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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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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4>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1960년 ┃ 90분 ┃ 출연 장 폴 벨몽도, 진 세버그 1962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고다르는 자신의 장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가 애초에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가 되었다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리처드 콰인의 <푸쉬 오버>(1954)와 같은 리얼리즘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제공해준 이야기를 가지고 고다르가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은 다분히 (고전적) 할리우드적인 의미에서의 리얼리즘적인 갱스터영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다르 자신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제작환경 등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만들어낸 영화는 대략의 스토리라인만 전통적인 장르영화에 속한 것일 뿐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서는 철저히 전통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아나키스트적이었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쏟아졌던 비판들을 돌파하고서 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보는 이를 말 그대로 ‘숨막히게’ 만든다. 작은 병정 Le Petit Soldat1960년 ┃ 88분 ┃ 출연 미셸 쉬보르, 안나 카리나 브뤼노 포레스티에는 제네바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으로 반FLN(알제리민족해방전선)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조직으로부터 요인 암살 명령을 받지만 실존적인 권태와 무력감에 젖어 행동에 착수하기를 꺼리게 된다. <작은 병정>은 알제리 문제를 배음으로 깔아놓은 일종의 (정치적) 스릴러영화이다. 그러나 여기서 잘 드러나는 것은 고다르의 명확한 정치적 진술이라기보다는 실존주의에 대한 그의 매혹쪽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는 시종 주인공 브뤼노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들려주면서 다분히 유동적인 그의 사고의 단편들과 혼란한 마음상태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소재의 예민함으로 인해 <네 멋대로 해라>에 이어 만들어진 고다르의 이 두 번째 장편영화는 1963년까지 거의 3년 동안 개봉이 금지되었다. 주인공 브뤼노를 연기한 미셸 쉬보르는, 훗날 이 영화에 매혹된 클레르 드니 감독의 <아름다운 직업>(1999)에서 외인부대 사령관 브뤼노로 돌아오기도 했다. 여자는 여자다 Une Femme est une Femme1961년 ┃ 84분 ┃ 출연 안나 카리나, 장 클로드 브리알리, 장 폴 벨몽도 고다르식의 스타일로 만들어진 스탠리 도넌식의 뮤지컬영화가 <여자는 여자다>이다. 고다르는 이 영화가 뮤지컬코미디에 대한 비판으로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일종의 검시(檢屍) 같은 것이다. 당시에 고다르는 “뮤지컬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죽어버린 장르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품고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영화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여자 안젤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자신의 바람을 현실화하고자 동거하는 남자친구 에밀에게 아이를 갖자고 말하지만 에밀은 거절한다. 그러자 안젤라는 에밀의 친구인 알프레드에게 다가가게 된다. 고다르로서는 처음으로 활용하는 컬러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안에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은 이 영화는 고다르의 미국영화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당시 그의 아내 안나 카리나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 추동된 것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이 영화에 대해 “카리나와 당시 고다르가 그녀에 대해 가졌던 감정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다큐멘터리’로서 가장 기억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관총 부대 Les Carabiniers1963년 ┃ 85분 ┃ 출연 알베르 주로, 마리노 마세, 카트린 리베이로, 주느비에브 갈레아 어느 시골의 농부들인 미켈란젤로와 율리시즈는 왕의 징집명령을 받고 전쟁터로 보내진다. 전장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괜찮고 나중에는 부유해질 것이라는 왕의 약속을 ‘순진하게’ 믿고서. 두 주인공은 이제 아무 거리낌없이 살인과 강간, 약탈을 일삼는다. 고다르가 만든 전쟁영화인 <기관총 부대>는 아주 간결한 스토리라인 안에다가 반전의 메시지를 삽입하고서 드골 정권의 프랑스를 비판하는 정치적인 영화다.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거리두기의 장치들을 이용해 영화형식 자체의 정치성을 문제삼는다는 점에서도 정치영화라 불릴 만한 영화다. 요컨대 고다르의 정치적 의식의 성장과 아울러 형식에 대한 그의 좀더 심화한 고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관총 부대>는 고다르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냉대만 받았다. 미셸 쿠르노 같은 이는 <기관총 부대>를 두고 “서투르게 만들어졌고 서투르게 조명이 이용되었으며 모든 게 서투른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고다르 자신은 “나는 그런 말을 정말이지 칭찬이라고 여긴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경멸 Le m Pris1963년 ┃ 105분 ┃ 출연 미셸 피콜리, 브리지트 바르도, 잭 팰런스 카를로 폰티, 조르주 드 보르가르, 조셉 레빈이 제작자로 참여한 <경멸>은 고다르에게 처음으로 꽤 많은 액수의 제작비와 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국제적인 스타를 제공해준 영화다. 제임스 모나코가 지적했듯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은 제작자들에 의해 보잘것없는 위치에 놓인 피고용인 고다르 자신에 대한 익살맞은 ‘다큐멘터리’로 다루는 것이다. 예컨대 독단적이고 무지한 미국인 제작자 제레미가 조셉 레빈의 잔영이라면, 품위있고 사려 깊은 지적인 영화감독 프리츠 랑(랑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은 고다르를 매료시켰던 과거의 위대한 시네아스트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고다르 자신의 투영임이 분명한 프랑스인 시나리오 작가 폴 자벨은 이 둘의 세계 가운데 어딘가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돈으로 문화를 사들이는 세계와 환경에 대한 개인의 투쟁을 믿는 세계 사이에서 그는 어정쩡한 자세로 표류할 뿐이다. 폴이 아내로부터 ‘경멸’을 사는 이야기와 영화제작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면서 고다르는 사랑의 배신, 그리고 영화의 종말과 배신을 함께 이야기한다.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독자가 주는 만화 대상 외

독자가 주는 만화 대상 순수하게 독자들로 투표인단이 구성되어 최고의 만화에 상을 주는 ‘독자 만화 대상’이 만들어진다. 만화비평 웹진 <두고보자>, 만화비평 모임 ‘올쏘’, 만화검열 반대모임 ‘자유의 검은 리본’ 등 만화 커뮤니티들이 주축이 되어 준비 중인 이 상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www.comicreader.org)를 개설하고 만화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출판 만화 대상’, ‘오늘의 우리 만화’ 등 정부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만화상들이 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만화잡지의 공모전 역시 출판사의 신인 수급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새로운 상을 제정하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12월3일까지 후보작들이 선정된 가운데, 12월28일까지 투표자 등록을 한 독자들에 한해 투표를 실시한다. 아즈 망가 대왕 완결 21세기 초반을 강타한 개그걸작 <아즈 망가 대왕>이 전 4권으로 국내 완결 발간되었다. 평범해서 더 특별해 보이는 여고생들의 사소한 일상들을 특별한 기승전결의 구조없이 재치있는 유머로 그려낸 이 작품은 정체된 일본 만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등 유관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극히 평범한 완결편’이라는 소개로 오히려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작품의 종결 이후 만화가 아즈마 기요히코는 어시스턴트를 구하며 신작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장나라, 대작 아니지만 ‘행복한 하루’ 만들 자신

가까이 앉아 있으면 도르륵도르륵 호기심에 찬 커다란 눈망울 구르는 소리가 들릴 것같은 명랑소녀 장나라(21)가 스크린에 데뷔한다. 황기성 사단이 2년 만에 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 <오! 해피데이>의 주인공 공희지역이다. 장나라는 이번 영화를 위해 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어깨선까지 잘랐다. 전보다 조금 성숙해 보인다. 11일 열린 <오!해피데이>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소개하는 공희지는 “다혈질에 정의감은 지나칠 정도로 강하지만 또 완벽한 남자와 결혼하는 게 평생의 꿈일 정도로 고전적인 면도 가진” 스물네살 여자다. 달콤한 사랑의 대사보다는 “으악”,“꽥”소리를 주로 연기하는 성우인 공희지에게는 별볼일 없기로 따지면 그와 막상막하인 단짝친구가 있다. 친구가 ‘물관리’를 까다롭게 하는 여행프로그램에 신청했다가 미끄러지자 공희지는 친구 대신 여행사에 항의하러 찾아갔다가 꿈 속의 이상형을 만난다. 바로 친구를 떨어뜨린 팀장 김현준(박정철) 이다. 장나라는 박정철을 쫓아다니며 온갖 황당한 방법으로 구애작전을 펴는 깜찍한 스토커를 연기한다. 대충 들어도 딱 장나라 역이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했던 역할과 비슷하지 않느냐, 변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염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제 얼굴이 고혹적이라거나 우수에 차 있다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어울리지 않게 변신을 하면 변장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같아요.” 10월28일 촬영을 시작한 <오! 해피데이>는 지금까지 20% 정도의 촬영을 마쳤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물벼락을 맞고, 한강 둔치의 차가운 보도블럭 위에 몇시간씩 누워 있다가 몸살에 걸리는 등 고생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연기가 불안하거나 감이 잘 안 잡힐 때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고 너무 예뻐해주셔서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한다. “대단한 연기를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이 영화를 본 날이 관객들에게 ‘해피데이’가 될 수 있도록 재밌고 유쾌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명랑소녀의 소박한 바람. <오!해피데이>는 윤학열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내년 4월 개봉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색즉시공/엑스 VS 세버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더즐리 이모부 집에서 괴로운 방학을 보내며 개학을 고대하고 있는 해리 포터는 집요정 도비로부터 호그와트로 돌아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하늘을 나는 마법의 자동차를 타고 어렵사리 도착한 학교에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비밀의 방이 열렸다. 후계자의 적대자들은 두려워하라”는 피로 쓴 메시지를 발견하고, 곧이어 머글의 피가 섞인 학생들이 괴물의 습격을 받아 돌처럼 마비되는 사건이 터진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대니얼 래드클리프, 에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케네스 브래너 출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수입·배급, 상영시간 161분 김봉석 조금 더 유쾌하고 조금 더 심심한 모험 ★★★ 박평식 몸도 상상력도 성큼 자랐다. 리듬감이 아쉬울 따름 ★★★★ ■ 색즉시공 늦깎이 대학생이자 차력동아리 회원인 은식은 에어로빅부의 은효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소란스러운 기숙사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수줍고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지만 상황은 늘 은식에게 불리하다. 주체할 수 없는 몸의 정열이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는데다 은효가 교내의 바람둥이 킹카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효가 임신을 한 채 버림받게 되자 은식의 사랑은 더욱 진실해진다. 윤제균 감독, 임창정, 하지원, 최성국, 진재영, 유채영 출연, 쇼박스 배급, 상영시간 96분 박평식 무식하게 웃기고 단순하게 울린다 ★★☆ 심영섭 맛있는 불량식품 ★★★ ■ 엑스 vs 세버 독일에서 신개발된 가공할 살상무기가 몸에 투입된 미 국방부 소속 첩보기관 DIA 국장 로버트의 아들이 괴한한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FBI는 전직 요원 엑스가 이 일의 적임자라고 판단,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 그의 아내에 대한 행방을 미끼로 그를 포섭하고, 곧 엑스는 사건의 주인공이 전 DIA 특수요원 세버임을 알아챈다. 쫓고 쫓기는 관계에 놓인 엑스와 세버. 그러나 이 사건이 엑스를 둘러싼 음모와도 관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엑스는 세버와 협력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카오스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루시 리우 출연, 코리아픽쳐스(주) 수입·배급, 상영시간 91분 박평식 할리우드는 이명세에게 연출을 한번 맡겨라 ★★

<체리향기> 뛰어넘는 키아로스타미의 최고작 <바람이 우리를‥>

우리 지금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엉망이 된 지프 한대가 갈피를 못 잡게 꾸불꾸불한 길을 간신히 기어나가는 장면 위로 이런 불평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 생각에는,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최고 작품인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이렇게 시작한다. 엔지니어 한명과 조수 두명(스크린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일행이 테헤란을 떠나 머나먼 쿠르드 마을 시어 다레에 당도했다. 이들이 찾으려는 길이 헷갈린다면, 그들의 의도 역시 그러하다. 비록 가이드를 맡은 마을 소년에게 농담처럼 ‘보물’을 찾아왔다고 얘기해주기는 하지만, 이 이방인들은 자기들이 왜 이 시어 다레 마을에 왔는지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그 보물이란 것이 마을의 병든 노파(역시 스크린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곧 확실해지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결코 직접적으로 밝혀지지 않는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솔직하면서도 장난스러우며, 놀라우리만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또한 산뜻하게 겸손한 영화이기도 하다. 키아로스타미를 두고 많은 평론가들이 여러 가지 호의적인 평을 남겼지만, 그의 작품들은 정말이지 잘난 척과는 거리가 멀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유쾌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놀랍다는 느낌이 먼저다. 키아로스타미의 유머감각은 그가 그리는 시골풍경만큼이나 건조하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코미디다. 타이밍이 완벽하고 대사의 경계가 급작스럽다. 개그는- 개그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이라면- 이 작가의 활기차고 어딘가 아이로니컬하기도 한 보이스오버와 시점사용에서 잘 나타난다. 때로는 동물 울음소리로 변화가 주어지기도 하면서 똑같은 일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데, 이것은 마침내 어떤 뮤지컬적 구조마저 만들어낸다(염소 한 무리가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숏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자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자크 타티의 영화와도 닮았으며 좀더 최근 작품들 중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을 생각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라고 해석한다면(실제로 일부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크게 보아 이 마을의 일상적 삶, 즉 간결한 풍습과 괴상한 말다툼을 주로 담는다. 하지만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만들기 방식은 이 이상의 무언가를 겨냥한다. 이것은 누구 건지 모르게 떠다니는 목소리들과 절반 이상의 캐릭터들과 새로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스크린 밖의 존재들을 다루는 영화이다. 늘 건물 안에 있거나 어디선가 딸기를 먹고 있는 엔지니어의 두 조수들과 마찬가지로, 키아로스타미는 언제나, 볼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관객에게 요청하는 것이다(이중에는 공식적으로 이란의 “안 보이는” 소수족으로 통하는 쿠르드족도 포함될지 모른다. 감독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들 소관이다”라며 뭔가 암시적인 톤을 사용했다). 이러한 뛰어난 형식 덕분에, 영화의 마지막 10분 동안 관객은 뭔가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무(無)와 만물에 대한 영화이며, 삶과 죽음, 빛과 먼지 이는 언덕에 대한 영화이다. 결론을 자신있게 결여시킴으로써, 이 작품은 키아로스타미의 공식적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도식적이고 답답한 알레고리투성이의 <체리향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다큐멘터리와 자기고백적 영화만들기의 각각 측면이 자연스럽게 섞여 조화를 이루면서, 편안하고 결말이 열려 있는 우화가 되었다. 이리하여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그저 재미난 재료들에 지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신비로우리만치 형이상학적인 비전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위대한 시간낭비 덕분에,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는 무엇보다도 임종 감시인의 역할을 다한다. 영화 후반에 가면 그 엔지니어가 시어 다레에 2주나 머물렀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결국 밤이 되자, 그가 거기서 보낸 시간은, 금빛 찬란한, 아무런 목적없는, 영원한, 단 하루의 오후 한나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59살의 키아로스타미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향 아래 성장한 마지막 세계적 영화거장일지 모른다. 직업배우가 아닌 이들을 기용하는 것, “일상의 평범한” 상황들을 배경으로 삼는 것, 꾸밈없는 카메라 스타일, 분위기 있는 음악을 일부러 피하는 것, 아이들에 대한 관심, 열린 결말에 대한 선호 등등은 그런 짐작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마지막 네오리얼리스트로서의 키아로스타미는, 스스로의 모습 역시 제대로 투영해낸다. 짐 호버먼/ 영화평론가·<빌리지 보이스> * (<빌리지 보이스> 2000.8.1.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어디로

부산국제영화제는 7회째를 맞으며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성장했지만 개최시기가 일정하지 않아 ‘게릴라영화제’니 ‘국제영화제 사회의 질서교란자’니 등으로 취급받았다. 개최시기를 고정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인 전용상영관 건립문제는 영화제 초기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왔으나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들어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을 제시하고 안상영 부산시장도 전용관 건립의지를 밝히자 부산 중구와 해운대구 등 두 자치단체가 서로 전용관을 유치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구측 주장은 대청동 한국은행 부지 4천㎡에 1천800석 규모의 대형 상영관을 건립하고 900석 규모의 보조상영관 2개,프레스센터,통역시설,면세점 등을 갖춘 전용관을 짓겠다는 것이다. 중구는 남포동 극장가를 중심으로 영화제가 발전돼 왔고 1924년 설립된 ‘조선키네마’를 비롯해 한국영화의 시발점인 만큼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보더라도 당연히 전용상영관은 이 곳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해운대구는 메가박스를 비롯해 2005년까지 해운대에 40개관 규모의 상영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미술관과 야외극장,벡스코,특급호텔,관광지 등의 주변 여건과 건립재정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부산시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센텀시티안에 전용관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이던 해변영화제의 특성을 되살릴 수 있는 요트경기장도 해운대에 있기 때문에 전용관의 해운대 건립은 영화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단 영화계에서는 양쪽 주장 모두 반기는 쪽이다. 중구에 들어서면 남포동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 축제를 명맥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고 해운대에 들어서더라도 주변 여건이 영화제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중구와 해운대구가 다소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행복한 고민에 빠진 영화제조직위는 외국의 사례를 수집하는 등 입장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전원일기」최종회, 어떻게 끝나나

MBC 농촌드라마「전원일기」(극본 김인강ㆍ황은경, 연출 권이상)의 마지막회가 어떻게 끝날지에 시청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의 기록을 가진 「전원일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양촌리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 내면서 29일 1천88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9명의 출연진의 생활을 되짚어보고 빨래터, 골목, 안방, 마을회관 등 익숙했던 장소를 마지막회에 담아낸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 중 굳이 마지막회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김회장(최불암)이 될 듯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어느날 그에게 동네 대소사를 주관하는 자치조직인 원동계(源洞契) 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김회장은 원동계 회장을 통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가 맡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또 마을 사람들도 연륜이 있는 어른과 젊은 사람 중 어느 쪽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연륜을 선택해 김회장이 원동계 회장을 맡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김회장은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배려하는 아들(김용건, 유인촌)과 며느리(고두심, 박순천) 에 새삼 대견함과 고마움을 느끼게된다. 이후 김회장 내외가 양촌리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가운데 22년 2개월에 걸친 「전원일기」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 마지막회 제목은 1회 제목인 「박수칠 때 떠나라」와 연관성을 갖고 「박수할때 떠나려 해도」로 정했다. 제작진은 김회장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김회장의 내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권이상 PD는 “마지막회를 어떻게 끝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초대 차범석 작가 집필 당시 김회장의 내레이션으로 드라마가 끝났던 기억을 되살려 마지막회는 김회장의 내레이션으로 그동안의 세월을 돌이켜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영을 앞두고 이 드라마를 지켜온 간판급 연기자들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최불암씨는 “22년 동안 함께 해 온 「전원일기」가 종영돼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바람직한 한국 남성상을 끝까지 제시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끝나게 돼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자식들과 우리 농촌의 현실에 대한 얘기를 담은 내레이션으로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어 위안이 된다”고 종영소감을 전했다. 김혜자씨도 “막상 끝난다고 하니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것을 남겨준 소중한 것과 헤어지는 느낌”이라면서 “요즘에는 드라마의 주제가만 들려도 가슴이 찌릿찌릿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용 어머니 역을 맡았던 김수미씨도 그 누구보다도 드라마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김수미씨는 “22년동안 매주 월요일에 함께 만나온 피붙이같은 연기자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한회가 남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 매주 월요일에는 등산이라도 다녀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제작진은 11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야외 촬영을 끝내고 16일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다. 한편 MBC는「전원일기」의 후속드라마로 「기쁜 소식」(극본 김인영, 연출 이정표)을 제작, 내년 1월 5일에 첫방송한다. 「기쁜 소식」은 회사에서 앙숙이었던 상사와 후배가 한 집안 식구가 되면서 생기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명랑 가족 드라마로 정선경과 이태란이 주인공을 맡았다. 또 「전원일기」의 대를 이을 농촌드라마도 구상단계에 있다. 권이상 PD는 “현재 「전원일기」처럼 좋은 농촌드라마를 구상하고 있지만 아직 기획 단계이기 때문에 6개월 이후에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보드웰,홍상수를 만나다 [2]

<생활의 발견>, 전작들과 같고 다른 점 보드웰 | 당신의 영화는 많은 요소들로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매우 생략적이기도 하다.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부 보여주지 않으면서, 드라마틱 포인트를 넌지시 알려주는 식이다.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이런 갭을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최근의 아시아영화를 보면 미니멀리즘적 스타일로 접근하면서도 기본적인 것들을 채우지 않는다.당신 영화에서 보이는 것 같은 조밀함은 없다. 홍상수 | 언뜻 보면 단순한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단순한 상황 속에 다른 종류의 요소들이 중첩되고, 그런 요소들이 시간상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영화의 형태였던 것 같다. 맨 처음 영화를 만들 때 첫 촬영날부터 이런 식의 형태가 마치 내 속에 오래 존재했던 것처럼 나의 모든 영화적 결정들을 지배해왔다. 보드웰 | 영화학교 출신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 콘티 그리는 법이나 스토리보드 작성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나.그리고 학교에서 만든 습작들은 어떤가. 장편영화와 유사한가. 홍상수 | 학교에서 실험영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스토리보드 같은 건 만들어본 적이 없다. (웃음) 2편인가 장편을 만들고 나서, 학교 때 만든 습작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장편에서 시도했던 거의 모든 것이 이미 그 단편들 속에 존재했다는 걸 알고 무척 놀랐다. 보드웰 | 그 작품들을 DVD에 넣을 생각은 없는지. 홍상수 |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웃음) 보드웰 | 한국에 돌아와서 장편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홍상수 | 돌아왔을 때 나는 일단 생활을 위한 돈을 벌고 여유가 생기면 16mm 카메라를 사고, 그래서 최소한의 경비를 쓰는 단출한 독립적 형태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 4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때 갑자기 충무로 안이건 밖이건 힘들 테니 일단 충무로쪽부터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영화사를 찾아갔다. “당신의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인터랙티브’하다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관객은 스토리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동시에, 주어진 요소들을 통해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게이머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그런 효과는 다른 아시아영화에서 일찍이 본 적이 없다.당신이 이런 문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절한 모더니스트인 것 같다. 표면적인 장치들이 거대한 전체 구조와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이 둘 사이의 밸런스가 기막히다. ” 보드웰 | 매우 인상적인 데뷔였다.내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본 것이 96년 홍콩영화제에서였을 거다.그러니까 그뒤로 2년에 한편씩 작품을 만들어온 셈인데, 최근 <생활의 발견>을 보고 좀 놀랐다. 놀림당한 기분이랄까. (웃음) 이전 세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어떤 트릭 같은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그런데 이 영화는 뭐랄까, 소설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홍상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 교차 시점이 동원된 지점은 호수에서 오리배 타면서 라이터 빌리던 남자와 골목길에서 다시 마주치는 장면 정도인 것 같다.나머지 부분에선 다중 시점을 동원하진 않았다.이전 세 작품에서 당신은 다중 시점을 동원했고 시점의 변화 형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늘 궁금했는데, 당신은 왜 그런 방식에 관심을 갖는가. 홍상수 | 내게는 어떤 상황이나 아주 구체적인 대사나 신이 먼저 떠오르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영화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뒤따랐다. 그건 보통의 형태나 논리로는 끼워넣어지지 않는 것들이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형태가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형태가 먼저 내 속에 존재해 있었고, 그런 형태가 그런 상황이나 대사나 신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그전의 영화 속에서 구조가 하던 기능을 인물 행위 속의 작은 디테일을 통해서, 그러니까 반복과 모방의 모티브를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다. 보드웰 | 요즘 아시아영화들은 지나치게 생략적이라 때론 그 스토리가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다. 드라마의 단계를 무시하고, 캐릭터의 백그라운드에 침묵하며, 개개의 에피소드가 자기충족적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내러티브의 역할이 적다는 것이다. 당신의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인터랙티브’하다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웃음) 관객은 스토리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동시에, 주어진 요소들을 통해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게이머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그런 효과는 다른 아시아영화에서 일찍이 본 적이 없다.당신이 이런 문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절한 모더니스트인 것 같다. 표면적인 장치들이 거대한 전체 구조와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이 둘 사이의 밸런스가 기막히다. 개개의 신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찾아내게 할 뿐 아니라, 신과 신 사이의 연결점도 생각하게 한다. 이런 식의 영화 만들기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신선하다. 그런데 혹시 <생활의 발견>을 만들 때 관객이 당신의 전작들을 다 봤을 거라는 가정을 했나. 홍상수 |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는다. 매번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내게는 다른 종류의 동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주 막연한 영화에 대한 느낌과 구체적인 형식에 대한 실험 욕구 같은 것이다. 인물 전반에 대한 느낌도 나이가 들수록 천천히 변해가는 것 같다. 전작보다 가벼운 느낌을 생각했던 것 같고, 좀전에 말한 구성의 기능을 모티브화한다는 것 정도가 처음에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