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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와 ‘스위스 커넥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제20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가 28일 스위스 전역에서 동시 개봉된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탄생 4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의 주인공 본드와 스위스의 각별한 연(緣)에 초점을 맞췄다. 본드가 전지전능한 영국 스파이의 대명사로 묘사되고 있지만 본드의 어머니가 스위스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화팬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본드와 ‘혈연’관계외에도 지금까지 3편의 007 시리즈에서 스위스가 7번이나 촬영장소로 사용됐다는 점도 ‘스위스 커넥션’을 내세우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영화의 원작인 이언 플레밍의 추리소설에 따르면 실제로 본드의 아버지 앤드루 본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며 어머니 모니크 들라크루아는 제네바 인근의 보(Vaud) 칸톤(州)에서 태어난 스위스인이다. 제임스 본드 팬클럽의 회원인 앤지 슈밥은 스위스국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가 모계로 반(半) 스위스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007 시리즈에서 촬영장소로 사용된 지역 가운데 일반인과 관광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융푸라우 반대편 정상에 있는 ‘쉴트호른 전망대’이다. 호주 출신의 배우 조지 라젠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드역을 맡았던 제6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쉴트호른 봉(峰) 정상의 회전식당을 파괴하는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제작사와 시공업체간에 상업적인 흥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8년 촬영 당시에는 회전식당 건축이 초기단계에 있었으나 시공업체가 자금난에 빠지는 바람에 공사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으며 제작사는 쉴트호른 전역을 독점 사용하는 대신 촬영이 끝난 후에 회전식당 건축비용을 부담하는 선에서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쉴트호른 전망대측은 007 시리즈 덕분에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됐으며 회전식당 고정메뉴로 ‘본드 스페셜’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는 미니영화관까지 개설하는 등 ‘본드특수’로 짭짭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어 피어스 브로스넌은 95년에 제작된 골든 아이(Golden Eye)」에서 로카르노 인근에 있는 높이 220m의 베르자스카 댐에서 번지 점프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브로스넌의 대역을 맡았던 스턴트맨은 기록경신에 도전하는 용기를 발휘하기 까지 2주간이나 망설였다는 후문이다. 개봉 이후 베르자스카 댐이 유명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문가지이며 일부 배짱이 두둑한 관광객들에게는 지금도 번지 점프를 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007 시리즈의 ‘스위스 커넥션’은 본드의 혈통과 촬영장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시리즈 제1탄 <닥터 노(Dr. No)>에서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본드걸 우르술라 안드레아스가 수도 베른 출신의 스위스 여성이다. 우르술라가 촬영당시 착용했던 비키니는 최근 영국 경매시장에서 수영복으로는 사상 최고가인 10만프랑(6만7천 달러)에 팔렸다. 또한 72년 숀 코너리의 뒤를 이어 본드역에 발탁돼 7편의 시리즈에 주연으로 활약했던 로저 무어는 현재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 크랑 몽타나에 거주하고 있으며 알프스를 바라보는 휴양지 그스타드에 샬레(오두막)도 보유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죽어도 좋아> 두 주인공의 영화같은 연애이야기(3)

老年(노년) 할아버지는 영화에서처럼 할머니와 사랑한 날이면 달력에 새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산다. 그리고 종종 ‘낮거리’라고도 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앞으로도 달력이 많이 필요하다. 박치규: 글쎄 젊은 사람들도 영화 보면서 인자 나도 늙는다 하지만 앞으로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하는 취지랄까. 그런 마음이 들어서 좋아할 것 같애. 늙는 사람들 하는 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딴 것이 아니다 싶어요. 일단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성관계를 하고 그랬다 해서 흉보지 말고 그만큼 활동할 수 있고 뭐 신체적 여건이 갖춰지면 다른 사람들도 이런 뜻에서 살아줬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이순예: 그래요. 늙었다고 못하는 게 아니라 자기 신체조건만 되면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고 크게 부끄럽다고 생각 안 할 것 같애. 당연히 젊은 사람들 감동이 들어갈 거여. 자기 부모님에 대해 생각도 좀 해보고 70대 노인들이 저만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한다면은 이것도 하나의 영광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이번 영화가 여런 관객 여러분들이 부끄럽게 보시지 말고 아주 기분좋게 감탄해서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우리 바람이 그겁니다 씨네21: 요즘도 사랑하시고 나서 달력에 체크하세요. 박치규: 하고 있죠. 씨네21: 새해 오는데 새걸로 하나 또 마련하셔야 하겠네요. 박치규: 아. 그러죠. 달력도 날짜 크게 나오고 또 좀 (여백이) 넓적한 거. 그래야 딴 것도 표기하지. 지금도 하고 있어요. 목욕한 거, 이발한 거, 잠자리 한 거 표시해. 그게 다 똑같어. 특별히 영화찍는다고 특별히 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사는 것을 하나 거짓말 보탬 없이 찍었어. 그래서 나는 우리 영화는 사실 영화다 생활영화다라고 주장하고 싶어. 정말로 거짓말 하나 없어. 이순예: 싸우는 장면도 그래요. 전에 콘도에 갔다가 내가 옆방에 놀러가서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맨발로 찾아다닌 적이 한번 있거든. 한마디로 말하믄 신혼생활인데 없어졌으니까 당신 말대로 어디 가서 순예를 찾느냐고 놀랐던 것이야. 그래선지 재방송할 때도 감정이 살아나요. 처음엔 어수선했거든. 근데 할아버지가 딱 화나서 뭐라시니까 울음도 서럽게 엉엉 나왔어요. 박치규: 아 그래도 내가 영화에서처럼 아무리 싸우고 기분이 나쁘고 상대방이 나한테 실수를 했다 그래도 상대방이 미안해요, 앞으론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하고 말 한자리 해주면 전부 다 잊어불고 다신 생각 안 해요. 이순예: 할아버지가 애정 표현을 잘하시지. 구식분답지 않게. 애정 표현 잘해주니까 그게 제일 좋아요. 아 기분이 안 좋으면 ‘화 풀어’ 하면서 여보가 뽀뽀해주고 그러니까. 시방 70된 남자들이 그렇게 안 해주는 남편이 많을 거예요. 근데 할아버진 잘하세요. 내가 바라는 것도 그거고. 박치규: 천생연분인갑다 해요. 불교로 말하면 인연이고. 아. 이 이야길 빼먹었구나. 내 시계도 저그 왕종근이 나올 때 퀴즈 맞혀서 탔거든요. 할머니도 노래 자랑 신청해서 탄 거고. 이순예: 아무 연습도 안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신청을 해가지고 와요. 박치규: 나는 틀니라 음이 좀 새가지고 예선에서 떨어지고 할머닌 됐지. 이순예: 아닌 밤중에 홍두깨잖아. 박치규: 할머니는 나 만나가지고 좋은 기회만 차지하는 거여. 이순예: 그래도 같이 해야 1등한다니까. 박치규: 사랑이나 그런 쪽으로는 너무 이상적인 커플이여. 영감들하고 같이 만나면 할머니랑 같이 살면서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고 그래. 다 할머니가 잘해줘서 좋아진 거여. 그 사랑에는 변함이 없죠. 이순예: 몸은 늙으니까 변할 수 있어요. 그래도 마음은 안 변할 거예요. 청춘가(靑春歌) 박치규: 라디오에서 전화로 하는 장기 자랑이 있어요. 그거 신청을 해갔고 노래를 불렀는데 한나 필요없이 너무 잘 부른 거예요. <청춘가> 가사를 우리가 지어서 불렀거든요. 고거 가사도 너무 좋았고 장구치는 심사위원이 그 사람들 ‘방송 탈 만하네’ 이러드라고. 그냥 음성으로 우리 여기서 청춘가 한자락씩 부를까. 그렇게 할까 어째 괜찮어 이순예: 목도 안 풀었는데. 박치규: 우리들의 만남은∼ 이순예: 잠깐만요. 하나, 둘, 셋! 박치규, 이순예: 우리들의 만남은∼ 성동구 복지관∼청춘갈 부르다가∼좋다∼사랑을 맺었네∼. 박치규: 얻었네. 얻었네∼천하를 얻었네∼에에에∼이순애 박치규가∼얼씨구나∼천하를 얻었네 이순예/떴다 보아라∼무엇이 떴드냐∼이순애 박치규가∼얼씨구∼테레비에 떴구나. 박치규: 우리들의 금실은∼양귀비 금실이요∼하루종일∼웃음꽃이 넘쳐 흐른다 이순예, 박치규: 반갑네 반가워∼귀엽고 반가워∼박진표 이수미가∼반갑고 귀여워요. 떴다 보아라 테레비에 떴구나∼이순애 박치규가∼얼씨구나∼ 테레비에 떴구나∼땅따다당. 마지막 작별 인사 대신 내놓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선물. 담배 연기 자욱한 마감 직전의 <씨네21>과 같은 층의 <한겨레21>은 잠시 숨을 멈추어야 했다. 박치규: 근디 그 소리 받는 것이 박자가 맞어야 하는디. 연습도 쪼까밖에 못해서. 귀엽게 봐줘요. 진행 및 정리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죽어도 좋아> 두 주인공의 영화같은 연애이야기(2)

씨네21: 할아버진 체력이 좋으신가 봐요. 평소 운동을 하시나요. 박치규: 부모한테서 몸을 잘 타고났어. 내 피부 보면 지금도 좋고. 신문 어딘가에서 보니까 피부 좋은 사람한테 행복과 건강이 온다고 했든가 기사가 한번 났더라고.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피부 나쁘면은…. 여기에다 나 같으먼 하루에 육류로 한끼는 먹어야 해. 그게 생활신조야. 말하자면 65살 이상 나이먹은 사람은 자기 영양섭취를 해야만 하거든. 근데 그게 고기 이상은 없어. 당뇨다 뭐다 해서 야채들 많이 먹고 어떻게 해야 좋다고 하지만, 내 본시 생각은 그래. 씨네21: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박치규: 외려 결혼 사진 찍는 장면이 힘들었어. 마누라는 드레스 입고 나는 정장하고 찍는데 근 20번은 찍었는가 그런데도 다시 찍자고 그러니까. 그게 젤로 힘든 것 같애. 근데 표정이 안 나오니까. 내 생각으론 이보다 더 표정을 못 내겄는디 하고, 그럼서도 이번엔 잘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반복하고 표정 넣으려니까. 이순예: 표정이 안 나오니까 난 다시 나갔다 들어오고 수십번 한 거 같애. 그래도 우리 박 감독님 너무 애썼어. 말수가 없긴 하지만, ‘왜 그렇게 못해요’라고 화 한번 안 내고 영화를 찍으셨으니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사실 다큐멘터리 촬영할 때 내친 김에 할아버지랑 영화까지 찍는다고 들어서 흐뭇했는데. 막상 찍어보니까 힘들거든. 난 싸우다 울 때,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눈물 확 터지고 진짜 속에서 우러나는 울음 울었는데 조금 하니까 목이 너무 아픈 거야. 박치규: 가정집이라 비좁고 그러니까 하루에 많이 못 찍고 그랬어요. 국민체조 하는 대목은 여름이 아니라 좀 추울 때라 그거 찍고 감기 걸렸어요. 그냥 런닝구 입고 반바지 입고 할라니까. 이순예: 여름에 암만 더워도, 난 선풍기를 못 틀거든. 바람이 싱씽 오는 게 싫거든. 근데 너무 더우니까 할아버지는 에어컨 틀고 선풍기 틀고 그러는데. 박치규: 복날에 삼계탕도 먹고 그랬지만. 더운 걸 어떡해. 반바지만 걸치고 살 때가 많았으니까. 歡喜(환희) 할아버지와 할머니 방에선 만날 깨가 쏟아진다. 서로를 품고, 자신을 느끼고, 뭣보다 언제나 한몸이다. 그래서 영화 속 애드리브는 더없는 대사다. 박치규: 마지막에 부부가 청춘가를 서고 주고받는 장면이 너무 좋아. 대중이 볼 때도 그걸 젤 좋아할 것 같애. 이순예: 그래도 소리하는 사람으로선 그 장면이 항상 부족해요. 연습을 조금 하고 찍었지만, 내 맘에 꼭 들지는 않아요.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요. 부부가 주고받으니. ‘얼씨구나 지화자 좋아’ 그러면 끊어지기 전에 할아버지가 언넝 잘 받으셔서. 박치규: 할머니한테 민요는 좀 많이 얻었어요. 민요는.본디 잘하니까. 이순예: 당신도 가요를 잘 부르셔서 그런지 처음에도 곧잘 하셨어요.. 박치규: 창부타령도 좋지만, 가요는 <무정한 사랑>도 좋아해. 성민호가 부른. 그거 부르면 박수가 많이 터졌어. 이순예: 혼자서는 사실 빛이 안 난다고 봤는데 할아버지랑 나가면 만날 1등 하고 그러니까. 박치규: 상품으로 우산도 타고 시계도 타고 담요도 타고 치약도 타고 넥타이도 타고 홍삼도 타고. 씨네21: 상대의 연기에 대해 품평을 해주신다면. 박치규: 나는 할머니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니까 아조 커플이 배우로 잘 만났다, 만족헌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 이순예: 제일 연기 잘한 거는 <청춘가> 부를 때 생각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아주 못하는 척 바보 비슷하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대사에 없는 말이 나오더라고. 아니 코미디 하슈 코미디 저리 가라네. 아유 배삼룡씨 저리 가라네. 정말 그렇게 연기력이 좋으시더라고. 씨네21: 고무 다라이에 들어가서 장난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박치규: 영화니까 그렇지 실지로는 더 잘했어요. 우린 그냥 좋아서 웃고 막 난리를 치고 애기들 장난치대끼 한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조금밖에 안 나왔더라고. 영화에서는. 이순예: 머리를 감잖아요. 할아버지 머리 감겨주고 싶어서 비누칠을 해놓고 보니 장난으로 머리카락을 세워보고 싶은 거야. 근데 그러고 나니까 너무 웃겨. 거기서 웃음보가 막 터진 거지. 박치규: 마누라 특성이 간지럼을 많이 잘 타요. 그니까 조금만 손이 가믄 막 웃고 죽는 거여. 나는 더 좋아서 장난치고 그랬어. 그래도 멋지게 장면, 장면이 잡혔어요. 영화라는 게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박 감독까지 셋이 딱 코드가 맞아 가지고 찍었으니까. 이순예: 미련이나 후회가 없어. 근데 또 하게 되면 더 잘할 것 같애. 박치규: 그렇지. 생각을 안 해봤어도 속편 찍는다면 영광이지. 배우(俳優) 마음고생도 심했다. 알몸을 내보인 영화라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찍은 영화가 곧바로 개봉하지 못해서. 그런 점에서 박치규, 이순예는 엄연한 배우다. 박치규: 아, 그렇지. 그것은 더 잘 알겠지만 우리 영화가 제한상영을 두번 받았잖아. 그러니까 방송에 나오고 그러믄은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제한상영가를 받어노니까 아이 너무 고민이 많아가지고. 그러다 이번에 상영허가를 받으니까 마음이 날 것 같고. 큰애기 마냥 들뜬 마음이여. 활발해진 거지. 요새는 새벽 3시까지 이야기하고 그래. 그냥 잠이 안 와서 또 너무 재밌어서 날새기도 치고 그렇지. 이순예: 영화를 찍었는데 난 바로 상영이 되는 줄 알았더니 제한상영받았다고 그러니까 기가 막혔어요. 젊은 감독이 늙은 사람들 세계를 알렸다고 봐야죠. 어후, 내가 근데 망신을 당한 거야. 우린 용기를 가지고 즐겁게 사는 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선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제한상영을 받다니. 참 내가 부끄러워서 갈 데가 어딘가 그랬다니까. 이 영화 언젠가 ‘다시 뜰 거다’ 하면서도 만에 하나 안 뜬다면 애들 말대로 어느 절로 가야지 그랬어. 너무 민망시러워서. 박치규: 누구더라. 김수용 감독. 맞아. 나랑 동갑이라고 일흔셋. 섭섭해서 난 그랬어요. 기준이 있어서 판정을 그렇게 했다는데 잘못 된 거 아니냐 정 안 되면 헌법재판소에 제출해보면 어쩌냐. 더헌 영화도 많잖아요. 근데 우리 정도가지고 제한상영을 준다는 것은 판정을 잘못한 거 아니냐, 난 그렇게 서운했어요. 진정서를 내던가 할 수 있는 건 뭣이든 하겠다 그랬어요. 거기에다 이북서 온 <동물의 쌍붙기> 영화 있잖아.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우리 영화가 제한상영을 받았다니 이거 사람이 도대체 세상에, 같은 동물이라지만 연장선상에서 똑같이 취급하는 것 같고 우린 그것 때문에도 속이 많이 상했어요. 이순예: 박 감독은 얼마나 속상했겠어. 우리 중에 젤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직접 촬영을 했으니까. 박치규: 박 감독 생각은 그것이 우리 영화에서 꽃이다. 더 손댈 수가 없다 그런 각오로 했어요. 그런 것 같애요.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PIFF 2002 엔딩 크레딧 <6>

◀ ‘붉은 악마’들의 동복 패션이 아니다. WTO 문화시장 협상을 앞두고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회원으로 이뤄진 시위대가 PIFF광장에서 문화시장 개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 민족과 집단의 영혼이 담긴 문화는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 ▶ 무릇 모든 사물에서 도(道)를 찾을 수 있는 법. 삶과 진실과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야말로, 그 자체가 도를 논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 스님이 부산영화제의 지도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책자 속에서 길을, 도를 찾고 있다. ◀ 손을 닦는다.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손자국이 행인들의 발길에 더럽혀지는 게 안타까워서였을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들 핸드프린팅에 손의 윤곽을 남긴 거목들의 진짜 손은 지금 카메라를 붙들고 있으니까. ▲ 야호! 부산영화제를 온몸으로 지켜낸 자원봉사단이 11월13일 부산시청에서 발대식을 갖고 있다. 하늘처럼 상쾌한 빛의 옷과 마음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매표구에서, 극장 입구에서, 사무국에서 영화제와 함께 쾌속질주했다. ▼ <바람의 파이터>의 주인공이 된 비는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늘 강한 남자를 꿈꿨는데, 어린 시절 우상을 연기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곧 해병특수훈련과 극진 가라테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거기 울고 있는 언니들, 너무 걱정하진 마시라. 비 쿨! ◀ 꺅, 비가 온다! 열흘 내내 화창했던 부산에 11월17일 비가, 그것도 엄청난 비가 왔다. “너 황소야 나 최배달이야-”의 바로 그 주인공 최영의의 삶을 그리는 <바람의 파이터> 제작발표회 자리에 인기가수 비가 주연 자격으로 찾은 것. 이날 행사장인 조선비치호텔을 찾은 여기자들은 모두 숨죽이고 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기만 했다나, 어쨌다나. 사진 <씨네21> PIFF 사진팀 손홍주, 임종환, 배찬효, 이동민, 윤미연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국민통합21 前대선후보 정몽준

<씨네21>은 지난호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연쇄 인터뷰의 목적은 12월1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각 정당들의 영화영상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미리 살펴보는 것입니다. 덧붙여 대통령 후보들의 문화적 소양이나 문화관까지 독자들이 엿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단,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서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11월15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주를 보냈을 것이다. 이는 후보 단일화 방안을 위한 양쪽의 실무 협상의 진행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무산 위기-협상 재개-막판 진통 등 향배를 쉽게 점칠 수 없다는 언론의 관측들이 일주일 사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랬으니 국민통합21쪽에서 “정 후보와의 대면인터뷰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다”면서 11월20일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만을 보내온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씨네21>은 서면 답변을 받은 직후, 다소 추상적이거나 뜻이 분명치 않은 일부 답변에 대해 추가 질의했으나, 정 후보쪽은 “현재 민주당 노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일정이 촉박하다”며 답변에 난색을 표시했다. 결국 인터뷰는 1차 서면문답으로 이뤄졌다. 문화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습니다. → 21세기는 문화시대입니다. 문화의 발전은 특정기술개발이나 집중적인 투자 등 의도나 의지에 따라 단기간에 활성화되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장기간 투자해야 문화와 문화산업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산은 장기적 투자를 전제로 전체예산 대비 최소한 2% 이상은 돼야 하며 영화진흥금고에 대한 추가 출연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문화발전을 위해 문화중흥 5개년 계획을 세워 예산확보와 구체적 문화예술진흥방안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겠습니다. 현 정부는 스크린쿼터 유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월30일 WTO 회원국 23개국에 대해 양허요청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미국, 중국 등의 스크린쿼터 폐지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 스크린쿼터제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만 국내 영화의 해외진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장기적으로는 축소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직접적인 방안보다는 국내 영화의 제작이나 마케팅, 해외진출, 극장건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안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투자협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지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역시 스크린쿼터제를 문제삼게 될 텐데요. → 한-미투자협정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국내 기업의 신인도를 제고함은 물론 우리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있어 미국이 고집하는 스크린쿼터제 폐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상황과 여건을 잘 설명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쉬쉬하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설득하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외교라고 생각합니다. 주5일근무제 도입은 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후보께선 어떤 입장이신지요. →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만 정부와 노사가 시간을 갖고 좀더 연구하고 검토하여 국민을 위한 정책목적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입법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주5일제가 본격 시행되면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문화시장의 급팽창에 따라 많은 부분이 시장논리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특정계층이나 특정분야의 문화진흥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노년층을 위한 문화공간이나 콘텐츠, 순수예술분야와 전통예술분야, 일부 마니아 중심의 문화, 새로운 문화조류,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 분야 등 인기가 없거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분야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의 문화기구 지원에 있어 자율성 보장은 필수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만 하더라도 정부가 예산승인권을 갖고 있어 핵심 사업 추진에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영진위의 자율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주어져야 책임있고 소신있는 행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를 문화콘텐츠진흥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문화콘텐츠 육성 및 지원에 대해 정통부와 문화부간 영역싸움이 있고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러 부서에서 산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콘텐츠진흥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른바 밥그릇 싸움으로 비슷한 기능의 조직이 산재하면 오히려 예산이나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올해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 상도 많이 받고 있고 또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가 국내에서도 성공하고 외국에도 높은 값으로 판권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의 한류 열풍도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영화 차원을 넘어 문화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주요 국가에 한국문화관이나 한국문화단지, 코리아타운 등을 설립하거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일본정원(Japanese Garden)이 많이 있고 이것이 일본 문화를 세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중국의 차이나타운은 세계 주요 도시에는 모두 있습니다. 좀더 크게 보고 추진하겠습니다. 지금 한창인 부산국제영화제 이외에도 부천, 광주, 전주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년 이들 영화제의 경우,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 사실 국내에는 국제영화제가 많이 있는데 아직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제는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점차 주목받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칸이나 로카르노, 베니스 등의 영화제에 비해서는 솔직히 모자라단 생각이 듭니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영화제가 국제화를 추진하다 하나도 안 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영향력 있는 국제영화제로 만들어놓으면 한국영화제의 입지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도 영화제별로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장르별, 지역별 특화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에 관한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일었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에 두 차례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려서인데요. 후보 개인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표현의 자유는 어려운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가급적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인 규제, 즉 표현물이 노출되는 통로나 방식, 노출되는 계층에 대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힙니다. 대표적으로 상영등급을 엄격히 하고 그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노부부의 성도 노인들이 보면 자연스럽고 정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는 문제는 법원의 판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표현물에 대한 판례가 매우 빈약한데다, 검찰이나 경찰이 표현물에 대해 수사할 때 구속 수사로 진행해서 법원 결정 이전에 사전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요. 표현물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으로 한다는 방침을 천명하실 의향은 없습니까. → 표현물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으로 되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사고의 자유, 창작의 자유라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지극히 상업적인 이유나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 것은 엄격히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 한편을 고르라면 <태백산맥>입니다. 이 밖에 <벤허> <쉰들러리스트>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 <안네의 일기> <쉬리> 등도 재밌게 봤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들을 들라면 임권택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찰턴 헤스턴, 안성기씨라고 답하는 이유도 앞의 영화들에 대한 기억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별들의 곤두박질

올라가는 길보단 내려오는 길이 훨씬 쉽다. 인터넷영화사이트 FILM THREAT는 최근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스타 50인을 선정해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발표했다. FILM THREAT에 따르면 이 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프리미어> 등이 선정하는 파워50 순위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FILM THREAT는 5년쯤 전에 발표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나 <프리미어> 순위와 비교해보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친절한 안내를 덧붙이기도 했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자리에서 빛났던 이들 중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러셀 크로다. <뷰티풀 마인드>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기도 했던 러셀 크로는 무례한 태도 때문에 불명예를 안았다. “사람들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그는 <글래디에이터>에서 <미스터리 알래스카> 같은 B급영화 시절로 미끄러지게 될 거”라는 것이 FILM THREAT의 평이다. 2위는 “진짜 연기를 했던” <헤더스> <귀여운 바람둥이>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위노나 라이더, 3위는 “돈을 주고 영화를 주면 잘할 수 있을 테지만” 더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쿠바 구딩 주니어가 차지했다. 4위와 5위에는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와 드림웍스의 돈만 낭비하고 있는 우디 앨런, 두 노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FILM THREAT는 30위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속편들을, 40위엔 슈퍼히어로영화를 만들겠다고 덤비는 감독들을 각각 올려 매체의 입장과 함께 유머를 과시하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파워맨까지 올려놓은 이 리스트를 마음에 두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스타들의 현재를 빈정대는 재미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듯하다.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2]

축복다카시 도시코 | 일본 | 80분 | 2001년감독 다카시 도시코가 사쿠라와 동행하여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이 살던 오사카의 좁은 오이시아파트를 찾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좁디좁은 단칸방들이 죽 붙어 있는 오래된 목조건물. 그곳에서 병으로 한쪽 유방과 한쪽 다리를 잃은 할머니하루와 그녀가 키우는 두 마리의 고양이, 그 고양이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는 다른 할머니 수미가 쓸쓸하게 살고 있다.잠시 뒤 영화는 어느 스트립클럽의 SM쇼를 보여준다. 가슴을 벨트로 조이고 촛농을 다리에 떨어뜨리며 고통스런 쇼를 하는 이 무대의 무용수가 바로 감독과 동행하던 여자 사쿠라, 이 영화의 내레이터이기도 하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연인은 다시 오이시아파트를 찾는다. 돌아오는 차 안, 나란히 앉은 사쿠라와 감독 자신의 얼굴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과연 이 영화는 왜, 어떻게 퀴어영화인 것일까. 영화는 마지막 한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밀을 드러낸다. 사쿠라와 다카시가 마치 수미와 하루 할머니처럼, 혹은 하루와 그녀의 고양이처럼 너무나 외로운 영혼이고 동시에 서로에게 아주 따뜻한 영혼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도, 섬세한 감수성의 아름다운 퀴어영화. 화성의 캐논가자마 시오리 | 일본 | 121분 | 2001년공연티켓판매점의 스물아홉살된 점원 키누코와 요리를 잘하는 여자아이 히지리의 사랑 이야기. 매주 화요일마다 유부남인 애인과 만나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는 여자 키누코는 어느 날 길거리의 점집을 찾는다. 그리고 점 보는 젊은 남자와 그의 ‘사촌’ 같은 친구 히지리와 친구가 된다. 레즈비언인 히지리는 곧 키누코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유부남과의 불행한 연애에서 벗어나기를 종용한다. 키누코는 남자를 떠나 히지리와 동거를 시작한다. 한 여자를 두고 일어나는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삼각관계 이야기를 바탕에 둔 채 이 영화는 두 여자간의 친밀한 심리적 교류에 초점을 맞춘다. 천사의 낙원아카히로 스즈키 | 일본 | 61본 | 2000년게이, 게이의 여자‘친구’, 그리고 그녀의 남자애인이 등장하는 독특한 청춘영화. 이성애포르노영화의 배우인 게이 다카치는 애인인 소라오가 사라진 뒤 도쿄에서 9시간이 떨어진 시골 고향으로 돌아간다. 집이 여관을 하는 카타치는 도쿄에서 만났던 여자친구와 그녀의 남자애인을 그곳으로 부르고, 그들에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 같아”라고 고향을 소개한다. 영화는 이 세명의 야릇한 관계의 친구들을, 달리는 차 안의 스치는 풍경을 계속적으로 보여주는 화면과 더불어, 아련한 쓸쓸함으로 묶어낸다. <음란소년들>의 이마이즈미 고이치 감독이 타카치 역을 연기했다.음란소년들이마이즈미 고이치 | 일본 | 80분 | 2002년2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게이 커플,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갓창’과 바람둥이 ‘타카유키’가 펼치는 게이로맨틱코미디. ‘외도’를 일삼는 타카유키를 갓창이 미행하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수엣신의 자매들야우칭 | 홍콩, 미국 | 80분 | 1999년중국의 레즈비언 여성들을 인터뷰한 화면과 남장한 여자가 등장하는 중국 정통 가극 화면을 교차편집, 혹은 겹쳐 보이게 함으로써 중국 퀴어문화의 계보를 더듬어보는 홍콩의 레즈비언 작가 야우칭의 실험영화. 다소 거친 연결이 흠이지만, 아이디어는 독창적이다.상하이 패닉앤드루 쳉 | 중국 | 87분 | 2001년열병이 계속되자 에이즈를 의심한 베이는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처음, 네명의 친구들은 약에 취해 시간을 보내지만 갈수록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자 자살시도 등을 논하며 점점 더 서로에 대해 강하게 결속돼간다.▶[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1]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3]

[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1]

소년은 자라도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1883년 처음 소년들의 마음속에서 돛을 펼쳤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먼바다를 헤치고 한 세기를 살아남은 이 고전이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제작한 <보물성>은 애꾸눈의 외다리 실버와 그의 어깨를 지키는 앵무새, 굳은 의지로 보물섬에 도달하는 소년 짐, 노래를 부르며 파도를 가르는 해적들을 우주공간으로 소환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렇다면 바삭거리는 종잇장 사이에서도 불어나오는 것 같았던 짠 바다냄새, 아이들의 마음을 수평선까지 실어나르던 그 매혹적인 향기는 진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프로듀서 로이 콘리는 “우리는 원작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면서 원작을 사랑하는 관객의 근심을 덮어버렸다. <보물성>은 어린 시절 꿈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도 그 시작만은 결코 잊지 않는 천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3D 우주공간 항해하는 2D 캐릭터<보물성>의 미술을 담당한 닐 에스커리와 앤디 가스킬은 취재진을 만나는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포근한 색조의 유화 한점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묵직한 시간을 싣고 있는, 낡았다기보다 세월과 함께 익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그 그림 속의 함선이 <보물성>을 지탱하는 전제였다고 설명했다. 책장을 펼치면 레이저포로 무장한 해적선이 눈앞에 떠오르는 미래의 모험담이지만, <보물성>은 ‘해적의 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다. SF와 옛 전설이 친숙하게 섞여 있는 <보물성>은 다시 한번 익숙한 뱃길을 따라 탐험을 시작한다.여인숙을 경영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짐은 어렸을 때부터 전설의 보물성 이야기에 젖어 자랐다. 몇년의 시간을 바람처럼 뛰어넘은 뒤, 말썽많은 십대 소년으로 성장한 짐은 여인숙 근처에 추락한 스페이스 크루저에 달려갔다가 죽어가는 외계인으로부터 이상한 공 하나를 넘겨받는다.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직관으로 공의 비밀을 밝혀낸 짐.그는 여인숙 단골이자 천재과학자인 도플러 박사와 함께 탐험선을 장만하고 선원을 모아 보물성을 찾아떠난다. 노를 바로 세우고 돛폭 가득 전자파를 받아안은 호쾌한 시작도 잠깐, 날렵한 여선장 아멜리아와 충직한 항해사 미스터 애로우는 짐을 함선 밑바닥 주방에 처박는다.짐이 올라탄 ‘RLS(Robert Louis Stevenson) 레거시’호가 출항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차갑고 이성적인 SF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중력유지장치가 가동되고 물결 대신 전자파가 배를 밀어내지만, 레거시호는 미지의 항로를 따라 떠나는 18세기 범선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보물성> 제작진이 18세기와 미래의 시대적 요소가 70 대 30의 비율을 유지하도록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공동감독 존 머스커는 SF와 소설 <보물섬>을 동시에 사랑하는 인물. 머스커는 오랜 파트너 론 클레멘츠와 함께 <보물섬>을 SF버전으로 각색하면서도 소년 시절 기억 깊이 각인됐을 원작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우주로 떠나는 선원들이 18세기풍 셔츠와 제복을 입고 있는 점이나 스페이스 크루저를 받아들이는 여인숙이 나무로 지은 구식건물인 점, 외계행성이 마치 무인도에 불과한 것처럼 아무 장비도 없이 활개칠 수 있는 점 역시 이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 오류를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짐의 여정이 좀더 굵직한 대목으로 접어들면서 이런 조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부엌데기로 전락한 짐은 신체 일부가 기계로 돼 있는 사이보그 요리사 실버와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 시작한다. 실버는 황금보단 모험에 눈이 먼 어린 짐을 아버지처럼 가르치고 품어준다. 그러나 실버는 보물지도를 노리고 승선한 해적 일당의 두목이었다. 짐과 도플러 박사, 아멜리아 선장은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에게 포로로 잡히고, 보물성에 도착해 극적으로 탈출한다. 간신히 해적들의 눈을 피한 세 사람은 기억장치 일부가 손상된 로봇 벤을 만나 보물이 있는 곳의 실마리를 잡는다.▶ [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2]▶ <보물성> 감독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 <보물성> 프로듀서 로이 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