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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맛있는 대사, 웃음 한줌, 눈물 한 방울…

영화를 보셨는가. 그렇다면 읽을 차례다. 혹은 그 반대라도 상관없다. 영화를 먼저 보았다면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에 익은 에피소드들이 툭툭 떨어질 것이며, 책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와 원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 니콜라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부터 더 자세히 파고들기를 원하는 숙련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꼬마 니콜라> 시리즈 단계별 독서를 소개한다. 초급반 추천/ <꼬마 니콜라>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 <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 니콜라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싶다면, 시리즈의 뿌리인 <꼬마 니콜라>를 비롯해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다섯권을 읽길 권한다. 니콜라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친구 마리 에드비주의 생일파티나 학생주임 부이옹 선생님 이야기, 선생님 때문에 먹던 빵을 떨어뜨리고 이성을 잃는 니콜라의 먹보 친구 알세스트에 대한 에피소드는 영화에 차용되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꼽자면 <꼬마 니콜라>에 수록된 ‘멋진 꽃다발’이 있다. 니콜라는 엄마에게 선물할 꽃을 사지만, 집에 오는 길이 평탄치 않다. 결국 다 찌그러진 꽃을 내밀며 울음을 터뜨리는 니콜라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중급반 추천/ <우리는 천하무적> <선생님은 너무해> <아빠는 괴로워> <공동 꼴찌> <초콜릿 공장 소동> 기본 시리즈를 섭렵했다면, 이제 르네 고시니의 딸 안나 고시니가 출간한 미발표 원고들을 읽을 차례다. 1977년 르네 고시니가 작고한 뒤, 그의 딸 안나 고시니는 이사를 하다가 수백장의 니콜라 원고를 발견한다. 그녀가 발견한 80편의 미발표 원고들은 책으로 묶여 출간되자마자 이틀 만에 초판 5만5천부가 모두 매진됐다. 이들 원고에서도 르네 고시니가 창조해낸 위트있는 에피소드를 엿볼 수 있다. 수학숙제의 답이 틀렸다고 선생님이 주의를 줬는데 알고 보니 아빠가 푼 문제라든지(<우리는 천하무적>), 선생님이 단체 반성문을 벌로 내리자 자기는 잘못도 안 했는데 반성문을 쓸 수 없다며 떼를 쓰는 모범생 아냥(<선생님은 너무해>)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니콜라는 순진하게 보이다가도 방심하는 순간 영악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공동 꼴찌>의 다음 대사가 압권이다. “클로테르가 꼴찌를 하지 않고, 극장에 못 가거나 간식을 못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으려면 자전거를 빼앗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중략) 산타 할아버지가 원하신다면 클로테르가 어른이 되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될 때까지 내가 그 자전거를 맡아줄게요.” 상급반 추천/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 이 단계쯤 되면, 알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챙겨’ 보는 거다.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은 2008년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책이다. 르네 고시니가 생전에 쓴 열편의 에피소드들을 읽고 장 자크 상페가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빨간 풍선’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알베르 라모리스 감독의 단편이 먼저 떠오르지만, 생각해보면 빨간 조끼가 트레이드마크인 니콜라와 빨간 풍선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부활절 달걀’ 에피소드의 경우 꼬마 니콜라가 처음 등장한 1959년 잡지에 실렸던 이야기이며, 풍선이 터질까봐 엄마와 함께 집에 걸어오지만 이웃집 아저씨를 놀라게 하려고 그 풍선을 단숨에 터뜨린다는 ‘빨간 풍선’ 이야기는 미발표 원고에 속한다.

[오마이이슈] 협찬 정신

아하 협찬 때문이었구나. 지난 연말 어느 저녁 텔레비전에 지글지글 맛있어 보이는 고기가 나오기에 침 흘리며 유심히 보았다. 시종 수입 쇠고기는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멘트로 일관했는데 대체 왜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건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화면 가득 맛있는 장면과 통관 절차만 보여줬을 뿐. 무슨 실험 결과 안전하다거나 어떤 검사를 해보니 깨끗하다거나 하다못해 검역 과정에 새 기술이 도입됐다거나 하는 그렇고 그런 정보 하나 등장하지 않았다. 명색이 과학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알고보니 정부 협찬으로 제작한 꼭지란다. 한우도 아니고 수입 쇠고기 홍보에 나랏돈 쓰이는 것도 거시기하지만 아휴, 촌스러. 제작진은 얼마나 짜증났을까(나 한때 협찬 받아본 여자야~). 하여간 올겨울 ‘윈터 이슈’들은 하나같이 후지고 구리다. 대통령 딸과 손녀의 해외순방 동행 뉴스와 뒤늦은 청와대의 허둥지둥 해명은 ‘소심한 듯 다크한’ 이 정부 패션의 화룡점정이랄까. 자비로 부담할 것이라 하지만 대체 ‘사후 정산’을 어떻게 해. 대통령 특별기 좌석값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인도 정부에서 이들에게 든 의전과 경호 등 비용을 청구할 리도 만무하잖아. 게다가 부양가족이 아닌 가족을 외교 관례상 데리고 다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 일찍이 성냥으로 속눈썹 말아올리고 급우들이 하이틴 로맨스에 열 올릴 때 고고하게 <논노>를 교과서 아래 깔고 보던 소녀 시절의 내 기준에 따르면,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다(비록 지금은 고무줄 바지로 연명하지만 나름 실용주의거든. 그리고 공식 행사장에는 이렇게 입고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영업장에는 절대로…). 말투와 제스처, 나아가 행동과 처신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신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키워드다. 정신세계가 그리 넓고 깊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고 말끝마다 돈돈돈 하는 분을 일컬어 우리는 ‘업자’라 부른다. 4대강의 엄청난 미래 가치도 건설 붐과 이에 따른 땅값 상승으로만 계산하니까 이 사달이 난 거잖아. 오죽하면 돈 없는 학생들 돕겠다는 등록금 취업후상환제가 고리 대부업으로 전락했을까. 이런 사장님이 해외 출장에 가족 동행 협찬 좀 받은 걸 갖고 이렇게 파르르 하는 걸 보니 확실히 나는 소인배다.

[포커스] “아날로그 필름, 아직도 발전중이다”

패션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최근 현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정도라고 할까. <국가대표>(2009)로 첫 선을 보인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대세가 된 레드원 카메라 말이다. 요즘엔 드라마 <추노>를 찍은 카메라로 더 유명하다. 이후 이 카메라로 안 찍은 영화를 세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레드원 카메라는 충무로의 유행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름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필름과 비슷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무로가, 특히 10억원 내외의 저예산상업영화들이 너도나도 앞 다투어 이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디지털이 급성장했다. 풍부한 명암과 색 구현하는 ‘이터나 비비드 500’ 지난 1월25일, 잠실 롯데월드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후지필름 신제품 발표회가 다소 비장하게 시작된 것도 그래서다. “최근 디지털 산업이 성장하면서 필름 업계가 다소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는 최승돈 후지필름 이사는 “이번에 선보일 신제품 ‘이터나 비비드 500’(ETERNA Vivid 500)을 통해 필름이 다시 영화산업의 중심에 서게 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행사를 열었다. 그러니까 필름 업계 스스로 디지털이 필름을 따라잡았음을 인정하고, 다시 한 발짝 앞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이번 행사는 그간 한국 영화용필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인 코닥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후지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확실히 이터나 비비드 500은 고감도필름으로서 훌륭했다(‘500’은 필름감도로, 빛에 반응하는 정도를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감도라 불린다). 한국의 황기석, 윤주환 촬영감독과 미국촬영감독협회의 페든 파파마이클, 클레이머 모겐타우, 디온 비비 촬영감독이 만든 테스트 영상을 본 결과, 다른 필름에 비해 색 재현 능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광량이 적은 해질녘이나 새벽에도 피사체가 가진 색을 선명하게 살려내는가 하면, 어둠 속에서도 미세한 밝음과 붉은 립스틱 색 등을 모두 표현할 줄 안다. 또 적은 광량으로도 밤장면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계조가 풍부하다. 한마디로 밝음과 어둠의 큰 대비 속에서도 높은 채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고감도필름의 단점을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보통 입자가 굵어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감도필름은 색이 필름 위에 완전히 입혀지기도 전에 상이 맺히는 경우가 많다. 고감도필름이 채도가 낮은, 무채색 느낌이 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을 통해 “기존의 것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는 윤주환 촬영감독은 “무엇보다 밝음과 어둠, 그리고 색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필름누아르 장르에 적합한 필름”이라고 말했다. 역시 테스트 촬영을 해본 디온 비비 촬영감독(<콜래트럴>(2004), <마이애미 바이스>(2006) 등 촬영)도 이에 동의했다. “전체 조명 없이도 섬세한 그림자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어둠을 얻을 수 있었다.” 필름의 고비용 문제, 해결 가능할까 이처럼 촬영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레드원 카메라와 같은 디지털 매체에 쏠려있는 게 충무로의 현실이다. 이에 필름 업계는 디지털에 대항하기 위해 몇몇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필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후지필름이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와 함께 실시한 ‘3P’(Perforation) 테스트가 그중 하나. 3P는 이런 식이다. 필름 한 프레임에 구멍이 좌우 4개씩 있다. 퍼포레이션이라는 이름의 이 구멍을 좌우 3개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 줄어든 면적만큼 프레임 숫자가 늘어난다. 그러니까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의 숫자가 많아진다는 말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카메라에 필름을 끼우는 부분인 게이트 역시 4개에서 3개로 개조해야 한다. 이렇게 개조하면 후반작업비용이 약 30% 절감된다는 게 테스트의 결과다. 또 4P에 비해 화면의 좌우가 늘어나 시네마스코프(2.35:1) 작업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원래 시네마스코프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닌데 3P는 이미지의 손실없이 시네마스코프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발견”했다는 게 영진위 기술사업부 조성민씨의 말이다. 3P는 필름을 사용하고 싶지만 제작비 때문에 고민하는 프로듀서와 촬영감독들에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3P로 필름 비용 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영화가 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포화 속으로>와 원빈의 신작 <아.저.씨>가 바로 그것. “보통 400자 필름을 사용하면 3분50초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3P를 적용해보니 5분50초, 그러니까 2분 정도 더 쓸 수 있더라”라는 최명기 프로듀서는 “필름 관련 비용이 30% 절감됐다”고 만족해했다. 하지만 3P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카메라 한대당 개조비용 7천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4P에 최적화된 극장 영사기에 맞추기 위해 D.I.(Digital Intermidiate: 디지털 후반작업)는 필수다. 신제품 개발, 필름 비용 절감방법 등 필름 업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인들은 무조건 디지털을 선택하는 풍토를 경계한다.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말이다. <박쥐>(2009),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의 정정훈 촬영감독은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어떤 카메라가 잘 어울리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 선택에는 반드시 미학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디지털이 계속 성장하는 것처럼 필름 역시 신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신제품을 써봐야 더 나은 필름이 또 나오는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그만큼 작품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2010)를 디지털로 촬영하고 있는 황기석 촬영감독 역시 “장르에 맞는 카메라를 선택하는 게 평범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촬영방식에 적합한 매체를 골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화 속으로>의 경우 추운 겨울에 로케이션 촬영이 많다보니, 온도에 굉장히 민감한 레드원 카메라보다 필름카메라가 더 적합하다”는 게 최명기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작품에 따라 필름과 디지털 혼용되어야 디지털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현상, 인화, 텔레시네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필름보다 비교적 간단한 공정의 디지털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위축된 충무로의 투자환경에서 한푼이라도 더 깎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필름이 사라질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서도 안된다. 디지털과 필름, 필름과 디지털 모두 창작자에게는 중요한 도구이고, 관객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다. 그런 의미에서 후지필름의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마케팅 매니저의 말이 떠오른다. “디지털이 대세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날로그 필름에 대한 지지층은 굳건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디지털과 필름이 공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아날로그 필름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도서] 존재론적 문학실험

출판사 설명 하나만 정정하자.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세계 3대 SF작가로 손꼽히는 필립 K. 딕.” 이게 무슨 달나라 토끼가 반중력 우주선에서 초공간 점프하는 소리? 세계 3대 SF작가, 그러니까 SF 문학계의 빅 스리(Big 3)는 아시모프, 클라크,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이다. 여하튼 필립 K. 딕의 팬들이라면 온갖 영화평론가들이 영화화된 단편들만을 가지고 필립 K. 딕의 철학을 사유할 때 좀 배알이 꼴렸을 텐데, <매트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사이버펑크 개똥철학 영화들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유빅>의 출간은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무대는 (언제나 그렇듯이) 가까운 미래다. 시간여행이 가능하고 죽은 사람마저 ‘반생인’이라는 이름으로 생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다. 염력과 텔레파시도 이미 일상화됐다. 그러다보니 초능력자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가 잦아졌고, 런사이터 어소시에이츠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초능력을 무효화시킬 줄 아는 ‘관성자’들을 고용해 사생활 침해 방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열한명의 관성자들을 데리고 달로 떠난 런사이터 어소시에이츠의 대표 글렌 런사이터가 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주인공 조 칩은 이상한 메시지를 받는다. 달에서 죽은 것은 런사이터가 아니라 동행한 관성자들이라는 거다. 대체 누가 살아남은 것이고, 누가 죽은 것일까. 혹은, 삶과 죽음이라는 게 더이상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유빅>은 필립 K. 딕의 존재론적 문학실험의 진수다.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거리두기의 미덕

‘휩쓸린다’는 감각은 현대인에게 친숙하다. 정보와 노동의 속도는 생체 리듬을 추월하고, 자극성 강한 감상주의적 문화는 우리 마음을 급작스레 들었다 놓기를 거듭한다. 해일처럼 덮쳐오는 일상의 사태와 감정 속에서 우리는, 있는 힘껏 헤엄쳐야만 간신히 제자리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느낀다. 하물며 세상의 흐름을 역류해 원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거의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혼란이 엄습해 쉽사리 물러가지 않을 때 대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묘사’하는 것이다. 묘사하는 행위는 텔레비전의 ‘느리게 다시 보기 화면’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당면한 사태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해주고, 그 가장자리에 처한 자신의 상태까지 파악할 여유를 준다. 주관적 시점으로 조율된 리얼리티는, 간혹 상상치 못한 의미나 아름다움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를 ‘보기’와 ‘쳐다보기’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에게 ‘묘사’의 도구는 말과 글이겠지만, 예술가에겐 각자의 도구가 있다. 팝 바날리즘(banalism, 사소하고 진부한 것을 그린다는 뜻) 작가라고 불리는 폴란드 화가 빌헬름 사스날(1972~)은 생활의 표면을 구성하는 온갖 이미지에서 소재를 취한다. 일례로 2001년작 <폴란드의 일상생활>은 만화 형식으로 아내의 입원, 아들의 탄생, 아파트 내부 공사 등을 기록해 “최초로 70년대생의 사실적 일상사를 쓴 연대기 작가”라는 평판을 불렀다. 정보화 세대 화가에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의 현실은 매개된 현실- 잡지, 광고, 신문의 사진, 만화, TV, 인터넷 이미지- 을 포함한다. 언론에 공개된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의 장비를 무심한 정물화처럼 그리는가 하면, 구소련의 선전선동용 이미지를 순수 장식미술로 재현한다. 역사를 전유해 주관적 비전 안으로 끌어당겨놓고 시치미를 떼는 식이다. 대상의 이미지를 본래 맥락에서 비스듬히 이탈시키는 사스날의 경향은, 사생활의 풍경을 묘사할 경우에도 발견된다. 2009년작 <무제>는 웅덩이 가장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반영을 들여다보는 화가의 어린 아들과 그를 지켜보는 아내의 모습을 담았다. 단란한 가족의 한때를 담은 스냅 사진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에는 감정의 직접적 전이를 꺼리는 베일이 덮여 있다. 붓자국을 노출하면서도 묘사의 선과 색면을 단순화하는 붓질, 색채를 자제한 흑백 위주 팔레트가, 복제된 이미지의 구체성을 지우고 그 흔적과 그림자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상회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이 그림에서 흔히 우아한 디자인에서나 발견되는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스날의 회화는 매우 동시대적이고 내밀한 스토리에서 출발해 대단히 사실적인 묘사로 완성되면서도 관객의 반응을 지정하기 직전에 멈춘다. 이 화가에게 페인팅은 덜어내고, 환원하고, 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영화 이미지가 포토리얼리즘을 넘어 촉각까지 파고드는 요즘, 우리가 장차 시각 예술에서 그리워할 미덕은 적당한 거리에 대한 사려가 아닐까 하는 상념이 인다.

“고전에 오마주 바치길 두려워해서는 안되지”

-<셔터 아일랜드>는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을 먼저 읽었나,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나. =시나리오가 먼저였다. 심지어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읽었다. 그때가 밤 10시30분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이 있어 잠자리에 일찍 들었어야 했는데 도저히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라. 시나리오는 고전영화의 문법과 고딕소설의 본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건 유혹적인 이야기였다. -실제로 이 영화는 1940~50년대의 누아르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혹시 영화를 만들면서 염두에 둔 고전영화들이 있나. =1940년대 초 발 루튼이 제작한 저예산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참고했다. <캣피플> <죽은 자들의 섬> <일곱 번째 희생자>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등의 작품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크 러팔로에게는 <로라>와 <과거로부터>를 보여주었다. <로라>에서는 주인공 다나 앤드루스의 넥타이 매는 법이나 방 안으로 들어가는 동작 등을 보도록 했고, <과거로부터>에서는 자신이 어느 상황에 당면했는지 알지 못하는 캐릭터를 이해해보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고전영화를 참고한 이유가 뭔가. =나는 추억을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보존주의자(preservationist)다. 우리는 고전영화의 분위기를 되살려낼 수는 없다. 그런 영화들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그걸 참고할 수는 있지 않겠나. 우리는 오마주를 바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다만 경의는 진지하게 바쳐야 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는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에 이은 네 번째 작업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작업하는 방식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 방식이 좀더 난해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촬영이 끝나고 두달 뒤 레오와 만나 몇 장면을 돌려보았다. 그는 “저 장면 찍을 때 정말 끔찍했는데”, “기억나네요, 젠장! 저때는 완전 최악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장면마다 연발하더라. 구토장면이나 숲속을 달리는 장면을 찍으면서 겪었을 고통이 그의 말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의 출연작 중 가장 고된 영화였을 거다. 하지만 나는 레오가 <셔터 아일랜드>를 통해 놀랄 만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촬영과 조명은 <셔터 아일랜드>의 음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테디의 심리상태를 조명과 화면 분위기, 그리고 섬 자체로 표현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따라서 프레임마다 주인공의 정신적 상태를 함께 전달해야만 했다. 우리는 세트장 이상의 장소를 만들어내야 했다. 나는 촬영감독 로버트 리처드슨, 그리고 미술감독 단테 페레티와 끊임없이 의논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가 진짜 통제하는 자이며 누가 통제받는 자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각적 표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최근 당신이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다른 듯하다. 예전에는 영화에 뭔가 터뜨리고 분출하는 지점이 있었다면 최근작들에선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 =다른 많은 감독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젊었을 때처럼 화를 쉽게 내지 않는다. 같은 상황이라도 유머로 대처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나이가 들면서 분명 바뀐 듯하다. -지금은 CG를 이용한 블록버스터나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 필름이 각광받는 시대다. 당신이 추구하는 지적이고 교양있는 영화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영화사가 시작된 지도 벌써 100여년이 지났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나는 간밤에 우리 영화의 작가인 폴 슈레이더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이러더라. 마티, 이해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은 컴퓨터를 잘 쓰네. 그들은 <분홍신>(마이크 파웰이 만든)의 복원판 DVD를 보며 자네의 코멘터리를 들을 거야. 그중 몇몇은 스카이프라고 부르는 인터넷 전화로 이렇게 통화하겠지. “얘, 나 <분홍신> 보는 중인데 여기 스코시즈 코멘터리도 있어.” 이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다. 새로운 세대는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본다. 그리고 난 그 방식이 뭔지를 알지 못한다. 난 그저 내가 아는 대로만 행동할 뿐이다. (웃음)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최근 의 신작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파일럿 제작을 끝냈다. 지금은 조지 해리슨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작업하고 있고, 작가 프란 르보비츠를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도 작업 중이다. 이후에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전기영화 제작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상 인터뷰는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셔터 아일랜드>의 기자회견 녹취에서 발췌 및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홍콩필름마트서 <하녀> 등 한국작품 주목

(홍콩=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 영화들이 홍콩필름마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CJ엔터테인먼트 등 8개의 한국 부스가 필름마트에 개설된 가운데 한국 부스를 찾는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필름 마트 첫날인 22일부터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 주자는 미로비전이 제작ㆍ배급하는 리메이크작 '하녀'다. '하녀'에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출연하는 점이 구매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 유럽에서 명성이 높은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도 한몫했다. 김기영 감독이 만들었던 원작(1960)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미로비전의 남경희 해외사업팀 부장은 "아시아 바이어들이 '하녀'에 대해 정확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오는 것 같다"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최대의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텔레시네마' 7편을 주력 종목으로 들고 왔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 '빅뱅'의 탑과 승리 등 아시아에서도 통하는 아이돌이 나서는 한일합작영화들이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이 연출하고 '러브 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주연으로 출연한 '사요나라 이츠카'도 인기다. 일본에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현재까지 약 135억엔(1천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히트작이다. CJ엔터테인먼트 해외영업전략팀의 김성은 팀장은 "중화권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텔레시네마나 '사요나라 이츠카' 등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의형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인 쇼박스 라인업도 인기다. '의형제'는 일본 배급사 SPO엔터테인먼트에 팔렸고, 필름마트가 열리기 전에도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거북이 달린다' 등이 일본 배급사에 팔렸다. 해외세일즈 대행사인 '파인컷' 부스에서는 '아이리스 극장판'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의가 폭주하고 있지만 다소 비싼 가격은 협상에 걸림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본인 바이어는 "아이리스의 인기가 필름마트에서 매우 높다. 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사는 걸 포기했다. 우리뿐 아니라 여러 회사가 그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세일즈 대행사인 'M라인' 부스에서는 코믹물 '청담보살'과 액션 장르 '홍길동의 후예'가 인기다. 추소연 M라인 과장은 "'홍길동의 후예'는 5편 정도가 임시계약된 상황"이라며 "확실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이나 코미디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했다. 신진 제작.배급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블러디 쉐이크'(Bloody Shake)라는 호러 장르를 들고 온 P.A.M 코리아미디어는 약 40차례에 걸친 미팅을 했다. 강행군이었지만 성과는 상당했다. P.A.M은 대만 J&B엔터테인먼트에 '블러디 쉐이크'를 파는데 성공했고, 대만 IPTV와의 계약도 확정했다. 프랑스의 키노발 프로덕션, 중국의 선더 필름 엔터테인먼트, 홍콩의 에이스 히어로 필름 앤드 엔터테인먼트 등과는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다. P.A.M 김지용 대표는 "협상 과정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주문을 받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채희승 미로비전 대표는 "작년보다도 훨씬 많은 바이어들이 홍콩필름마트를 찾았고,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다"며 "바이어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다면 내년에는 부스를 하나 더 늘려 2개의 부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buff27@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가수 데뷔 윤상현 日 광고모델 발탁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일본에서 가수 데뷔를 앞둔 탤런트 윤상현이 일본 기업의 광고 모델로 뽑혔다. 일본 소속사인 크로스원(CROSS ONE)은 28일 윤상현이 생초콜릿, 포테이토칩 초콜릿 등 다양한 초콜릿 상품을 출시 중인 로이즈(ROYCE')의 모델로 뽑혀 다음달 24일부터 TV광고와 거리의 대형스크린 광고 등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미 촬영을 끝낸 윤상현은 "예전부터 로이즈 제품을 팬들이 보내준 선물로 먹은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는데, 광고 모델 제의가 들어와서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화제작 '내조의 여왕'에서 태봉이로 출연해 지난해 MBC연기대상의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윤상현은 오는 31일 싱글 '사이고노아메(마지막 비)'로 가수 데뷔하며, 4월부터 시작하는 NHK의 '텔레비전으로 한글강좌' 상황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또한, 출연작 '겨울새'에 이어 '내조의 여왕'이 다음달 24일부터 LaLaTV로 방영되고, 그에 앞서 22일에는 최신작 '아가씨를 부탁해'도 위성채널인 위성극장을 통해 방송되며, LaLaTV와 로이즈가 손을 잡은 대대적인 '윤상현 응원 캠페인'도 전개될 예정이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talk show] 당신의 판타지를 ‘가짜로’ 실현시켜 드립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녀. 손에는 막대걸레가 들려 있다. 그녀의 꿈은 개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것. 다음 컷에서 그녀는 두툼한 방한복 차림으로 손에는 작살을 든 채 남극 한가운데에 도착한다. 평범한 이들의 판타지를 사진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 중 두컷이다. 꿈(<내사랑 지니>)이나 기억(<수공기억>), 시각적 체험(<씨네매지션>)에 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온 정연두의 관심은 그 모든 것과 현실 사이의 경계, 그리고 매체를 넘나드는 유희정신에 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최연소 ‘올해의 작가’이자 백남준에 이어 국내 작가로는 두 번째로 뉴욕현대미술관에 입성한 당대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정연두. 그의 작업실을 현재 한국 영화미술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프로덕션디자이너 류성희가 찾았다. 오롯이 판타지를 위해 복무하는 영화 미술감독으로서 그녀가 흥미를 느낀 부분 또한 정연두가 펼치는 경계의 유희. 그리하여 질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류성희: 정연두 작가님에 관한 기사를 보면 흔히 ‘꿈과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작가’라고들 하는데, 사실 꿈이나 판타지 같은 단어는 좀 쑥스러울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그럼에도 그런 작업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잃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영상쪽 일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마술사 이은결씨가 공연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그 과정을 동시에 상영하는 <씨네매지션> 작업을 내놓으셨더라고요. 영화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처럼 각기 다른 매체들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가 특히 궁금했어요. 정연두: 제가 처음 영상을 사용한 작품은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였죠. 2007년에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받고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채 10년도 활동하지 않은 작가에게 무려 1320㎡(400평)나 되는 전시공간을 준 거예요. 1320㎡면 굉장히 넓거든요. 여기 걸려 있는 큰 사진(대략 가로 1.5m, 세로 2m)이 80여점 이상 들어가야 해요. 주변의 큐레이터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니 다들 한결같이 “완성도있는 전시를 하세요”라고만 하고. (웃음) 완성도있는 전시란 건 기존의 작품들을 밀도있게 꾸미라는 이야기라서, 일단은 제가 2000년부터 만든 작품을 다 모아서 전시안을 만들었죠. 그러고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님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괜찮다는 평가가 떨어지자마자 “잠깐만요, 2안이 있는데요”라며 슬쩍 내놓은 게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 시안이었어요. 전시 공간을 반으로 나누어서 한쪽에 영화세트장을 짓고 거기서 촬영한 영상을 상영한다는 아이디어였죠. 당연히 거부당할 줄 알았는데 괜찮다며 해보자고 하셔서 20일 만에 세트 짓고 전시하게 된 거예요. 사실 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1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거든요. 보통 영화에서는 세트, 조명, 사운드를 세팅해놓고 배우 감정까지 잡은 다음 완벽하게 가꿔진 모습을 찍고 편집해서 관객에게 보여주잖아요. 제작현장에서 일어나는 긴장감이나 흥분이 완성된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만드는 사람의 입장을 즐기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류성희: 총 몇개의 세트가 등장하나요? 정연두: 방-도시-거리-농촌-숲-산의 모두 여섯개 신이 나와요. 카메라는 레코딩 상태로 가만히 있고 세트가 바뀌는 거죠. 쉽게 말씀드려서 영화에서는 정면 숏을 찍은 다음 카메라를 끄고 측면 숏을 찍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정면 숏을 찍고 있다가 “측면!”이라고 지시하면 스탭들이 무대를 측면으로 돌리죠. 85분짜리 롱테이크 무성영화라 저에게는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촬영감독님께서는 어이가 없으셨던지 술자리에서 그러시더군요. “정 작가, 영화의 꽃이 뭔지 아나? 베드신이랑 롱테이크야. (웃음) 무수한 영화의 대가들이 15분짜리 롱테이크를 찍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데 정 작가는 어떻게 영상작업을 처음 하면서 85분 롱테이크를 찍으려고 하냐”고요. 저는 그냥 “안 해봤으니 해보죠”라고 우겼죠. (웃음) 그 영상을 뉴욕에서도 상영했었는데 관객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스펙터클한 편집 화면에 익숙해서 그렇지 않은 것에는 쉽사리 지루함을 느끼는데 지루함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묘하게 빨려들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웃음) 요즘은 3D까지 나오면서 관객을 압도하려고 드는데, 사실 이건 세트가 허술해지니까 점차 디테일들을 꼼꼼하게 뜯어보기 시작하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초창기 버스터 키튼 영화들에서 카메라가 멈추지 않고 본인이 직접 액션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영상작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건데, 한번 해보고 나니 이후에도 맛을 들이게 된 거죠. 영화가 없다면 내 작업은 의미가 없겠죠 류성희: 감정을 생산하는 방식에 있어서 버스터 키튼이 동시대의 찰리 채플린과 비교되는 부분이, 편집이나 연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그 긴 테이크 안에서 몸으로 모든 걸 해낸다는 거잖아요. <수공기억> 같은 타이틀이나 방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버스터 키튼처럼 실제로 몸을 써서 육체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쪽인가요? 정연두: 이를테면 미술감독님께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작품으로 완성하시는 거잖아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살짝 비쳐지는 것으로 생명을 다하죠. 저는 그 소품들이 영화의 한 장면에 잠깐 등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지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단지 촬영을 위해 세팅하는 건 핵심적인 매체를 정말 단순화시키는 거니까요. 그에 반해서 소품을 만든다든지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들은 몸으로 부딪치는 일이라 실재감이 매우 크고요. 제가 다루고 싶은 건 그런 리얼리티예요. 영화에서 두 남녀가 눈물을 흘리며 감정이 고조된다고 할 때, 관객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명기사와 음향기사를 상상하진 않잖아요. 류성희: 그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마술사가 등장하는 <씨네매지션> 작업으로 이어진 건가요? 정연두: <씨네매지션>은 좀 달라요. 마술의 트릭을 보여주고서 다시 똑같은 마술을 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신기해한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기존의 완벽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트릭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할 수도 있죠. 또 하나는 영화 용어 중에 ‘불신의 자발적 유예’라는 말이 있잖아요. 다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그 생각을 접어두고 극장에 가는 거요. 요즘 관객은 그 훈련이 너무 잘되어 있어요. 가짜를 보여주고 나서도 다시 조명과 소품에 의해 포장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곧바로 끌려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작업에 영감을 준 조르주 멜리에스의 후반 작품들을 보면 영화의 특수효과나 소품들이 손에서 빚어진 듯한 인간적인 느낌을 줘요. 사실 저는 <해리 포터> 소설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모든 마법 주문을 다 외울 정도로. (웃음) 그런데 막상 영화가 나와서 보러 갔더니 감동이 별로 안 남는 거예요. 물론 미술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된 마법들은 완벽하죠.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진보나 테크놀로지가 과연 해리가 이모 집 다락방 구석에서 열망하던 마법의 느낌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을까 싶은 거예요. 차라리 저는 제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대의 MGM 영화들과 텔레비전 인형극장에서 막대기가 보이는 구름이나 선풍기로 만드는 바람이 감정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더 적합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물론 최신 테크놀로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표현력이 확장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하지만 저는 테크놀로지를 잘 쓰는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이에요. 그런 상태에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가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찍을 때 HD영상을 하드 드라이브로 녹화하고 그 기록을 그대로 상영한 것도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에 가까웠거든요. 하지만 화면상으로는 허술한 세트에 사람들이 와서 움직이는 모습들이 인간적으로 와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기술의 관점이에요. 류성희: 말씀하셨던 부분이 영화 미술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는데, 이를테면 관객이 <마더>를 보러 갈 때와 <올드보이>와 <괴물>을 보러 갈 때의 기대감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판타지라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진짜처럼 보이고자 하는 목표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죠. 사실 <마더>에서 보여준 미술들도 진짜 리얼리티인가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인물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서 리얼리티를 과장하는 방식을 써요. 요즘 시골 가보면 텍스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지저분하고 그로테스크하지 않거든요. 한편으로 <올드보이> 같은 영화는 같은 스릴러라고 해도 그 영화의 여러 굴곡을 통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미술이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는 진짜처럼 보이는 판타지를 위해 나머지 군더더기들을 다 없애죠. 정 작가님은 그것을 만드는 총체적인 과정이나 경험의 중요성에 주목하시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 정연두: 사실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제 작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겠죠. 어떻게 보면 메타 영화에 가깝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관객이 제 작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돌아가게 되느냐인 것 같아요. 류성희: 제가 정 작가님을 만나뵙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지점이에요. 작업을 하시는 목표랄까요. 그게 결국은 ‘관객의 체험’인가요? 정연두: 그건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신문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 분들은 좀 과장해서 기사를 쓰시잖아요. 제가 넘어졌다고 하면 부러졌다고 하고. (웃음) 제 작품의 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포레스트 검프>를 언급했거든요. 검프는 여자친구가 떠나간 뒤에 슬픔을 달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달리다 보니 동부에서 서부 끝까지도 뛰는데 주위에서는 ‘뭔가 심오한 메시지를 주려나 보다’면서 추종자들까지 생기잖아요. 대개 예술가들이 무언가를 하는 것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되게 단순한 자기 안의 원동력을 모티브로 삼는데, 하는 짓이 원체 바보 같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의미를 붙여주고, 그 과정에서 전설이 형성되는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신문을 보니 ‘포레스트 검프 작가 정연두’라고. (웃음) 나는 감독 의자에 앉은 미술감독 류성희: 그럼에도 저는 관객으로서의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예전부터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따뜻하다’는 일관된 퍼스낼리티를 느껴요. 가끔 현대미술관 같은 데 가서 접하는 차갑고 냉소적인 미술의 느낌이 아니라 순진과 순수가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태도랄까요. 특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였는데요. 아이들이 꿈을 담아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실현시켜주는. 저도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영화에서 비슷한 작업을 했었거든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책을 선물받는데, 거기에 그림을 그리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대목이 있어요. 그 장면을 위해 실제로 애들을 데려다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걸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거쳤는데 아무리 공포영화라고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객을 너무 놀라게 하면 안되잖아요. 작가님께서는 진짜 핑크, 빨강 같은 원색을 써서 애들이 그린 그림의 느낌 그대로 구현하셨지만, 저희는 필터링을 거쳐서 <해리 포터>처럼 ‘안심할 수 있을 만한’ 이미지들을 만들었죠. 저 또한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지만 영화다 보니 자제해야 하는데,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를 보면서 너무 부러운 거예요. 유치원생들에게 몇백, 몇천점의 그림을 그리게 한 다음 그중에서 고르고, 재미있게도 고등학생들을 캐스팅해서 그 그림에 나와 있는 이미지대로 분장하게 했잖아요. 모티브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왜 고등학생을 캐스팅했는지도 궁금해요. 정연두: 영화와 제 작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 작업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혼자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아무도 안 말린다는…. (웃음) 어떻게 보면 미술감독이 감독 자리에 앉아서 다 시키는 것과 같죠.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극도로 사실성이 부족한 아이들의 그림을, 사실성이 강한 사진이라는 매체로 옮긴다는 데 있었어요. 패션디자이너 분들과 애들 그림을 보면서 “얘가 이쪽 소매는 좁게 그리고 다른 쪽 소매는 커다랗게 그렸는데 그대로 의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의견을 내죠. “상당히 아방가르딕하게 나오겠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오고. 그런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림을 카메라로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 마치 게임을 하듯 디자인으로 풀어가다 보면 제가 채울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사회라는 관점에서도 어떤 요소를 넣고 빼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리고 고등학생을 캐스팅한 것은, 애들 그림 중에서 차를 운전하고 있는 장면 때문이었어요. 아이가 운전하는 장면을 담는 것은 사실성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아이들과 통하는 존재로 10대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된 거예요. 어른들이 대신 그 역할을 해도 안될 건 없었지만 사진이 어른들의 매체고 상상력이 아이들의 매체라고 하면 그 중간자적인 단계의 소년들이 실행하도록 하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류성희: 애초의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한다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훈련된 방식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들잖아요. 요즘처럼 정보량이 많은 세상에서는 더더군다나 어려워요. 심지어 자신을 구성하는 것조차 자신의 것이 아니고 그 생각 하나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를 살다 보니 정 작가님의 뚝심이나 진심을 고스란히 전하려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정연두: 저랑 같이 뛰실까요? (웃음) 스튜디오에 대한 판타지는 작업의 원동력 류성희: 그리고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나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 그리고 <수공기억> 같은 작품을 보면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에 재능도 있으신 것 같아요. 한편으로 궁금한 것은 <수공기억>의 경우 노인들을 인터뷰해서 그분의 기억을 영상으로 실현시킨다는 내용인데요. 누구나 그렇듯 기억이란 완벽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조작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작업의 포인트는 그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서 충분히 조작될 수 있는 그 기억들을 실현시켜서 위안을 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단지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팩트 자체가 흥미로웠던 건지…. 정연두: <수공기억>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에서 영감을 얻었는데요. 사람의 기억을 소재로 해서, 충실한 다큐멘터리 형식과 영화 세트장에서 완성되어가는 풍경 두 가지를 동일한 이야기라는 강박없이 병치시킨 거였어요. 사실임을 표방하는 매체와 가짜임을 표방하는 매체를 붙인 거고, 어느 시점에서는 그 둘이 교차되기도 해요. 한 예로 어떤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탈영병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본 육간대청 기와집 이야기를 할 때, 옆 화면에서는 세트에서 기와집을 만들고 있죠. 2m짜리 얄팍한 세트지만 완성한 다음 특정한 렌즈로 특정 거리에서 잡으면 정말 육간대청 같거든요. 그리고 영화적인 조명이 태양광처럼 쏟아지면 그 세트가 일순간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보였어요. 바로 그때 할아버지가 말한- 왜곡되거나 거짓일 수도 있는- 이야기와 세트의 영상이 교차되는 거죠. 그 지점이, 저는 <수공기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작업방식은 단순해요.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그것들을 엮어낸다기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부딪쳐나가다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식이죠. 영화쪽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서는 ‘정말 계획을 잘 세워야겠구나’라고 많이 느껴요. 여러 변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고 사람 다루는 데도 내공이 있어야 하고…, 그런 작업에 비하면 제 방식은 정말 바보스럽죠. 반대로 제가 감독님께 궁금한 것은, 직접 메가폰을 잡게 된다면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으시냐는 거예요. 류성희: 저는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의 풍토는, 영화쪽도 리얼리즘에 익숙하잖아요. 진짜 사실처럼 느껴져야 하고. 그런데 나이를 좀 먹다 보니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것은 가짜고 세트이니 돈을 내고 들어와서 가짜 경험을 즐겨라’라고 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대 미술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서포팅을 하는 직업인데다가,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필터링을 거치고 숙련화되어서 그런 작업을 하기 힘들게 되어버린 게 아닌가 두려워요. 정연두: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는 제가 영화를 만들게 될 확률보다는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들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 같아요. (웃음) 이야기 중에 느끼셨겠지만 제가 봐온 영화들은 죄다 한쪽으로 쏠려 있거든요.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쏠려 있는 경험들이 제게 나름 좋은 판타지를 제공해준 셈이 되었다는 거예요. 스튜디오에 대한 판타지죠. 여튼 오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른 분야의 분들을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재미있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함께 일을 해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건 확실해요. 류성희(1968년생) 홍익대학교 도예과 졸업. 도예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마친 뒤 1998년에 도미하여 미국영화연구소(AFI)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귀국 뒤 <꽃섬>(2001)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하며 영화 프로덕션디자이너로 데뷔.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살인의 추억>(2003), <올드보이>(2003), <달콤한 인생>(2005), <괴물>(2006), <헨젤과 그레텔>(2007), <박쥐>(2009), <마더>(2009), <만추>(2010) 등의 작품에서 미술감독을 맡았다. 정연두(1969년생)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귀국 뒤 2001년 <보라매 댄스홀전>으로 작품 활동 시작. 대표적인 작업으로 <내사랑 지니>(2003~), <로케이션>(2005),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2007), <수공기억>(2008) 등이 있으며, 현재 지난해 일본과 미국에서 선보인 <씨네매지션> 퍼포먼스의 국내 초연(4월26~27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