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해양액션 표방하는 <블루>

2월7일 개봉하는 영화 <블루>(공동제작 지오 엔터테인먼트, 강제규필름)는 해양액션영화를 표방하는 블록버스터지만 볼거리 못지 않게 스토리의 흡인력도 뛰어난 편이다. 도식적인 이야기구조가 아쉽지만 상업영화의 테두리에서 보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촬영이나 조명에서 꽤나 신경쓴 티가 나는 바닷속 장면이나 실제 해군부대에서 담아낸 화면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고 <편지>에서 이미 멜로 연출 실력을 인정받았던 이정국 감독의 감동을 끌어내는 힘도 전작들 못지 않다. ‘눈에 힘을 빼’ 자연스러워진 신현준의 모습도 반갑고 각각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두 남자와 둘 사이에 위치한 강한 여자라는 구도도 안정적인 편. 세계 최고급의 잠수부대 SSU(Ship Salvage Unit)에 죽마고우 김준(신현준)과 이태현(김영호)이 훈련생으로 나란히 지원을 한다. 냉철한 소유자 태현이 밝히는 지원 이유는 최고의 부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반면 군인답지 못해 보이는준이 말하는 이유는 단지 태현이 지원했기 때문. 항상 함께 하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의 눈에 어느날 더블백을 맨 한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같이 훈련을 받을 동기생 강수진(신은경). 육상과 해상에서 10주간의 지옥훈련이 시작되고 이들은 서로 도우며 훈련을 무사히 마쳐낸다. 어느새 연인 사이가 돼 있는 준과 수진. 어느날 준은 우연히 본 태현의 일기에서 그가 수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준은 결국 수진과 멀어지기로 결심하고 괴로워하던 수진은 영국 유학을 떠난다. 수년후 준과 태현은 SSU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성장한다. 둘은 최고의 잠수실력을 다투며 부대를 이끌어 간다. 어느날 영국에서 돌아온 수진은 SSU의 새로운 훈련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준의 바람기를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수진과 갑작스런 수진의 복귀에 난감해하는 준. 둘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며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둘 사이를 모르는 태현은 수진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서만 키워간다. 한편, 출세에 대한 야망으로 가득 찬 최중령(이일재)은 잠수 세계 기록 경신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대원들에게 힘든 훈련을 강요한다. 성공에 대한 그의 집념에 부대원들의 안전이 고려대상일 리 없는 것. 이에 준은 최중령에게 항의하다 그를 폭행하고 헌병대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는데.. <파이란>의 시나리오 작가 김해곤이 각본을 맡았으며 진해 군부대 촬영이나 전투함, 잠수함 등에서 해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서울=연합뉴스)

사랑의 방법 혹은 태도에 관한 `진보적` 영화 <마들렌>

“사랑을 보여줄까”라는 카피의 멜로영화가 개봉되었다. ‘어떤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을 보여준다니, 사랑의 일반론이라도 개진해보겠다는 겐가 그랬다. 영화는 특이한 에피소드에 의존하지 않고, ‘사랑 일반’에 관한 담론을 개진한다. ‘문제적 사랑’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불륜, 동성애, 미성년자와의 사랑, 근친상간 등등. 그러나 이는 모두 ‘누구를 사랑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대상에 관한 금기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상담심리학 등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루어진다. 영화는 사랑에 관한 심리학적 고찰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흔적들도 보여준다. 캠퍼스의 플래카드에 하필 “커플 상담을 통해 이성교제의 문제를 해결해드립니다”라고 쓰여 있고, “과잉일반화의 오류”라는(본래는 논리학 용어이나 상담심리학에서 ‘사고왜곡’의 대표적 예로 더 많이 쓰는) 전문용어가 여러 번 나온다. 억지라고(내 칼럼은~ 춘향전이야. 억지 춘향이지!) 심리학에서는 사랑을 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자긍심을 꼽는다. 자긍심은 자신을 긍정하는 힘으로 자만심과는 다르다. 자긍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과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야말로 사랑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본다. 실연에 대해 씩씩하고 유연한 자세를 갖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긍정적인, 너무나 긍정적인 영화는 한달간의 계약연애를 통해 “사랑의 진정성은 영원함이나 유일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에 있다”는 것을 강변한다. 또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통해 바람직한 사랑의 태도와 성, 임신/출산에 관한 진일보된 견해를 보여준다. 아울러 관념이 아닌 구체, 과거가 아닌 미래가 중요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카르페디엠! 한달만 사귀되, 100% 솔직해야 된다는 계약은 ‘사랑이란 참여자의 솔직한 태도가 관건인 한시적 계약관계’라는 애정관을 보여준다. 그게 아니라면 성혜가 나타났을 때 이건 단지 한달간의 계약연애일 뿐, 진짜 사귀는 것은 아니라고 발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극중 누구도 ‘한시적 계약연애’와 ‘(영원한) 진짜 연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랑의 진정성은 영원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신민아는 성혜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그가 품었던 연정자체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애인이 없다고 말”하고 감정의 추이를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에 화를 내며, 나중에 털어놓자 괜찮다고 한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한 것도 솔직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그 솔직함은 그에게 벅차다. 그러나 애인의 처녀성 때문이 아니라, 거짓된 태도 때문에 헤어졌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솔직했던 것은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친구의 역설은 그로 하여금 ‘솔직함이 성경험이나 임신 사실보다 훨씬 본원적’ 임을 “버스 떠나기 전에” 깨닫도록 한다. 사랑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은 과거나 현재의 ‘다른 상대 유무/성관계 유무’ 따위가 아니라 바로 관계 안에서 서로가 얼마나 솔직한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 <엽기적인 그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등에는 깔끔하고 얌전한 기존 여성상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사랑에 관한 태도는 여전히 진부한데, 심은하는 짝사랑을 하고 있었고, 전지현은 옛사랑을 못 잊고 있었으며, 신은경은 둘 다였다. 그녀들은 사랑에 있어 자폐적/고착적이었지만 그녀들을 좋아하게 된 남자에 의해 요행히 사랑을 얻는다. 그러나 신민아는 다르다. 그녀는 자긍심이 높고, 솔직하고 용기 있으며, 지난 사랑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소외되지 않은 성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니까 섹스한다”이다. 많은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섹스보다는 로맨틱한 관계를 선호하는 것(<미술관 옆 동물원> <그대안의 블루>)으로 그려지거나, 사랑과 분리된 섹스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너에게 나를 보낸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강수연)으로 그려졌던 것에 비하면, 신민아야말로 “여자답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멋진 여자이다. 그녀는 직전에 연애를 하다가 채였지만, ‘과잉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자기비하를 일삼지 않고, 그에 대한 미련도 없다. 그녀는 먼저 자신을 알리고 연락처를 남기고 데이트를 청한다. 나아가 “우리 사귀자, 너 나 싫어” 하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또 “너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한달 뒤면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자기이행적 예언’을 한다. 거리낌없이 집에 데려와 섹스에 관해 떠보고, “너 너무 귀엽다”, “너무 해피했어”, “항상 오늘이 기억날 것 같아” 같은 긍정적 멘트를 날리고 뽀뽀해준다. 범생이인 그를 “조금 손보”기 위해 따가운 ‘첫 경험’을 시켜주고, 게임을 가르친다. 알바 현장에 나타나 ‘새벽 산책에 동참’하고, 그가 좋아하는 비를 같이 맞는다. 그녀는 차츰 (산성)비 맞는 것도 즐기고, 그가 권한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기꺼이 동화된다(그녀는 그 책을 소장한다. 사진이 들어 있던 책은 같은 책의 양장본이다) . ‘사랑은 길들이기’라고, 그녀는 그를 길들이며, 자신을 길들인다. 진정한 선수다! 조인성은 다소 관념적이지만, 책을 통한 간접경험 등으로 균형잡히고 개방된 가치관을 가졌다. 사실 그로서는 불과 몇달 동안 감당하기 힘든 변화를 겪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관념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을 진중하게 받아들이며 사려깊게 행동한다. 그는 다시 큰 마들렌을 보고, 친구의 말을 통해 솔직함의 본원적 가치를 깨닫고, “내 인생의 1쿼터가 끝날 무렵 그녀가 찾아온 것”, 즉 회고적/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 삶의 2쿼터가 시작될 무렵 내가 그녀를 찾아간 것” 즉 미래지향적/능동적으로 인식을 전환하여 그녀에게 “질리지도 않고, 언제든 볼 수도, 안 볼 수도 있는 하늘”이 되기로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아주 치밀하게 그려져 있지는 못하다. 어쩌면 훗날 미처 소화되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들로 인해 그가 다시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이 연애를 통해 훨씬 커지는 자아를 경험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임신도 출산도 전진 앞으로! 영화는 또 한명의 쿨한 여성을 보여준다. 성혜는 수줍던 티를 벗고, 먼저 연락하여 그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보인다. 그러나 역에서 지석과 희진이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니네 사귀냐” 한마디로 그 관계를 인정하고, 마음을 턴다. 열차에서 그녀가 전공분야(그녀는 아이디도 ‘로드무비’이다)에 대해 떠드는, 일종의 ‘지적/문화적 폭력’을 행사하여 신민아가 소외감을 느끼자 커플 사진을 찍어준다. 공연에 온 그에게 “그럴수록 더 그녀에게 있어야지… 친구로 와준 네가 더 반갑다”라고 말한다. 진짜 쿨하다. 영화/드라마에서 여자들은 막연하게 사랑을 믿으며 임신했다가, 냉담한 남자의 태도를 확인하고 낙태하거나(<색즉시공>),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아이를 낳는다(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그에겐 눈곱만치 미련이 없으면서 아이를 낳으려는 그녀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의 채시라 이후 처음인 것 같다(<처녀들의 저녁식사>의 김여진은 임신이 목적이었고, 사랑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고자 임신 사실을 현재의 애인에게 알리긴 했어도 기댈 마음은 없었다. “성혜도 너 좋아했었대”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그를 보내는 심경이었다. 같이 병원에 가자는 그를 따돌리고 혼자 병원에 갔고, 아이를 낳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는 그를 피했다. 또 계약이 끝나고 고백하려는 그를 애를 낳을 거라며 저지한다. 그녀는 임신/출산의 문제에 솔직하면서도 준호나 그에게 기대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녀가 낳겠다고 마음을 굳히는 데는 (카메라가 그녀의 시선으로 엄마의 옆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박복함을 비관하지 않고 “암만 해도 써드를 만들어야겠어”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긍정하며 낙천적으로 사는 엄마와의 동류의식이 용기로 작용한 듯하다. 그녀는 실수로 아이를 가졌지만 그런 자신까지 받아들인다. 이미 경제적으로 자립한 그녀는 사실 아이를 기를 능력이 있다. 비록 그녀의 기특한 결심은 무산되고 말지만(초산부, 특히 미혼녀의 자연유산율은 꽤 높아서 그리 인위적인 설정은 아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심하게 자책하지 않고, 툴툴 털고 일어난다. 아, 그녀처럼 살고 싶다. 영화는 로드무비니, 빔 벤더스니 하는 추상적 지식이 아니라, “<고래사냥> 같은 거 너희 아빠랑…” 같이 구체적인 삶의 경험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게 마들렌은 처음에는 ‘책에서 본 과거와 현재의 매개물’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추억이 될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기로 하며, 새벽 골목에서 그녀와 마들렌을 먹고 난 뒤 마들렌은 ‘그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물’이 된다. 그들은 아직 인생을 1쿼터밖에 살지 않은 이들이다. 아니 2쿼터를 막 시작하려는 이들이다. “그해 여름은 ‘인간’이 달에… 앞길이 구만리 같은 나이였으나, 어쩐지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느껴졌다…”라는 <달의 궁전>의 첫 문장과는 대비되는, ‘지금의 나’의 순간들이 미래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 인식하고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태도는 얼마나 밝고 견실한가 아울러 영화는 최초의 계약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지는 것(<이 투 마마>, <밀애>에서는 유야무야)과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서로를 격려하며, “딸배()로 만난 사이라도 작별인사는 하”는 우애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와 친구간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보살피는 자매애 역시 따뜻하다. <마들렌>은 사랑과 성, 임신/출산, 그리고 인생에 대한 건강하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여러 요소들이 조금은 어색하게 버무려져 있지만, ‘반보 전진한 영화’로 의미부여하기에 충분한 미덕을 지녔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반성하고 있었다. 그녀처럼 살고 싶다. 될까황진미/ 영화칼럼니스트 chingmee@freechal.com

장 클로드 반담의 근육과 이연걸의 발차기,<트랜스포터>

■ Story 프랭크(제이슨 스태덤)의 직업은 ‘트랜스포터’, 사람이든 물건이든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 환상적인 운전솜씨에다 군에서 익힌 무술실력이 대단한 그는 쫓아오는 경찰쯤은 식은 죽 먹기로 따돌린다. 어느 날 프랭크에게 가방을 배달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차 트렁크에 가방을 넣고 목적지로 가던 그는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트렁크를 열게 되고 가방 속에 웬 여자(서기)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프랭크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무사히 인도하지만 그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 Review 트랜스포터 프랭크에겐 세 가지 룰이 있다. 첫째,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말 것. 둘째, 거래는 익명으로 할 것, 셋째, 절대 포장을 열지 말 것.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바로 ‘레옹’ 같은 킬러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무엇이든 제 시간에 배달하는 직업, 트랜스포터는 사실 살인청부업자의 변형이다. 그렇다면 킬러는 어떻게 사건에 휘말리는가 <첩혈쌍웅>의 주윤발은 사건현장의 증인을 살려두는 통에, <레옹>의 장 르노는 옆집 소녀에게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위험에 노출된다. <트랜스포터>의 프랭크 역시 원칙을 어기면서 깊은 수렁에 빠진다. 포장을 열어본 것만 해도 문제인데 가방 속에 든 것이 여자였으니 위험은 배가된다. 여자에게 마음을 연 킬러치고 곤란을 겪지 않은 자는 없다. <트랜스포터>는 전형적인 킬러영화에 몇 가지 특이한 설정을 덧붙였다. <택시>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카체이스, 오우삼 스타일의 총격전, 성룡, 이연걸 등 홍콩 무술스타들의 화려한 액션이 그것. 이는 제작자와 감독의 이름에서 암시된 그대로다. <레옹>의 감독이자 <택시>의 제작자인 뤽 베송은 이미 이연걸 주연의 <키스 오브 드래곤>을 만든 전력이 있고, 감독 원규는 <이연걸의 영웅> <이연걸의 보디가드> 등을 연출한 인물. 프랑스 주류영화에 홍콩액션의 현란함을 수혈, 세계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는 영어로 이뤄진 대사나 서기의 출연에서도 확인된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이 영화의 주연 제이슨 스태덤의 존재감이다. <트리플X>의 빈 디젤을 연상시키는 스태덤은 영국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출신으로, 장 클로드 반담의 근육과 이연걸의 발차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각종 장애물을 이용한 스턴트에선 성룡 스타일의 코믹함까지 더했으니 제작진으로선 새로운 백인액션스타를 기대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시종 무표정한데다 별다른 카리스마가 없는 스태덤은 아직 액션스타라기보다 액션기계다. 그의 발차기에서 이연걸 같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트랜스포터>는 스피디한 액션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영화지만, 바닥에 엎질러진 석유 때문에 균형을 상실한 채 벌이는 격투장면처럼 감독 원규의 감각이 눈에 띄는 대목은 많지 않다. 우아하게 상승하고 하강하는 리듬감이 없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드러나는 몇몇 장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국적 없는 상업영화로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뤽 베송의 야심은 아직 실험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남동철 namdong@hani.co.kr

맛깔스런 배우,느슨한 영화 <아이 스파이>

■ Story 첩보원 알렉스 스코트(오언 윌슨)는 세계적인 무기밀매상 건다즈(말콤 맥도웰)에게 도난당한 최신 병기를 되찾는 임무를 맡는다. 목표는 육안으로는 물론, 레이더나 적외선으로도 식별할 수 없는 투명 스텔스기 ‘스위치 블레이드’. 비밀 경매가 열릴 부다페스트의 파티장에 잠입하기 위해, 알렉스는 뜻밖의 파트너와 동행하게 된다. 권투 팬인 건다즈의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짝으로, 부다페스트 시합을 앞둔 권투 챔피언 켈리 로빈슨(에디 머피)이 낙점된다. ■ Review <아이 스파이>는 스파이답지 않은 스파이 짝패를 내세운 액션코미디다. 007 시리즈 같은 현란한 첩보전을 이끌기엔 장비도, 능력도 모자라고, 오스틴 파워의 의도된 엉성함에 비하면 좀더 정색한 스파이들. O자 모양의 입매에 무사태평한 인상의 첩보원 오언 윌슨과 틈만 나면 떠들고 까불어대는 복서 에디 머피는, 얼핏 봐도 첩보액션보다는 코미디 쪽이 훨씬 미더운 앙상블이다. 그래서 영화는, 원제의 뉘앙스가 ‘나도 스파이라니까!’가 아닐까 싶게 어벙하고 웃기는 이들의 첩보 활동과 우정 다지기가 주축을 이룬다. 첨단장비와 유능함, 섹시함까지 갖춘 스파이로 설정된 카를로스에 비해 양말 마스크, 건다즈의 차에 부착하려면 번번이 떨어지는 도청기로 무장한 알렉스는 매사에 어설프다. 매력적인 동료 레이첼을 짝사랑하면서도 그 앞에서는 주눅들어 고백도 못하는 인물. 주먹은 세지만, 임무보다는 폼나는 스파이 흉내와 여자 꼬시기에 바쁜 켈리도 마찬가지다. 양말을 뒤집어쓰고, 천장으로 드나들기 위한 줄 장비가 시원찮아 끊어지는 바람에 나동그라지며, 쫓기다가 숨어든 하수구에서 밤새 얘기를 나누는 이들의 좌충우돌은 자잘한 폭소탄을 터뜨리곤 한다. 서로의 시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렌즈형 카메라를 활용해 켈리가 알렉스에게 레이첼을 유혹하는 법을 교사하는 장면, 재빠르게 대사를 치고받는 리듬 등 두 배우의 호흡은 맛깔스럽다. 이들의 코믹연기를 온전히 살렸으면 좋았으련만,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등 대작을 숙지한 관객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액션과 특수효과로 분산된 영화의 전개는 기대보다 느슨하고 심심하다. 원작은 1960년대 중반에 인기를 누렸던 동명 TV시리즈. 인지도에 힘입어 미국 개봉 첫주에 12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나, 결국 제작비의 절반에 못 미치는 3300만달러가량의 성적에 그쳤다. <닥터 두리틀> 등 전작에서 드러난 적성대로, 웃음에 힘을 몰아줬더라면 더 재밌었을 여성 감독 베티 토머스의 범작. 황혜림 blauex@hani.co.kr

인간의 욕망,그 익숙하고 다채로운 적 <블루>

■ Story해군 소속 특수 잠수부대 SSU의 김준(신현준)과 이태현(김영호) 대위는 어렸을 적부터의 친구이자 부대 내 최고를 다투는 실력자들이다. 훈련 동기 출신으로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강수진 소령(신은경)이 교관으로 부임한다. 오랜 우정과 엇갈린 사랑, 업무 수행을 둘러싸고 세 사람 사이에 난기류가 흐른다. 해군 합동훈련 도중 지휘관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잠수함 한대가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하자, SSU 부대가 인양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강수진이 포함된 구조반도 잇따라 조난당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포화 잠수를 시도한 김준과 이태현 역시 줄이 엉키는 바람에 누군가 한명의 생명줄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 Review 지난해 충무로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블록버스터의 재앙이 드디어 끝나는가. <블루>는 한국에서 만드는 블록버스터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연구한 모범 답안이다. 모범 답안을 보면 늘 상식으로 되돌아간다. 외지에서 개발된 문화상품을 다른 환경에 이식하려면, 상품 자체의 특성과 토양에 대한 연구 그리고 노련한 정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스펙터클영화이고 스펙터클의 기본은 규모와 이색성이다. 심해 잠수부대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블루>는 마치 해군 전체를 스탭으로 활용한 듯이 화려한 규모와 사실감을 자랑한다. 바다라는 넓고 낯선 공간을 다루는 촬영 테크놀로지와 컴퓨터그래픽도 손발을 잘 맞추었다. 전체 분량의 30%를 차지하는 수중장면 촬영에 모션 무버와 모션 컨트롤 카메라 등 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되었고, 드라이 포 웨트(dry for wet, 스모그와 조명으로 바닷속을 표현하는 기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600m에 달하는 디지털 세트(full digital set)를 만들었다고 한다. 시행착오가 있었을 테지만 완성된 화면은 결과적으로 기계와 기술, 주요 스탭의 공조 체제가 탄탄했음을 증언한다. <블루>를 성공적인 블록버스터로 이끈 또 하나의 요인은 드라마와 캐릭터라는 영화의 기본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재를 다루려는 영화나 TV드라마는 흔히 주최쪽 스스로가 도취해서 새로움 자체를 생경하게 과시한다거나 반대로 한바탕의 멋진 설정으로 끝내고 마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블루>는 새로움과 드라마, 인물들이 착 붙어서 달린다. 이것은 시나리오를 오래도록 열심히 썼다는 뜻이다. 해군당국과 SSU 부대가 제공했을 기초 정보와 일상적인 면모도 영화의 생생함에 한몫 한다. 말이 난 김에 덧붙이자면 영화 <블루>와 해군은 서로 득을 봤다. 해군당국은 사전에 시나리오를 검토했음이 분명한데도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둥 트집을 잡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해버렸다. 내용상 약간의 수모를 감수하는 대신, 군부대 중 가장 화려한 해군의 면모와 각종 장비, 업무 특성 등을 종횡으로 보여줌으로써 해군 자체의 매력을 홍보하는 더 큰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의 줄기는 우정과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다. 두 남성간의 우정에 한명의 여성이 끼어들어 관계의 위기를 초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장엄한 우정으로 승화시킨다는 전형적인 남성영화다. 거기에 잠수함영화 혹은 군대영화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남성들의 거칠지만 속깊은 우정과 갈등, 명예욕이나 출세욕에 사로잡혀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는 상사, 군대식 명령체계에서 정의와 항명의 문제, 그리고 안전 해수면 이하로 잠수하기, 새는 물, 제대로 열리지 않는 해치, 꺼진 엔진, 두절된 무선 연락도 빠지지 않는다. 상업영화에서 관객이 용서하지 않는 것은 어디서 본 듯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제대로 버무리지 못했을 때이다. 그런 면에서 <블루>는 면죄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드라마의 줄기는 우정과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다. 두 남성간의 우정에 한 여성이 끼어들어 위기를 초래하지만 결국 더 장엄한 우정으로 승화된다는 전형적인 남성영화다.♣ 여러 조연배우들은 선악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악인을 희화하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수의 캐릭터들을 비교적 생생하게 건져올렸다. 캐릭터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성공적이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주인공인 김준인데, 그는 희한하게도 작금의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가장 애호되는 코믹 캐릭터에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을 조합해냈다. 신현준의 연기 스펙트럼이 자못 볼 만하다. 김준과 대립각을 이루는 이태현은 흐트러짐 없는 이성의 소유자로 살리에리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마침내 2인자다운 영웅적 최후를 맞이한다. 엘리트 장교인 강수진은 언뜻 보기에 드라마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남성을 위한 멜로 주인공의 위치로 내려앉는 역할이긴 하지만, 여성 관객을 그다지 기분 나쁘게 만들지 않을 수준의 책임감 있는 위치를 고수한다. 그 외의 조연급들은 선악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악인을 어처구니 없는 존재로 희화화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수의 캐릭터들을 비교적 생생하게 건져올렸다. 이 영화가 의표를 찌른 점이 있다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피해갔다는 것이다. 초반에 미사일 하나가 미군 비밀 기지 근처에 떨어졌다는 설정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저것이 갈등의 중심축이겠거니 했으나, 이내 사소한 에피소드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갈등 혹은 적은 미국이나 일본, 북한, 소련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그럼으로써 굵직한 하나의 스토리는 없어도, 이 익숙하고 다채로운 ‘적’으로부터 파생되는 자연스럽고 다양한 갈등 요소를 갖게 되었다. <블루>는 <부활의 노래> <두 여자 이야기> <채널 69> <편지> <산책> 등으로 지그재그 행보를 보여왔던 이정국 감독이 기분 좋은 깜짝쇼를 벌인 작품으로 기록될 만하다.김소희/ 영화평론가 cafe.daum.net/cwgod

역시 명절엔 성룡, <상하이 나이츠>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상하이 나이츠>(원제 shanghai knights)는 지난 2000년 개봉했던 <상하이 눈>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페이페이 공주(루시 리우)를 찾아 미국 서부로 건너왔던 청룽(成龍)은 이번에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런던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쥬랜더>등에 출연했고 <로얄 테넌바움>의 시나리오를 썼던 오웬 윌슨이 전편에 이어 허풍쟁이 ‘로이’로 출연, 청룽과 호흡을 맞추고 루시 리우 대신 여주인공으로는 싱가포르 출신의 판 웡이 출연한다. 페이페이 공주를 구한 후 보안관으로 서부에 정착한 장웨인(청룽). 자신이 검거한 현상수배범의 포스터를 모으며 서부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어느날 여동생 린(판 웡)으로부터 불길한 편지 한통이 배달된다. 편지의 내용은 왕의 옥쇄를 지키는 일을 맡고 있던 아버지가 영국인 자객에게 살해당했다는 것. 웨인은 보안관 배지를 떼고 살인자를 찾으러 런던으로 건너간다. 웨인의 모험에 단짝 로이(오웬 윌슨)가 빠질 수는 없는 일. 웨인이 맡긴 돈을 다 날리고 호텔 웨이터로 일하던 허풍쟁이 로이도 그와 함께 런던으로 건너간다. 런던에서 린과 합류하게 된 웨인과 로이. 세 사람은 살해범을 추적하던 중 추방당한 중국의 왕족 ‘우 입’과 영국의 귀족 ‘라스본’이 결탁해 각각 자기나라의 왕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음모를 눈치채게 된다. 웨인 일행은 일단 우 입과 라스본의 공격을 피해 여관으로 숨어들지만 웨인에게는 또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바로 바람둥이 로이가 순진한 린에게 시도때도 없이 추파를 던지는 것.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영국 여왕의 암살을 막으려고 나서는데.. <상하이 나이츠>는 그동안 홍콩과 할리우드에서 청룽이 보여줬던 수많은 코믹 액션영화들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비슷비슷한 내용에 늘 보던 액션이지만 그렇다고 영화는 그다지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선술집이나 공포체험관, 공장, 시계탑의 내부 등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소품을 이용한 청룽 특유의 액션이 볼만하고 스토리도 제법 긴장감이 있는 편. 찰리 채플린, 코난 도일 등 당시의 실재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비행기나 자동차 사업얘기 등은 황당하기보다는 유쾌한 쪽에 가깝다. 엘튼존, 쿨리오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돕킨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서울=연합뉴스)

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3]

지난해 흥행성적이 부진했지만 명필름에 별다른 변화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개봉할 편수만 해도 이미 3편이 확정됐다. 지난해 제작을 끝낸 김응수 감독의 <욕망>과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바람난 가족>이 늦어도 올 추석에는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세편 모두 스타 캐스팅에 기댄 영화는 아니어서 제3자의 눈으로 보기엔 흥행하는 게 만만찮은 일처럼 보이는데 정작 심재명 대표는 담담하다. <섬>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상심해서 앓아 누웠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맷집이 좋아지셨나봐요”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 그때는 첫 경험이었으니까 파장이 컸죠. 지금 생각해보면 <섬>은 해피한 케이스였어요”라며 웃는다. -임상수 감독과 <바람난 가족>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제일 컸었고.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눈물>을 봤을 때 좋았고 감독으로서 프로가 아니겠나 싶었고. -<바람난 가족> 출연계약 문제로 김혜수씨와 시끄러웠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계약서를 잘 써야겠다, 다. 김혜수씨는 영화와 TV를 둘 다 할 수 있다는 거였고, 우린 그럴 수 없다는 거였으니까. 손해배상소송까지 간 건 이런 문제가 사적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였다. 또 이런 일이 닥칠 텐데 공론화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방송사든 영화사든 캐스팅 때문에 애를 먹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거니까. 사실 우리 입장에선 이런 소송을 내면 매니지먼트사한테 깐깐한 제작사라는 인상을 줄 거고 득볼 게 없는데 5억원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한 것도 돈을 받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공론화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계약금을 돌려받는 걸로 정리가 됐고. 이젠 서로 조심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할 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인가. =아니다. <욕망>을 먼저 하게 될 거 같다. 배급방식을 고민 중인데 CJ랑 의논 중이다. 예술영화전용관에 풀 것인지, 일반상영 방식을 택할 것인지. 그 형태가 정해지면 개봉일자도 정해진다. 3∼4월에는 할 거 같은데…. -<섬> <와이키키 브라더스> <버스, 정류장>처럼 이런 영화를 몇 차례 개봉해봤는데… 어떤 대안이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이런 영화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4억∼5억원 정도로 제작하면 크게 돈을 벌 순 없겠지만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저예산으로 해야 하는데 <욕망>도 제작비 9억원이 들었으니까 리스크가 있을 거 같다. 작가주의영화들의 경쟁력은 따로 있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나 감독도 따로 있는 거 같다. -2001년엔 신인 감독 영화 중에 <소름>을 인상적인 영화로 꼽았는데 지난해 영화 중에는 무엇이었나. =<품행제로>다. <씨네21> 베스트5는 뭐였나 -<생활의 발견> <오아시스> <복수는 나의 것> <죽어도 좋아> <취화선>이었다. =<죽어도 좋아>를 아직 못 봤다. -<품행제로>는 어떤 면이 좋았나. =대중영화로서 쿨한, 감정 과잉이 별로 없고 만듦새나 형식에 대해 공을 많이 들인 거 같다. 시나리오나 이야기 구조에선 허술한 점이 있지만 영화가 표방하는 캐릭터나 캐스팅이라든가 연기라든가,난 깜짝 놀랐다. 대중영화로서 미덕이 많은 거 같다. 요즘에 과잉의 영화를 많이 봐와서, 그렇지 않은 게 너무 좋더라. 처음엔 류승범이 싸움하면서 난리나잖나.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던 게 너무 좋았다. 완전히 개싸움이 돼버리잖나. 진실은 이런 거고 결국 무용담 좋아하는 고삐리들의 과장된 그걸 완전히 뒤집어버리더라구. 그런 사고 자체가 쿨하면서도,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에서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화도 자주 보나 최근 영화 중에 좋았던 건 뭐였나. =아주 최근 영화는 별로 없고 <어바웃 어 보이> 좋게 봤다. <피아니스트>,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있잖나.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더라. -<어바웃 어 보이>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워킹타이틀의 작품이잖나. 당신이 꿈꾸는 영화가 워킹타이틀의 영화와 비슷한 거 아닌가. =지금도 워킹타이틀영화처럼 만들 자신있다. (웃음) 그런데 워킹타이틀은 작가, 감독, 배우, 네트워킹이 정말 좋다. 휴 그랜트가 나오고. 음악 쓰는 타이밍도 비슷하고. 그걸로 영국뿐 아니라 할리우드도 점령했잖나. -지난해 작품들이 흥행이 안 되고 투자여건도 나빠져서 위축되진 않나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는 거 같던데. =위기감이나 그런 건 별로 없다. 정말 위기라서 일부러 내색을 안 하는 걸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겁게 좋은 감독을 만나서 일하면 되는 거다. 뭐, 지난해엔 시장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니까 좀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바람난 가족>도 잘 찍히고 있고. 심보경 이사가 <바람난 가족>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데 문소리씨에 대해 ‘괴물’이라고 하더라. 문소리씨 연기에 놀라나보다. 올해 괜찮을 거 같다. 난.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왔을 때 소복이 쌓일 만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맞으며 언덕길을 걸어올라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요즘 시사회를 한 영화들, <이중간첩> <클래식> <디 아워스> 등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비사 한 가지.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실은 창대한 프로젝트였단다. 한석규와 송강호를 캐스팅하려고 매니저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던. 정말 두 배우를 써서 만들었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 관객은 얼마나 들었을까 영화를 뜻대로 만드는 일은 감독에게나 프로듀서에게나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품행제로> 음악감독 이하늘

지금 내 모습 너무나 초라해 난 한번도 단 한번도 넘어질 거라 쓰러질 거라 생각지 않았기에 지금 내 모습 더 초라하게 느껴지네 시간에 묻혀 벌써 나를 잊어버린 사람들 그 속에 나 자신감마저 잃어 이젠 내가 싫어졌는지 아님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서인지….(DJ. DOC 5집 중 인트로 <와신상담>) 지난해 7월 인천시 계양구에 문을 연 DJ. DOC의 작업실엔 탁구대가 제일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여 있다. 탁구를 좀 칠 줄 아는 이하늘이 후배와 동료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주머니를 턴 거다. 탁구를 좀 칠 줄 아는 이하늘이 기자와 인터뷰를 끝내고 건넨 마지막 인사말도 “탁구 한판 하고 갈래요”였다. 거의 3년 만에 서본다는 카메라 앞에서 어찌나 오랜만에 사진 찍는 티를 내는지 사진기자가 좀 웃어보라고 하자 “전 웃겨야 웃어요” 한마디. 불편한 티를 다 내더니 어느새 <품행제로> O.S.T 작업에 참여한 멤버들을 주저리주저리 모아 같이 사진을 찍자고 법석을 부린다. 트레이드마크인 노란 머리를 짧게 깎아 까만 밤송이가 돼버린 이하늘의 이마를 보며 후배들이 “형, 기름 좀 닦아야겠어요” 면박을 주자, “짜샤, 니들이 괜히 더 폼잡지 마” 하고 응수하다가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 꾹꾹 눌러댄다. “아… 집에서 장조림하다 나왔거든요. 마무리를 못 짓고 나와서 걱정이 되네.” 장조림에 넣을 메추리알을 4판이나 까넣었다는 그의 손은 상처투성이다. 11명이나 되는 후배들을 데리고 사는 그는, 짭조름한 간장조림, 아줌마 냄새를 풀풀 풍기는 서른의 노총각 래퍼다. <품행제로> 시나리오를 받고서 선뜻 음악작업에 동의한 것은 상당히 돈 되는 아르바이트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6집 작업이 선뜻 끝날 것 같지 않은데다, ‘싸랑하는’ 후배들 입에 들어갈 밥을 생각하며 척 일을 맡았는데, 아 그게 쉽지 않은 길이었다.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이어야지 음악 만들기도 쉬울 것 같은데, 무슨 영화가 분위기 좀 띄울 만하면 금세 러브러브한 장면이 나오질 않나, 멜랑콜리하게 분위기 깔면 쌈치기 장면이 나오질 않나 아주 골탕을 먹었다. 게다가 이놈의 영화판은 음악을 만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스무날 남짓한 시간만 달랑 줘버리니 감 잡는 데 열흘, 만든 거 뒤집는 데 다시 열흘 걸렸다. 엔딩 타이틀이 막판에 바뀌는 바람에 오프닝곡에다 하룻만에 떠올린 가사를 붙여 <즐거운 생활>을 완성했는데, 곡 중에 들려오는 아이들 목소리, 교회 유치원 아이들 데려다 피자 주며 달래고 얼러 얻은 수확이다. 대단하다, 천재 이하늘!! 2001년, 5집을 끝내고 새로운 소속사인 쇼글로브와 계약을 맺고 아직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던 이하늘은 올해 봄에 나올 6집 작곡에 매진하는 중이다. 스스로도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모르겠다는 6집이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보인다. DJ. DOC 그들이 아파하고, 즐거워하고, 힘들어한, 그들이 직접 겪은 삶의 흔적이라는 것. 거짓말 못하고, 상상력도 부족하고, 연출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이하늘에게서 나올 건 자신의 경험, 그리고 그 안에 숨쉬는 작은 진실뿐.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프로필 → 1974년생·1994년 데뷔→ DJ. DOC 1∼5집 활동→ 현재 6집 준비 중→ 대표곡 : <슈퍼맨의 비애> <머피의 법칙> <겨울이야기>→ <여름이야기> 등→ 영화 <품행제로> 음악감독

전수일 감독의 <파괴>에 추상미 정보석 캐스팅

“자살을 원하는 여자와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 정보석과 추상미가 전수일 감독이 만드는 새 영화 <파괴>에 출연한다. <파괴>는 1996년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살 도우미’ 남자와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보석이 맡은 배역은 작가이자 카운슬러 겸 자살보조업자인 ‘S’. 소설에서는 ‘나’로 나오는 인물로, 고독하거나 무료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그들이 죽음을 결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살의 방법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추상미는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는 사람들 중 한명인 30대의 행위예술가 ‘마라’를 연기한다. 소설에서는 ‘미미’에 해당하는 이 인물은,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을 한 뒤 그림 <마라의 죽음>에서처럼 욕조 속에 들어가 동맥을 끊는다. <파괴>는 전수일 감독의 전작들인 <내 안에 우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등 예술성에 초점을 두었던 영화들과 달리 ‘고품격 대중영화’를 염두에 두고 연출하는 작품이다. 제작사는 얼마 전 전수일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동녘필름’. 8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다. 지난해 11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 영진위와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가 협력 약정서를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합작 프로젝트인 이 작품은 CNC의 지원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후반작업이 진행되며 프랑스의 언리미티드사가 유럽 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파괴>는 지난 1월15일 크랭크인했으며 5월 말경 국내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원작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상당히 허구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자살 도우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이제는 더이상 허구가 아닌 것이 돼버린 2003년이라는 시점에서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이 영화에는 정보석, 추상미 외에도 <욕망>의 이수아, <수취인불명>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김영민, <나비>의 장현성 등이 출연한다.

김형태의 오!컬트,

“저한테 귀신이 7명이나 붙어 있었대요. 그거 다 떼고 왔어요. 아주 용한 분 계시는데 소개해드릴까요” 오랜만에 연락이 온 그녀의 근황은 이러했고, 나는 얼마 전에 <차인표의 블랙박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빙의된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심심풀이 땅콩 정도의 호기심으로 본 적이 있다. 심심풀이 땅콩 정도의 호기심이라 함은, 그것이 현실성이 없어서 시시하다거나 혹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라 놀라운 일이어서가 아니다. 모처에 귀신이 출몰한다거나, 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되거나 눈빛으로 숟가락을 구부러뜨리는 일쯤이야 사건도 아니다. 그런 사건을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그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하는 논란의 여지는 이제 진부하기만 하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당신은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믿느냐’라는 질문보다는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느냐’라는 질문이 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이리라. 과학이라는 절대적 진리는 고작 물리적 현상을 숫자로 표기하거나 화학적 현상을 임의의 기호로 표기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바람은 왜 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과학적 설명이란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물리적 이동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왜 부는가’에 대한 답변이 아니고 ‘어떻게 부는가’에 대한 답변일 뿐이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왜’에 대한 해답은 없고 단지 ‘어떻게’에 대한 설명만 임의의 수치와 기호, 수식과 공식으로 설명할 뿐이다. 인간은 왜 태어나는가. 생명체란 과연 무엇일까.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시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신은 이 세상을 왜 창조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그리고 현생 인류의 의식수준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해답들. 이런 질문들은 한번 시작되면 끝이 없다. 그래서 이런 유의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가슴은 답답증에 폭발할 것만 같고 머릿속은 ‘잘못된 연산을 수행’한 컴퓨터처럼 혼돈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만다. 그 끝이 어디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 속 작은 별 하나 위에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태어나 목적도 이유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설픈 지적 생명체. 공포의 근원은 무지이다.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것. 그것이 공포의 근원이다. 그래서 어두움, 낯선 사람, 모르는 길은 공포이다. 본 적이 없는 생명체, 원리를 알 수 없는 자연현상들은 우리에게 공포를 안겨준다. 그 공포를 피하고자 인간들은 과학적 규칙과 종교적 원론들을 만든다. 그리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논의의 가치조차 없는 미신이거나 과대망상에 의한 착각으로 규정하고, 종교적으로는 절대존재가 언급하고 일러준 진리라는 것에서 벗어난 여타의 의문과 재론의 여지들은 차라리 죄악으로 간주하여 근본적으로 무지로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스컬리와 멀더가 담당했던 수많은 미결 사건들은 열람금지 x파일이 된다. 한때 내가 즐겨보던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라는 프로그램도 종교단체의 반발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모두 가치관의 혼란을 막기 위함이리라. 하지만 무지라는 것은 눈가리고 귀막음으로 보호할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다. 한편 우주의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요지경인들 그리 무서울 것도 없다. 기밀문서 X파일이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 방영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 초자연적 사건들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많은 것을 ‘알게’ 하였으니까.김형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www.hshban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