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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우리 이제∼ 동거해요∼

봄이 온다. 바람도 솔솔~. <가문의 영광>으로 충무로 ‘별’들의 족보에 이름을 올린 김정은에게도 봄바람은 불어온다. 김정은은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새롭게 준비하는 <불어라 봄바람>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라이터를 켜라>의 흥행감독 장항준과 <가문의 영광>의 흥행배우 김정은의 만남이 예고하듯 <불어라 봄바람>은 멜로와 코미디가 두루 섞인 ‘휴먼코미디’를 지향하는 영화이다. 애초 이은주에게 관심이 쏠렸던 이 영화에서의 ‘화정’ 역은, 이 시나리오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김정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그녀의 몫이 되었다. 김정은은 이 영화에서 동네에 새로 들어오는 다방 여종업원 ‘화정’을 맡는다. 화정은 비록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배운 건 없지만, 마음만큼은 고운 여자이다. 화정은 그 동네에 머무는 시나리오 작가 ‘선국’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지만, 결국 지독히도 이기적인 그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선국은 다시 화정을 찾아가게 된다. 김정은의 상대역인 선국에는 <라이터를 켜라>의 투톱 김승우가 확실시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쪽은 김정은을 3억5천만원의 개런티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불어라 봄바람>은 이달 중순 크랭크인을 시작으로 선국 역의 김승우가 합류하게 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의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추석 시즌 개봉예정이다.

사랑 완전 정복

“캔 유 스픽 잉글리쉬?” <생활의 발견>의 김상경이 골목 어귀에서 만난 추상미의 남편에게 던진 대사가 아니다. 영어학원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 이나영과 장혁이 <영어 완전 정복>(제작 나비픽쳐스·아이엠픽쳐스)에 나란히 캐스팅되었다. 각각 드라마 <대망>과 <네 멋대로 해라>를 끝내고 차기작을 고르던 장혁과 이나영은 <비트>부터 <무사>까지 주로 ‘남자영화’만을 연출해왔던 김성수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로맨틱코미디에서 첫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특히 평소에 늘 “외계인같은 역할”을 찾아헤매던 ‘별소녀’ 이나영에게 <아멜리에>식의 엽기발랄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영어 완전 정복>은 눈에 맞는 시나리오였던 셈. 신문의 오늘의 운세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동사무소 직원인 영주는 늘 자신같이 매력적인 여자를 왜 세상 남자들이 가만히 놔두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그에게 회식자리에서 미션이 떨어진다. 바로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외국인 민원처리를 위해 모든 동사무소 직원을 대표해 영어학원에 다닐 것! 줄반장 당선도, 복권 한번 담청된 적도 없는 영주에게 ‘영어학원 당첨’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버스광고도 영어, 길거리 간판도 영어, 꿈속에서 펼친 오늘의 운세도 영어로 되어있는 세상은 그녀의 기를 팍팍 죽인다. 그러나 그런 영주 앞에 백마 탄 왕자님 ‘문수’가 나타난다. 사실은 백화점에서 구두를 파느라 입에 발린 칭찬이 생활화된 문수의 친절을 ‘틀림없는 관심’으로 받아들인 영주는 그가 “영어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혼자 오해한 채, 영어 완전 정복에 정진한다. 사실 문수는 집안 사정상 어릴 때 캐나다로 입양보낸 여동생의 귀국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기속성영어정복’을 목적으로 학원을 등록한 것. 그러나 몸속에 끊어오르는 바람기를 주체 못하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추근대는 것으로 소일하던 그에게 두꺼운 안경에 답답하게 생긴 영주의 등장은 뜬금없다. ‘영어 정복’만큼이나 어려운 영주의 ‘사랑 정복’은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을까?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 중인 <영어 완전 정복>은 4월 초 크랭크인해 9월 중순 개봉될 예정이다.

박정희 나무

박정희 기념관 건립 기한이 내년 10월까지 연장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난해 여름에 강원도 어느 산골에 갔다가 본 울창한 산림이 생각났다. 하룻밤을 묵게 된 그 집 뒤꼍 산자락에 쭉쭉 곧게 뻗은 낙엽송이 하늘을 가릴 듯 서 있는 것이 절로 찬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나무가 서 있는 산은 국유지요 숲은 국유림이었다. 그때는 그 나무의 이름을 잘 몰라 집주인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는 그 나무가 낙엽송이라고 하면서도 그 근처 사람들은 그 나무를 ‘박정희 나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수수께끼가 시작되었다. 박정희는 물론 전 대통령 박정희를 이른다. 낙엽송이 소나뭇과에 속하기는 해도 늘푸른나무가 아니고 말 그대로 겨울이 되면 낙엽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권불십년, 아니 십팔년의 무상을 박정희가 보여준 것에 비유해 나무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집주인은 물론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박정희 특유의 압축성장 정책이 산림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그런가. 우리의 환경과 민족의 품성에 맞는, 또는 소나무와 참나무 같은 재래 수종은 버리고 외래의 수종을 선택한 결과 그게 낙엽송이 된 것인가. 그와 유사한 것이 새마을운동이며 박정희가 지은 <새마을 노래>에도 나오듯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한다면서 누천년 내려온 토목건축의 전통, 자연과 어울리는 풍경을 원수라도 되는 듯 싹 일소해버리고 “너도 나도 힘써서” 슬레이트와 시멘트길로 도배해놓은 게 아니겠느냐. 그는 맥락이 닿는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반쪽의 진실이 허위와 결합될 때 최악의 거짓이 된다는 누군가의 명언을 인용하며 내 직업병이 중증이라고 나를 약올렸다. 노래라는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박정희가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이라도 애창했던가.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만 있을까/ 지난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번 어루만지며 돌아서는 장충단공원.’ 이 노래에 나오는, 낙엽송에 새긴 이름이 박정희라도 되느냐. 나의 광분에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낙엽송은 사전에 의하면 건축·침목·펄프·선박 따위에 쓰인다고는 하지만 막상 시골 가정집에서는 쓸모가 별로 없다. 이 나무의 목질이 고약스러워서 건조과정에서 걸핏하면 뜨고 비틀어진다는 것이다. 통나무집을 짓는 건축현장에서는 이런 낙엽송의 성질을 감안해서 조심스럽게 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땔감으로나 쓰려고 장작으로 팰 때 도끼날이 박히면 좀처럼 빠지지 않도록 질깃질깃하여 도끼자루깨나 잡아먹는 게 낙엽송이다. 그게 박정희의 생애와 성격을 일부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이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냐. 내가 생각해도 그럴 리는 없었다. 그에 의하면 낙엽송, 일명 일본잎갈나무가 박정희 나무라고 불리게 된 것은 박정희가 시찰을 다니다가 민둥산을 보면 화를 내는 바람에 낙엽송을 심어댔고 그때부터 낙엽송이 박정희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박정희의 ‘성질머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정희 정권 시절에 전국 산림에 80% 이상이나 되는 식재가 이루어졌다는 통계가 있다. 그 당시 산림담당 공무원들은 최대한 빨리 자라고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외양만 그럴싸해 보이는 낙엽송이 각하가 가시는 길마다 숲을 이루도록 심고 또 심고 또 심었다. 이제 산림의 양보다 질을 추구해야 할 참에 전시용으로 보이기 위해, 문책을 모면하기 위해 급히 심었던 낙엽송은 없는 데가 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강원도 곳곳의 산에 군림하고 있다고 했다. 정말 그의 시대는 길었다. 그리하여 전국 곳곳에 있는 명승고적의 현판과 기념탑과 비석의 글씨는 물론이고 오지의 숲과 나무에까지 그의 손길과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특히 불후하여 오래갈 것들, 거듭 태어나는 생명에 새겨진 그의 위명, 악명이 어느 세월에 떨어져나갈지 모르겠다. 이런 판국에 굳이 새로 돈을 들여 기념관을 세울 필요까지 있을는지.성석제/ 소설가

[새 영화] <러브 인 맨하탄>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 총격사건 연루, 섹스 비디오 파문, 최악의 영화를 뽑는 라지(Razzies)상 여배우 부문 후보 노미네이트 등. '최고의 엉덩이'로 찬사를 받으며 노래면 노래, 영화면 영화, 미국 연예계의 '잘 나가는' 스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를 이런 몇 가지 뉴스로 깎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니퍼 로페즈는 피플지가 선정한 '아름다운 50인' 중 한 명으로 뽑혔으며 올 초 갤럽과 USA 투데이가 공동 조사한 '미국인이 좋아하는 여자' 설문조사에서 18~30세의 젊은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러브 인 맨하탄>(원제 Maid in Manhattan)은 이런 제니퍼 로페즈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영화. 뉴욕의 한 특급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마리사(제니퍼 로페즈)는 남편과 이혼 후 아들과 같이 살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매니저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던 그녀는 어느날 우연한 오해로 상원의원 후보인 크리스토퍼 마샬(랄프 파인즈)과 데이트를 하게 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꿈에도 그리던 '킹카'와의 달콤한 만남을 즐기는 마리사. 하지만, 신분의 차이는 그녀로 하여금 마샬과의 만남을 피하게 만들고 그럴수록 마샬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인다. 만남은 계속되지만 사실을 털어놓을 기회를 놓치는 마리사. 어느날 그녀는 상류층의 자선 파티에 마샬과 함께 참석하게 되고 둘은 그날 밤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좋을 것 하나 없지만 너무나도 '바람직한' 사고를 갖고 있는 여주인공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또 잘 생긴 정치인 마저 사랑을 호소한다는 식의 캐릭터 설정은 제니퍼 로페즈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지만 전체 스토리와는 겉돈다는 느낌이다. 영화속의 에피소드들도 '신분을 숨긴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신데렐라식 로맨틱 코미디'라는 대략의 줄거리에서 예측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할리우드적이라는 것도 영화의 단점. <조이 럭 클럽>, <스모크> 등에서 중국 이민 세대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다뤘으며 <센터 오브 월드>에서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충격적 영상으로 보여줬던 웨인 왕 감독이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연출을 맡았으며 제니퍼 로페즈의 상대역은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알려진 랄프 파인즈가 맡았다. 12월 둘째주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1천871만불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인터넷 영화전문 사이트 IMDB(Internet Movie DataBase)의 네티즌 별점에서 10점 만점 중 4.5점의 낮은 점수를 얻었다. 상영시간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나도 저런 거 만들고 말 테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는 지난해 여름 극장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그동안 내 안에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바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건 ‘나도 저런 거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또는 원대한 포부…. 아주 오래 전부터 미미하게 나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은 배우들이 나오는 극장용 극영화를 한편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 꿈을 잠시 접어두었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내 전공분야도 아니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십년(음…) 동안 그 바람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에게 애니메이션을 해보면 어떨까,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글쎄 그게 영화랑 다르기도 하고 또 비슷하기도 하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님 하지 말라는 얘기야? 그러면 친구들은 이런 대답을 한다. “감히 내가 어떻게 네 인생에 대해 그같은 말을 할 수 있겠니.” 나는 분명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나도 저런 거 만들어 보고 싶다는 느낌을 가졌다. 아주 강렬하게…. 내가 팬클럽 회장으로 있는 숯검댕 까만먼지님들의 식량이 사실은 별사탕이었음을 알게 되었을때, 네개의 팔이 달린 가마할아버지가 굿럭을 특유의 일본식 영어로 외쳤을 때, 나는 나도 저런 거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 유바바보다 커다란 아기 보우가 바다를 가르는 기차를 타고 센과 여행을 할 때 쥐로 변해 센의 어깨에 앉을 수 있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작아져 있을 때, 가오나시가 비오는 뜰에서 집안으로 으슬으슬 검은 안개처럼 들어와 센의 손 가득 금조각을 내밀려 단발마의 소리를 낼 때, 나는 나도 저런 거 만들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서서히 굳히고 있었다. 이렇듯 미야자키 하야오의 집요한 관찰이 주는 장면의 디테일과 애니메이션이 가진 기이한 표현력의 결합은 동공을 확대시키다가 얼굴에 미소를 머무르게 한다. 특히나 가오나시의 식욕의 표현강도는 감히 실사영화는 꿈도 못 꿀, 애니메이션의 진경을 보여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 보고 극장을 나왔을 때 나는 두 주먹을 꼭 쥐고 이를 악물고 있었다. 나도 저런 거 꼭 만들고 말 테다. 뿌드득(이갈리는 소리임!!) 애니메이션을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될지는 아직 기약할 수 없는 단계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것이 1분짜리건 100분짜리건 그렇게 차츰차츰 시도해보고 싶다. 가끔은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는 내적인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애니메이션 한편을 만들게 되었을 때 소설가나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책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그들은 언제나 ‘하나의’ 삶을 꿈꿔왔습니다. 즉 ‘하나의’ 사랑과 ‘하나의’ 직업과 ‘하나의’ 가족과 ‘하나의’ 거주공간이 있는 ‘하나의’ 삶을 꿈꿔왔습니다…(중략)…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는 ‘여러 개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개의’ 사랑과 ‘여러 개의’ 직업을 겪어야함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브시몽 <감정의 표류>)

대종상,거듭날까?

34억1063만8천원. 놀라지 마시라. 올해 6월15일께 열리기로 되어 있는 대종상영화제가 필요로 하는 총사업비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영화단체사업지원 심사결과 공표 자료에 따르면 이렇다. 이는 지난해 대종상영화제에 들어갔던 돈의 10배가 넘는 액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해 쓴 돈이 3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종상영화제를 꾸려왔던 신우철 한국영화인협회(이하 영협) 이사장은 “지난해에는 시상식만 열었는데 올해는 명실상부한 영화제로 거듭나겠다”며 “접촉 중이라 확언할 순 없지만, 북한 영화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포함하여 3월 중순 이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종상영화제를 준비하는 쪽에선 35억원에 달하는 행사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현재까지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전폭적인 도움을 얻어내기란 어려워 보인다. 3월3일 발표된 영화단체사업지원 심사결과에 따르면, 영진위가 대종상영화제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금액은 1억4천만원에 불과하다. 신청단체인 영협은 총사업비 중 11억6910만원 정도를 요청했지만, 영진위는 이중 10% 이상을 주지 못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영진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저도 영진위 내부에서 다시 한번 모니터를 거친 뒤에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된 이후에야 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종상영화제쪽에서도 문화관광부와 영진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았다는 반응이다. 신우철 이사장은 “영진위쪽에서 시상식만 하라고 하는데, 1주일 동안 영화축제 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잡은 만큼 큰 기대 않고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쪽 지원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종상영화제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한때 서울시와 협의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쪽과 명칭 문제로 논의하다 틀어졌고, 현재는 기업들의 협찬을 뒷받침으로 별도 법인을 꾸리되 영화뿐 아니라 문학, 연극, 미술, 무용 등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우르는 인사들과 함께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올해 열리는 대종상영화제는 40회를 맞는다. 아직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진 못한 상태. 영화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신우철 이사장은 “더이상 누가 주최하느냐는 문제로 영화인들과 패권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다”며 “모두들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영화제가 열리기까지는 3개월. 늦지 않았으니, 한번 자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대종상영화제가 영화인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가 과연 규모가 작은 영화제여서인가, 라고. 아마도 영화인들은 3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영화제를 또 하나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영화제는 이미 배부를만큼 열리고 있다. 대종상이 어둠 속을 헤매는 동안, 지난해엔 MBC 영화상이 신설됐다. 시상행사 하나 더 생기는 일이 나쁘진 않다해도, 영화인 스스로 만든 전통의 영화상이 유명무실해졌고, 영화계 밖의 언론 방송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현실은 아무래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실추됐던 대종상영화제의 오명을 씻고 새 출발하려면, 올해 영화단체지원사업 예심 과정에서 “대종상은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영진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10권,제5화 종결

기사와 파티마, 피에 젖은 파트너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 언제쯤 그 긴 이야기가 끝나는지, 다만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러나 부질없는 희망인가? 수만년에 걸친 별과 기사와 요정과 기계괴물의 이야기를 불과 몇 십년 동안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가 겨우겨우 10권을 냈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별다른 해설도 붙지 않고 만화로만 260쪽이 넘는 최대 분량의 권이다. 이것으로 9권에서 시작된 제5화 <더 시발리스>(the Chivalries)가 종결되었다. 오랜 다섯별 이야기 중 가장 슬프고도 아름답고 유머 넘치는 테마, 기사와 파티마의 발라드가 빛나는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제5화는 그야말로 ‘기사와 파티마’의 이야기다. 중심 줄거리는 성단력 2995년에서부터 3010년 마법제국 황제 보스 야스포트의 플로트 템플 내습에 이르기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앞뒤 수만년의 이야기들이 사이사이에 들어가 기사와 파티마에 얽힌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또 많은 물음을 만들어낸다. 억눌린 고결함, 비극적 운명 시발리스(기사)는 40억 이상의 생명을 성단 전쟁 때 앗아가버린 초제국의 전투 병기로 그야말로 저주받은 발광(發狂)의 피였다. 이후 그 피는 엷어져갔지만, 최강 레벨의 시발리스로 2천년 이상 동결되어 있던 스바스가 깨어나 초제국 황제의 소유가 될 순간, 그 옛날 사라졌던 불꽃의 여황제가 나타나 그에게 자유를 준다. 그는 초대 검성(劍聖)이 되어 새로운 기사의 시대를 열어간다. 제5화는 그로부터 수천년 뒤, 또 많은 기사와 파티마들이 또 다른 운명의 실타래 속에서 웃음짓고, 싸우고, 죽어가는 이야기다. 트란의 대통령이기도 한 보드 뷰라드는 뒤늦게 기사의 피가 깨어나는 바람에 겪게 된 어린 시절의 시련을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그와 어린 ‘짱구’ 메가엘라의 만남과 훗날의 재회는 더욱 풋풋한 인간성을 드러낸다. 성단 최초의 파티마 중 하나이며 검성 비잔틴과 함께했던 인터시티가 하르펠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숲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눈을 감는다. 성단력 2997년, 무한한 생명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파티마가 처음으로 자연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사와 파티마는 그 고결한 외모와 막강한 힘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의 소유자들이다. 주인없는 파티마는 아무에게나 농락당하고 폭행당하면서도 그것에 저항하지 못한다. 기사들은 사소한 불의를 보더라도 그가 일반인이면 기사의 힘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기사의 힘을 가진 소녀 크리스틴은 상급생의 놀림과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그를 죽여버리곤 근육을 약으로 파괴당하고 평생 침대에 누워지내야 할 신세가 된다. 많은 파티마들이 기사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전투에서 서서히 파괴되고, 약물에 물들고, 길거리에 버려져 부랑자들의 노리개가 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슬픈 이야기, ‘죽음의 여신’이라 불리며 자학의 방랑을 하는 파티마 바아샤와 순수한 마음으로 그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소년 욘의 비극적 운명이 펼쳐진다. 정말로 강하지 않았다면, 기사의 피나 파티마의 생명 같은 건 애초에 가지지 않고 만났다면 하는 많은 회한의 목소리가 메아리진다. 나가노 마모루의 펜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완숙의 경지를 보여준다. 꼼꼼한 매력이 돋보이는 명장면의 연속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표정의 개그 묘사가 색다른 감칠맛을 준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 그렇지만 그 반대편에 넘치는 광휘, 위대한 기사들이 내뿜는 매력의 광채는 눈부시다. 검성 더글라스 카이엔은 기나긴 방탕의 생활을 청산하고 스스로를 ‘네들 시발리스’라 칭하고 기사단 총단장이 되었다. 비운의 소녀 기사 크리스틴 V는 하이랜더로 새로운 운명을 찾는다. 악역이며 다소 비열한 외모를 가졌지만 왠지 미워하기 어려운 흑기사 데코스 와이즈멜은 그에 걸맞은 파티마를 얻는다. 풋풋한 소녀 마마조아 유조타, 까불대는 천방지축 소년 쟈코 등 피어오르는 봄꽃의 기사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나가노 마모루의 펜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완숙의 경지를 보여준다. 전편에 파티마 디자인 등에 잠시 선보였던 3D그래픽은 다행히도 접어주었고, 꼼꼼한 펜선의 매력이 돋보이는 명장면을 연이어 선보인다. 특히 이상망측한 표정의 개그 묘사가 색다른 감칠맛을 준다. 그래서인지 학원소녀만화의 안경잽이 여학생 캐릭터인 마마조아, 겉으로는 내숭이지만 무시무시한 엄마 킥의 소유자인 이마라, 성단 최강의 기사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건강한 할머니’로 여생을 보내는 에나 다이, 우아한 외모와 고매한 인품을 가졌지만 사투리를 마구 터뜨리는 스즈카 아씨 등 아이러니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감상과 웃음의 에피소드들은 아마도 다음의 큰 전쟁을 위한 휴식과 사색의 시간으로 보인다. 플로트 템플을 들이닥쳤다 ‘우선은’ 물러간 보스 야스포트, 그리고 빠르게 자라고 있는 하스하 왕궁의 쌍둥이 남매 데프레와 마그달이 보여줄 대전(大戰)을 기다리며 이제 우리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으로 들어가자. 그전에 우리, 에필로그의 소프와 라키시스처럼 햇빛 따뜻한 나무 밑에 누워 우리가 사랑했던 기사와 파티마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뭔가 잊어버린 건 없나? 그래 비운의 용병, 브래포드도 등장한다. 인디언 복장은 벗어던지고 일본 무사의 행색으로. 이번엔 꽤 마음에 드는 일거리를 얻은 듯하다. 아트로포스는 여전히 방랑하고….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운영중www.sugarsp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