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반전(反戰)을 영화 홍보에 도입한 <지구를 지켜라!>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바로 2시간 전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타자마자, 나는 <전쟁 중독: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이유>라는 다소 긴 제목의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분 전에, 나는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만화들보다도 가장 나를 사로잡은 만화로 <전쟁 중독…>을 꼽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목 긴 사내 이야기>(박재동),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타짜>(허영만) 등의 만화들과 우열을 가리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겠지만, 최근의 국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서 무게를 더 실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목만으로도 그 모든 내용이 설명되는 <전쟁 중독…>은, 걸프전 당시 초판이 발행되고 9·11 테러 이후 개정판이 발행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만화책이다. 이라크전을 코앞에 둔 지난 2월 국내에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른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군사대국 미국의 추악한 면을 잘 드러내주는 책’이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정치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왔는지를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물론 비미국인들에게까지도 얼마나 큰 고통이 따랐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만화 속 이야기들이 나와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까지 모호하게나마 ‘반미’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확고한 신념을, 전혀 ‘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반전, 반부시를 외쳤던 마이클 무어가 쓴 <멍청한 백인들>을 통해 오랜만에 지적인 쾌감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 ‘반전’을 전면에 내세운 만화를 만나는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요즘 대중문화계에서 반전이 하나의 코드이자 트렌드로 인식되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전 데모를 하는 남녀 주인공을 내세운 의류광고가 제작되었는가 하면, 가수들이 반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반전 내용을 담은 노래가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반전을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구를 지켜라!>의 홍보 전략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 개봉을 거의 두달여 앞둔 지난 2월11일 홍보용 이메일을 <지구일보>라는 신문의 형태로 발송하기 시작한 이래로, 시의 적절한 주제를 계속 선택해 주목을 끌어왔다. 첫 번째 호에는 한창 뜨겁던 로또 열풍에서 힌트를 얻어 ‘로또 열풍, 외계인까지 가세’라는 기사를 선보이더니, 약 10일 뒤에 발행된 두 번째 호에서는 달아오른 이라크전 분위기를 활용해 ‘부쉬, 이라크에서 차세대 비행체 쇼 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던 것. 그 기사의 내용은 외계인인 부시가 이라크 상공에서 비행 쇼를 열어 외계인이 지구의 수호자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는 모두 ‘쇼’이고 지구의 최고 자원인 원유를 독점하고 자기별의 경기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싣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반전 기사의 행렬은 전쟁을 약 일주일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반전 시위가 격화되던 3월14일치로 이어졌다. ‘외계인도 전쟁을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외계인들이 반전 시위에 참여해 있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던 것. 기사 내용도 범우주인연합이라는 단체가 ‘UN은 부쉬족과 같은 외계인들을 철저히 감시,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제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는 황당한 것이었다. 전쟁이 실제로 발발한 뒤에는 풍자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 3월22일치 <지구일보>는 특집 영상뉴스로 편성된 플래시애니메이션 <싸마군 지구를 지켜라: 외계인 바이러스>를 선보였는데, 외계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정신도 못 차리는 부시 대통령의 항문을 통해 외계인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주인공 싸마군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려낸 것. 더불어 ‘외계인 부쉬, 지구 습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쟁의 발발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4월1일치에서는 4칸 만화에 석유 중독에 빠진 부시 외계인이 식사를 거부해 몽둥이 찜질을 당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물론 그 모두가 그냥 웃자고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멍청한 백인’의 대명사 부시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독자의견 코너를 통해 표출되는 네티즌들의 평가도, 대부분 그런 시도들이 재미있었다는 쪽이다. 물론 그저 관객 한명이라도 더 끌어보겠다고 홍보사가 벌이는 홍보 전략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지구일보>나 이 영화의 홍보팀이 벌인 길거리 반전/영화 홍보 운동은 일고의 가치도 없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반전을 통해 잠재적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홍보의 흐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바람처럼 홍보 전략이 성공적인 흥행 결과로 이어질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 공식 홈페이지www.savejigu.co.kr

화장실의 프로이드,<심영섭의 시네마싸이콜로지>

심영섭은 이 책을 “화장실에 앉아서도 프로이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한 야심이다. 머리 싸매고 몇년 공부해도 해독되기 힘든 연구대상을, 용변 보는 틈을 선용해 이해하도록 하겠다니. 어쨌거나 ‘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는 뜻의 오만한 필명을 지닌 저자다운 발상이다. 그렇게 다소 티꺼운 마음으로 펼쳐도, 이 책은 재미있다. 가령, 모로코의 한 황제가 888명의 자녀를 둔 기네스 기록과 한 헝가리 여인이 27번의 임신으로 69명의 자녀를 낳은 기네스 기록을 통해 남녀의 성차를 고찰한다든가, 아홉살짜리 아들을 영화감독 만들고 싶어 억지로 <오아시스> 상영관에 데리고 갔다가 결국 두 시간 동안 재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상심리를 해설한다든가, <판타지아>의 미키 마우스에서 토막살인범 심리의 원형을 끄집어낸다는가, 하는 종횡무진의 필치로 전날 세 시간밖에 못 잔 독자의 무거운 눈꺼풀을 팽팽하게 만들어준다. 심영섭의 첫 저서 <영화, 내 인생의 순례>가 영화평론가가 된 심리학자의 책이라면, 이 두 번째 저서는 심리학자가 된 영화평론가의 책이다(물론 저자는 원할 때 어느 쪽으로든 즉시 변신한다). 신화, 소설, 역사적 사건, 임상 경험, 신문 기사 등의 레퍼런스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인간의 정신병리를 파헤치고 출구를 고민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참조 대상은 영화다. 걸작에서부터 하찮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 심리학자는 그 속에 감춰진 성적, 사회적 암호를 해독해 이상심리 진단과 처방의 유용한 재료로 사용한다. 예컨대, 저자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제니퍼 제이슨 리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빈민가를 행진하는 장면에서, 2400년 전(이 책에는 6천년 전으로 돼 있는데 오자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재판을 떠올리며, 여성의 유방에 대한 매혹과 착취의 역사를 설파한다. 또는 <파이란>의 강재에게서 수동공격성 인간을 발견하고 관계의 종결이 분노 때문이 아니라 소통의 실패라는 교훈으로 이끌어간다. 그러니, 이 책을 보노라면 읽고 어디가서 좀 아는 척해야겠다는 얄팍한 속셈의 요동을 잠재우기 힘들다. 한 가지 짚고 갈 건 있다. 이 책은 프로이트를 알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여기엔 프로이트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는 있지만, 프로이트가 파헤친 어두운 무의식의 심연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없다. 예컨대, 심영섭은 사랑의 유형을 분석하면서 사랑을 “평생을 두고 탐구하고 아껴야 할 신비감이 필요한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비밀”로 남겨두면서, 프로이트와 라캉이 내뱉은 사랑의 불가능성에 관한 어두운 말들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는 비평가로서 영화를 말할 때와는 달리, 임상심리학자로서 말하고 쓸 때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희망을 말하고 싶어한다. 이건 고의이거나 아니면 못 고칠 직업의식이다. 글에 곁들여진 서용남의 삽화가 아주 좋다. 그 삽화는 글을 보완하거나 해설하지 않고, 패러디하며 제멋대로 논다. 외설스럽고 기발하고 괴상한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그 삽화는, 심영섭의 글 못지않은 작품이다. (다른우리 펴냄)허문영 moon8@hani.co.kr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대작 <모노노케 히메> 25일 개봉

자연과 인간, 공생은 불가능한가 <원령공주>라는 제목으로 알려져온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97년 작품 <모노노케 히메>가 25일 개봉한다. <모노노케 히메>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가 말하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한층 더 직설적이고 힘있게 제시하되, 단순한 자연과 인간의 대립 또는 공존을 넘어서는 영화다. 그 스스로 “최후의 대작장편”이라 부른 이 애니메이션은, 동물들이 아직 신의 모습을 간직했던 16세기 무로마치 시대 언저리에 걸쳐진 판타지와 역사의 중간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생명의 신이 사는 숲, 신을 지키는 이들과 신을 죽이려는 이들 싸움이 벌어지고 신이 죽는다 감독의 ‘야심작’답게,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한 분노때문에 재앙신으로 변하고 만 멧돼지가 구멍마다 불길과 같은 촉수를 곤두세우고 마을을 습격하는 초반부 장면부터 숨이 막힌다. 2분10초의 이 장면을 위해 지브리 스튜디오는 제작기간 1년7개월과 5300장의 그림을 바쳤다. 이전엔 좀체 볼 수 없었던 잔혹한 장면들이 잇따른다. 숲의 정령 코다마가 있긴 하지만, 지브리 작품의 장기였던 귀엽고 웃기는 캐릭터도 없다. <이웃의 토토로><마녀의 특급배달> 등에서 언제나 사람들을 들뜨게 했던, 주인공들이 비상하는 장면은 금기시되고 속도감을 가진 이미지는 횡적으로 뻗어나간다. 이야기는 재앙신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다 저주를 받게 된 아시타카가 저주를 풀기 위해 서쪽 태고적의 신이 산다는 숲을 찾아떠나며 전개된다. 아시타카는 사슴의 얼굴을 한 ‘시시신’의 숲에서 시시신을 지키는 300살 먹은 들개 모로 가족과 ‘모노노케(사람에 붙어 괴롭힌다는 원령) 히메’로 불리는 소녀 ‘산’을 만난다. 숲 아래에는 모로일가와 맞서는 미모의 여성 전사 에보시가 철을 생산하는 공동체 타타라마을을 이끌고 있다. 에보시가 조정에서 온 승려 지코와 함께 시시신의 목을 베기 위해 나서며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생명을 피우는 시시신이 한없이 자비로운 것만은 아니다. 시시신은 “생명 그 자체, 삶과 죽음을 갖고 있는” 존재이고, 그가 왜 생명을 주는지 또는 빼앗는지 아무도 알 수없다. 목을 베이고 난 시시신의 몸에선 거품같은 게 생겨나고 몸은 걸쭉한 유체로 바뀌어 대지를 뻗어나가며 대지를 모조리 태워버린다. 아시타카는 “산을 구할 수 있냐”는 모로의 질문에 “내가 구할 순 있나 모르지만 함께 살 순 있어”라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것을 꿈꾼다. 해결은 되지 않는다. 시시신의 숲은 다시 살아나지만 예전의 숲이 아니고, 아시타카의 팔의 상처는 엷어졌지만 사라지지 않으며, 산은 “아시타카는 좋지만 인간은 싫어”라며 숲으로 돌아간다. 미야자키 감독은 무구한 자연에 대해 인간은 애초부터 더러움을 짊어지고 있는 존재로, 애초에 자연과 인간의 공생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듯 하다. 비관적인 그런 세계관 때문에, 영화는 선·악의 대립마저 무의미하게 만들며 내내 슬픈 정서를 띄게 된다. 하지만 500살 먹은 하얀 멧돼지 옷토코누시의 마지막 싸움과 코다마들의 웅성거림이 풍겨내는 비장함과 신비함 속에, 부조리한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힘과 희망은 더욱 강렬하다. 제작한지 6년이 흘렀지만 그 세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상영시간 2시간14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새 영화] <오세암>

25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오세암>(제작 마고21, 감독 성백엽)은 2D 애니메이션의 따뜻함과 독특한 색감이 인상적인 영화다.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약 50분의 1이 조금 넘는 제작비인 15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소재는 물론 캐릭터의 생김새나 배경의 색감에서 할리우드나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분명히 차별화가 된다. 엄마를 보고싶어하는 다섯살배기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는 가족타령만 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있고 쌍거풀 없는 눈에 끝이 올라간 눈꼬리나 얇은 눈썹, 작고 도톰한 입의 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서 반갑다. 단풍, 단청, 시냇물, 산길 등의 풍경도 기본색에서 벗어나 있어 자연의 색깔과 비슷한 편. 다섯 살 소년 길손이는 앞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여행을 다닌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엄마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는 감이도 앞을 못보니 엄마를 만나더라도 모르고 지나치기가 쉽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엄마가 있을 꺼다" 정도의 막연한 기대를 할뿐. 추운 겨울이 시작될 즈음의 어느날 길손 일행은 길에서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있는" 젊은 스님 '설정'을 만나 산사 생활을 시작한다. '스님'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이 다섯 살 아이에게 경건한 스님들의 생활이 쉽게 이해가 갈리는 없는 것. 불경 외는 중 불당 뛰어다니기, 목욕하고 있는 스님 승복 노루 입히기, 스님들 신발 나무에 걸기, 염주 풀어 쏟아붓기 등 길손이의 장난기는 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결국 설정스님은 길손이를 데리고 산 속의 작은 암자에서 생활하기로 한다. 어느날 식량을 구하러 길손이를 혼자 남겨둔 채 아랫마을에 간 설정스님은 절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을 만나게 되고 실수로 미끄러져 정신을 잃게 되는데… 서정적인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던 <하얀 마음 백구>의 제작팀이 설립한 제작사 마고21은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듯 하다. 하지만 영화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긴장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길손이가 혼자 남아 스님을 기다리는 후반부는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길손이의 마음도 묘사가 부족한 편이다. 2년 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씨의 동명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했으며 윤도현, 이소은이 주제가를 불렀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75분. (서울=연합뉴스)

영화 <빙우> 캐나다 로케이션 촬영 완료

이성재, 송승헌, 김하늘 주연의 산악영화 <빙우> (김은숙 감독)의 캐나다 로케이션 촬영이 종료됐다. 지난 2월 말 사전 준비를 위해 선발대가 출국한데 이어 3월 6일 이성재, 송승헌을 비롯한 배우들이 캐나다에 도착함에 따라 본격적인 설산 등정에 나섰던 이들이 두 달여 간의 캐나다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것. 캐나다 유콘(Yukon)주의 화이트 패스(White Pass)와 르웰린 빙하지대(Llwellyn Glacier)에서 진행된 촬영은 평균 -30°C를 넘나드는 기온에, 바람막이 하나 없는 높은 설산. 체감온도 -40°C를 넘는 살인적인 추위와 곳곳에 도사린 눈사태의 위험 속에서 주연배우 이성재, 송승헌 그리고 이들보다 조금 늦게 합류한 배우 김하늘 역시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어렵게 촬영을 임해야했다고. 그러나 이성재와 송승헌은 무섭게 몰아치는 눈보라를 마주한 현장에서 죽을 만큼 추웠지만, 거대한 자연에는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꼭 다시 와 보고 싶은 산이라 추억하기도 했다. 설산에 묻어둔 사랑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영화 <빙우>는 막바지 세트 촬영을 마치는데로 후반작업에 돌입, 차갑지만 아름다운 설원의 모습으로 오는 가을 극장가 ‘등정’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 씨네21팀, cine21@news.hani.co.kr

독립 · 단편영화 <오디션> <바람 이야기>

죽음에 대하여 이번주에 방영되는 두편의 독립영화는 죽음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경미 감독의 <오디션>(16mm/ 2003년)은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지망생 지석은 ‘오디션’을 기다리다가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간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할머니는 손자를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지석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곧 돌아가실 것처럼 숨이 넘어간다. 지석은 깜짝 놀라 손을 뿌리치려 한다. 이 짧은 장면은 순간 섬뜩한 느낌을 전해주며, 경험하지 못한 죽음의 싸늘한 공포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지석은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지만 그 느낌을 가지고 오디션에 합격한다. 박해일의 평범해 보이는 연기 역시 영화의 긴장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 김종관 감독의 <바람 이야기>(16mm/ 2002년)는 전쟁 중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민간인을 총살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것과 죽임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지만 죽임을 실행한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소년병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그 고통을 표현한다. 전쟁이 끝난 뒤 민간인의 딸을 만나 화해를 시도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그를 용서한다. 감독은 직접 촬영까지 하면서 유려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좀더 설득력 있는 화면을 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

장나라國 시민을 위한 유쾌한 잔치, <오! 해피데이>

■ Story 결혼식장에서 태어난 공희지(장나라)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필생의 목표다. 단짝 친구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문제 삼으며 모욕을 준 리조트 클럽에 항의하러 간 공희지는 하필 그곳 팀장 김현준(박정철)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공희지는 그 김현준을 ‘내 남자’로 만들기로 한다. 김현준의 집에 잠입해 다이어리를 훔쳐낸 공희지는 그의 스케줄에 따라붙는가 하면,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안티 전략으로 자기 존재를 각인시킨다. 김현준이 공희지의 의도적인 접근을 알아차리고 막강한 약혼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희지의 작전은 위기를 맞는다. ■ Review 로맨틱코미디는 과연 진화할 수 있을까. 아니, 뭔가 ‘다른’ 로맨틱코미디를 만나는 일은 가능한 걸까. 신예 윤학열 감독은 ‘그렇다’고 말한다.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가 배제하던 가족의 존재감을 드러내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오! 해피데이>의 출발점이자 변별점이다. <오! 해피데이>는 그러니까, 로맨틱코미디계의 <가문의 영광>인 셈이다. 가족을 전면에 드러낸 <오! 해피데이>는 서민 대표 공희지와 상류층 대표 김현준의 대결구도로 진행된다. ‘봉천여상’ 출신의 공희지는 무명의 성우다. 미용사 어머니는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퇴직하기 전에 딸을 시집보내야 축의금이 많이 모인다고 주장하는데, 그 속물근성이 밉지 않다. 간지러운 말보다는 헤드락이나 엎어치기로 애정을 표현하는 과격한 집안이지만, 유대는 끈끈해 보인다. 반면 해외 유학파로 다국적 회사의 최연소 팀장이 된 김현준은 못하는 게 없고 안 가진 게 없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형이다. 그런 김현준이 공희지 일당에 함락당한다면, 그건 “사람 냄새”에 취해서일 것이다. 요컨대 <오! 해피데이>는 계급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다. 비현실적이라고? 물론이다. 로맨틱코미디는 어느 정도 판타지에 기대게 마련이니까. 온 가족이 합심해 공희지 신데렐라 만들기 작전을 펼치는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힘들다. 적어도 로맨틱코미디 안에서 사랑이나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여성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오! 해피데이>는 노골적으로 ‘비현실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아드레날린 과잉으로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되고 익살스런 효과 음향을 타고 흘러가면서, 흡사 명랑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특히 장나라의 연기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엔딩을 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건 꿈이야, 기분 좋은 꿈이지. 유쾌하고 떠들썩한 잔치에 어울리는 피날레다. 웰 메이드 로맨틱코미디는 대개 남녀의 관계, 이들 내면의 변화상을 섬세하게 따라잡는다. 하지만 <오! 해피데이>는 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의 목소리를 포착하는 대신 캐릭터와 상황에서 파생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정의의 화신인 공희지가 안하무인의 야심가 김현준을 사랑하게 되는 건 운명이라 치더라도, 뻣뻣한 김현준이 공희지의 ‘선행’에 감복해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는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캐릭터는 저마다 코믹 에피소드를 쏟아내느라 입체적으로 다듬어지지 못한 것이다. 김현준과 부딪칠 빌미를 만들기 위해 환경운동을 시작한 공희지가 “갯지렁이를 살려주세요”라고 간청하는 대목이나 공희지의 의도적인 접근을 알아차린 김현준이 “내 배경이 그렇게 탐났나요?”라며 배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 어색한 것도 그런 이유다. <오! 해피데이>는 심각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심각하고 진지한 순간마저도 웃음의 재료로 둔갑하곤 한다. 연애가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눈물을 떨구는 공희지의 얼굴에서 카메라가 빠지면, 공희지는 비빔밥을 한 가득 입에 우겨 넣거나, 비데에 앉아 치질수술 직후의 고통을 실감하는 중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연애하는 여자의 내숭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김현준이 공희지를 어르고 달래느라 ‘야누스처럼’ <이 밤을 다시 한번>을 부르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둘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처럼 심각한 상황은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서둘러 막음되는 식이다. 코믹 버라이어티쇼처럼 달려가던 영화가 호흡을 고르고 진지해지는 유일한 순간은 공희지가 아버지와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대목. 따뜻한 울림이 있지만, 물 위의 기름처럼 겉도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오! 해피데이>는 파편적인 웃음을 선사하긴 하지만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고 따라가게 하진 않는다. 그것은 보는 이에 따라,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하고 결함이기도 하다. 당신이 만일 ‘장나라’나라의 시민이라면, 극장에서 심각하거나 진지해지고 싶지 않다면, <오! 해피데이>는 만족스런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해피’한 관람을 보장할 수 없다. :: 윤학열 감독 인터뷰“가정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한 윤학열 감독은 <오박사네 사람들> 등의 TV코미디물 작가로 활동했고, <인연> <블루>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오! 해피데이>는 윤학열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 일반 시사 반응이 좋다. 예감이 어떤가. 믿고 맡겨준 분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구나, 하는 정도다. 내가 현장 경험도 적고, 영화의 메커니즘을 잘 알지 못해서, 작품의 완성도에서 아쉬운 점은 많다. 다만 내가 가진 장점,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한다. - 서민 가족 이야기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했는데, 가족과 친구의 비중이 시나리오보다 줄어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문제였다. 영화의 맥이 러브 테마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전면에 나서다 보니, 가족과 친구들 에피소드가 많이 잘려나갔다. 관객의 몰입을 돕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계기와 과정의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배우들은 화면에서 잘 뛰어놀아야 하는데,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나는 코미디만 13년을 썼는데, 남성 중심의 코미디를 주로 했었다. 해보니 로맨틱코미디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웃기기도 해야 하고, 멜로 감정도 살려야 하고. -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하다. 장나라의 캐릭터가 특히 그렇다. 장나라는 TV에서 이미 많은 걸 보여줬다. 그런 상황에서 그를 정극으로 변신시켜야 할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관객에게 더 친절한 방식으로 다가가자는 것이었다. 대중예술을 하는 한, 관객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장나라는 천성적으로 로맨틱코미디 배우로서의 자질을 타고났다. 상황만 설명하면 그에 대한 연기가 본능적으로 나온다. 장나라의 일상을 관찰하고, 활용한 대목들도 있다. - 엔딩을 뮤지컬로 마무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로맨틱코미디하면, 떠올리는 해피엔딩을 좀더 색다르게 만들어 보이고 싶었다. 내가 희곡을 전공해서인지, 뮤지컬의 엔딩이 떠오르더라. 메인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콘티에도 없는 부분을 촬영하자고 하니, 스탭들도 처음엔 의아해했다. 그런데 편집하면서 그 뮤지컬 엔딩의 음악적 효과를 이해하더라.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의 국민성, 한국적 코드에 맞춘 것이기도 하고. 다소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결말에 어울리는 표현법이라고 생각했다. - 이 영화에서 관객이 꼭 알아봐주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괴롭고 슬픈 일이 있을 때 가족을 찾게 되고 위로받게 되지 않나.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고, 그걸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준비

촌놈도 한참 촌놈인 모양이다, 이 나이 먹도록 경주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는 고로…. 그런데! 마침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로만 듣던 그곳에 갈 기회가 내게 왔다. 한가로이 봄바람을 맞으며, 봄향기 속에 여유로이 관광차 다녀올 여행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그것은 아니고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촬영 중인 강제규필름의 <태극기 휘날리며> 출연건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우정출연인데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해 내일 촬영분 콘티를 받아든 순간 갑자기 가슴이 벌렁거리며 쾌히 하겠노라 승낙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것도 그럴 것이 제대로 안 생긴 내 얼굴 면전에서 폭탄이 터지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분노에 찬 장동건이 날카롭고 둔탁한 짱돌을 들고 달려들어 얼굴을 수십번 강타해 죽이는 장면까지(내가 무슨 이승복도 아니고…) 스타일 망가지는 건 고사하고 그 수고나 위험성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후회 반 속았다는 배신감 반으로 스스로를 힐책하고 괴롭히다가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맞았고 제작부들의 채근 속에 바삐 촬영장으로 향했다. 바람 세찬 빈 야산에 세워진 진지와 축사를 개조해 만든 포로소용소, 수십대의 군용차량과 세기도 힘들 정도로 동원된 엑스트라 등…. 슈퍼 크레인 위에서 2층 높이의 상황진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홍경표 촬영감독의 모습에서 다시금 공포가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비운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춰보고자 강제규 감독에게 원망 섞인 하소연을 막 풀어내려 하는데 온 얼굴에 숯검정칠을 한 장동건이 촬영장소로 들어섰고 그때부터 고행의 나의 하루는 시작됐다. 장비가 이동되고 엑스트라, 트럭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촬영 시작하려면 시간 좀 있겠다 싶어 담배 하나 입에 무는데 그 징한 강 감독이 시작하자며 일어섰다. “아니, 형 벌써 시작해. 시간 있잖아. 담배 하나 피우려고….” 그러자 “시간이 돈이다. 리허설 이미 마쳤으니 너만 올라가면 돼”하며 먼저 자리를 뜨는 게 아닌가? 저 많은 장비와 인원, 연기자들이 호흡을 맞추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련만 이후부터의 촬영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였다. 지금까지의 촬영관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필요 이상의 스피드 내지는 오버라고 봤으나 이성훈 PD의 말을 빌리자면 고도로 계획하고 수정된 절약형 제작 시스템이란다. 130억원의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드는 데 남의 돈을 허투로 쓸 수 없고 진행의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여 최대한 제작비의 누수를 막겠다는 강 감독의 취지 아래 제작부 자체가 워크숍까지 가졌다 하니 말 그대로 대단한 준비성이었다. 전쟁영화고 몹씬(군중신)이 많다보니 꽤 시끄럽고 소란스럽겠다 싶었는데 그 또한 나의 오버였다. 위험스러운 촬영이 진행되는 3일 동안 현장에서 강 감독이 소리 한번 크게 내는 것을 못 봤고 지금까지 조감독은 물론 연출부가 누군지 나는 모른다. 강 감독은 촬영감독 홍경표와 사귀는 듯 현장에서 조용조용 의논을 하고선 장동건과 나에게 다가와 어떤 상황인지만 말해주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도 뒷배경에 깔린 군용장비와 그 많은 인원들이 사고 한번 안 내고 오케이를 받아내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날씨가 심술을 피운 것을 감안하더래도 그날 분량 못 찍고 온 적이 없다하니 그것이 현장의 유동성을 감안한 철저한 준비성에 있노라고 기염을 토하는 이 PD의 잘난 척은 괜히 재는 으스댐만은 아니었던 거 같다. 그런 거 같다! 제작비 상승을 어찌 인건비 상승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이렇듯 내부의 균열을 메우고, 철저한 준비를 하며, 인화를 이뤄 매진한다면 좋은 영화는, 누구나 침흘리는 대박은, 만들어지고 터지는 것이리라. 김해곤/ <파이란> <블루>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