뿐 일본에서 한국영화는 여전히 마이너리티에 머물고 있다. <쉬리>의 성공은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매력이 이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0월29일 ‘한민족 문화공동체대회’ 참가차 방문한 일본의 영화사 씨네콰논 대표 이봉우(43)씨를 만난 것은 그런 궁금증 때문이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배급한 그는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그는 올해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케이티>를 제작해 한국의 극장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94년 <서편제>부터 한국영화를 수입,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일을 했던 이봉우씨는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만들었던 그 사람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교류에 관해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말에는 한국의 영화환경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이 들어 있다. <쉬리>가 일본에서 성공하면서 한국영화는 일본을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를 끝으로 일본에서 한국영화의 인기는 사그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나 → <쉬리> 이전에 <서편제>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한국영화로 처음 배급해서 성공한 영화가 <서편제>였는데 전국관객 10만명을 조금 넘었다. 이전까지는 <씨받이>가 최고였는데 전국 3만명 수준이었으니 대단한 성공이었다. 그때 이 영화를 홍보하는 방식은 평론가들에게 많이 보여주지 않고 음악평론가나 가수 위주로 영화에 대한 소문이 나게 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한국영화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했던 것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소문이 나고 입소문이 전국 10만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쉬리>가 성공한 이유도 오락영화로서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케팅이 크게 작용했다. <쉬리>를 하면서는 한국영화라는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았고 평론가들에게도 먼저 보여주지 않았다. 영화평은 안 좋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 강제규 감독 또래 감독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젊은 감독들에겐 <쉬리>가 큰 자극이 됐고 입소문이 나게 마련이었다. 동경영화제 상영도 오락성이 강한 영화를 모아서 트는 특별전쪽으로 진력했다. 그러나 영화제쪽에서 조총련쪽의 반발을 걱정해 특별전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특별상영을 했다. 그런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결국 1천석 극장에서 상영하는데 1800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고 극장상영에서도 성공했다. <서편제>나 <쉬리>나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던 것은 그것이 기존 일본영화나 할리우드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영화라는 점이다. 마케팅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서 새로운 시도를 했고 한국영화가 궁금해서 본 것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영화라는 점이 어필했던 것이다. 하지만 <쉬리> 이후 한국영화가 많이 들어오면서 일본 관객도 그게 진짜 새로운 무엇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관객이 한국영화에 원하는 것은 일본영화에 없고 유럽이나 할리우드영화에도 없는 독특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도 개봉했지만 <쉬리>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친구>는 일본판권 가격이 200만달러를 넘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아는데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 같다. → <공동경비구역 JSA>는 전국관객 60만명 정도를 동원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조건을 고려하면 최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인데다 총격전의 스펙터클도 많지 않은, 화려하지 않은 영화로서 그 정도는 대단한 성공이다. <친구>는 전국 20만명 정도 들었다. 영화의 힘으로 보면 50만명까진 가능할 것 같았는데 일본 관객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폭마누라>나 <화산고>도 150만달러 이상 가격을 받은 걸로 아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쉬리> 때와 다르다. 최근 한국 상황을 보면 수입해놓고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일본영화 프린트가 상당수 있다. 일본도 비슷한가 → 창고에 있는 영화들이 많다. 당장 나만 해도 창고에 있는 한국영화가 꽤 있다. 이제 그냥 한국영화라고, 일본영화라고 보여주는 단계는 끝나지 않았나 싶다. 다음 단계로 한발씩 옮겨가야 한다. 기획, 배급, 마케팅을 두 나라가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교류에 있어 새로운 단계가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아직 밝힐 수 없는 단계지만 한국감독을 기용해서 100% 한국에서 찍는 영화도 기획하고 있다. <케이티>로 경험을 쌓았으니까 한걸음 더 나아가서 구체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다. 씨네콰논에서 제작한 <케이티>나 지난해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고> 같은 작품은 본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힘을 합친 결과물인데 두 영화 모두 한국에선 흥행에 실패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두 작품 모두 애초에 합작으로 준비한 영화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영화인데 제작비나 배우, 스탭 일부에 한국이 참여한 형태였다. 일본영화라는 개념이 앞서는데다 <케이티>는 한국이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나라라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배급도 문제였다. 배급환경이 일본과 달라서 단관개봉 형태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영화였는데 극장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올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외화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다음 가는 좋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최근 <비밀>도 비교적 호응이 있었고. 전반적으로는 일본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나름대로 흥행하는 영화는 있는 셈이다. → <비밀>이 어느 정도 흥행한 걸 보면 한국에서 일본영화가 시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밀> 정도 영화는 일본에 매우 많으니까 가능성은 아주 많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그것 역시 일본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조금씩 관객을 키워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영화와 한국영화를 비교한다면, 산업적인 면에 국한된 이야기가 되겠지만, 한국에는 있는데 일본에는 없는 어떤 것, 혹은 반대로 일본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 일본영화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기획력이다. 80년대에 3대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과 배급을 독점했기 때문에 기획이라는 것이 고정돼버렸다. 도에이는 야쿠자영화, 쇼치쿠는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 식인데 싫증이 날 수밖에 없다. 영화계의 주류가 이런 식이니까 기획력이 떨어지고 기획력이 떨어지면 관객은 멀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반대로 한국영화에 비해 일본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은 스튜디오에서 자란 기술자들이다. 이런 기술자들의 우월성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것인지가 일본영화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일본에는 작가는 많다. 하지만 작가들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런 기술자들이 필요한 법이다. 한국영화는 기획력이 있다. 젊은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그런 면에서 큰 힘이다. 영화로 할 만한 소재도 많다. 남북문제뿐 아니라 여러가지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부족한 점을 꼽으라면 진실된 의미의 프로페셔널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기술 분야에서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성장한 일본 기술자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최근 한국영화계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 중 하나는 대중이 몰리는 특정 장르만 제작이 편중되는 현상이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심하게 떨어져도 흥행하는 코미디가 많고 그러다보니 비슷한 기획이 양산된다. → 그런 면에선 일본영화가 다양성이 있다. 특정 장르에 고정되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영화에도 개성있는 작가나 영화가 있지만 그 수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흥행한 코미디 몇편을 봤는데 그런 영화가 전국 300만명 이상씩 든다는 사실이 놀랍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를 찾는 관객은 꾸준히 영화를 보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를 꾸준히 볼지는 의문이다. 반면에 <쉬리> 이후 제작비 규모가 큰 작품들, 흔히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부르는 영화들이 많이 기획됐는데 다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금 한국의 주류 영화계의 당면한, 동전의 양면 같은 고민이다. → 제작비가 큰 대작은 결국 합작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기획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시장규모를 과대평가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한국영화가 100만달러 이상 받고 일본에 팔렸지만 이제는 또 다르다. 그 정도 금액을 받는게 간단치 않은 일이라 대작은 합작이 아니면 기획 자체가 힘들 것 같다. 내년에 배급할 한국영화가 있는가 → <오아시스>를 배급할 예정인데 이 영화는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1/6이나 1/7 정도 가격에 샀지만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서편제>를 처음 샀을 때 같은 기분이 든다. 어쨌든 성공시켜야 된다는 압박감도 있고 기대도 크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일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은 다시한번 바뀌지 않을까 싶다. <오아시스>는 일본의 배우들한테 먼저 보여줄 생각이다. 배우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고 그것이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본 한국영화 가운데 <오아시스>가 가장 좋았다. 아시아 영화가 하나의 블록을 형성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제작자들이 꽤 있다.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나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씨 등이 그런데,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 억지로 할 필요는 없고, 맞는 사람끼리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의도도 알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번도 잘 된 예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이런 얘기가 최근에 부각된 것도 아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일본이나 홍콩의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시도가 있었다. 당장 유럽을 모델로 진행해서 될 일은 아니고 한발씩 나아가야 될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은 행복한 영화환경을 가진 나라다. 감독 데뷔가 이만큼 쉬운 나라는 거의 없다. 최근엔 정부의 지원도 잘 되는 것 같고 거품이 빠지고 있다지만 투자도 원활한 편이다. 한국의 영화인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다.글 남동철 namdong@hani.co.kr,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기도 했지˝

청춘물 <제7교실> <너무 너무 좋은 거야>를 찍었던 76년, 문공부로부터 <한국미술 2000년>이라는 홍보영화의 촬영감독을 위임받았어. 공보처와 농수산부에서 홍보영화 몇편을 의뢰받은 적은 있었지만, 무려 20년 전쯤의 일이었지. 그 일을 계기로 이듬해인 77년 문공부 홍보영화 <개미들의 행진>, 79년 상공부 홍보영화 <비극의 씨앗>, 80년 내무부 홍보영화 <국제 경쟁력을 기르는 길> 등을 차례로 제작한 바 있어. 당시엔 정부홍보용 문화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던 때라 내 작품을 찍는 틈틈이 공문 요청에 최대한 협조했지. 76년 <너는 달 나는 해>라는 작품을 찍을 때야. 바닷가를 배경으로 남녀주인공 투숏을 잡는데, 소품으로 쓰일 그림이 미처 준비가 안 됐다는 거야. 극중 여주인공이 화가였기에 그림 소품은 빠져서는 안 될 것이었지. 다행히 이젤과 캔버스는 있다기에, 5분 만에 바다를 묘사한 즉석 풍경화를 그려서 그날의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 미술이나 소품을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는 비단 이 영화뿐만이 아니었지. 제작자들이 나를 반기는 이유 중 하나도, 주변 스탭들에게 의존하는 법없이 혼자서도 척척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 때문이었어. <악어>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를 찍은 미술가 출신의 김기덕 감독이 웬만한 미술작업은 혼자 해결하는 걸로 알고 있어. 손재주가 있다는 것은 때로 귀찮은 일은 그냥 봐넘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만큼 몸이 힘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스스로 해결하는 거야. 80년대 접어들면서 한국영화계에는 진정한 재미, 진정한 웃음이 들어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어. 홍콩영화가 인기를 끌면 그에 따른 모방영화를 제작해달라는 제작자의 주문이 이어졌지. 당시 제작된 영화를 보면 80년 <애권> <요사권>을 비롯해 82년 <관 속의 드라큐라> <생사결> <신 애권>, 83년 <여애권> <소애권> 등 주로 홍콩의 권법영화를 흉내낸 성인물이 많이 있어. 특히 <애권> 시리즈의 경우 모두 네편의 작품이 이어지는데, 사랑에 관한 권법이라는 뜻인 <애권>은, 당시 각종 무술영화에 단골처럼 얼굴을 내밀던 액션스타 배수천이 등장하지. 그는 74년 이두용 감독의 <(속) 돌아온 외다리>로 처음 선을 보인 뒤, <용호대련>(1974, 이두용 감독), <불타는 정무문>(1977, 남기남 감독), <불타는 소림사>(1978, 남기남 감독)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인기를 쌓아갔지. 그렇게 제작된 영화들은 홍콩이나 동남아 등지로 팔려나갔어. 비슷한 정서를 가진 나라들이어서 평판도 나쁘지 않았어. 그러나 문제는 원판까지 팔아버리는 바람에 현재 수중에 남아 있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거지. 보여주고 싶어도 어쩔 도리가 없어. 계속되는 저예산 흥행영화의 제작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나의 발목을 계속 붙잡아둘 수 없었어. 더이상 팔리는 영화만을 만들고 있을 수 없다고 느낀 나는 84년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작품 <젊은 시계탑>에 도전하게 되지. 정부시책에 맞는 영화, 이른바 우수영화에 도전한 거야. 전자제품 공장에 다니는 여공원과 중공업에 다니는 사내가 우연히 같은 셋방을 계약하게 되고,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함께 살게 되지만, 생활의 어려움과 고향 부모의 반대로 힘들어하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내용적 완성도와는 별도로 다시 한번 창조적인 작업에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었어. 그로부터 2년 뒤 <먼 여행 긴 터널>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나는 극영화를 만들지 않았지. 꼭 여기까지 하고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신인 감독들의 출현과 다양한 장르를 요구하는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일은 진작부터 나를 시험에 빠지게 했어. 어떨 땐 제목을 잘 못 지어 마지막 작품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하며 혼자 웃곤 해. <먼 여행 긴 터널>이라는 제목처럼, 모두 84편의 극영화를 연출한 나의 긴 영화 여행이 갑자기 끝나고 어두운 긴 터널로 들어간 기분이었지. 그래도 25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카메라를 들었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고 뿌듯하게 만들어. 얼마 전 상명대 영화학과 교수자 영화평론가인 조희문씨가 계간지 <영상문화정보>에 실은 글에서 “이형표는 스스로 영화 만들기를 즐겼고,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며, 그의 영화를 보는 관객을 즐겁게 만들어준 ‘감성적 엔터테이너 감독’이다”라고 적어놓은 것을 읽는데, 기분이 좋더라고. 내가 내 자신과 사람들에게 주고자 한 건 강요하지 않은 웃음과 즐거움이었거든. 구술 이형표/ 1922년생구술 50년대 미국공보원(USIS)과 국제연합한국재건단에서 군 홍보 및 기록영화 제작구술 미국 특파원으로 활약하면서 뉴스 제작구술 60년대부터 극영화 86편 작업구술 <서울의 지붕밑> <말띠 여대생> <애하> <너의 이름은 여자> 등구술 80년대 중반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각종 전시관 기획, 설계, 시공 총괄구술 현재 등급위와 진흥위원회에서 활동 중정리 심지현 simssisi@dreamx.net /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2)

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 월드 시네마/ 핀란드/ 아키 카우리스마키/ 2002년/ 97분 ▶ 11월 16일 오후 5시 부산1, 11월 20일 오후2시 부산 1 실직당한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무뚝뚝한 그러나 진심어린 응원.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따뜻해졌다. 그는 예의 그 뚱한 얼굴로 “현실이 너무 비극적이기 때문에 영화는 해피엔딩이길 바랐다”고 말한다.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불경기의 한파 속에서 직장을 잃고 자꾸만 더 낮은 계급으로 추락하는 이들에겐 위무가 필요하다. 카우리스마키는 헬싱키 실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낀 서릿발을 녹여낼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구상하기로 했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과거가 없는 남자>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헬싱키에 온 남자는 밤길에 불량배를 만나 돈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 맞는다. 의사들마저 죽은 줄 알았던 그 남자는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이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을 구해준 홈리스 무리에 섞여 살게 된 남자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고 음식을 나눠주는 구세군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우연히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게 된 남자는 자신에게 아내와 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부부 생활이 이미 파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반색하며, 구세군 아가씨에게로 돌아온다. 보이지 않던 인간이 보인다는 의미에서 <투명인간>의 리메이크격이라거나, 이 모든 이야기가 주인공이 죽은 뒤의 꿈이라는 해석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가 없는 남자>가 간결한 형식에 날카로운 유머를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에는 절대 그 속마음을 헤아리기 힘든 ‘포커 페이스’의 인물들, 여기에 최소한의 동선과 최소한의 장식,천연덕스러운 유머와 풍자가 조응하고 있는 <과거가 없는 남자>는 영락없는 카우리스마키표 영화다.그러나 카우리스마키의 이력이나 그의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오락적인 요소를 갖춘 영화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의 원리 The Uncertainty Principle ▶ 월드 시네마/ 프랑스·포르투갈/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2002년/ 133분 ▶ 11월 17일 오후 8시 대영1, 11월22일 오후2시 대영3 숨은 신의 주사위놀이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지금 올리베이라만큼이나 그의 신작을 애타게 기다리게끔 만드는 감독은 많지 않다. <불확실성의 원리>는 <프란시스카> <아브라함 계곡> 그리고 <편지>로 이어지는 올리베이라 영화의 계보에 놓일 만한 작품이다. 여기서 제목을 통해 불려져나온 하이젠베르크의 유명한 원리는, 삶에 개입하는 우연과 운명에 대한 통찰을 위해 끌어온 메타포이다. 안토니오와 호세, 카밀라와 바네사라는 네명의 남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은 종종 묘사되기보다는 발화되며 신과 신 사이에 생략된 시간은 어느새 인물들이 놓인 상황을 바꾸고 재설정한 것으로 드러나곤 한다. <불확실성의 원리>는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세계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94살의 노대가가 보여주는 신기한 영화이다. 돌스 Dolls ▶ 폐막작/ 일본/ 기타노 다케시/ 2002년/ 113분 ▶ 11월23일 오후 6시30분 부산시민회관, 오후10시30분 부산시민회관 탐미적이고 공허한 사의 찬미 이처럼 탐미적이고 동시에 공허한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돌스>는 기타노가 그의 몇몇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사의 찬미’가 거의 매너리즘에 다다른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노, 가부키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전통극 가운데 하나인 분라쿠를 영화에 도입하려 한 <돌스>는 인물들을 보듬은 풍경이 점점 원색적이고 화려한 것이 될수록 그것 말고는 거의 관심을 끄는 것이 없어지는 영화이다. 여기엔 각기 애틋한 사랑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남녀 인물들이 등장하는 세개의 에피소드가 얽혀 있으며, <하나비>에서처럼 재치있게 시간을 분절하고 조립하는 스타일 또한 보여진다. 부분적으로는, 오 헨리의 원작을 가지고 이와이 슌지가 연출한 것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영화. 스위트 식스틴 Sweet Sixteen ▶ 오픈 시네마/ 영국/ 켄 로치/ 2002년/ 106분 ▶ 11월 18일 오후 8시 부산 시민회관, 11월21일 오후 5시 부산시민회관 글래스고 하층민 소년에게도 희망은 있는가. “열여섯 생일을 축하한다.” 이른 아침 바닷가에서 생일축하 전화를 받은 리암의 얼굴이 어둡다. 그의 꿈은 이미 산산조각 났고, 그는 쫓기는 몸이다. 이제 겨우 열여섯. 소년 리암에겐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일찌감치 학교를 때려치운 말썽장이지만 근본은 착하고 순수한 리암은 미혼모인 누이, 그리고 감옥에 있는 엄마와 함께 머물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어한다. 마약 거래든 뭐든, 할 수 있고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하면서 어렵사리 돈을 모은다. 그러나 감옥에서 나온 엄마는 다음날 젊은 애인의 집으로 떠나버린다. 가족과 함께 사는 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이 절망의 끝에서, 그래도 미래가, 희망이 남아 있음을 믿어야 하는가. 켄 로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켄 로치가 위대한 시네아스트인 건 그래서이다. <스위트 식스틴>은 영어권 영화인데도 글래스고 지역의 사투리 억양 때문에 영어 자막을 넣었던 칸영화제 상영 때와 달리, 얼마 전 영국극장 개봉 당시엔 초반 몇 분 동안만 자막을 넣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리암처럼 당신(관객)도 이제부터 혼자 견뎌야 한다”는 것. 욕설이 난무한다는 이유로 등급을 불리하게 받은 문제 등이 겹쳐, <스위트 식스틴>은 관객몰이에 실패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런 흥행 실패가 켄 로치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 대중 매체에서 사라져간 좌파의 자리를 지난 40년간 지켜온 켄 로치가 아닌가. 그는 또다시 영국 사회의 하층민들과 마주할 것이고,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3)

황혼의 여행 Journey of the Gray Men ▶ 아시아영화의 창/ 이란·일본/ 아미르 사합 라자비안/ 101분 ▶ 11월21일 오전 11시 대영6, 11월20일 오후 5시 메가박스9 옛 사랑의 그림자를 따라서 이란의 세 노인은 채 매듭을 짓지 못한 젊은 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먼 여행길에 오른다. 노인들은 그들만큼 나이를 먹은 자동차를 타고 추억이 서린 곳을 향한다. 하지만 세상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아이들은 노인네를 조롱하고 경찰은 그들의 여행 목적을 의심한다. 가까스로 닿은 그곳에서 주인공 에스판디아르는 여전히 수줍은 모습의 옛 사랑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도망친다. 그토록 그리던 옛 님과의 재회를 포기한 이유를 묻는 두명의 동료에게 에스판디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이 두개의 짦은 기억으로 포장될 수 있도록….” <황혼의 여행>은 다큐와 극영화의 중간쯤에 서 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면 감독이 나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감독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떠올렸고, 아버지를 직접 출연시키고자 했으나 건강이 안 좋아 아마추어 배우들을 기용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감독이 실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옛 사랑에 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지만, 꼬깃꼬깃 접은 옛 사랑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료마의 처, 그녀의 두번째 남편과 정부> Ryoma’s Wife ▶ 아시아영화의 창/ 일본/ 이치가와 준/ 2002년/ 115분 ▶ 11월16일 오후 1시30분 부산극장1관 , 11월19일 오후 2시 부산극장1관 료마의 아내로 살것인가, 여자로 살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메이지유신을 성공으로 이끈 사카모토 료마가 서른세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십여년이 흐르고 추모식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료마의 아내 오료가 시장의 점쟁이와 결혼해 거지꼴로 살아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이미 오료는 두번째 남편도 모자라 료마를 닮은 남자 토라조와 바람이 난 상태. “료마의 아내로 살기 싫어한다면 죽여.”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료마의 아내를 신성한 존재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오료로부터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고 한다. 이후 한 여자와 세 남자의 기묘한 애정관계, 료마를 쏙 빼닮은 토라조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의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미타니 코기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주인공 오료 역의 스즈키 교카 역시 <웰컴…>에서 주부작가로 등장했던 그 배우. <질투는 나의 힘> Jealousy Is My Middle Name ▶ 새로운 물결/ 한국/ 박찬옥/ 2002년/ 123분 ▶ 11월15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3관, 11월18일 오후 4시30분 부산극장1관, 11월21일 오후 8시 메가박스8관 질투는 동화(同化)의 1단계 혹은 선망의 동의어. 대학원생 원상은 궁금하다. 저 남자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엇이 여자들을 저이에게 빠져들게 만드나. 애인을 늙어빠진 출판사 편집장 한윤식에게 빼앗긴 원상은 그런 미묘한 호기심과 질투심을 안고 그의 출판사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성연을 만나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성연 역시 며칠 만에 한윤식과 여관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한윤식은 젊지만 별 야망도 꿈도 없어보이는 원상이 싫지가 않고 그를 항상 주변에 두려한다. 이상한 일은 원상 역시 한윤식의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인 <질투는 나의 힘>은 우리가 흔히 ‘질투’라고 뭉뚱그려 일컫는 감정에 정교하게 메스를 가져다대는 영화다. 느린 호흡 속에 특별할 것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날카로운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마을의 봄> Springtime in a Small Town ▶ 아시아영화의 창/ 중국/ 티엔 주앙주앙/ 2002년/ 116분 ▶ 11월15일 오후 8시 메가박스7관, 11월16일 오전 11시 대영시네마1관 꽃 피는 작은 마을엔 봄이 왔건만, 연인 돌아온 부인 마음엔 근심만 가득하네. 전쟁의 페허더미 속에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그러나 도시에서 온 친구와 부인은 어린시절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던 사이. 병약해 약을 달고 살아가는 남편에게 최소한의 의무만을 지키며 시체처럼 살아가던 아내에게 다시 찾아온 옛 연인은 가슴 설레는 봄비와 같다. 그의 등장으로 겨울 같던 집안에 오랜만에 활력이 돌지만 우정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는 친구는 끝내 친구의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동생의 생일날, 흥청망청 취한 아내와 친구는 자신들의 감정을 남편에게 들키고 그들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남편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페이무 감독의 1948년작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중국 5세대 감독인 티엔 주앙주앙이 자국에서 상영금지조치 당한 <푸른 연>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