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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뉴 페이스를 만나다 [4]

“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김민선부터 박한별까지, <여고괴담> 선후배의 수다를 가장한 ‘신인 영화찍기 Q&A’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첫 대면의 머뭇거림도 없이 학교 앞 빵집에 후배들을 불러 모아놓은 것 마냥 옛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자신들도 한때 겪었던 답답함이 떠올라서였을까. <여고괴담>에서 9년 동안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귀신 재이 역할을 맡았던 최강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교환일기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는 민아 역할의 김민선 두 배우가 3월23일 크랭크 인을 앞둔 <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의 박한별, 송지효, 조안, 박지연 등 새내기 배우 넷을 만났다. 큰 시험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격려와 조언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 싣는다. 박한별 오디션을 보셨나요? 최강희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요. (웃음) 공개는 아니었고. 청소년드라마를 하다 기회가 주어져서 박기형 감독님이랑 만난 거지. 처음엔 (박)진희 역할로 불렀는데 귀신이 됐어. 너무 우울해 보이는데다 말도 잘 못해서. 그때가 스물둘이었나. 아마 영화도 한두편 미끄러진데다 만사 의욕이 없던 때지. 오죽했으면 박 감독님이 “넌, 말할 줄 모르니?” 그랬다니까. 연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 영화 나오면 내 얼굴 크게 나오겠구나, 사람들이 밥먹으면서 보진 않겠구나 그랬어. 하긴, 난 만날 이런 식이야. 박한별 우린 공개로 했는데요. 오전 11시에 가서 저녁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강희 그건 너무 힘들지. 되게 많이 떨렸겠다. 무섭기도 했을 테고. 박한별 민선 언니는 어땠어요. 김민선/ 면담을 하긴 했는데 난 몇번 떨어졌어. 그냥 밝고 어리고 그랬었나봐. 과연 이 애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지. 그러다 나중에 민규동, 김태용 감독님이 맡게 되면서 얘 한번 만나보자고 그랬던 거지. 거기서 느낌이 좋았는지 막바지에 캐스팅됐어. 근데 효신으로 캐스팅이 됐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날 나도 강희 언니처럼 민아로 바뀌었어. 갑자기 돌아서려니까 좀 당황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민아 역할이나 나랑 제일 잘 맞는 것 같지만. 최강희 첫 영화 할 때는 자기 캐릭터가 많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어. 연기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한 캐릭터로 쭉 살아온 거잖아. 쉽게 바꿀 순 없지. 그래서 자기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처음엔 행운이야. <여고괴담>이 그래. 나나 민선이나 <여고괴담>이 잊혀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일 거야. 김민선 편안하게 연기하면 될 것 같아요.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스크린이 되게 크잖아. 약간 어색하면 관객은 다 느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뽑아내서 보여주라고. 다들 노트 준비해~ 박지연 캐스팅 뒤에 따로 준비하신 게 있어요? 김민선 그땐 의욕이 너무 많이 앞서 있었어. 시나리오에 한신에 대한 느낌들이라든지 동선 계산한 거라든지 감독님하고 대화한 거라든지 다 적었으니까. 아. 감독님을 어려워하지 마. 우리 때는 감독님이 친구같이 장난도 치고 그래선지 대사 만들때도 나한테 맞게 상황을 고쳐줬거든. 그런 면에서 편했지. 너네도 프로야. 신인이지만 프로야. 돈 받고 연기하는 거잖아. 처음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마. 여기서 왜 움직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라고. 최강희 어떨 땐 자기 생각이 맞을 때도 있어. 문제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말할때 자기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스크린에 뜨고 나면 배우는 벙어리야. 김민선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할 줄 알아야 해. 이 아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건지 설명할 줄 알면 되지. 최강희 자기가 그 이유를 모르면 안 되지. 바로 난데. 촬영할 때 지혜, 그 친구가 되게 멋있게 보였거든. 매일 노트를 준비했더라고. 그런데 안 보여줘. 뭔가 했더니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계속 써나가고 있더라고. 일기 쓰듯. 그러니까 감독님이 어떻게 설정을 바꿔도 겁나는 게 없는 거지. 알았지, 다들 노트 준비해라. 김민선 부담스러우면 끼적거리는 걸로 시작해도 좋을 거야. 최강희 근데 너흰 서로 친하니? (서로의 얼굴만을 보며 침묵) 최강희 절대로 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그건 아니야. 김민선 이제 한반이지.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 최강희 너무 친해져도 문제는 있긴 해. 진희랑 너무 친해져서 밤마다 뭐 먹으러 다녔거든. 첫 영화니까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했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되나. 현장만 가면 뭘 그렇게 먹어대는지, 얼굴이 붓기까지 했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양수리세트 가면 모든 게 맛있었어. 특히 인절미 과자. 한참 차 타고 나가서 그거 사다가 밤새 다섯 봉지씩 먹고 그랬어. 김민선 학교 하면 매점이 떠오르잖아. 박한별 우린 계속 빼야 하는데요. 발레 때문에. 최강희 여기서 어떻게 더 살을 뺀다는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군것질은 어떻게든 몰래 하게 돼 있어.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두 여자 이야기 - 르네 젤위거 [5]

차선을 최선으로 르네 젤위거는 캐스팅 일순위였던 적이 없었다. 선댄스에서 호평받으며 르네 젤위거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 넓은 세상>은 캐스팅됐던 배우가 예정에 없던 임신으로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했던 작품이다. <제리 맥과이어>도 카메론 디아즈, 위노나 라이더, 미라 소비노 등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차례가 돌아온 것에 불과했다. 당시 스튜디오와 언론은 “2천만달러짜리 스타 톰 크루즈의 상대역으로 과연 저 풋내기 배우가 어울릴지” 미더워하지 않았다. 조디 포스터가 <애나 앤 킹>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면, <너스 베티>도 르네 젤위거의 품에 안길 수 없었을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이 영화가 순수한 ‘영국 혈통’이길 소망했던 영국민이 똘똘 뭉쳐 케이트 윈슬럿을 주인공으로 밀었던 작품. <시카고>의 록시 하트는 영화화 계획 초기엔 골디 혼이, 십수 년 뒤인 최근엔 기네스 팰트로나 카메론 디아즈가 차지했을 역할이었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르네 젤위거는 따끈따끈한 1쇄 시나리오를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에도 적역이 아니라는 품평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르네 젤위거는 ‘반전의 명수’였다. 르네 젤위거가 브리짓 존스로 캐스팅된 것에 대해 “주드 로가 엘리펀트맨을 연기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던 영국 언론은 결국 “우리가 틀렸다”고 인정했다. 카메론 디아즈의 도로시를, 조디 포스터의 베티를, 기네스 팰트로의 록시 하트를, 더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 모든 의혹과 불신에 대응하는, 르네 젤위거의 방식이다. 메소드 연기자 르네 젤위거는 부단한 노력가형이다. 처음부터 확신을 주지는 못하지만, 역할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준비하는 완벽주의자다. 리얼리즘에 충실한 캐릭터 해석, 바로 ‘메소드 연기’에 도전하곤 하는 것.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에 완전히 젖어버리자”는 주의다. 그럼에도 <시카고>의 록시 하트는 뮤지컬 무대 경험이 없고 가무에 능하지 않(다고 믿)은 르네 젤위거에겐 마뜩찮은 역할이었다. 수줍게 웅크린 노래와 춤의 끼를 끌어내준 것은 롭 마셜 감독.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내려오는 공포만큼,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녀에게 10개월의 트레이닝은 “시카고를 뒤흔든 미모의 재즈 킬러”로 거듭나는 동시에, “춤과 노래라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발견한 과정이었다. 르네 젤위거가 브리짓 존스로 거듭나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팻 닥터’의 처방대로 흑맥주와 피자와 초콜릿에 탐닉해 7kg의 지방을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은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 그때까지 미국 밖에서 생활은 물론 촬영조차 해본 적 없던 그녀는 크랭크인 몇달 전 런던에 방을 얻고, 출판사에 ‘위장 취업’해 런던 커리어우먼의 삶에 대한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영국식 억양을 습관처럼 구사하기 위해 촬영장 밖에서도 그 억양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은 물론이다. 상대배우 휴 그랜트는 “크랭크업 파티에 나타난, 웬 텍사스 여자”가 런던 처녀 브리짓 존스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이쯤 되면, 소프 오페라의 환상을 좇는 베티가 되기 위해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을 따라다녔다는 얘기쯤은 사소하게 들릴 것 같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시카고> 스타라는 자의식을 버려라 르네 젤위거는 <너스 베티>로 골든글로브 코미디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순간 화장실로 사라져, 진행자와 시상자를 애먹인 적이 있다. 이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르네 젤위거는 <제리 맥과이어>의 프리미어 파티에도, 그해 오스카 시상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프로답지 못하다고 타박할 만도 한데, 카메론 크로는 그런 행동들이 “르네답다”고 말한다. <제리 맥과이어>로 한창 몸값이 치솟은 뒤에 달려간 곳은, 독립영화 <페이탈 서스펙트>와 <프라이스 어보브 루비> 현장이었다. <시카고>의 록시 하트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일들을, 르네 젤위거는 천연덕스럽게 해내가고 있다. 그건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혹 르네 젤위거를 만나더라도, 스타덤이나 스타성에 대한 질문은 삼가도록 하자. “세상에, 맙소사. 난 그런 질문에 답할 만큼 자기 의식적이지 않다. 내게 그런 기미라도 보이면 정신이 바짝 들도록 한대 쳐달라.” 대중이 무엇에 야유하고 환호하는지, 르네 젤위거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겸손하고 양순한 얼굴로, 도도하고 고집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배우가, 다음번엔 대중의 변덕을 얼마나 어떻게 앞질러 보일지, 주시하게 되는 것이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두 여자 이야기 - 르네 젤위거 [4]

감정이 옷을 벗다`시카고를 뒤흔든 미모으 재즈 킬러` 르네 젤위거 르네 젤위거는 <시카고>의 촬영이 한창이던 지지난해 겨울 토론토의 번화가에서 봉변을 당했다. 모처럼 혼자만의 여가를 즐기던 그녀는 허름한 차림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홀짝이며 구찌 매장을 서성이다가, 그만 눈높은 점원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음료 반입 금지’의 룰 때문이려니 짐작하고 순순히 물러난 그녀를 뒤늦게 알아본 매장 책임자가 호텔로 사과 선물을 보내 수습에 나섰으나, 그 바람에 이 해프닝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르네 젤위거는 이런 일에 분노하지 않는다. 그녀의 산책을 방해하는 건 대개 그녀를 팝스타 주얼이나 비욕으로 착각하고 사인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다. 더러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우리, 같은 학교 다니지 않았나요?” 르네 젤위거는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보다는 옥외의 밝은 햇살이 더 잘 어울리는, 평범한 얼굴과 몸매를 가졌다. 금발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녔지만, 전형적인 블론드 미인 스타일은 아니다. 서양인으로는 드물게 둥그런 얼굴, 발갛게 부푼 뺨, 작고 길게 째진 눈, 하트형 입술의 그녀는, 그리 예쁘진 않지만 ‘성격 좋은’ 이웃집 누이처럼 살갑다. 하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재밌고, 친근한 매력뿐이었다면 할리우드엔 명함도 내밀 수 없었을 것이다. 부드럽고 밍밍한 윤곽의 이 얼굴을 주목하게 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을게, 그리고 응원할게”라고 말하는 듯 따뜻한 포용의 진심을 담은 두눈 때문이었다(<제리 맥과이어>). 그리고 꿈과 현실이 다이내믹하게 교차하던 눈가와 입가의 풍부한 표정 때문이었다(<너스 베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렇게 착하고 신실한 소녀의 이미지로 다가온 르네 젤위거가 어느 날 갑자기 정반대 방향으로 튀어올랐다. 마릴린 먼로를 닮은, 야심찬 스타 지망생이자 탕녀인 록시 하트(<시카고>)를 선택한 것이다. 르네 젤위거는 뭇 남성을 희롱하는 “뜨거운 여자” 록시 하트와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시카고>를 보는 동안 르네 젤위거 버전의 록시 하트에 시비를 걸기 힘들다. 이제 우리가, 할리우드가, 그녀에게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을게, 그리고 응원할게.” 어쩌다 이렇게까지, 르네 젤위거라는 배우의 ‘밑도 끝도 없는’ 변신을 지지하게 된 걸까.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첫눈에 빠진 사랑이 영원할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다. 매혹이 빠르고 강렬할 수록 시효는 짧아지게 마련이다.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대중의 심리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할리우드의 웬만한 여배우들과는 첫눈에 사랑에 빠질 만하다. 그러나 그게 다다. 그 정도만 좋아하거나 아님 덜 좋아하게 되거나. 첫눈에 반한 배우를, 시간이 흘러 더 좋아하게 될 수는 없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의 패럴리 형제도, <제리 맥과이어>의 카메론 크로도, 르네 젤위거가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유형의 여인이라고 증언한다. 그러나 르네 젤위거가 여느 여배우들보다 덜 아름다워서, 그 때문에 저절로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르네 젤위거가 어필하는 지점은 ‘척’하지 않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의 연기, 특히 감정의 파고를 오롯이 담아내는 이른바 “감정의 누드 연기”다. 르네 젤위거는 때로 우는 듯 웃고, 웃는 듯 운다. 페럴리 형제가 “레몬을 씹은 듯 시큼떨떨한 얼굴”이라고 표현한, 애매하고 난처한 표정은 이제 르네 젤위거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것은 르네 젤위거가 서 있는 지점이, 바비인형의 화사한 궁전이 아니라 희비극에 다름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내겐 눈부신 매력이 없고, 내 생활도 그렇지 못하다. 중요한 것은 나부터도 누가 얼마나 예쁜지 관찰하고 감탄하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가지는 않는다는 거다. 난 감동 받고, 울고, 웃고, 배우길 원한다.” <원 투루 씽>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약점을 드러내라 한때 <시카고>의 록시 하트로 물망에 올랐던 샤를리즈 테론의 캐스팅이 성사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너무 완벽해서”였다. “록시 하트를 연기할 배우는 살인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라는 걸 관객이 믿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관객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사람을 캐스팅하지 못하면, 쇼도 영화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실무 제작자 크레이그 제이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발적으로 애인을 살해하고, 은폐와 조작으로 스타덤에 올라, 쇼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순진하면서도 간교한 여인 록시 하트의 이중성은, 그것이 외모이든 이미지이든 완벽하고 야무진 배우에겐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만 그 욕망을 실현해가는 품새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약점투성이’의 인물, 록시 하트는 바로 르네 젤위거였다. 르네 젤위거의 ‘빈틈’은 그간 그녀가 쌓아올린 캐릭터 이미지의 핵심이다. 사랑과 이상만 믿고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싱글 맘(<제리 맥과이어>)이나, 좋아하는 연속극의 주인공과 못다한 사랑을 이루겠다고 길 떠나는 시골 새댁(<너스 베티>)이나, 일과 연애의 뒤엉킨 실타래 속에서 허우적대는 노처녀(<브리짓 존스의 일기>) 모두 ‘대책없는 여자들’이다. 그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변덕스럽고 멜랑콜리한 카리스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지켜보는 것조차 불안하고 아슬아슬하지만, 그 때문에 진심으로 그들의 ‘건투’를 빌게 되는 것이다. 스크린 밖의 르네 젤위거의 삶도 완벽하진 않았다. 80년대 말에 처음 극장이 들어선 텍사스 시골 마을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땐 연극 서클의 담당 교사에게 외면당했으며, 대학에선 연기를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짐 캐리와의 연애관계도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르네 젤위거의 출신과 이력과 사생활은 ‘후광’이 돼주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 분신들이 그러했듯. 동시대 여성과 호흡한다 노력한다고 누구나 중요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르네 젤위거란 배우가, 그녀의 캐릭터가 특별한 것은, 동시대 여성의 경험, 욕망, 자의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캐릭터들을 선택하고 체현하는 건, 웬만한 통찰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과 결혼은 여성의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르네 젤위거의 분신들에겐 더이상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다. 르네 젤위거의 분신들에겐 더 이상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가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무모하고 위험한 선택에 대해서도 언제나 당당하다. “지금 당신과 잘될 수 없다면, 다른 누구와도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남자의 고백을, “그 정도의 확신에 평생을 걸 순 없다”며 자르고 돌아설 줄도 안다(<브리짓 존스의 일기>).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출세의 길을 거짓 보장한 남자의 가슴에 방아쇠를 당기고, “죽일 수만 있다면, 한번 더 죽이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시카고>). 매스컴이 만들어낸 환상과 가치를 숭배한 나머지 자기 자신과 연애 상대에 대한 이상과 현실 속에서 시행 착오를 거듭하는가 하면(<브리짓 존스의 일기>), 현대 여성의 피난처인 소프 오페라에서 위안을 구하기도 한다(<너스 베티>). 어머니 세대에 대한 애증을 드러낼 줄도 안다. 커리어에 대한 야심을 공룡처럼 키우고(<원 트루 씽>), 이성을 유혹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서(<엠파이어 레코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항변’의 삶을 살기도 한다. 르네 젤위거의 분신들은 누군가에게 선택당하거나 배신당하는 것이 여성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역설해 보인다. <제리 맥과이어> <너스 베티>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8마일>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안심하기까지

제목을 어떻게 읽을까부터 고민스러웠던 <8마일>에 대해 애초 나는 약 8마일가량의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경험적인 편견에 따르면 스타 에미넴이 주연하는 힙합영화라는 명함은 범용함을 예고했다. 빌보드에서 박스오피스 순위로 수평이동을 기도하는- 혹은 두 예술의 정복을 꿈꾸는- 팝스타들의 영화는 할리우드의 잘 알려진 사고 빈발 지역이다. 최근의 증거사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 마돈나가 제공한 바 있다. 게다가 에미넴은 남을 규정하길 좋아하는 조지 부시가 “소아마비 이래 미국 어린이들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명명한,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래퍼다. 사람들은 에미넴에게 느낌 이전에 모종의 견해를 갖는다. 논쟁적인 팝스타 비히클에 천재소년의 입지전에 음악영화라. 너무 많은 각운이 미리 정해져 있는 <8마일>은 도대체 옴짝달싹하기 힘든 영화로 보였다. <8마일>은 <트레인스포팅>에 나오는 스코틀랜드 최악의 변소에 버금가는 더러운 화장실에서 시작한다. 지미(에미넴)는 문을 걸어 잠그고 링에 오르는 권투선수처럼 흐린 거울을 향해 섀도 복싱을 한다. 그의 귀에만 들리는 심장박동 같은 음악에 맞춰 그의 발은 땅을 차고 손은 비트에 따라 공중을 가른다. 때묻은 거울에 비친 파란 눈은 공포를 인정하지 않지만, 지미는 끝내 옷과 변기에 두려움 섞인 위액을 토한다. 클럽 문지기는 그를 비웃고 친구들은 격려한다. 토사물 묻은 셔츠를 갈아입기 위해 지미가 뒤지는 쓰레기봉투는 여자친구와 헤어져 오늘부터 트레일러 파크에 사는 엄마한테 잠자리를 청해야 할 그의 이삿짐이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지미는 마이크를 잡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는 모욕당한다. <토요일 밤의 열기>를 열어젖히는 청년 존 트래볼타의 활보가 그러했듯이, <8마일>의 도입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최소한의 몸짓으로 오리엔테이션한다. 디트로이트의 공기, 친구들과의 연대, 지미가 처한 곤경을 소개하고, 이 영화가 도취와 극복의 스토리이되 그 경로는 탄탄대로를 조금씩 비껴갈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지미에게 힙합은 유희가 아니라 구토와 질식을 유발하는 숨구멍이라는 사실을 납득함과 동시에 스타 에미넴에게 이 영화가 여가 선용 이상이라는 사실까지 감을 잡는다. 커티스 핸슨 감독은 낭비를 모른다. 원더 보이를 다루는 법 <8마일> 제작소식을 듣고 러셀 크로는 커티스 핸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에미넴 역은 누가 한다죠?” 첫 번째 걱정- 앞쪽에 방점이 찍힌 ‘에미넴 영화’의 위험성- 부터 짚자. 분명히 <8마일>은 에미넴의 반(半)전기적인 영화다. 영화의 한 장면에는 더글러스 서크의 <슬픔은 그대 가슴에>(Imitation of Life)에서 피부색이 흰 딸이 흑인 어머니를 부정하는 신이 지나간다. <8마일>이 불우한 소년 에미넴이 살아온 삶의 모방이며, 어머니를 부정하고 랩의 검은 세상에서 끊임없이 피부색을 상기하며 버틴 래퍼의 초상임을 확인하는 인용이다. 강력한 스타 이미지는 과연 <8마일>을 위태롭게 흔든다. 에미넴의 명성은 <8마일>의 극적 긴장과 서스펜스를 어쩔 수 없이 반감시킨다. 지미의 초라한 헤드폰에서 에미넴의 강렬하고 오만한 노래가 새어나올 때마다 관객은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백만장자 래퍼의 활극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에미넴한테 승리가 주어질 거라는 전제를 깨닫고 몰입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에미넴이라는 부담스런 거물은 ‘전문가’의 손에 맡겨졌다. 캐스팅은 커티스 핸슨 감독이 이전부터 독창적인 혜안을 발휘한 종목이다. 그는 브랫 팩 스타 롭 로우를 사이코 여피로(<배드 인플루언스>), 할리우드의 ‘미네르바’ 메릴 스트립을 근육질 스포츠맨으로(<리버 와일드>), 탕아 마이클 더글러스를 위기의 작가로(<원더 보이즈>) 미덥게 둔갑시켰고, 킴 베이싱어를 미키 루크의 냉장고에서 마침내 구출했으며(), 무명의 토비 맥과이어, 러셀 크로, 가이 피어스의 잠재력을 해방시켰다. 핸슨은 그러나 <8마일>에서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연기자로부터 캐릭터를 끌어내는 통상의 작업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 필요한 것은 ‘거짓말’과 다큐멘터리 사이로 귀착되는 타협이다. 스타 에미넴의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내버려두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미넴의 얼굴을 커다랗게 클로즈업하는 것이다. “연기의 어떤 부분은 감독의 소관 밖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영화가 요구하는 배우의 자질이 피어날 프레임을 부여하는 것뿐이다.” 커티스 핸슨의 말대로 아슬아슬한 <8마일>의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채운 것은 ‘배우 에미넴’의 예기치 못한 재능이다. 그는 이렇다 할 연기를 하지 않지만 자기가 표현하고 있는 감정의 정체를 안다. 에미넴은 훈련된 배우가 아니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희로애락을 전염시키는 은막 스타들의 희귀한 천품을 나눠갖고 있다. 에미넴의 눈동자는 강철처럼 서슬 퍼렇지만 그것을 에워싸고 이따금 깜박이는 속눈썹은 나비 날개처럼 예민하고 그의 얼굴은 시종 분노로 긴장해 있지만, 우리는 그가 분노하는 대상이 눈앞의 무엇이 아니라 훨씬 복잡하고 거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어차피 관객이 에미넴을 잊을 수 없다면 영화 속 지미도 에미넴과 헤어질 수 없다. 이를 지나치게 인정한 나머지 <8마일>은 노골적으로 뮤지션 에미넴을 변명하기까지 한다.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 총을 난사하는 가사로 비난받아온 에미넴은, <8마일>에서 엄마를 보호하고 어린 여동생에게 눈물나게 아름다운 자장가를 불러주고 놀림받는 게이 동료를 감싸며 총을 휘두른 친구를 타이른다. 요컨대 이것은 바람직한 협상이다. 커티스 핸슨과 에미넴은 영화의 주제에 기본적으로 합의했고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주류에 호소하는 서브 컬처에 관한 성실한 영화를 만들었다. 서른이 된 ‘앵그리 영 맨’ 에미넴은 화해를 수용했고 커티스 핸슨은 에미넴에게 과도한 노력을 주문하지 않은 채 든든한 조연진으로 그를 보호했다. <8마일>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그렇게 무마된다. 경계의 게임 ‘8마일’은 디트로이트의 빈민들이 사는 퇴락한 다운타운과 좀더 유복한 교외 주거지를 가르는 경계를 지칭한다. 이 지리적, 심리적 선은 영화에서 부단히 등장인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미의 상황을 가리키는 좌표 역할을 한다. 영화 <8마일> 역시 주류 드라마 공식의 경계를 시종일관 염두에 두고 치밀한 게임을 운영한다. 영웅담을 보러가는 관객은 주인공을 가로막을 일정한 장애와 대결, 로맨스를 점친다. 한편 슬럼가를 무대로 한 랩/힙합영화를 보러가는 관객은 특정한 갈등과 클라이맥스, 후렴을 예상한다. <8마일>은 영웅담/성장영화의 궤도를 회전하면서도 훈련된 관객이 품는 모든 기대의 충족을 교묘하게 유예하고 교란시킨다. <8마일>은 몇번씩이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지만 당기지 않는다. 감독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 덫에서 발목을 뺀다. 게토영화에 흔히 나오는 밤 드라이브 장면에서 지미 패거리는 페인트 총탄으로 위험한 장난을 치지만 소극으로 끝난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미는 첫눈에 통하는 모델 지망생 알렉스를 만나지만 미래의 약속 따위는 없다. 엄마의 난폭한 애인과 지미의 멱살잡이가 벌어질 때 관객은 파국을- 여동생이나 엄마가 다치는- 조마조마하게 기다리지만 일상은 멍이 든 채로 계속된다. 꼭 집어 말해서, <8마일>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만들고 그로 인해 선량한 주인공이 일생을 망치는 미친 짓을 하게 몰아세우는 흔한 전략을 쓰지 않는다. 지미는 <보이즈 앤 후드>의 아이스 큐브와는 다른 길을 밟는다. 지미의 패거리 ‘313’과 라이벌 ‘프리월드’의 대결 도중 발생한 총격도 우정이 심화되는 계기로 기능할 뿐이다. 길거리영화다운 폭력은 모두 안전장치가 잠겨 있다. 섹스는 건조하고 폭력은 희석됐고 랩 가사조차 온건하다. “<8마일>은 랩영화가 아니다. 힙합영화는 총과 마약이 잔뜩 등장하는 랩 가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되기 쉽다. 하지만 <8마일>은 힙합 가사 그대로 인생을 살지는 않지만 가사에 스민 정서에 공감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라고 커티스 핸슨은 그가 신중하게 설정한 <8마일>의 입지를 설명했다. 폭발과 반전이 빠진 공백을 채우는 것은, 지미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갈망하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드러내는 일화의 차근한 집적이다. <8마일>의 중요 갈등인 지미의 무대공포증은 별다른 치유의 계기없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저절로 해소된다. 하지만 관객은 의아해하지 않는다. 그제껏 <8마일>이 관찰한 지미의 재능, 엄마를 향한 애증, 누이에 대한 책임감, 생존 의지, 의리가 그려보이는 캐릭터는 어떤 특별한 쇼크보다 설득력 있게 지미의 자정과 치유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8마일>의 시나리오는 마지막 절정에 흥미로운 한쌍의 선택을 한다. 안면을 통해 음반 취입을 성사시키려던 지미의 꿈은 무산되고, 파산한 엄마는 빙고게임에서 느닷없이 3200달러를 따온다. 한층 터무니없는- 그러므로 영화의 전체 톤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우연을 끌어들임으로써 <8마일>은 가난한 천재가 메인스트림의 스타로 등극하는 뮤지컬의 관습이 빙고 당첨보다 훨씬 황당한 설정이라고 넌지시 강조한다. 그처럼 <8마일>은 구제 브랜드 청바지처럼 대중성이 검증된 장르를 고수하면서도 이곳저곳을 찢고 탈색시켜 개성을 주장한다. 멜로디 없는 뮤지컬 스타 비히클, 내러티브의 공식 다음으로 <8마일>이 건너야 할 함정은 뮤지컬 장르와의 승부다. 대개의 뮤지컬영화와 스포츠영화는 클라이맥스에 화려한 쇼타임을 벌이고 승천한다. 격투기의 링과 유사한 무대에서 두 랩퍼가 벌이는 ‘배틀’로 절정을 장식하는 <8마일>도 <록키>나 <플래시댄스>식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커티스 핸슨은 <8마일>을 스스로 선택한 랩이라는 장르의 특성, 즉 멜로디를 거부하고 자연적 발화에 근접하는 랩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뮤지컬로 만들었다. <8마일>은 뮤지컬 시퀀스의 판타지를 위해 드라마를 멈출 필요가 없다. 급식트럭 앞에서 주차장에서 할말 있는 사람들이 둥글게 웅성대면 그것이 곧장 무대의 경계가 되고 프로시니엄 아치가 된다. 랩 배틀이란 결국, 서로의 자존을 걸고 적과 독대한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힘있는 나만의 언어를 찾아내고 조합해 자기를 방어하는 싸움이다. 그것은 살아남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투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미가 가진 랩의 재능은 음악적 천재성이라기보다 삶을 돌파하는 능력의 메타포로 읽힌다. 노련한 커티스 핸슨은 랩 무비의 관습적인 설교를 드라마 속에 용해시키고 힙합음악을 드라마에 종속시킴으로써 거꾸로 힙합이 대중적으로 발휘하는 파워의 핵심을 건드린다. 배틀 챔피언에 오른 지미에게는 부와 명예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지 않는다. 그는 록키처럼 영광의 피멍이 얼룩진 얼굴로 연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지도 않는다(대신 지미와 알렉스는 가운데 손가락을 서로에게 다정하게 세워보인다). 지미는 지난주의 모욕을 설욕했을 뿐이고 다음주에 닥칠 또 다른 모욕에 조금 의연해졌을 뿐이다. 그가 ‘프리월드’의 챔피언 파파독에게 승리한 비결이 상대가 가진 것을 나열하고 자신의 결핍을 독하게 까발리는 전략이었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 나는 내가 쓰레기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 나를 어설프게 쓰레기라고 말하는 것을 더욱 용납할 수 없다. 너희가 에미넴을 알아? 너희가 힙합을 알아? 너 자신만 안다면 그런 것쯤 몰라도 돼! 그렇게 외치는 <8마일>은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조명이 꺼진 다음 철강 공장으로 돌아가는 지미의 모습으로 끝난다. 그리고 우리는 지미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마쳐야 할 잔업이 있음을 깨닫는다.

미국에서 TV시트콤으로 방영되고 있는 <나의 그리스식 인생>

박수치자 돌아오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인 빅터 핸슨이 저술한 <살육과 문명: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Carnage and Culture)라는 책은, 서구 문명이 전쟁에 강한 이유를 그리스 문명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발전시킨 서구식 병법과 그 기저에 있던 그리스식 문화가, 그리스가 페르시아 함대를 격파한 살라미스 해전(기원전 480년)을 시작으로 비서구권과 벌어진 주요 전쟁에서 승리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전쟁에서 이겨온 서구사회에 대한 우월주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문제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서양인들은 테러와 기습 공격을 받아 우리가 당한 작은 희생을 놓고, 적이 ‘비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은 끔찍한 손실을 입히더라도 이를 ‘공정하다’고 한다”라는 저자의 의견에 함축되어 있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보다가 문득 이 책이 생각났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모든 언어는 그리스어에서 시작되었다며 ‘기모노’까지 그 유래를 찾아내는 거스의 과장되긴 했지만 일리가 있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보다 서구 문명에 그리스라는 국가가 끼친 영향이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두 번째는 비록 나라가 달라도 같은 문화권의 같은 인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무리없이 섞이는 서구 특히 미국의 백인들이, 왜 그리 타문명권이나 타인종에 대해서는 잔인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버젓이 민간인에 공격을 일삼고 핵무기로 주변국을 위협하는 이스라엘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반면, 유엔의 결의를 따르겠다는 이라크에는 전쟁을 거는 미국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 로맨틱 코미디영화를 보면서 굳이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는가라고 나 스스로도 반문을 했었기 때문에,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보다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상상을 뛰어넘은 성공에 힘입어 제작되었다는 TV코미디 시리즈 <나의 그리스식 인생>(My Big Fat Greek Life)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그리스식 인생>은 영화의 설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토마스 밀러 역의 스티븐 에크홀트(왼쪽). 한 행사장에 나타난 니아 바르달로스와 스티븐 에크홀트(오른쪽).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이 다시 모인 <나의 그리스식 인생>. 빅터 핸슨이 저술한 <살육과 문명: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 다만 영화가 결혼 뒤 몇년이 지나 딸을 키우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끝맺는 것과 달리 TV시리즈는 그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등장인물들은 영화와 완전히 똑같아서, 여주인공의 아버지 거스, 그의 부인 마리아, 남동생이자 요리사인 닉, 이모인 보울라 그리고 사촌인 니키가 여전히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영화에서 주인공 툴라를 연기했고 TV시리즈의 각본 및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니아 바르달로스의 영향으로 여주인공의 이름이 ‘툴라’에서 ‘니아’로 바뀌었다는 것. 두 번째는 그녀와 결혼하는 인물 이안 밀러는 이름과 함께 배우까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이안 역을 연기했던 존 코벳이 새롭게 시작하는 다른 TV시리즈 <러키>(Lucky)의 출연을 위해 고사를 하자, <병 속에 담긴 편지> 등의 영화와 많은 TV시리즈에서 잔뼈가 굵은 스티븐 에크홀트가 선발되어 토마스 밀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조연급들처럼 두 주인공 니아와 토마스 역시 영화 속 툴라와 이안과 동일인물로 설정돼 있어, 내용상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스티븐 에크홀트가 니아 바르달로스와 이전부터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렇게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 뒤, <나의 그리스식 인생>은 지난 2월24일 월요일 밤 를 통해 그 첫 번째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일단 외형적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무려 2300만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아, 1998년 이후 가장 성공적인 데뷔를 한 시트콤이란 영예를 안았기 때문. 하지만 내용상의 평가는 엇갈렸고, 사실 부정적인 쪽이 우세했다. 아테네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주인공들이 공항에 돌아오자마자 포르토칼로스 가족들이 들이닥쳐 신혼여행이 행복했는지, 임신은 한 것 같은지, 선물로 받은 집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고 귀찮게 하는 과정에서 주변 등장인물들이 그저 영화에서 고정된 이미지들을 과장해 보여주는 데 그쳤다는 것. 거기에 개신교를 믿는 백인 앵글로 색슨족(WASP)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존 코벳의 아우라를 살리지 못한 스티븐 에크홀트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그 때문인지 정규 방송시간인 일요일 저녁으로 옮겨져 방송된 두 번째 에피소드는 166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데 그쳤다. 몇번의 에피소드가 더 방영된 현 시점에서 IMDb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의견도 ‘다소 실망스럽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로 축약되고 있다. 다행히 바람난 남편을 떠나 그리스에서 날아온 사촌 이야기, 무료 점심을 중단하자 주차문제로 꼬투리를 잡는 경찰 등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한결 나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문제는 그래도 <나의 그리스식 인생>이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까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작가이면서, 공동제작자이기까지 한 니아 바르달로스의 큰 영향력이 이 시트콤의 강점인 동시에 잠재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시트콤이라는 장르에서 얼마나 발휘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진 태생적 한계인 것이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나의 그리스식 웨딩> 공식 홈페이지 : http://movies.yahoo.com/greekwedding <나의 그리스식 삶> 공식 홈페이지http://www.cbs.com/primetime/my_big_fat_greek_life

<동승> 주경중 감독 인터뷰

"촬영만 3년‥돈이 웬수 였어요" 인터뷰를 하기 전 <동승>을 만든 주경중 감독(44)을 만나는 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책 한권 두께의 보도자료에는 영화를 완성하기까지의 기나긴 시간 동안 겪은 감독의 마음고생, 스탭들의 몸고생이 절절하게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동승역의 김태진(14)군과 함께 만난 주 감독은 보도자료의 ‘집념의 사나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농담 잘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어휴, 그거 너무 궁상스러워 보여서 영 남사스럽더만요.” 홍보팀과 술마시며, 밥먹으며 했던 이야기가 욕 빼고 다 활자화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고. 계획까지 치면 7년이지만 찍은 날수는 겨우 27일 "촬영직전 투자사 무너져 아버지 집 판 돈 3천만원 들고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촬영만 3년, 기획까지 치면 7년이 들어간 <동승>은 실은 고생 빼고 이야기하기 힘든 영화다. 돈이 ‘웬수’였다. “촬영 직전에 투자사가 무너졌어요. 아이엠에프 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었죠. 주인공이 세번이나 바뀌고 엎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99년 여름 아버지 집 판 돈 3천만원을 들고 무작정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게릴라식 촬영행군이 시작됐다. “한 일주일 찍고 나면 돈이 떨어져요. 그러면 돈 구해서 일주일 다시 찍자고 약속했다가, 일주일이 한 달 되고 한 달이 1년 되는 식이었죠.” 찍은 날수를 합하면 27일에 불과하지만 촬영 시작할 때 초등학교 4학년이던 태진이는 마지막 촬영으로 중학생이 됐다. 그렇게 질색하던 까까머리를 7번이나 깎아야 했다. 아이가 크는 바람에 51일간의 기록이었던 본래 내용도 3년으로 고쳐졌다. 외국어대 영화동아리 ‘울림’의 창립멤버로 91년 <부활의 노래>를 제작했던 주 감독이 <동승>을 기획하게 된 건 위암 말기인 어머니를 지켜보면서다. “8대 종손으로 영화 한답시고 아들 구실도 변변히 하지 못하면서 몸져 누우신 어머니를 보니까 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때 연극 <동승>이 문득 떠올랐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큰 뼈대는 원작에서 빌려왔지만 장소 헌팅을 핑계삼아 전국의 절을 떠돌며 스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살을 붙였다. 정심의 포경수술 에피소드와 큰스님이 동승, 도념에게 던지는 화두 등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감독이 직접 모은 ‘실화’들이다. “워낙 급박하게 촬영을 해서 아쉬움도 많지만 첫 연출작으로 이 정도 재미있고 이 정도 지루하면 된 것 같아요. 만족스럽습니다.” 지난해 완성 뒤 다섯벌의 프린트가 모자랄 만큼 쏟아진 국제영화제의 초청이 7년 동안의 집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답이 되고 있다. 인터뷰 하는 동안 동네 가게에서 사온 풍선껌을 쭉쭉 빨면서 감독에게 장난을 치던 태진군에게 가장 좋았던 장면을 물었더니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막대기 들고 나(도념) 괴롭히던 아이들 쫓아가던 장면이요. 쫓아가서 때려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동승>으로 해외영화제에서 붉은 카펫을 밟는 주연급 배우가 됐지만 변함없는 그의 꿈은 훌륭한 과학자란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동승' 어떤 영화? 엄마는 언제 찾아와? 애기·총각·큰스님 살가운 이야기 아홉살짜리 애기스님 도념과 이제 막 청년기에 들어선 총각스님 정심, 그리고 나이 지긋한 큰스님이 살고 있는 작은 산사. 아랫마을 사는 초부 아저씨가 지난해 도념에게 “이만큼 자라면 엄마가 찾아올 거야”라며 표시해둔 나무줄기의 생채기 높이보다 훌쩍 커도 엄마는 찾아오지 않고 외로운 도념은 속만 탄다. “돈 좀 달라”며 큰스님을 쫓아다니는 정심과 큰스님의 실랑이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하릴없이 보내던 도념에게 예쁜 아줌마가 나타나 가슴 설레게 한다. 도념만한 아들을 잃은 아줌마에게서 도념은 오래 전 기억에서 사라진 엄마의 모습을 본다. <동승>은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구도영화라기보다는 엄마에 대한 동승의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서정적인 작품이다. 부모가 궁금하고 세상이 궁금한 꼬마스님과 보살 앞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 총각스님, 그리고 엄하면서도 살가운 큰스님의 일상사가 정겹게 그려진다. 산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시종 은근한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도 도념이 엄마를 찾기 위해 눈밭을 헤치며 절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코끝 찡한 여운을 남긴다. 11일 개봉. 김은형 기자

흥행깃발 휘날릴까?

쇼박스 2003 라인업 발표, 강제규·윤제규 감독 신작 준비 쇼박스가 올해 라인업을 확정, 발표했다. 내년 설까지 배급하는 영화는 모두 14편. 지난해 <중독>을 시작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쇼박스는 이후 <색즉시공> <이중간첩> 등을 투자·배급해왔지만 주위 예상과 달리 다소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 작품 물색에 신중을 기하느라 여타 투자·배급사에 비해 올해에도 라인업 발표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라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사진)(2003년 1월16일 개봉예정)다.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 투자를 타진해왔던 쇼박스는 순제작비 130억원 가운데 30억원과 P&A 비용을 부담하며 배급을 맡게 됐다. 개봉 시점은 내년 설무렵이지만, 올해 하반기 쇼박스의 배급 파워를 늘려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으로 흥행 연타를 날린 윤제균 감독의 신작 <낭만자객>(12월12일), 전설의 파이터 최배달의 일대기를 극화한 <바람의 파이터>(미정) , 패스트푸드점에 위장취업한 미모의 여간첩을 짝사랑하는 대입 삼수생 이야기 <그녀를 모르면 간첩>(11월7일) 등도 투자·배급한다. 이들 작품은 쇼박스가 배급 대행이 아닌 메인 투자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 브라더스>(9월5일), <빙우>(9월26일) 등을 비롯해, 쇼박스가 올 한해 투자·배급하는 한국영화는 6편. 내년부터는 10∼12편 규모로 늘릴 생각이다. 쇼박스는 4월25일 <어댑테이션>을 신호탄으로 <웨딩 파티>(6월13일), <인더 컷>(10월24일), <언더월드>(10월10일), <나인야드2>(11월28일) 등 6∼7편의 외화도 배급할 계획이다. 쇼박스의 최규환 총괄팀장은 “라인업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고, 2∼3편 정도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매년 15∼18편 정도의 영화들을 꾸준히 배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영진

[인터뷰] <오!해피데이>의 장나라

TV드라마와 가요계를 `평정`한 장나라가 <오!해피데이>로 영화에 데뷔했다. 1일 오후 이 영화의 기자시사회가 끝난 후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장나라는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촬영했다"며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8일 개봉하는 <오!해피데이>(제작 황기성사단)는 '못나가는' 20대 여자 성우 희지가 '잘나가는' 이상형의 남자 현준을 만나 사랑을 얻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친다는 내용의 영화. "저돌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마음은 착하고 순수한 여자애예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남들에 비해 적극적이죠" 장나라가 연기하는 희지는 <명랑소녀 성공기>의 '양순이', <내사랑 팥쥐>의 '양송이', 시트콤 <뉴논스톱>의 '어리버리' '장나라' 등 TV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장나라의 실제 성격은? "신이 나면 '오버'하는 모습은 똑 같아요. 하지만, 희지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해요" 첫영화에서 자신의 연기에 어느정도 만족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관객들의 몫"이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좋은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고요" 인터뷰 내내 그녀는 "좋은 선배님", "좋은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스스로의 표현을 사용하면 "어릴적부터 TV에서 보아온 분들과 함께 영화를 찍은 것 만으로도 영광스럽고 신기할 뿐"이라고. 영화에는 상대역 박정철 외에도 김수미, 장항선, 김해숙 등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좋은 선배님' 중 한명으로 지목받은 김수미가 내리는 장나라에 대한 평가는 짧게 말해 "참 잘하는 친구"라는 것. 김수미는 "<전원일기> 연기자들도 못받아치는 애드립을 척척 받아내더라"며 "두뇌회전이 빠른 연기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맨틱 코미디 <오!해피데이>는 수많은 액션 장면이 등장한다. 성깔이 그다지 좋지 못한 모녀로 설정이 돼 있는 장나라-김해숙의 '결투'신을 비롯 한강대교위를 걷는 장면, 강에 빠지는 장면, 호텔 벽에 매달리는 신 등 '몸 바쳐서' 촬영해야하는 장면이 많은 것이 이 영화의 특징. 그녀가 촬영 도중 제일 힘들어 했던 신은 영화의 엔딩장면에 나오는 한강에 떠있는 장면. "어찌나 추웠던지… 한강위에 떠서 누워있었더니 뼈속까지 바람이 스며들더라고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으스스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