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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기 [1]

" 우리 회사도 불타버렸으면 좋았을걸 "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1994년 8월 ~ 1997년 6월 고행의 제작일지 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가 6년 만인 2003년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제작비 240억원, 제작기간 4년을 투자한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에서 만 1년 넘게 롱런하며 142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화제를 뿌려 당시 합법적인 경로로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이웃나라 영화팬들까지 설레게 한 바 있다. 드디어 소문의 그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의 의문은 여전하다. 위대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진기한 기록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우린 지브리 스튜디오 선반 한구석에서 이제 제법 두터운 먼지를 둘러쓴 <모노노케 히메>의 제작기를 입수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를 주축으로 1985년 설립된 지브리 스튜디오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이름 그대로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추억은 방울방울> 등의 화제작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 작품들에 이어 ‘자연 친화’ 메시지의 결정판으로 만들어진 <모노노케 히메>는 조금 더 야심차고 지난한 작업이었다. <모노노케 히메>에 참여한 지브리 스튜디오 직원들이 함께 써내려간 ‘날적이’ 형식의 제작기에는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엄격한 관리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존경과 애정, 두려움이 오롯이 녹아 있다. “애니메이션은 손으로”라는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 컴퓨터그래픽(CG)을 동원하게 된 배경과 과정, 할리우드에 협력하는 동시에 견제하는 지브리의 복잡한 심경 등도 엿볼 수 있다. 94년 8월부터 97년 6월까지,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담쟁이 덩굴과 키 큰 나무들로 둘러싸인 조용한 작업실. 외부자의 견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에 늦게나마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다. 편집 심은하 역사의 새장을 준비하며 94. 8 | 미야자키 감독은 혼자서 준비에 들어간다. 스토리 라인과 이미지 보드를 작성한다. 95. 4 | 작화감독 안도는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이미지 보드를 기초로 하여 캐릭터 설정에 들어간다. 미야자키 감독이 <모노노케 히메>의 기획서를 완성한다. 95. 5. 14 | 5박6일 일정으로, 야쿠시마에 현지 조사를 떠난다. 참가자는 미야자키 감독, 안도 작화감독, 미술부의 트리오라 불리는 야마모토·다나카·다케시게, 배경의 다나카·오오타·가스가이·이나·히라하라·후쿠토메, 작화의 후지하라·다테노, CG부의 모모세·간노, 제작부의 다나카로 총 16명. 우리는 백곡운수협의 험준한 하이킹 코스를 걷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에게서 굉장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 이번 현지조사의 하이라이트인 남서쪽 조엽수림대로 향한다. 야쿠스기 랜드에서 숲을 관찰한다. 마지막 날, 새벽 6시에 여관을 출발, 조몬스기로 향한다. 왕복에만 10시간이 걸렸는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30분. 하루종일 걸은 뒤 유람선에서 식사를 한다. 반딧불과 야광벌레의 불빛 속에서 활어튀김을 맛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 도쿄로 돌아온다. 95. 5. 22 | 지브리 2층 계단의 북쪽에 <모노노케 히메>의 메인 스탭실을 설치한다. 전 작화 스탭을 바에 모아놓고 작품 설명회를 가진다. 95. 6. 1 | CG부를 개설한다. 방송 편성국 미술개발부에서 활동하던 간노가 2년 예정으로 지브리에 투입된다. 애니메이터인 모모세가 디자이너로 참여한다. 95. 7. 10 | 그림 콘티가 134컷의 분량(11분30초)으로 완성된다. 최초의 작화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원화 14명이 작화 작업에 들어간다. CG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 134컷 중 11컷은 어떠한 형태로든 CG가 삽입될 것이다. 95. 9. 2 | 미야자키 감독이 급성심장결석 질환으로 구급차에 살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렇지만 곧 일에 복귀한다. 95. 12. 8 | 이전부터 미야자키 감독과 안면이 있던 <토이 스토리>의 존 래세터 감독이 지브리를 방문한다. 미야자키 감독의 열성팬임을 자처하는 그의 소원대로 <이웃집 토토로>의 그림 콘티 카피를 미국에 우송한다. 95. 12. 15 | 젊은 원화가 둘이 지나친 작업 부진을 보이자 미야자키 감독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한다. 그러더니 그들에게 복잡하고도 괴이한 재앙신의 동화를 그리는 벌을 내렸다. 96. 1. 5 | 작업을 개시한다. 스즈키 프로듀서가 새해 인사를 건넨다. “올해 여름휴가는 없다”라고. 96. 1. 6 | 아무래도 작화감독을 보좌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원화가 가운데서 한명을 기용해야 하는데, 겨우 수소문해 만난 외부 원화가들을 우리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한다. 미야자키 감독과 지브리의 관리가 무척 엄격하다는 것이 이 업계의 전설이라면서(사실 그렇지 않다). 연말에 TV에서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방영된 <모노노케 히메>의 TV용 광고를 본 니키 마키코(잠시 휴직하고 있었던)가 원화를 그리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 3월1일부터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96. 1. 11 | “요즘 젊은이들은 20세기의 역사를 너무 몰라.” 미야자키 감독의 한마디에 <영상의 세기>의 상영회가 개최된다. 96. 1. 16 | 컷166과 168의 겸용컷 배경동화를 시험삼아 CG로 만들어본다. CG부에서 2시간 분량의 간단한 동작을 화면으로 만들어 보인다. 그것을 본 미야자키 감독은 애니메이터들을 교대로 데려와서는 “어때? 대단하지! CG의 새로운 시대가 온 거야” 하며 크게 흥분한다. 지금까지 미야자키 감독에게 “너무 속도가 늦어!”, “영 도움이 안 되는군!” 등의 타박만 들어왔던 CG부는 그제야 한시름 놓는다. 96. 1. 17 | 디지털페인트의 테스트 러시가 완성된다. 수작업물과 섞어서 스탭들에게 보여주자 아무도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96. 2. 7 | 그림 콘티의 컷680A에서 771까지 92컷의 분량을 완성한다. 총시간은 64분20초. 오늘부터 드디어 본편의 촬영이 시작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내 영화는 음지에서 자란 나를 닮았다" <빵과 우유>의 원신연 감독 철도원 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빵과 우유>의 원신연(35)씨는 <피아노맨> <깊은 슬픔> <카라> 등의 상업영화에서 무술감독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던 그가 독립단편 연출로 진로를 바꾼 것은 “액션을 위한 액션만 하는 것이 싫어”졌기 때문. 99년부터 매년 한편씩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전작들 가운데 부모의 학대를 받는 여고생의 이야기 <세탁기>(2001)를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어머니를 살해한 남자의 이야기 <자장가>(2002)를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각각 소개한 바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극분과 회원으로 활동 중인 원신연씨는 훗날 “사람 냄새 나는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에 부천영화제 가는 길에 노동자 한 사람을 우연히 봤는데, 한쪽 어깨에 장비가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혼자 철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이 우리 아버지와 연결되더라. 그 길로 영화제를 포기하고 잔디밭에 앉아 한번에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까 봤던 그 모습의 철도청 노동자들이 무리지어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목을 지었다. -<세탁기> <자장가> <빵과 우유>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내 삶에서 비롯된 얘기들이다. <세탁기>는 부모에게 학대받던 여고생이 숨을 곳을 찾다가 세탁기 속에 들어가고 그 사실을 모르는 엄마가 세탁기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아이가 그 안에서 죽는다는 내용이다. <자장가>에선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로부터 “날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 탈옥해 누나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결국 누나에게 사과인사도 못한 채 현장에서 총살당한다. 내 생각에 난 음지에서 자랐고, 내 영화들은 나를 많이 닮았다. -<빵과 우유>는 그래도 본인이 말하길 ‘희망’이 주제라고 했다. =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려는 시도는 실패했지만 어쨌든 목숨도 건졌다. 나사라도 쥘 수 있는 손이 있으니, 회사에선 잘렸지만 다시 시작할 여지도 있는 거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빵과 우유를 먹는 건, 본능이면서 동시에 살아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기차가 달려든다든지 낙석을 깨부순다든지, 촬영이 만만찮을 장면이 많다. =사실 걱정이 된다. 철도청 협조를 얻어서 기차 대여라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태백선같이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노선을 찾아, 기차 지나가는 시간 계산해가면서 찍어야 할 것 같다. 낙석은, 소품쪽 친구 말로 제작비만 200만원이라는데, 친구니까 어떻게 잘 말해서 반 이상 깎아볼까 한다. 그래도 네편 작업하는 동안 나름대로 예산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시나리오 회의는 학교 운동장에서 자판기 커피 갖다놓고 한다든지 하는. -극분과 모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정기모임이 한달에 한번씩 있다. 독립영화인들의 권익보호와 자유로운 활동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상호협력의 장이라고 보면 된다. 연대의식이 강하다. 막말로, 서로 등 맞대고 비비면서 ‘우리 따뜻하지?’ 이러는 데다. -장편 계획도 있나.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무리한 욕심일런지 몰라도 1년에 한편씩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온 것 같다. 장·단편 구분은 없고 상업영화를 할 생각도 있다. 충무로 PD나 제작자들을 만나보면 그 사람들의 사고틀은 이미 짜여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1 더하기 1은 반드시 2다. 난 독립영화만 해왔기 때문에 그 틀에 맞추기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축은 결국 나 자신이다. 자유롭게, 지금까지와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내가 자유로우면 관객도 자유롭게 받아들일 것 같다. <빵과 우유>는 어떤 영화? 죽어야 사는 남자 며칠 전 해직 통보서를 받은 철도청 소속의 선로보수 노동자는 오늘도 평소처럼, 늘 지급되는 빵과 우유를 가방에 넣고 마지막 근무에 나선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어느 기찻길에서, 그는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차 사고를 위장, 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세운다. 뜨거운 철길 위에 누워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는 그러나, 아침부터 이유없이 계속된 설사가 하필 그 순간 터지는 바람에 열차 한대를 어이없게 놓치고 만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드러눕는 그. 바로 그 때, 커다란 낙석 하나가 철길 위로 떨어진다. 비상전화쪽으로 달려가보지만 전화함은 비어 있다. 이제 곧 다음 기차가 통과할 시간이다. 결국 위장 사고로 보험금을 타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도리어 직무유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낙석을 처리해야 할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부녀관계에 희망을” <자전거 경주>의 박은교 감독 <자전거 경주>는 현재의 딸이 과거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이 시나리오를 쓴 박은교(27)씨는 막연히 영화일을 하고 싶던 고등학교 시절 겁은 많고 욕심은 없어서, 부모님 몰래 영상원에 응시했다가 2차에서 탈락하고 순순히 법과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영화 동아리 활동만으론 목마름이 달래지지 않아 결국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전했다. 그리고 지금 영상원 연출 전공 졸업반이다. 일상에서 갑자기 받는 깜짝 선물처럼 지극히 리얼한 영화가 주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그는, 졸업작품을 염두에 두고 공모 마감 전날 후딱 써내려간 시나리오가 당선돼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작품을 구상한 계기는. =아버지가 워낙 보수적이신데다 자기 생각이 확고한 분이다. 그런 아버지한테 내가 딸이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부분들이 항상 섭섭하고 속상했다. 그런데 한번은 엄마가 “너 어릴 때 아버지가 무척 예뻐하셨다. 아장아장 걷는 너를 안고 1시간을 걸어서 동물원에 데려가신 적도 있어”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안 믿기더라.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날 예뻐하시던 과거의 아버지와 지금의 내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무슨 얘길 할 수 있을까. 그리고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버지와 그 자전거를 쫓는 내 모습이 이미지로 떠올랐다. 그 이미지만 막연히 갖고 있다가 시나리오로 쓴 거다. -일반적으로 딸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많이 얘기된다. =엄마는 나와 동성이다. 그래서 딸들은 커가면서 엄마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이해의 여지를 갖고 있다는 거다. 딸이 엄마에 대한 연민을 쉽게 갖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아버지는 남자다. 이성간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상대방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나는 그걸 해결해보고 싶었다. -다큐를 함께 작업한다고 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아버지의 집>이란 다큐를 보면서 세상 아버지들은 다 딸들한테 비슷한 말을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한국의 부녀를 소재로 다큐를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 구상 단계고, 결론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희망을 주고 싶다. 부녀관계에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은 수용해야겠지만 그래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에 기대를 건다. 이건 내 바람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에 각별한 관심이라도. =원래 다큐를 좋아한다. 굉장히 리얼한 장르이면서도 다큐는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인들의 삶이면서 내 인생에 없는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진짜 삶이 더 영화 같다고들 하듯이, 현실에서는 영화보다 더 강도높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걸 다큐로 옮기면 판타지가 된다고 본다. 또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처럼 일상인데도 판타지 같은 순간들이 존재하는 영화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처럼 판타지가 현실처럼 흘러가는 영화들도 있다. 완전한 판타지보다 그런 판타지들이 오히려 설득력 있고 선물 같기도 하다. <자전거 경주>도 그런 맥락의 구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자신의 영화가 줄 수 있는 판타지는 뭔가. =과거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 그때의 아버지와 얘길 나눠보면 아버지를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만남 자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겠지만, 아버지는 내가 이해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다.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 친구가 지어줬다. 자전거 경주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고.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딸과 과거의 아버지의 만남이 모티브가 된 영화이기도 하니까. <자전거 경주>는 어떤 영화? 아빠, 나란 걸 알았어요? 서울서 독립해 사는 30대의 은수는 유학문제를 상의하러 고향에 내려왔다가, 아버지로부터 집안 사정 생각 안 하고 저 잘난 줄만 안다는 말만 듣는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 화가 난 은수. 시간은 거꾸로 거슬러 은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림 그리며 노느라 정신없던 은수는 엄마한테 숙제 안 한 핑계를 대느라 꾀병을 부리고 엄마의 병간호를 받는다. 아픈 딸이 먹고 싶은 볶음밥을 사러 은수 아버지는 중국집에 들르기로 한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쌩쌩 달리는 은수 아버지. 유학문제로 아버지와 말다툼하고 나서 몹시 마음이 상해 밖에 나와 있던 은수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죽어라 달려 아버지의 자전거를 쫓아가는 은수.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사는 중이던 어린 시절 은수의 아버지는 성인이 된 은수를 남 보듯 하고, 은수도 아버지 앞에서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냥 돌아서고 만다. 그런데 볶음밥을 사 들고 집에 돌아온 은수 아버지는 어린 은수와 이야기하던 도중, 아까 본 그 처녀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는다.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5]

“절실한 위기감, 곧 배우들도 실감할 것” 배우 개런티는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의 성격과 장르에 따라 개런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장동건은 파격적인 개런티로 <해안선>에 출연하는 놀라운 결정을 했다. 과거에도 배우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조하는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성기씨는 대표 배우로서 개런티 문제에 늘 사려 깊게 행동해왔으며 최근에는 장동건이 자기 개런티의 1/6~1/8 수준으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동건의 예는 워낙 파격적이어서 모범으로 거론하기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지만, 작품 성격에 따라 개런티를 조정한다는 것이 <해안선> 사건(?)의 본질이고 이런 취지는 공동으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나 작품 성격에 따라 배우의 선택과 개런티 수준을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배우를 둘러싼 논의는 개런티 문제가 가장 뜨거운 초점이었지만, 그외에 몇몇 이슈들도 함께 거론되었다. 우선 배우들이 TV나 CF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돌려 전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 개런티 문제에서 좀더 유연한 태도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는 제안이다. 대형 기획사를 차려 배우들에게 고액의 계약금을 준 뒤 영화 개런티로 회수하려는 매니지먼트 전략도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었다. 한국의 시장 규모에서 대형 매니지먼트가 필요한지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이 부문도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매니지먼트사는 법률 서비스 등 실무적인 도움 이외에도 배우의 수급과 교육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우리 나라 배우들은 “전문적인 연기 교육을 받은 경험 없이 시작해서 융통성과 통찰력으로 끌고 나가다 스스로 어느 순간 도를 깨치는”(문성근) 경우가 많다. 90년대 중반 새로운 소극장 연기가 뿌리내리면서 연극이 양질의 배우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수급원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영화와 연극 사이의 ‘흡혈귀적인’ 관계를 재검토해서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에 대한 논의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제작자나 투자자쪽에서도 자기반성적인 진단이 곁들여졌다. 누구나 배우가 문제의 제1원인도 아니고 해결책의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논의에 대해서 비관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개런티 상한선과 흥행 지분은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석동준 CJ엔터테인먼트 부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냉소적인 목소리조차 전화 너머로 이렇게 끝을 맺었다. “우리는 합리적인 자본으로 오래도록 시장에 남아 있고 싶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절실한 위기감이 조만간 제작자와 배우로 번질 것이고 피부로 느끼면 시장 논리에 의한 자구책을 찾게 될 것이다. 때가 되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3]

해법1- 개런티 상한제 + 인센티브 코미디는 흥행 성공률이 높다는 점 외에도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적게 들고 굳이 톱스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다. 신은경은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속편에서의 개런티가 급상승했다. 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투자 측면에 있다. 투자 자본이 갑자기 불어나고 제작 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적인 식별력을 갖추지 못한 투자자들이 작품의 완성도, 흥행성, 시장규모 등 어떠한 합리적인 고려도 없이 배우가 요구하는 대로 주거나 더 주면서까지 스타 캐스팅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배우가 먼저 일으킨 사태는 아니지만 호황기의 질펀하고 나른한 후유증은 배우들에게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제작자들이 말하는 배우의 협상 조건은 딱 두 가지다. “내가 전작에서 얼마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얼마를 달라”는 것과 “누가 얼마를 받았으니 나도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전작보다 최소 5천만원 이상 더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올라간 개런티는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한 제작자는 “시장논리가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다. 앞으로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제작자로서는 솔직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 상황에 대한 해법은 뚜렷하게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개런티 상한제 + 인센티브’ 개념이다. 제작비를 압박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 개런티를 정하고 영화의 흥행 결과에 따라 성과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투자, 제작, 감독, 마케팅, 정책 그리고 배우 분야의 신뢰도 높은 인사들은 대부분 이것을 바람직한 기본 틀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작자들은 현재 수준의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제작비에 무리를 주지 않는 합리적인 개런티 상한선이 얼마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했다(다음 기사 참조). 그리고 이같은 수준은 배우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인센티브 개념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인센티브의 본질과 규모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다소의 견해 차이를 나타냈다.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는 “인센티브 전략은 인정할 만한 것이나 현재로서는 가져갈 것 다 가져가고 또 가져가는 방식이라서 문제가 된다. 작품 성격과 작업기간에 맞춰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 성과제 개념으로 받는다면 합리적일 것이다. 다만 인센티브 비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제작사 지분을 제작자 개인 지분으로 간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투자했다가 벌면 쏙 빼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화에 재투자하는 자본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센티브를 좀더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이를 지분이나 공동제작 개념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자는 “배우가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있긴 하지만, 스타 배우나 스타 감독의 경우 높은 개런티를 넘어서서 제작자의 지분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가 될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들이므로 당연한 측면이 있다. 과거에 제작자가 100을 가졌다면 이제 그중 50은 감독과 배우에게로 돌려져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배우 개런티가 제작비 상승의 주범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제작자 지분을 나눠줌으로써 전체 제작비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투자가 늘면서 제작자가 창궐했고 따라서 제작자가 투자자에게 지분을 많이 요구할 수 없게 된 현실과도 상관이 있다. 크리에이터로서 공정하게 공유한다는 개념과 함께 이중적 구조조정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 역시 “지분이나 공동제작에 대한 요구는 불가피하고 수용할 용의도 있다”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피력했다. 다만 그럴 경우 역할에 걸맞게 작품 개발에 참여하고 리스크를 공동으로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덧붙였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영화 대담] 누아르 범죄영화로 관심몰이, 박찬욱- 봉준호 감독

“한사람이 미치니까 한국영화 좋아지네” 박찬욱(40·오른쪽) 감독은, 지난 25일 개봉한 봉준호(34·왼쪽)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구원이 있다. 3년 전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를 개봉할 즈음에 <살인의 추억> 원작인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와요’를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고 판권을 사러갔다가, 이미 봉 감독이 채간 뒤라는 걸 알았다. 대신 박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을 찍었고, 다음달부터 동명의 일본만화를 각색한 <올드 보이>의 촬영에 들어간다. 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만화 ‘<올드 보이>가 재미있어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봉 감독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드 보이>를 자신이 찍는 건 일종의 복수인 셈이다. 두 감독은 서로 친한데다, <복수는 나의 것>과 <살인의 추억>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누아르 분위기의 범죄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모로 할말들이 많을 것 같은 두 감독이 지난 22일 만났다. 내가 먼저 찜했어 봉준호 | 그것부터 해명하고 가자. <살인의 추억>이 <올드 보이>하고 엇갈린 건 아니잖아. <복수는 나의 것>하고 엇갈린 거지. 나는 <올드 보이> 영화화하려고 안 했어. <복수…>처럼 유괴를 소재로 시놉시스를 쓴 게 있었지. 박찬욱 | 유괴를 영화화하겠다는 건 변영주 감독 아니었어 봉 | 변 감독도 그랬지. 그때 변 감독하고 박치기 난다고 해서 피했던 거지. 박 | <공동경비구역 …>의 김상범 편집기사가 이전에 한 제작자하고 희곡 ‘날 보러와요’의 영화 각색작업을 했었어. 그런데 흐지부지됐고, 그래서 내가 해볼까 알아봤더니 바로 며칠 전에 봉 감독이 찜한 거야. 봉 | 정지우 감독도 ‘날 보러와요’에 관심을 가졌었지. 난 판권을 떠나서 따로 내 식으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찍을까 했지만 연극 원작이 워낙 매력적이더라고. 박 | 이렇게 며칠 차로 운명이 엇갈리다니. 감독이 달랐다면 박 | 내가 감독했다면 참 다른 영화가 나왔을 거야. 일단 제목부터 다르겠지. 나 같으면 그 마을 허수아비에 새겨진 글귀 있잖아.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그걸 쓰지 않았을까. 마지막도 2003년에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나오는 게 아니라 진범이 나오도록 했을 것 같아. 관객이 처음 보는 아저씨가 나와서 희고 고운 손으로 복숭아를 깎아 먹으면서 끝나는. <복수는 나의 것>도 마지막에 관객이 처음 보는 사람이 등장하잖아. 그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신이 안 서서 그때 봉 감독한테 물었잖아. 그랬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고. 나중에 류승완 감독이 그러는 거야. 봉준호 말 듣지 말라고. 자기 같으면 절대로 그렇게 안 찍을 사람이라고(웃음). 아닌 게 아니라 <살인의 추억> 봐봐. 자기는 이렇게 상업적으로 만들면서. 봉 | 형이 <살인…> 시나리오 읽었을 때 진범이 나오는 엔딩을 말했잖아. 그렇게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범인을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 박 | 내가 ‘날 보러와요’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사실 영화의 3분의 2는 희곡대로 가고, 나머지 3분의 1은 내 나름의 추리로 범인을 잡는 이야기를 할까 했었어.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끝나는 영화는 내 머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라서. 범인이 안 잡히는 건 좋은데, 누군지도 모르고 끝나면 관객이 화내지 않을까.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걱정과 달리 화가 안 나더라고. 봉 | 그게 부담스러웠지. 하지만 어차피 영화가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고, 장렬하게 범인을 죽일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 시대 사회상이나 형사의 폭발하는 감정에 치중하자, 그러니까 오히려 범인이 안 잡히는 게 더 뜨거운 설정이 되더라고. 허구를 만드는 건 생각도 안 했고. 이건 못 잡는다. 못 잡는 것 자체가 장렬한 패배이고, 왜 패배했는지를 짚어보는 영화다, 그렇게 생각했지. 박 | 난 어려서 탐정소설 애호가였고 이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탐정이 돼보려고 한 거야. 자료는 많이 있을 테니까. ‘안락의자 탐정’이랄까. 서재에서 자료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보는 그걸 해볼려고 했지. 봉 | 나도 초기엔 과대망상적인 포부가 있었어. 최소한 <제이에프케이>처럼 범인을 지목하고 코멘트하는 영화는 될 거라는. 그런데 조사할수록 더 모르겠더라고. 나중엔 못 잡는 게 핸디캡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생각을 바꿨지. 박 | <살인 …>의 전후반부를 굳이 비교하면 앞이 뒤보다 재미있어. 서태윤 형사(김상경)가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지금 영화 자체로 충분히 걸작이지만 애초에 박두만이 혼자 주인공인 영화로 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송강호가 너무 잘해서 그런가 이 영화는 송강호의 천재성이 만개한 것 같아. 봉 | 뒤로 가면서 사건의 흐름을 따라서 초점이 자연스레 옮겨간 것 같아. 2시간 안에 둘의 역이 바뀌는 거. 감독들이 해보고 싶은 거잖아. 송강호는 애드리브(즉흥대사)와 대본에 있는 대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그게 탁월해.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 하고 외치는 건 애드리브 같지만 대본이거든. 또 누워서 김상경한테 “너 많이 변했다” 하는 건 대본 같지만 애드리브라고. 박 | 김지운 감독은 엉뚱한 얘기 하더라. 자기 같으면 마지막 2003년 장면의 신 배열을 거꾸로 했을 거라는 거야. 나이 들어 은퇴한 박두만이 집에서 밥 먹다가 옛날에 주검이 발견된 논두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논두렁에서 시작해 차 타고 집에 와서 끝낸다는 거지. 봉 | 더 공포스럽다. 쿨하네. 박 | 1980년대를 담으려고 되게 공을 들였더라. 특히 조용구 형사(김뢰하)가 데모 진압하면서 여대생 끌고가는 건 정말 선명했어. 난 그런 면에 더 등한했을 것 같은데. 돈도, 시간도 많이 들고 연출하기 힘들고. 편집에서 잘려나가기 쉬운 장면이잖아. 기껏 찍고 나서 편집기사가 재미없어, 그러면 잘려나가는 거거든. 봉 | 여대생 끌고가는 장면은 두 대의 카메라로 찍었어. 잘릴까봐 신중현의 노래 ‘빗속의 여인’을 넣어서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지. 일종의 편집 보호대책을 세운 거지. 박 | 나도 <공동경비구역 …> 때 일부러 판문점 사진 신을 넣었잖아. 국가보안법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잘리지 않게 하려고. 편집기사는 감독한테 냉정하거든. 이거 못 찍었어, 왜 이리 재미 없어, 그럴 때 감독이 우기면 되게 쪽팔리거든. 요즘 왜 그럴까? 봉 | 마케팅 팀한테는 무책임한 건진 몰라도, 나는 장르를 목표로 만든 적이 없거든. 장르는 결과다, 그러거든. <살인…>도 연쇄살인실화극이라 했지만 스릴러도, 시대역사물이기도 좀 그렇고. 농담처럼 ‘농촌스릴러’라고 했지만. <공동경비구역 …> 때는 뭐라고 이름 붙였지 박 | 명필름에서 정하길 미스터리 휴먼 블록버스터…. 왜 한국에선 이런 말들을 내세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비주얼이나 포스터에서 그림이나 카피로 다 표현할 수 있는 건데 말로 딱 규정 내리길 좋아하는 건 한국이 유독 그래. 봉 | 우린 장르 규정 없으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것 같아. 마케팅도 진전되지 못하고. 제도교육의 문제 아닐까. ‘님의 침묵’ 시 배우면서 ‘님’에 밑줄 치고 ‘조국’이라고 써 넣잖아. 뭐든 카테고리화시키지 않으면 불안하고. 박 | 관객이 요구하는 거지. 관객은 그걸 알고 보고 싶어하거든. 나는 <살인 …>이 분명히 흥행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 요즘 흥행하는 영화와 너무 다르니까. 흥행을 고려한다면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 같은 영국제 노동계급 코미디가 한국에서도 잘될 것 같은데, 사람들이 그런 건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 봉 | 난 이 영화 시작할 때가 <공동경비구역…> 개봉 한달 전이었고, 2년8개월 동안 이것만 준비해 왔는데 그 사이에 워낙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이 영화를 이런 시점에 개봉해야겠다고 기획했던 것도 아니고. 박 | 창업해서 돈 모으다 보니까 아이엠에프가 닥친 거지(웃음). 내가 재작년에 여러 사람한테 2년쯤 있으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해가 될 거라 했는데 딱 맞았어. <살인…>,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가 나오고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도 그렇게 좋다고 입소문이 나 있잖아. <질투는 나의 힘>도 그랬고. 걸작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게 왜 그럴까. 붕괴 직전의 단말마의 비명 같은 걸까. 봉 | 힘차게 노를 젓는데 폭포를 향해 젓는…, 상당히 우울해지는데. 박 | 충무로 사람들은 피부로 느껴요. 상황이 너무 나빠졌다는 걸. 많은 좋은 아이템들이 중단되고 파이낸싱도 안 되고. 좋다는 영화와, 나는 별로 안 봤지만 흥행되는 영화는 별개가 돼 가고. 이렇게 힘든 건 처음 겪는데, 이럴 때 최고의 걸작들이 나오니까. 말했다 욕먹었지만 차승재(<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제작사인 싸이더스의 대표) 하나가 미치니까 한국영화가 좋아진다고(웃음). 봉 | <올드 보이>는 개봉 예정이 언제지 박 | 올해 11월인데, 송강호는 (<올드 보이> 주연인) 최민식한테 밀리기 싫다고 내년으로 미루라고 하고 있지(웃음).

대책없는 스파이, 못 말리는 흥행

로완 앳킨슨 주연의 <자니 잉글리시> 전세계 박스오피스 선전 제임스 본드를 밟고 입신한 행운아는 이제 오스틴 파워즈만이 아니다.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주연한 첩보물 패러디 <자니 잉글리시>(사진)가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심상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워킹 타이틀이 제작하고 유니버설이 배급하는 <자니 잉글리시>는 개봉 2주차 현재 영국을 비롯한 38개국 극장가에서 총 5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지난 4월11일 영국 452개 스크린에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1위는 )으로 개봉한 <자니 잉글리시>는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총 1360만달러를 벌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1위로 데뷔한 <자니 잉글리시>는 부활절 연휴로 일부 유럽시장 박스오피스 집계가 지체된 가운데, 독일에서 2주째 1위를 지켰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자니 잉글리시>는 환대받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코미디영화 사상 가장 높은 스코어로 개봉했고 사스로 공황상태에 빠진 홍콩 극장가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호주에서는 <성질 죽이기>에 이어 2위, 뉴질랜드에서는 <러브 인 맨하탄>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남미 박스오피스에서도 기대보다 선전 중이라고 배급사는 밝혔다. <슬라이딩 도어>의 피터 호윗 감독이 연출한 <자니 잉글리시>는 다른 요원들이 모두 암살당하는 바람에 작전에 투입된 대책없는 스파이 자니가 사악한 프랑스 재벌 파스칼 소바주로부터 여왕과 조국을 지키는 코미디. 존 말코비치가 악당 역을 맡았고 가수 나탈리 임부를리아가 로완 앳킷슨의 로맨스 상대로 출연한다. 7월18일로 개봉이 예정된 미국을 포함해 12개 시장을 남겨두고 있는 <자니 잉글리시>의 수익은 더욱 불어날 전망. 워킹 타이틀과 로완 앳킷슨의 전작 <미스터 빈>은 세계 수입 2억3200만달러를 올리고 TV 만화 등 짭짤한 부수입원을 창출했다. 휴 그랜트가 주연하는 리처드 커티스의 감독 데뷔작 <말하자면 사랑>의 연내 개봉도 앞두고 있는 워킹 타이틀의 2003년은 바야흐로 풍작을 예고하고 있다. 김혜리

웃음을 잊지않고‥ 한발한발 슬픔을 딛고,<오세암>

■ Story 다섯살배기 꼬마 길손이는 눈먼 누나 감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 길손이와 감이는 길에서 만난 설정 스님을 따라 추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절에 머물기로 한다. 심심해진 길손이는 온갖 장난으로 절을 휩쓸다가 외딴 암자로 떠나는 설정 스님과 함께 마음의 눈을 뜨는 공부를 하러 간다. 앞 못 보는 감이가 엄마를 만나고도 놓쳐버릴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엄마 얼굴을 모르는 길손이는 감이에게 마음으로 보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결심한다. ■ Review “누나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하늘처럼 생긴 물인데 꼭 보리밭처럼 움직여.” “지난해 내가 누나 머리에 꽂아준 꽃잎같애. … 화롯불 같다던 그 꽃잎.” 다섯살밖에 안 된 길손이는 눈에 보이는 풍경을 어린아이다운 단순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동생이 없으면 야트막한 시냇물도 건너지 못하는 누나 감이, 엄마가 매어줬던 색동댕기 색깔이 바랜 줄도 모르는 눈먼 감이에게 머리 위로 떨어진 단풍잎을, 눈속에 피어난 솜다리꽃을, 커다란 날개를 가진 갈매기를 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남매는 세상에 단둘이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그 아이들은 나날이 신기한 낯선 동네와 꾸준하게 변해가는 계절과 절실한 그리움을 오직 둘이서만 공유해야 한다. 길손이와 감이는 말로 그림을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떠올리는 조그만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채봉의 짧은 동화를 엷은빛 수채화로 옮긴 <오세암>은 이처럼 한발한발 슬픔을 딛고가는 애니메이션이다. 다섯살 아이가 부처가 됐다고 해서 ‘오세암’이라 이름 붙여진 암자에 얽힌 전설을 바탕 삼아, <오세암>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섬세하게 덧칠했다. 세상을 믿는 길손이는 “나쁜 아이들도 엄마가 있는데” 자기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작은 동생에게 엄마가 화재로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 감이는 바로 곁에 있는 길손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이 유일한 소원이다. 오직 한 가지 소원만 품고 사는 남매는 결코 그 소원을 이룰 수 없을 것이고, 남매의 소박한 바람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눈물샘에 빠뜨리기 쉽다. 그러나 <오세암>은 청승맞은 한숨 사이사이 험한 세파에도 먼지를 타지 않은 웃음을 잊지 않는다. 가파른 산길에 지친 길손이가 “나 굴러갈래”라면서 또르르 눈 위를 굴러내리는 장면이나 면벽수련에 열심인 스님에게 삐쳐 자기도 벽을 마주하고 앉은 길손이의 모습은 손상되지 않은 동심 그대로에 가깝다. <오세암>은 훌쩍 높은 어른 키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길손이처럼 귀엽게 쪼그리고 앉은 이 애니메이션은 비록 시대가 불분명한 복고의 분위기를 가졌지만, 아직은 착한 아이들과 호흡의 결을 맞춰간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그 아이들은 나날이 신기한 낯선 동네와 꾸준하게 변해가는 계절과 절실한 그리움을 오직 둘이서만 공유해야 한다. 길손이와 감이는 말로 그리믕ㄹ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떠올리는 조그만 시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십년 전 감성으로 길을 되짚은 것 같은 <오세암>의 성백엽 총감독과 이정호 PD 등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 <하얀마음 백구>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 팀이다. 우연히 만난 하얀 진돗개 백구와 고아 남매의 정을 굵은 줄기로 세운 <하얀마음 백구>는 한가로운 바닷가 풍경과 마음 착한 사람들이 <오세암>에 고스란히 겹쳐지는 애니메이션. 그러나 극장용으로 제작된 <오세암>은 <하얀마음 백구>가 흔적만 비친 가능성을 좀더 정성들인 화면으로 옮겨놓았다. 구불구불 마음가는 대로 뻗은 시골길과 저물어가는 가을의 농촌, 군데군데 생명의 기운이 남은 겨울 숲길, 한 그루 한 그루 미세하게 변해가는 나무의 색감은 점점 실사와 닮아가는 호화로운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생기를 지니고 있다. 실물을 촬영해 색을 덧입힌, 세월의 먼지가 곱게 앉은 단청과 탱화는 자본 대신 쏟아부은 수공의 성과가 돋보이는 부분. <섬집 아기>가 흐르면서 산꼭대기 암자의 길손이와 홀로 대청에 앉은 감이가 교감하는 장면은 마음을 담은 그림이 갖는 파장을 전해주기도 한다. 75분으로 간결하게 끝을 맺는 <오세암>은 국내 장편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눈에 띄게 적은 액수인 15억원으로 제작됐다. 성백엽 총감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을 찾다보니 한국적이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눈이 갔다”고 말했지만, <오세암>은 단순한 생존 이상을 찾는 애니메이션이다. 제작비의 공백을 메운 정성이나 감독의 딸아이를 모델 삼은 정서적 친밀감은 기술적인 완성도를 떠나 호감을 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진돗개라기보다 사람의 얼굴에 가까워 보이는 백구를 내세웠는데도 성공을 거둔 <하얀마음 백구>가 말해주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은 굳이 영화와 가깝게 만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오세암>은 아이들이 세상을 느끼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방식을 기억하고 있고, 그 때문에 추억도 눈물도 웃음도 낯간지럽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욕심없는 <오세암>이 그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을 이룰지는 알 수 없다. 노래 하나로도 마음을 잇는 감이와 길손이처럼, <오세암>의 목소리가 관객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낯익으면서도 오래간만에 듣는 이야기 하나가 퍼질 수 있을 것이다. :: 여러 색깔의 <오세암>구도영화에서 현실비판영화까지 동화작가 정채봉은 동화집 <오세암> 서문에 “베어내고 남은 벼포기마다에 하얗게 내린 서리, 그 시린 정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가지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전남 광양 한적한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는 짧은 글과 예쁜 그림 속에 놓치기 쉽지만 사는 데 힘이 되는 이야기를 녹이곤 했다. <오세암>은 그가 1980년대 중반에 썼던 동화. 원작은 엄마 이야기는 끝부분에 잠깐 나올 뿐, 길손이가 부처가 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원작의 세밀한 시선을 살리면서도 아이들에겐 힘에 부치는 구도의 길을 들어내고, 남매와 어머니의 관계를 좀더 강조했다. 남매가 길손이와 감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생략된 거나 결말이 다소 성급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쉬운 부분.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1990년 작 <오세암>보다는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김혜수가 안젤라 수녀로 출연한 영화 <오세암>은 길손이와 감이가 엄마를 찾기 위해 가톨릭계 고아원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으로 출발해 담백한 원작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감이가 겁탈당하고 힘겹게 도착한 고향은 수몰지역이었다는 설정은 ‘동화’인 원작과 달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을 좀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혜수 외에도 최종원, 김용림, 조형기, 남포동, 송옥숙, 천호진 등이 출연했다.

CF를 패러디한 임프레션과 파파이스 CF

패러디의 끝은 어디인가요? 제작연도 2003년 광고주 파파이스 제품명 케이준치킨 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 제작사 킬리만자로(송진욱 감독) 제작연도 2003년 광고주 IMP코리아 제품명 임프레션 이 정도면 위풍당당하다 못해 뻔뻔하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동종업계의 아이디어를 통째로 빌려왔으니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음이 분명하다.너무 천연덕스러워 ‘푸하하’ 웃음이 터진다. 눈에 익은 영화장면을 차용한 사례는 수두룩했지만 광고가 광고를 패러디한 것은 머리카락 나고 처음 본다. 무엇을 어떻게 패러디하느냐도 일종의 크리에이티브라고 간주한다면 이번 경우도 발상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반색할 만하다.그러나 얼마만큼 강력한 반향을 유도하고 있는지는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광고의 자기 복제를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속옷브랜드 ‘임프레션’ 광고와 패스트푸드브랜드 ‘파파이스’ 광고다.임프레션 광고는 극장에서만 선보이는 스크린용인데 보는 이들마다 박장대소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럴 법도 하다.시쳇말로 감쪽같은 ‘짝퉁’이기 때문이다. 팬티 차림의 두 남자가 있다.노랗게 머리를 탈색한 한 남자는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고, 검정색 장발의 또 다른 남자는 그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두 사람이 엇갈릴 즈음 노랑머리의 시선이 검정 머리의 어딘가에 살짝 머문다.이어지는 그의 속엣말은 ‘엉덩이가 장난이 아닌데’. 사실 여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도 웃음보는 이미 발동한다.대한민국 대표미남을 표방한 안정환과 김재원 주연의 화장품브랜드 ‘꽃을 든 남자’ CF를 흉내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순간 허파에 바람이 절로 들어간다.원작에서 김재원이 안정환을 곁눈질하며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고 부러움의 속삭임을 들려준 대목이 엉덩이로 바뀌었을 뿐 이 광고는 모델의 생김새, 내용전개 등에서 일란성 쌍둥이를 자처하고 있다. 파파이스 광고는 흑백 화면에 전속모델인 장나라가 눈물을 또르륵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경음악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다.명랑소녀와 눈물, 민중가요 등이 부조화의 감성을 자아내는 가운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라는 연상작용이 일어난다. 다름 아닌 지난 대통령선거 때 가장 말랑말랑한 CF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의 ‘눈물’편이다. 주인공 모델의 얼굴을 포착한 카메라 각도 등 ‘눈물’편을 그대로 복사한 이 CF는 장나라가 케이준 치킨의 매콤한 맛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유머 광고로 급격히 선회한다.장나라가 대통령 후보처럼 연단에 올라 옆사람의 손을 잡은 채 합동인사를 올리는 대목 등 끝까지 대선 광고의 패러디임을 숨기지 않는다. 임프레션과 파파이스 CF는 모두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라는 독특한 정체성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임프레션 광고는 제품의 성격에 맞는 패러디 대상을 잘 찾은 듯 보인다.남자가 남자의 피부에 반했다라는 ‘꽃을 든 남자’ CF의 설정은 굳이 동성애 코드로 확대 해석하지 않더라도 ‘섹시’한 기운을 폴폴 풍긴다. 그러나 원작은 모델의 지명도만 돌출돼 끈적끈적하면서 매혹적인 발상이 다소 바랜 감이 있었다. 반면 패러디 버전은 ‘당당한 아류’를 표방한 듯 피부와 화장품의 관계를 좀더 노골적인 엉덩이와 팬티의 그것으로 치환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도발적으로 채색하고 있다. 이는 극장 광고라는 주변적 매체의 속성, 젊은 감각의 튀는 속옷을 표방한 제품 컨셉 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장기적인 호의도 제고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지수지만 히트 광고를 대놓고 베끼는 전략은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승부로는 괜찮았다. 파파이스 CF는 임프레션에 비해 더 대범한 축에 속한다.누가 감히 대통령의 눈물을, 닭다리를 든 장나라의 원초적인 눈물로 패러디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비장미, 엄숙함 등 정반대의 정서에 능청맞은 먹을거리 자랑을 삽입한 이 CF는 임프레션 광고보다 한층 더 비틀고 뒤집는 패러디의 맛을 전한다.그러나 일부는 대선 광고를 갖고 논 것이 언짢은지 호의적인 반응을 유보하고 있다.시도는 용감하지만 제품의 특징과 매끄러운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군침을 유도하기에는 소재가 다소 튀는 구석이 없지 않다. ‘패러디의 한계는 어디인가요?’를 묻는다면 이젠 ‘없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나’를 외치는 독창성보다 ‘우리가 남인가요?’라며 영역을 오가는 활동성이 더 돋보이는 시대다. 그러나 이것이 재치의 산물인지 아니면 안이함의 결과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또 익숙한 것의 재탕에 대부분의 감상자가 터뜨릴 웃음이 쓴웃음인지 비웃음인지 함박웃음인지도 구분해야 할 것 같다.조재원/ <스포츠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