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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드라마, 연극으로 다시 보면

<환상의 커플> 7월30일까지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02-368-1515 <옥탑방 고양이> 오픈런/ 대학로 SM틴틴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 / 02-764-8760, 02-2111-1146 <내 이름은 김삼순> 8월31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02-764-8760 사랑, 참 어렵다. 예쁜 언니, 잘생긴 오빠에게도 이 명제는 술술 풀리는 일차방정식은 아닌가보다. 텔레비전을 켜면 늘 나오는 그 남자 그 여자들의 로맨스에 우리가 홀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한때 우리를 울고 웃게 한 텔레비전 속 언니들이 돌아왔다. 나상실, 남정은, 김삼순. 그녀들이 이번엔 무대 위에 섰다.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먼저 드라마 때 모습 그대로냐고?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에피소드는? 여기엔 답이 갈린다. <환상의 커플>과 <내 이름은 김삼순>은 드라마 에피소드를 대부분 살렸다. 큰 변화는 <옥탑방 고양이>. 옥탑방에서 청춘남녀가 동거한다는 설정만 같다. 연극은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됐다. 극은 88만원 세대, 버려진 애완동물, 해고 위기의 중년, 전세대란 등 현실적인 문제도 가득 품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살짝’이다. 관객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의식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재치 넘치는 웃음 코드. 이 웃음을 살려주는 ‘감초’가 있다. 바로 옥탑방에 사는 도둑고양이 한쌍. 꼬리를 달고 나온 두 배우가 ‘멀티’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주거나 끊어주는 긴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주인공이 말하지 못하는 정서를 대신 표현하기도 하고, 남녀 주인공의 조금 전 상황을 패러디하기도 하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두 고양이의 활약은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 외국으로 여행간 옥탑방 집주인으로, 열쇠 수리공으로, 피자 배달부로, 정은의 엄마아빠로 변신 또 변신한다. 심지어 그 등장이 꽤 갑작스럽고 적절하다. 이때 터지는 웃음은 폭발적이다. 덕분에 이 극에서는 두 가지 보는 재미가 생긴다. 두 청춘의 알콩달콩 이야기와 두 고양이의 지지고 볶는 인생 이야기. 무대디자인도 눈에 띈다. 옥상 한쪽 평상에서만 진행되던 무대는 남녀주인공이 동거에 합의하자 좌우로 벽이 펼쳐지면서 온갖 살림살이가 들어선 실내를 드러낸다. 절로 박수가 나올 만한 변신이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드라마를 무대화할 때 무엇에 주력해야 하는지를 얄밉도록 잘 보여준다. 뮤지컬로도 만나고 싶은 소망이다.

[영상공작소] 극장부터 온라인까지, 플랫폼은 열려있다

<유튜브 보이>(On Line All The Time, 2009)는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길 원하는 아일랜드 소년 제이크의 이야기입니다. 감독이 따로 있긴 하지만 제이크가 1인칭 화자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전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웹2.0과 나’에 대해서 질문하는 데 좋은 레퍼런스가 됩니다. 제이크는 1년째 유튜브에서 ‘나’에 대한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중입니다. 제이크는 영화 초입에서 자신은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림1과 그림2에서처럼 <유튜브 보이>는 제이크가 캠코더를 들고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물론 제이크의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나’에 대한 동영상을 통해서 유명해지는 것입니다. 제이크의 유튜브 채널은 이렇게 제이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제이크가 좀더 동영상을 잘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제이크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이 보여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제이크가 유튜브에서 업로드하는 ‘나에 대한 동영상’과는 별개로 이 과정을 기록해나간 다큐멘터리는 <유튜브 보이>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되어 영화제 등을 통해 배급됩니다. 웹 통해 실시간으로 나를 업로드하는 시대 유지숙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10년의 셀프 초상>은 <유튜브 보이>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림3, 그림4, 그림5처럼 감독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씻지도 않은 자신의 부은 얼굴을 사진기로 한컷 찍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웹에 올립니다. 1999년부터 그렇게 한컷씩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작업을 벌써 10년이 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 ‘스틸 사진’들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드는데요. 그녀의 얼굴 사진 1컷은 디지털 동영상에서 1프레임이 되고, 이것은 그녀의 하루가 됩니다. 그리고 한달간 찍은 30컷의 얼굴 사진은 30프레임, 즉 1초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1년은 12초 정도의 시간이 되고, 그녀의 10년은 2분 정도의 시간이 됩니다. 감독은 3년 정도를 모아서 2001년에 <10년의 셀프 초상>이란 제목으로 영화제에서 상영했고, 지난해에도 10여년을 모아서 <10년의 셀프 초상>이란 제목으로 상영을 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고, 그녀의 작품도 따라서 같이 성장해나갑니다. 그녀의 웹사이트에서는 오늘도 그녀의 얼굴 사진이 한장 올라왔을 것이고, 아마도 수년 뒤에는 다시 비슷한 제목으로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 보이>와 <10년의 셀프 초상>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이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들은 어느새 ‘나’를 보여주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습니다. 관객은 이전처럼 극장에 가지 않아도 그/녀의 웹 채널에서 언제든지 그/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웹에서와는 다른 형식의 그/녀의 다큐멘터리 또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지요. 나의 성장에 대한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웹 채널을 통해 ‘보여주는’ 시도는 이전의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해집니다. 1964년 영국 그라나다 텔레비전은 <7up>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합니다. 폴 아몬드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가정환경과 교육환경이 서로 다른 7살 난 영국의 소년소녀들을 그림6처럼 교차편집하며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감독은 취미와 이성친구, 그리고 꿈 등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7up>의 조감독 마이클 앱티드가 이후 7년마다 <7up>에 출연한 소년소녀들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나갑니다.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제목도 바뀌어가는데요. 1971년에 <14up>, 1978년에는 <21up>, 결국 최근인 2005년에 그림7의 <49up>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꿈꿨던 미래가 현실이 되거나 혹은 좌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인류학적 다큐멘터리인데요. 소년소녀들이 어른으로, 다시 중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는 3인칭 내레이션으로 이들의 삶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전의 다큐멘터리가 타자의 삶을 타자의 목소리로 ‘설명하는 양식’이었다면 <유튜브 보이>는 비록 감독은 제이크가 아니지만 제이크 자신이 1인칭으로 자신의 삶이 커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게 하고 있으며, <10년의 셀프 초상>은 내레이션은 없지만 감독 자신이 찍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직접 편집하며 자신의 성장을 연출해나갑니다. 배급 방식도 ‘타인의 성장’을 기록한 시리즈가 전통적인 방송 채널을 이용했다면 <유튜브 보이>와 <10년의 셀프 초상>은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이용해나가는데요. 이처럼 ‘성장’이라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비교를 통해서 다큐멘터리 양식과 매체, 그리고 플랫폼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셀프 초상> <유튜브 보이<와 처럼 ‘개별 작품’ 안에서 ‘모아서’ 보여질 수도 있으며, <10년의 셀프 초상>처럼 작품이 시간이 쌓여감에 따라 ‘버전 업’되는 양식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유동하고, 불안하며, 고정되지 않은 주체인 것처럼 ‘나의 성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적으로 바뀌어가며 배급되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제이 로젠블라트 감독의 ‘딸의 육아비디오’를 빙자한 자전적 다큐멘터리인 (2003)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딸’을 추적합니다. 로젠블라트 감독은 (2004), (2005) 등을 통해서 점점 성장해가는 딸에 대한 육아비디오를 매년 다른 이야기로 완성해나갑니다. 로젠블라트 감독이 ‘육아비디오’를 연작으로 보여주는 시도는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양식의 일종이 되고, 또한 이러한 연작 자체가 작품 배급에 주요한 전략이 되기도 하는데요. 로젠블라트 감독은 이 작품들을 묶어서 DVD로 자신의 이름을 딴 웹 사이트 ‘제이 로젠블라트 닷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이외에도 영화제를 통한 상영이 일반적이고요. 최근에는 극장용 다큐멘터리 붐과 더불어서 자전적 다큐멘터리가 극장 개봉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조너선 카우에트 감독의 <타네이션> 역시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였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2005)와 정호연 감독의 <쿠바의 연인>(2010)이 극장에서 개봉한 자전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지금까지 6회에 걸쳐서 자전적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다이어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해 나간 것처럼 ‘나’를 돌아보는 것은 종종 ‘세계’를 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나’를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것이 바로 ‘정치’의 문제가 됩니다. 자본의 속도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대세에 휩쓸리기보다는 나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의 말마따나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를 끝없이 질문하면서 말이죠.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하악하악 내 피도 빨아줘

양자택일의 질문은 대부분 대답하기에 곤란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어 곤란하거니와 무응답은 수용하지 않는 질문의 한계 때문이다. 예컨대 <트와일라잇>에서 팀 제이콥이냐 팀 에드워드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트루 블러드>의 빌이냐 에릭이냐를 묻는다면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에릭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공평하게 비열하고 교활하지만 알파메일의 매력이 넘치고 아름답기까지 해 경외하게 만드는 마성의 캐릭터가 바로 에릭 노스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팀 에드워드를 비롯해 팀 제이콥, 팀 빌은 던지려던 돌(들)을 내려놓으시길. 사심 가득하게 문을 연 이번 칼럼의 ‘피플’은 의 TV시리즈 <트루 블러드>에서 1천년 묵은 바이킹 뱀파이어 에릭을 연기하는 스웨덴 출신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다. 샬린 해리스의 <남부 뱀파이어 미스터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해 만든 <트루 블러드>는 인간, 뱀파이어, 늑대인간, 요정, 신체변형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스카스가드가 연기하는 에릭은 영국 배우 스티븐 모이어가 연기하는 빌과 더불어 <트루 블러드>를 지탱하는 양대산맥이요, TV시리즈가 뒤흔든 여심의 진앙지다. 둘은 마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인간적 고뇌와 동물적 본능을 두고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처럼 상반된 매력을 내뿜으며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193cm의 장신에 모델급 체형, 좁고 작은 얼굴, 창백한 피부와 금발을 가진 이 북구의 미남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맘마미아!>로 유명한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장남이다.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아빠 친구’인 영화감독의 눈에 들어 7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역배우로서의 경력은 13살에 “TV에 나와서가 아니라 내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연기를 그만두는 바람에 중단됐다. 스스로에게 연기자로 살아볼 기회를 한번 더 주기로 결심한 건 군대와 학교, 원거리 연애, 여행 등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으로 20대 초반을 소비하고 난 뒤였다. 그렇게 1999년부터 스웨덴과 미국을 오가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약 10년 동안 스카스가드는 오늘과 같은 인기를 얻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벤 스틸러의 <쥬랜더>에서 “오렌지 모카 프라프치노!”를 외치던 남자모델 4명 중 석유에 흠뻑 젖은 상태로 담뱃불을 붙여 죽은 멍청한 역할로 출연했다. 그리고 그것이 2008년 <트루 블러드>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볼 만한 유일한 필모그래피였다. 유명세가 싫어 연기를 떠났던 대가를 뒤늦게 치른 셈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롤링 스톤>의 표지를 장식하는 셀레브리티가 됐다. <텔레그래프>는 스카스가드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스티그 라르손, <렛미인>에 이어 스웨덴의 컬트적인 매력을 전달한다”고 적었고, <뉴스위크> 역시 “IKEA 이후 가장 성공한 스웨덴의 수출품”이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에반 레이첼 우드, 케이트 보스워스 등 함께 출연하는 여자배우들과 염문을 뿌리고,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샘 페킨파의 <어둠의 표적> 리메이크, 피터 버그의 SF신작 <배틀십>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그는, 지금 확실한 유명세의 정점에 섰다. 스웨덴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5번 선정된 그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꼽힐 날도 머지않았다.

[해외뉴스] 카메라를 든 전사의 모든 것

1936년 6월17일생, 한국 나이로 벌써 76살, 안온한 은퇴 생활을 즐겨도 좋을 나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진보적 이념의 아이콘과도 같은 영국 감독 켄 로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여전한 단짝 동료 폴 래버티의 각본으로 신작 코미디 <천사의 몫> 촬영도 마친 상태다. 이 정력적인 거장의 만 75번째 생일에 맞춰 영국영화연구소(BFI)는 오는 9월 대대적인 전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작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42년 만에 공개되는 켄 로치의 5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1969년, 아동권익보호 NGO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단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켄 로치에게 아동 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의뢰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런던 <위크엔드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예정이었다. 촬영은 크리스 멘지스(<미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프로듀서는 토니 가넷(<케스>)이 맡았던 이 작품은 완성된 직후 ‘세이브 더 칠드런’쪽이 급작스레 방송을 취소했다. 단순한 취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지금까지 아예 상영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아직까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종, 계급, 자선 문제에 대한 켄 로치의 전투적인 접근 방식”에서 ‘세이브 더 칠드런’과의 마찰이 있지 않았는가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전작전에 이 작품을 포함시키게 된 것에 대해 켄 로치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내 입을 다물라는 경고를 받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작전에서는 켄 로치의 모든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총망라된다. 1975년 에서 시리즈로 만든 총 7시간짜리 다큐멘터리 <희망의 나날>도 포함된다. 또한 켄 로치는 이번 전작전을 계기로 BFI에 자신의 영화 아카이브를 기증했다고 한다. 촬영 스크립트, 노트, 스케줄, 버짓, 현장 스틸과 1969년 <케스>를 찍을 때 만들었던 매 훈련법 노트, <에릭을 찾아서>에서 사용되었던 에릭 칸토나 마스크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리스트다.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개가 가르쳐주는 세상의 도

라이언(엘리야 우드)은 죽을 준비를 하면서도 한없이 찌질하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유서는 세번이나 고친 뒤에야 프린트했고, 의사인 누나가 처방해준 위약(僞藥)을 신경안정제라고 믿으며, ‘죽음의 셰이크’를 만들면서도 저지방우유과 단백질파우더, 유기농 바나나는 잊지 않았다. 모든 준비를 드디어 마친 라이언, 셔츠 단추를 목까지 잠근 반듯한 정장 차림으로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데, 새 아침이 훤하게 밝더니, 평소 흠모해온 이웃 제나가 급한 사정이 생겼다며 애견 윌프레드를 맡기고 간다. 그런데 이 개는 그냥 개가 아니다. 라이언의 눈에 보이는 윌프레드(제이슨 간)는 어린이용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자가 입을 법한 동물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다. 문제는 라이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 다른 이의 눈에 보이는 윌프레드는 까다로운 호주산 성견일 뿐이라는 것. 황당한 의인화는 그 정도의 점잖은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거짓말에 능한 것이 윌프레드의 의인화에서 부각되는 사람에 가까운 면모라면 개코로 냉장고 안의 우유가 상하는 냄새를 맡고, 5km 밖에서 암컷 래브라도 두 마리가 성교하는 소리를 듣고,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고, 곰인형만 보면 붕가붕가를 하려는 등 성견의 습성도 가지고 있다. 윌프레드를 둘러싼 아이러니한 설정을 적나라하게 포착한 순간은 윌프레드가 주인인 제나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부비는 장면이다. 라이언과 시청자의 눈에는 공중파 방영이 부적절한 성인용 장면으로 보이지만 제나는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듯 그런 윌프레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쉴드> <저스티파이드> 등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쌓아온 케이블 채널 에서 최근 첫 시즌 방영을 시작한 <윌프레드>는 호주에서 시즌2까지 방영된 동명의 TV시리즈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코미디다. 오리지널에서 동물옷을 입고 윌프레드를 연기한 제이슨 간이 리메이크에서도 호주 억양이 진하게 묻어나는 말투로 라이언을 가지고 논다. 원작에서 라이언의 역할은 간의 절친한 친구이자 <윌프레드>를 함께 만든 애덤 츠바르가 연기했다. <윌프레드>는 두 친구의 경험에서 싹을 틔운 프로젝트다. 여자친구의 애완견이 자신에게 유독 적대적이었다는 츠바르의 일화와 동물옷을 입은 배우들이 극장 밖에서 담배도 피우고 욕도 하던 모습이 재미있어 눈여겨보았던 간의 기억력 만난 2001년의 어느 날, 두 사람은 400만원가량의 자비를 투자해 7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2년 호주 트롭페스트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코미디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수상했고, 2007년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원작이 츠바르와 여자친구의 개가 친해지는 과정을 그렸다면 리메이크는 라이언과 제나를 커플이 아닌 이웃으로 설정하고, 매사에 소심하고 유약한 라이언의 성격을 강조해 남녀관계에 집중되었던 테마를 인간관계로 확장했다. <윌프레드>의 한 에피소드는 30분이 채 되지 않지만 행복, 수용, 두려움, 존경 등 인간사의 키워드를 은유와 풍자, 익살을 통해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에피소드의 문을 여는 짧은 아포리즘은 에피소드의 함축이나 다름없다. “제정신과 행복은 불가능한 조합이다.”(마크 트웨인) “두려움은 쓸모가 있으나 비겁함은 그렇지 않다.”(마하트마 간디). “오직 자신을 믿어라. 그래야 다른 것들로부터 배신당하지 않으리니.”(토머스 풀러). 그렇게 라이언이 윌프레드를 만나 겪는 일탈의 모험은 삶의 조언으로 다가온다. 정작 제이슨 간이 말하는 <윌프레드>는 훨씬 단순하지만 말이다. “두 수컷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다보니 한쪽은 사람, 한쪽은 개다.”

취향에 따라 골라 보세요

즐감에서 10편 뽑았다. 극장에서 대접 제대로 못 받고, 관객과 제대로 대면하지 못한 영화로 10편 뽑았다. 눈에 활기 불어넣고 결국엔 가슴치게 만드는 영화가 어디 10편뿐이랴. 즐감에서 자신만의 상영작을 직접 프로그래밍해보시라. <레드>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 출연 브루스 윌리스, 메리 루이스 파커 호시절 다 갔다고 낙담하는 아저씨들을 향한 대책없는 회춘가. 전직 CIA 요원인 프랭크(브루스 윌리스)가 꿈꾸는 건 과거의 영광도, 두둑한 연금도 아니다. 오십줄에 들어선 이 대머리 아저씨가 총탄 세례를 뚫고 전진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불꽃 같은 로맨스를 위해서다. DC 코믹스의 동명 만화가 원작. 바주카포에 맞서 권총을 들고, 꽃꽂이하다 기관총을 뽑는 머리 희끗한 노인들의 못 말리는 액션이 끝내준다. 단, 프랭크 수법을 좇아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전화 걸어 여직원에게 돈 못 받았다고 수작 걸지는 말 것. 사랑은커녕 말년에 옥살이한다.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감독 루이 시호요스 / 출연 리처드 오배리 돌고래 수가 급격하게 줄고있다는 흔한 환경보고서가 아니다. 이 영화의 부제는 ‘슬픈 인간의 진실’이라고 써야 옳다. 일본의 어촌마을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사냥은 은밀하게 자행되어온 또 하나의 홀로코스트다. 그물망에 걸린 돌고래가 피를 뿜으며 죽어갈 때, 바다에 떠오르는 건 끝모르는 인간의 폭력과 탐욕이다. 살해 위협 속에서도 돌고래들을 생명의 바다로 되돌려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활동가 오배리의 사연을 무신경하게 넘기지 말자. 참고로 한국의 한 지자체는 지난해 다이지로부터 돌고래를 사들여 떼돈을 벌고 있다. 2009년 선댄스, 2010년 오스카 수상작.

<도약선생> 감독 윤성호 / 출연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된장찌개에 햄을 넣는다면, 치즈 케이크에 고추장을 얹는다면. 윤성호 감독의 영화 레시피는 별난 조합의 연속이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혹은 <국가대표>의 짠한 스토리를 떠올렸다간 30분이 채 되지 않아 환불 요구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영록 코치(박혁권)가 전수하는 트레이닝에 따라, 혓바닥을 쭉 내민 사자 자세 혹은 갈급한 사슴의 마음으로, 엉뚱한 끝말잇기 시합을 잠자코 지켜보다 보면 “수평에너지가 수직에너지로 전환”되는 도약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맑게 하고, 심장은 드높이고 싶은 20대에게 추천한다. <테이킹 우드스탁> 감독 리안 / 출연 디미트리 마틴, 이멜다 스턴튼 신화는 성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설의 록 페스티벌 우드스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다루지만, 리안은 망원렌즈로 거대한 열광을 클로즈업하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다. 무에서 유를 빚어낸 아름다운 성공스토리로 우드스탁을 포장하는 대신 리안은 당시 젊은이의 혼란에 돋보기를 가져다댄다. 무엇이 유대인이 모여 사는 화이트 레이크를 음악과 대마초에 흠뻑 빠진 히피들의 천국으로 변하게 만들었는가. 축제가 끝나고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남은 마을을 바라보며 엘리엇(디미트리 마틴)이 ‘아름답다’고 되뇌이는 까닭은 왜일까. ‘fucking’과 ‘beautiful’ 사이를 오가는 로드무비. <마더 앤 차일드>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 출연 나오미 왓츠, 아네트 베닝 카렌(아네트 베닝)은 호의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여자다. 누군가의 접근을 그녀는 두려움없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엘리자베스(나오미 왓츠)는 호의를 극대화할 줄 아는 여자다. 그녀의 거리낌없는 접근에 누구든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딸을 버린 엄마 카렌의 죄의식과 엄마를 모르는 딸 엘리자베스의 욕망을 나란히 병치하면서 진행되는 이 가족드라마의 엔딩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라고 의심하는 남자와 달리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라고 캐묻는 여성들의 러브스토리로 봐도 좋다.

<트루맛쇼> 감독 김재환 / 출연 박나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바보상자에 출연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긴 아니다. 여기 대박 친 맛집 사장님들의 기막힌 수완을 보라. 아니, 1천만원만 내면 맘껏 클로즈업해주는 방송사들의 넓은 아량을 보라. <트루맛쇼>는 달콤한 가짜와 씁쓸한 진실을 뒤범벅한 ‘초특급 리얼 다큐멘터리’다. 경천동지할 신메뉴 아이템까지 직접 식당에 제공하는, 방송사들의 구린 ‘거짓말’을 폭로하기 위해 직접 식당까지 차린 제작진의 배포 또한 놀랍다. 골리앗의 팬티를 들추는 다윗의 악취미에 브라보!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감독 서극 / 출연 유덕화, 유가령 서극이 돌아왔다. 무협의 세계로 귀환했다. <칠검>(2005) 이후 5년 만이다. 들려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능한 그의 솜씨는 녹슬지 않았다. 당나라 시대 여황제 측천무후(유가령)의 즉위식을 앞두고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명민한 수사관 적인걸(유덕화)이 나선다. 서극은 <적인걸>이 정통 무협이 아닌, 추리극이라는 점 때문에 이끌렸다고 했지만, 여전히 촉수를 자극하는 건 액션장면들이다. 판타스틱한 비주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서극 월드만의 만유인력을 느껴보자. <고백> 감독 나카시마 데쓰야 / 출연 마쓰 다카코, 오카다 마사키 익히 들었을 것이다.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고백>의 논란과 파장을. 딸을 죽인 학생에게 기어코 복수하는 여교사라니. 하지만 충격적인 소재만이 공포를 조장하는 건 아니다. 포인트는 따로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증오와 천천히 진행되는 광기가 건조하고 차가운 내레이션 위에서 걷잡을 수 없이 뒤섞일 때, 화면 구석까지 분사되는 죽음의 바이러스는 보는 이를 시종 숨막히게 만든다. 이곳이야말로 진짜 지옥이며, 지옥 문을 나설 수 있는 구명의 밧줄 따윈 없다는 극단의 고백 앞에서 삶은 뭐라 대꾸할 것인가. <엄마 까투리> 감독 정길훈 / 목소리 출연 이소은, 김현심 ‘희생’은 아동문학가였던 고 권정생 작가의 일관된 작품 주제였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의 대표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밑바닥에 이름없는 누군가의‘희생’이 있다고 그는 믿었다. 권 작가의 유작을 원작으로 삼은 <엄마까투리> 또한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꿩 이야기다. 원작의 엄마까투리와 9마리의 꺼병이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귀여운 3D 캐릭터로 변모했다. 평생을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살면서 ‘사랑’을 실천한 권 작가의 분신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미안해, 고마워> 감독 임순례, 박흥식, 송일곤, 오점균 / 출연 김지호, 서태화 ‘동물’영화라고 했다간 큰일난다. 네편의 단편들을 묶은 이 옴니버스영화는 눈요깃거리로‘동물’을 다루지 않는다. 여기,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군상을 비추는 거울이고, 그들의 허기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 달래주는 귀한 존재들이다. 우연인지, 약속인지 연출을 맡은 네명의 감독 또한 말없이 사람들을 챙기는 동물들의 순한 심성을 고스란히 빼닮은 이들이다. 그러고보니 <혜화,동>의 유기견과 <무산일기>의 백구도 떠오르는군.

[해외뉴스] 그 감동, 기술이냐 연기냐

킹콩의 순애보 앞에 울음을 터뜨린 관객은 많다.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득거리던 골룸을 보며 프로도만큼이나 소름끼쳤던 관객도 많다. 인간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침팬지 시저에게 압도당할 관객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스크린 위에서 관객에게 공포와 감동과 슬픔을 전달하는 ‘디지털’ 캐릭터의 표정과 제스처는 디지털 기술에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캐릭터들의 퍼포먼스 캡처 연기를 해낸 배우에게 돌려야 할 것인가? 터놓고 말하자면 퍼포먼스 캡처 연기자가 ‘일반’ 연기자와 동등한 대접을 받으며 오스카 연기상 후보로 지명될 수 있을까? 골룸과 킹콩, 시저를 모두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최근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모션 캡처 슈트를 입은 배우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0년 넘게 흘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내게 ‘아, 당신이 골룸 목소리 연기를 했죠?’라고 말을 건넨다.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골룸과 킹콩을 ‘연기’했다.” 디지털 캐릭터가 담보하는 정서적인 핵심이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게서 비롯된다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배우의 ‘맨 얼굴’이 아닌 전혀 다른 생명체의 얼굴이 덧입혀졌기 때문에 종종 배우와 캐릭터가 분리되는 오해를 낳는 것이다. 서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디지털 분장일 뿐이다.” <가디언> 평론가 데이비드 톰슨은 앤디 서키스의 주장을 “예고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썼으며, <뉴욕타임스>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 역시 “우리는 침팬지 시저에게서 인상적인 디지털 마술만 보는 게 아니다. 정말 현실감 넘치고, 분노하거나 생각에 잠긴 캐릭터를 보는 것이다”라며 강조했다. <반지의 제왕> 개봉 당시만 해도 놀랍고 신기한 ‘기술적’ 구경거리였던 디지털 캐릭터는 이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이르러 진지한 논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어쩌면 연기사에 있어서도 ‘진화의 시작’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필리핀영화의 귀환

남다른 감식안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동시대 필리핀영화가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필리핀영화로는 리노 브로카 이후 처음으로 브리얀테 멘도자의 <서비스>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당시 24살에 불과했던 라야 마틴의 네 번째 장편 <상영 중>이 감독주간에서 상영되었으며, 라브 디아즈의 <멜랑콜리아>는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마틴의 두 번째 장편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2005)이 뒤늦게 프랑스에서 개봉해 그 해 <카이에 뒤 시네마> 베스트10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중반까지 기세를 이어가던 필리핀 독립영화인들의 행보는 그 해 9월1일 그들의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였던 영화평론가 알렉시스 A. 티오세코와 그의 연인인 슬로베니아 저널리스트 니카 보힝크가 권총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별안간 주춤하게 된다.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가는 그들 사후에 필리핀 독립영화감독들은 물론이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호세 루이스 게린, 존 지안비토 등 외국 영화감독들이 그들에게 헌정한 작품의 목록이나 필리핀 내 몇몇 영화제가 마련한 추모 프로그램(9월에도 하나가 예정되어 있다)을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2010년, 존 토레스의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처럼 몇몇 빼어난 작품들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필리핀영화들은 거의 없었고 디아즈, 마틴, 멘도자의 신작은 나오지 않았다. 반갑게도, 그동안 숨을 고른 필리핀 영화인들의 귀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라브 디아즈의 6시간짜리 장편영화 <출산의 세기>가 베니스영화제 라인업에 뒤늦게 추가되었는가 하면,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브리얀테 멘도자의 <포획>이 이미 완성되었으며 (그의 전작 <할머니>(2009)가 그러했듯) 올해 베니스에서 깜짝 상영 될 것이란 ‘소문’도 들려온다. 그리고 라야 마틴은 스스로 “현대판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108필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9번째 장편영화 <부에나스 노체스, 에스파냐>를 완성했고, 이 작품은 얼마 전 폐막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라야 마틴이 “네오 사일런트 SF”라 부른 <부에나스 노체스, 에스파냐>는 스페인 여배우 필라르 로페스 드 아얄라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소규모의 스태프와 함께 스페인에서 촬영한 슈퍼 8mm 무성영화다. 무성영화 시기의 착색(tinting) 기법을 본뜬 다양한 색조의 화면들이나 텔레포트(공간이동) 같은 SF적 설정 등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로테르담 영화제 트레일러로 기획된 1분짜리 단편 <아르스 콜로니아>(2011)와 더불어 이 젊고 모험적인 감독의 ‘미학의 정치’가 현재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두 작품에서, 마틴은 앞서 언급한 착색 기법을 비롯해 음화(negative), 과다노출, 이중인화, 스크래치 및 핸드페인팅 등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이미지의 대상(인물과 사물, 상황과 행동)과 이미지의 결(texture) 간의 분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과거의 이미지들이 사라지고 낡아가는 시대, 텔레비전 시대에 태어난 마틴과 같은 세대들에게, 이미지를 명료하고 통일된 상태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라야 마틴은 “오늘날 이미지를 파괴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리얼리즘에 대한 저항 속에서… 한때 역겹도록 잘못 다루어졌던 이미지를 읽는 새로운 방식, 우리 세대가 보아온 초라한 모습의 이미지들과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외뉴스] 찰리우드에 주목하라

찰리우드(Chollywood). 중국영화시장과 할리우드의 끈끈한 협력관계에서 파생한 신조어다. 8월22일 영화산업지 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할리우드와 중국 영화계 사이에 오간 대규모 파트너십 계약만 3건에 달한다. 먼저 <인셉션> <행오버2>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의 화이브러더스 미디어 코퍼레이션, 홍콩의 건설회사 폴 와이 엔지니어링과 함께 조인트 벤처 ‘레전더리 이스트’를 세웠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레전더리 이스트를 통해 2013년부터 “전세계 관객을 겨냥한 메이저 이벤트 영화를 일년에 한두편씩” 제작할 예정이다. 첫 영화는 에드워드 즈윅의 <만리장성>일 공산이 크다. <가디언>은 이번 계약을 통해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중국에서 개봉하는 외화가 ‘1년에 스무편 이하’로 제한된 수입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의 제작사 렐러티버티 미디어는 중국의 화지아 영화 배급사와 스카이랜드 영화-텔레비전 지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렐러티비티 미디어의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스카이랜드 브랜드의 보호 아래 중국 개봉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미디어 연합체 DMG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공동 파이낸싱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보다 앞서 폭스서치라이트와 중국 회사 IDG 차이나 미디어는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서 힘을 합치기도 했다. 2010년 한 해에만 극장수익이 64% 증가할 정도로 중국의 영화시장은 가장 주목받는 미개척지다. 하지만 ‘찰리우드’를 향한 할리우드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 “모든 면에서 간섭하는 중국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합작영화로서 자격을 갖추려면 최소한 한명의 중국 배우가 출연하고, 최소 한 시퀀스는 중국에서 찍어야 하며, 까다로운 검열도 통과해야 한다. 살인, 폭력, 공포, 악령, 악마가 등장하면 안된다. 허무주의 조장, 환경 오염, 동물 학대도 등장해선 안된다.”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3)

은장도를 가지고 다니세요 고현정_사즉생인가…. 선생님은 어떤 나무 좋아하세요? 조용헌_소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그 중에서도 대나무의 솨솨하는 댓잎소리는 약간 음산할 수도 있지만 그를 빗소리 대신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죠. 사시사철 잎이 지지 않으니 저녁이면 새들이 깃들어 잠을 잡니다. 게다가 옛날에는 대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있으면 호랑이가 뚫고 들어오지 못했어요. 허리를 S자로 꺾지 못하니까. (웃음) 집을 가리고 싶을 경우에도 대나무를 심으면 빨리 자라 2, 3년 만에 가려줄 수 있어요. 고현정_그럼 우리나라 산 중에는 어떤 산을 좋아하고 즐겨 찾으세요? 조용헌_나를 품어주고 달래주는 지리산이 좋습니다. 고현정_지리산도 힘들겠다. 품어줄 사람이 많아서. (좌중 웃음) 조용헌_요즘은 한 5천명 될 겁니다. 둘레가 500리니까 10만명 들어가도 괜찮아요. 지리산에 가면 자살하는 이 없고 굶어죽는 사람 없다고 하죠. 몸이 처질 때는 바위산인 설악산, 북한산이 좋고 허탈하거나 우울할 때는 흙이 많은 오대산, 지리산이 좋습니다. 계룡산도 명산이죠. 저기 나무 사이로 보이죠? 그런데 우리 이야기가 너무 중구난방이네. 고현정_제가 그렇죠, 뭐. (한숨) 조용헌_현정씨는 생활소품이나 액세서리 중에 어떤 물건을 좋아하십니까? 고현정_가방도 좋아하지만 저는 (작은 손수건을 꺼내며) 이런 천들을 좋아해요. 조용헌_촉감 때문입니까? 고현정_음… 더러워지면 제가 빡빡 씻어 말릴 수 있어서요. 혹시 여자가 꼭 가지고 다녔으면 하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조용헌_1번 은장도. (좌중 폭소) 왜냐고? 공격과 수비를 위해서죠. 남자는 주먹이 있으니까. (웃음) 고현정_(판단력도 있다고 하셨으니) 전 이제 은장도만 갖추면 되겠네요. 실과 바늘은 지금도 꼭 갖고 다니는데! 조용헌_허허, 이제 천 말고 칼 가지고 다니십시오. 고현정_선생님은 어떨 때 가장 화가 나세요? 조용헌_자존심 상할 때죠. 그런데 화를 내면서도 성내는 나를 쳐다보는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과잉행동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어느 정도 화도 내야 자기를 방어합니다. 무골호인으로만 살면 힘들어요. 고현정_무골호인은, 주위가 힘든 것 같아요. 조용헌_무골호인은 큰일을 못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칼을 도(刀)라 하고 살리는 칼을 검(劍)이라 해요. 그래서 살인도와 활인검이 있어요. 종양을 떼내는 칼은 활인이고 목을 치는 칼은 살인이죠. 도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러야 큰일을 해요. 장수라면 살인도도 갖고 있어야 함부로 못 달려듭니다. 조폭은 칼로 바로 찌르는 자고 장군은 뽑지는 않고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고현정_어디 가야 그런 장군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분들은 아주 드문가요, 아니면 계시는데 저 같은 사람은 못 보는 건가요? 혹시, 선생님은 장군 아니신가요? (웃음) 조용헌_저는 장군들의 관전평을 쓰는 사람이죠. 차범근은 아니고 신문선입니다. (좌중 웃음) 고현정_축구 좋아하세요? 조용헌_관전하기에는 야구가 더 재미있습니다. 작전의 범위가 넓으니까요. 번트도 대고 도루하다 죽기도 하고. 고현정_예스! 저는 투수가 던지고 타자가 치려고 할 때 모든 주의가 확 한 지점으로 모여드는 장면, 그 순간이 너무나 짜릿해요. 작전에 따라 외야 수비가 약간 들어오기도 하고요. 야구는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어딘가 한산하지만 그 에너지들이 어느 순간 좍 모여요. 조용헌_묘한 미학이군요.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시는군요. 고현정_야구는 축구에 비하면 열심히 달리는 경기는 아니잖아요. 타자들의 연습 스윙이라든가 그런 시간들이 제가 하는 일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도 있어요. 오후 야구중계가 있는 주말이면 아빠가 재래시장에서 닭을 예약해놓았다가 받아와 닭죽을 쑤셨어요. 서울분인 어머니는 그게 싫어 외출해버리셨고요. “딩딩” 소리와 함께 중계가 시작되고 7, 8회 말쯤 되면 죽이 다 끓어요. 아빠가 닭가슴살을 일일이 발라 “이제 먹자”고 들고 오셨죠. 그 냄새와 기억이 좋게 남아서 지금껏 야구에 끌리는지도 몰라요. (웃음) 철저히 이중적으로 사세요 조용헌_현정씨는 인기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고현정_인기는… 세금과도 같은 것 같아요. 얻으면 뭔가를 치러야 하는. 조용헌_뒷장에 세금 계산서가 붙어 있군요. 고현정_인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인기가 오면 불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그래서 빨리 세금 내듯 뭔가 치러서 초연해지고 싶기도 하고 떨궈버리고 싶은 부분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없어서는 안될 무엇 같기도 해요. 인기 때문에 제 곁에 늘어난 ‘식구’들도 있으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요. 조용헌_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팔자소관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여기나요? 고현정_(곰곰 생각) 반반인 것 같아요. 하다 보니 팔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오히려 그래서 아주 못되게 팔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일부러 다른 걸 욕심내기도 해요. 말년에는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을지 몰라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근데 그건, 어쩌면 더 팔자라고 느낀다는 뜻이겠죠? 선생님,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조용헌_철저히 이중적으로 살아야죠. 고현정_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조용헌_노출되는 상황에선 거기에 맞춰서. 스위치를 딱 내리고 사생활 모드로 전환됐을 때에는 편하게 살 수 있어야죠. 매 순간 ‘나는 배우다’라고 생각하고 살면 병이 옵니다. 스마일 콤플렉스죠. 줄곧 미소짓고 얼굴에 “나 교양”이라고 쓰고 다니면 어느 날 약 없이 잠들 수 없게 돼요. 그나저나 나는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참지 못하는데 배우는 그것이 생업이니 엄청난 수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현정_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 된다는 건 본인이 그런 일을 원해서일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리 되고 나면 귀찮아하고 불평하는 친구들을 봐요. 그런 걸 보면 야단치고 싶기도 해요. (웃음) 조용헌_현정씨 취미는 뭡니까. 고현정_남편 있는 줄 알고 살림하기요. (좌중 폭소) 농담 아닌데? 정리정돈하고 멸치 머리 떼고 똥 빼고, 누가 보면 곧 남편이 올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여자가 저럴 리 없는 거죠. (웃음) 특기는 안 물어봐주세요? 전 하도 옛날에 데뷔해서 그런 거 아무도 안 물어봐요. 조용헌_특기는 뭡니까. 고현정_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요. 조용헌_허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사람이 다 실수하고 외양간 고치는 겁니다. 자기 몸을 상하는 큰 실수를 제외하면 다 용납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배우로서 성취감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배우하길 참 잘했다고 느껴 행복했던 순간 말입니다. 상을 받았을 때라든가. 고현정_정말 상은 관심이 없고요. 저는 성취감도 별로 없는 편이에요. 다만 <모래시계>에서 “동일방직 직공들 시위하는데 나, 쌀 샀다?” 하는 혜린의 대사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찡하고 올라와서 한번에 촬영이 끝난 적이 있어요. 그때 작은 짜릿함이 있었고요. <선덕여왕>에서도 몇몇 대사를 하는 순간에 시원함이 있었어요. 조용헌_살면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무엇입니까?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고현정_아뇨. 판단은 다 하고 있어요. 판단대로만 갈 수 없고 상황에 맞게 타협을 봐야 한다는 점이 어렵죠. 도화살이 아니라 천을귀인입니다 고현정_선생님 책을 보면 다실(茶室)을 예로 들면서 집 안에는 신성한 장소가 한 군데는 있어야 한다고 쓰셨어요. 거기에 대해 말씀을 더 듣고 싶었어요. 요즘은 인테리어 디자인이니 뭐니 해서 잊고 사는 부분인 것 같아서요. 조용헌_신성한 공간이 있어야 자기를 정화할 수 있어요. 사람으로 치면 나를 전적으로 알아주고 격려해주어 마음을 정화해주는 큰 인물을 만나는 것과 같죠. 어쩌면 그게 신(神)입니다. 다실에서 차를 마시면 향도 맡아보고 혀로 맛도 보고 무쇠주전자에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산속의 폭포수 소리로 여기게도 됩니다. 차를 우리고 잔에 옮기는 과정은 긴장은 없지만 집중을 요구해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동안 다른 걱정이 줄어듭니다. 고현정_신성스런 공간은 작아도 괜찮은 것이죠? 조용헌_괜찮습니다. 오히려 작아야 압력밥솥처럼 기운이 꽉 찹니다. 큰 방에서 살면 단명한다는 말도 있어요. 자금성에 가봐도 황제가 자는 방은 작습니다. 침실은 작을수록 좋고, 기를 뺏기지 않도록 텔레비전이나 많은 물건을 놓지 않는 게 좋아요. 즐겨 보는 책 한권과 물 주전자 정도. 천장도 너무 높으면 안 좋아요. 고현정_선생님, 누군가가 제게 도화살이 많다던데요. 조용헌_하하. 도화살이 아니고 아까 말한 천을귀인, 천을성이 비추는 겁니다. 하늘이 보호하고 사람이 따라요. 세금 계산서라고 말했죠? 오늘 한 초식 배웠네요.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현정씨에게 오늘 받은 인상은 재색을 겸비했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보호할 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현정_(웃음) 그러니까 은장도만 사면 되는 거죠? 조용헌_(크게 끄덕이며) 은장도만 사면 돼요. 고현정_사이즈는…. 조용헌_(기다렸다는 듯) 대, 중, 소 세 가지. 술은 빨강, 파랑, 노랑으로 달아서. (좌중 폭소) 고현정_(웃음) 안 물어봤으면 NG죠, 선생님? 조용헌_틀림없이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고현정의 선물 to. 조용헌<돌아오라 소렌토로> <금발의 제니> <산타루치아>. 고현정이 조용헌 칼럼니스트에게 선사한 CD 트랙 중 일부다. 젊은, 아니 앳된 이미자의 사진이 오리지널 표지에 들어 있는 이 음반에는 잠자리 날개처럼 고운 어린 프리마돈나의 목소리에 실린 옛 노래들이 담겨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이 그렇게 슬픈 노래인지 몰랐어요.” 최근 집을 뒤집어엎다시피 정돈하다가 어느 조각가로부터 선사받았던 이 CD를 다시 발견했다는 고현정은, 사라진 시간을 경애하는 인터뷰이와 명재 고택의 주인장에게 그리움의 정서에 물든 이 한 타래의 음악을 다시 선물했다. 아주 수줍은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