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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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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현재는 언제나 우리에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현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제 정신을 가진 모든 한국인들이 반대한 일이 그렇다. 한국인들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는 베트남 전쟁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나라의 사람들이었다.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은 거대한 반공주의 파시즘의 감옥이었다. 오늘 한국인들은 줄지어 그 감옥 문을 나서는 중이다. 노무현이 온갖 위기를 넘어 극적으로 대통령이 된 일은 오늘 한국인들에게 부는 바람, 이른바 개혁의 바람을 상징한다. 바람은 거세며 그 바람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한국은 이제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반동세력만 제거하면 짐짓 낙원에 이를 모양이다. 물론 그런 세력을 제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중요한 것을 생략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그런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고, 오늘 한국사회를 휘감은 개혁 바람과 그 상징인 노무현의 진실을 스스로 폭로하게 했다. 노무현의 침략전쟁 지지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품위없는 세상에서 순진함은 가련함과 그리 다르지 않다. 세상은 이미 품위를 잃은 지 오래다(이를테면, 한국사회의 모자람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프랑스나 독일이 이라크 침략전쟁을 반대한 건 얼치기 지식인들의 말처럼 그들의 높은 양식 때문이 아니라, 옛 동구와 중동지역을 독차지하려는 미영 제국주의에 대한 유럽 제국주의의 반발일 뿐이다). 세상은 그저 어느 음악가의 노래말대로다. 이 좆같은 세상 다 썩어가네. 총알은 튀고 또 피바다 되어. 돈 쫓아가다 다 지쳐버렸네 어린애들은 다 미쳐버렸네. 노무현이 침략전쟁 지지를 선택한 건 그 선택을 설명하는 노무현의 고통스런 얼굴과는 달리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노무현의 그런 선택은 지역감정이나 조선일보에 대한 노무현의 태도로는 추정하기 어려운 노무현의 좀더 근본적인 태도, 바로 노무현의 이념에서 나온다. 그것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노무현의 태도이기도 하다. 8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미국 위주의 초국적 금융독점자본이 세계를 침략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본주의는 케인스주의, 혹은 수정자본주의로 불리는 최소한의 절제를 벗어던지고 초기의 약탈자본주의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세계는 20의 부자나라를 위해 80의 가난한 나라가 존재하고, 20의 부자를 위해 80의 가난한 인간이 존재하는 20:80의 세상으로 변하는 중이다. 이라크 전쟁은 그런 야만으로 회귀가 낳은(낳을) 수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노무현은 한국 경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을 닦은 김대중에 이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스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정치인이다. 바꿔 말하면, 오늘 한국의 개혁 바람을 상징하는 노무현은 지역감정과 조선일보를 거스르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당연한 귀결인 노동자 민중의 고통이나 제국주의 침략전쟁은 거스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 정치인이다. 그것이 개혁정치인 노무현의 진실이다. 개혁은 수구보다 좋은 것이다. 개혁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과 교양을 가진 사람들의 삶에서 파시스트의 악취를 가시게 한다. 그러나 개혁은 그런 최소한의 안정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 파시스트의 악취가 가시는 것으로는 그다지 달라질 게 없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능욕한다. 개혁 바람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순하다. 개혁이 생략하는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외면하지 않을 것인가.김규항/ 출판인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로 시작하는 고리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옛날 가락이 있다. 몸, 터럭, 피부, 즉 우리 몸이 부모로부터 받은 거라는 뜻인데, 이건 곧이 곧대로 읽은 경우다. 누가 모르나, 부모에게 받은 거, 인간 복제한다 해도 최소한의 것은 받아야 하는데. 그런데 이게 속뜻은 만만치 않다.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잘 간수해야 한다는 거면 좋은 거고, 나쁘게 보면 내 몸의 주인이 오로지 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내 몸 함부로 굴리지 말라는 뜻도 되지만, 내 몸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녀? 어떤 뜻으로 받아들일지는 옛날 가락 읽는 사람 마음이겠으나,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를 떠들어대는 족속들은 대가 그렇고 그렇거나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니, 떠드는 속내가 의심스러울 때가 더 많다. 잘라서 말하는데 아무리 부모가 날 낳아주고 껍질주고 터럭주었대도 내 몸은 내 거인 것이다. 이게 확고하게 세팅 안 되면 다른 거 다 부질없고, 속절없고, 무의미하다. 한번 따져볼까? 내 몸은 내 거다. 그러니 내 몸에 붙은 내 머리카락도 내 거다. 내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 다니든 치렁치렁 기르고 다니든 내 거니까 내가 알아서 하면 그만이다. 머리가 왜 그 모양이야 하고 옆에서 구시렁거리고 훈계할 거 없다. 길러보니 정말 간섭하는 사람 많았다. 그런 걸 그냥 내버려두질 못하는 게 이 땅덩어리 사람들 심사다. 간섭하고 싶어서 미친다. 말로 간섭 못하면 시선으로라도 찔러보고 싶어서 난리를 친다. 내 몸은 내 거다. 그러니 내 몸에 뭘 걸치든 그것도 상관할 바 아니다. 옷에서 독이 뿜어져나와 다른 사람 몸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 한, 뭘 걸치든 내버려둬야 옳다. 그걸 가지고 품위가 있네 없네, 누굴 모독하네 마네 하는 건 옷을 대단한 걸로 보는 페티시즘 신봉자들뿐이다. 부도덕한 것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데 법전 뒤적이는 거 정말 꼴사나운 짓이다. 눈에 빤히 보이는 내 몸도 내 거라는 것이 잘 인정되지 않는 판에 몸 안에 들어 있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인격을 인정 받는 건 정말 어렵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를 뒤집어 내 자식은 내 거라는 생각이 많은 부모들 머릿속에 콱 박혀 있다. 자식의 몸과 마음은 자식 것인데, 그걸 착각하고 조몰락주물락한다. 인격모독도 이만저만 아니다. 학교 가면 선생은 학생의 몸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벌주고 패고 그런다. 내 몸은 내 재산이고 남의 몸은 남의 재산인데, 그걸 맘대로 다룬다. 이거 어찌보면 절도요 강도다. 회사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 몸을 내 것으로 삼는다. 이리 가라, 저리 서라 이래라저래라한다. 근대 이후 만들어진 모든 법은 나는 내 신체의 주인이라는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이 명제가 인간의 권리, 즉 인권의 시작점이다. 길가는 사람 무작정 붙잡고 불심검문하는 거 한번 따져보자. 길가는 사람 붙잡는 거, 이거 안 된다. 자기 몸에 붙은 발로 멀쩡하게 걸어가는데 왜 잡는가. 남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거 꺼내보자고 하는 거 이거 안 된다. 눈에 보이는 명백한 잘못 안 했는데 보자는 거 말도 안 된다. 영장 없이는 체포할 수 없는, 인신구속을 당하지 않을 자유, 남에게 해 안 끼치면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여행의 자유, 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든 건드리지 못할 사상의 자유, 내 입으로 내가 떠드는데 내버려둬야 할 언론의 자유, 이른바 헌법에 보장된 모든 자유가 바로 이 명제, 내 몸은 내 거다에 근거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명제에 근거해서 법을 만들어야 근대국가인 거고, 그 법 실천해야 근대화된 거다. 조국 근대화한답시고 남의 몸 함부로 잡아다 족치고, 일하는 사람들 몸뚱이를 멋대로 이리 굴리고 저리 패대기치면 안 되는 거다. 그건 근대화가 아니라 공업화였을 뿐이고, 야만화였을 뿐이다. 남의 몸 함부로 건드리는 거, 그 몸에 붙어 있는 거 함부로 만지는 거 인격모독을 넘어 재산침해가 된다. 사람 대접, 어려운 거 아니다. 내 몸은 내 거고, 네 몸은 네 거인 거, 이걸 인정하고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 시시껍질하게 옷가지고 트집 안 잡는 데서 출발한다. 남이야 뭘 입고 나오든 그냥 내버려뒀으면, 자기가 생각하기에 좀 창피하면 다음부터 안 했을 텐데 괜히 시비거는 바람에 그런 사람들만 웃음거리되고 만 거다. 왜 그런지 아나? 남의 몸 건드려서 그런 거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남의 몸 건드리지맛!강유원/ 회사원·철학박사

동정은 오만이다,<아이 엠 샘>

1980년대 중반에, 한국 음악계에 헤비메탈 바람이 불었다. 나는 그 신나는 음악이 좋아서 공연장을 곧잘 쫓아다녔다. 그러던 중 등촌동 88체육관에서 모 밴드의 적지 않은 규모의 공연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객석 앞줄 한켠에 휠체어를 탄 어린 학생들 한 무리였다. 당시만 해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헤비메탈 공연을 보려고 자진해서 떼지어 온 아이들이라고 보기엔 그다지 흥겨워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난감한 상황을 지그시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공연은 ‘장애청소년 돕기 콘서트’라는 참 좋은 명분으로 개최된 것이었더라. 그렇다면 차후에 수익금만 전해주면 되지 그 친구들이 꼭 공연을 관람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장애청소년들에게 공연을 보라고 불러앉힌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들을 보이려고 불러앉힌 게지. 결과적으로 누가 누굴 돕는 콘서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런 식으로 수시로 동원되기도 한다. ‘구경’ 하면 쌈구경, 불구경이 최고라 했고 은밀하기로 섹스구경, 기형구경하기를 꼽을 수 있다. 이 원초적 구경거리는 불구경만 제외하고는 쌈구경-격투기, 섹스구경-핍쇼와 스트립쇼, 기형구경-서커스의 프릭쇼(freak show), 사이드쇼 등 각종 유형으로 구경거리(엔터테인먼트)로서의 역사도 유구하다. 이 구경거리들이 라이브 쇼에서 대량복제 형식으로 확장된 것이 다름 아닌 영화의 본질이라고 단언하는 바, 쌈구경은 액션영화, 불구경은 재난영화, 섹스구경은 포르노가 된다. 그리고 <엘리펀트맨>에서부터 <아이 엠 샘>에 이르기까지 기형, 장애인 등장 영화들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혐오의 쾌감을 즐기는 프릭쇼에서 출발한 것이 연민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감동휴먼드라마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헤비메탈 공연장의 휠체어군단은 확실히 악의와 선행이 공존 교차하는 기묘한 프릭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혐오와 비하가 문화적으로 우아해지면 동정과 연민이 된다. 영화에 동원되는 장애인들도 기묘한 장애증상과 기발한 생활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맘껏 동정과 연민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 기획, 연출 의도이다. 누군가에게 연민을 가지고 온정을 베풀고 측은지심을 가지고 물심양면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거룩한 일이다. ‘칭찬 릴레이’ 받아 마땅한 선행일 터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연민과 동정을 가지게 하고 감히 나를 불쌍히 여겨 돕겠다고 나서도록 허락하는 것은 더더욱 거룩한 일임은 대체로 모르고 있다. 장애인들은 할 수 있지만 영화 속의 샘이 분류한 ‘당신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못하는 것이라면 ‘당신들 맘껏 저를 불쌍히 여기세요’라고 낮은 데로 임하는 태도이다. 이를테면 앞을 못보는 아이에게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요”라고 대답해 주는 식이다. 사실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원대한 포부가 아니라 ‘얼마나 불쌍한 아이일까’라는 점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가 누굴 동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착한 역할 사람들’을 위하여 기꺼이 ‘불쌍한 사람’다운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예를 들면 장애인 운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50% 할인되는데 배기량 2000cc 이상 중형차를 탈 경우에는 할인이 안 된다. 신체장애와 엔진배기량은 아무 관계없지만 대체로 ‘불쌍하지 않은 장애인’이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아이 엠 샘> 정말 감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그것이 보편정서인 세상을 비웃는다.김형태/ 궁극종합예술가 kongtem@hitel.net

<솔라리스>, 원작과는 색다른 소더버그와 카메론의 색깔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는 장점이 많고 매력도 많으며 하는 말도 많은 소설이었지만,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고딕 로맨스적 요소였다. 한마디로 렘의 <솔라리스>는 유령 이야기였다. 유령 이야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순수한 공포물로 이런 이야기에서 유령은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로 이 이야기에서 유령은 허망한 두 번째 기회이거나 맺어질 수 없는 운명의 상대이다. 이야기에 따라 둘은 종종 중복되지만 그렇다고 이 두 요소의 성격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솔라리스>로 돌아가보자. 이 소설의 기본 스토리는 무엇인가? 아내를 잃은 심리학자가 아내의 유령과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기본 유령 이야기와 다른 점은, 이 이야기의 무대가 솔라리스라는 행성의 스테이션 안이고, 아내는 솔라리스의 생각하는 바다가 남편의 기억에 남은 아내의 상을 이용해 창조한 뉴트리노 유기체라는 것이다. 설정 자체만 해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철철 흐른다. 주인공 크리스 켈빈에게는 19세기 유럽 고딕소설 주인공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음울한 자괴감과 상실의 고통이 가득 하다. 그의 뉴트리노 유령 아내인 하리는 그녀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처럼 허망하면서도 꿈결처럼 아름답다. 실제로 그녀는 말 그대로 켈빈의 꿈이기도 하다. 솔라리스의 생각하는 바다가 자료로 삼은 건 바로 켈빈의 기억과 욕망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렘은 연애 이야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진지한 SF작가였다. 하리의 유령과 솔라리스의 생각하는 바다는 그에게 사유의 질료였다. 의식있는 외계의 존재와 우리는 어떻게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과 의사소통이 불가하다면 그들의 의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크리스 켈빈과 하리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었지만 좀더 거대한 비전을 제공하기 위한 창문이었다. 로맨스 요소를 최대한 살리다 그러나 여기엔 하나의 소박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로맨스 자체가 훌륭하다면 왜 그것만 집중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가? 그렇게 다룬다고 해도 원작의 아이디어에 깃든 철학적 사유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단지 집중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이미 걸작이라는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도 렘의 원작에 그렇게까지 충실한 영화는 아니지 않나? 스티븐 소더버그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솔라리스>는 바로 그 시도를 했다. 보기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점을 먼저 지적해야겠다. 이건 제작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마케팅의 문제이다. 마케팅 담당자에게 러브스토리와 SF는 섞이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 연애담과 섹스를 첨가할 수 있지만 순수한 러브스토리만으로 SF를 채울 수는 없다. 액션과 특수효과와 같은 ‘남성적’인 것이 추가되어야 한다. <솔라리스>의 마케팅 담당팀은 좀 바보 같은 짓을 했는데, 그건 장르를 속이는 것이었다. 아니, 장르를 속이는 것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아주 서툴게 해치웠다. <솔라리스>의 멜로드라마 예고편은 바로 그들의 기만의 희생자였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SF적인 비주얼을 제거하고 영화를 로맨스로 분류해 광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트릭에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예고편은 아주 억지스러운 로맨스영화의 예고편이 돼버렸다. 마치 <총알 탄 사나이 3과 1/3>을 위해 만든 가짜 로맨스 예고편처럼 말이다. 왜 그들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 SF/판타지팬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몇몇 작품들에서는 남성 팬들의 수를 능가한다. 아마 <버피>에서 여성팬들을 제거한다면 그 시리즈는 처음부터 허물어질 것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다루어도 문제가 될 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소더버그와 카메론은 <솔라리스>를 어떻게 각색했을까? 그들은 두 가지 접근법을 택했다. 원작에서 로맨스의 요소를 최대한으로 뽑아내고 어떻게든 유명한 타르코프스키 영화와 스타일과 내용면에서 차별화를 주기로 한 것이다. 덤으로 뉴트리노를 힉스장과 힉스입자로 고치는 식의 업그레이드를 하기도 했고. 타르코프스키 영화와의 차별화는 눈에 쉽게 들어온다. 그건 거의 공인된 걸작에 대한 치기 가득한 도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길고 장황하며 묵직하다. 하지만 소더버그의 영화는 짧고 간결하고 빠르며 상대적으로 가볍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60, 70년대 유럽 멜로드라마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그건 쓸쓸하고 정갈한 가을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이 영화의 지구에서는 늘 비가 내리고 있다) 연애의 주인공들이, 생각할 거리가 많은 교육받은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솔라리스>의 러브스토리는 감정보다는 그런 감정을 끌어내는 상황의 독특함에 의지하고 있다. 아무리 순수한 러브스토리를 만들려고 애를 써도 이야기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바뀐 것은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느냐이다. 원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소더버그/카메론의 <솔라리스> 전체를 지탱하는 것은 로맨스의 불합리한 논리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한다. 둘이 살아 있는 동안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둘 중 하나가 죽으면서 시작된다. 구식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과 상대방이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다. 죽음은 이 믿음에 심각한 상처를 낸다. 만약 로맨스의 논리가 강요하는 근거를 받아들인다면 논리적인 해결책은 자살이다. 자살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류의 수많은 로맨스 소설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런 논리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길 만큼 용감하지 않으며 우리가 무시하기엔 삶의 욕망이 너무 강하다. 여기엔 이타성을 위장한 로맨스의 이기성이라는 또 하나의 심각한 아이러니가 끼어든다. 한번 생각해보자. 논리적으로 로맨스의 대상과 일체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SF세계인데 텔레파시가 있지 않느냐고?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아무리 기를 써봐야 어쩔 수 없는 타자인 상대방과 접촉하고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감각과 이성을 동원하는 것뿐이고, 그 결과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저장되는 감각적 정보들과 행동 패턴에 대한 기억뿐이다. 복제의 아이디어를 확대 과장 크리스 켈빈은 어정쩡한 생존자다. 그는 아내가 죽었다고 따라죽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상실감과 죄의식이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아마 그는 그걸 그대로 잊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고통은 죽은 자를 계속 기억하며 소유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솔라리스에서 아내의 유령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두개 숨어 있다. 함정 하나. 그가 솔라리스에서 마주친 아내 레아는 진짜 아내가 아니라 아내의 복제물이다(렘의 소설이나 두 영화는 모두 기겁한 켈빈이 첫 번째 아내의 복제물을 우주선으로 쏘아버리는 에피소드를 첨가해 이 복제의 의미를 분명히 한다). 만약 레아가 살아 있고 그가 레아의 복제물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건 불륜일 것이다. 그렇다면 레아가 죽었다고 해서 레아의 복제물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죽은 아내에 대한 배반이 아니라고 할 근거가 있을까? 함정 둘. 이건 진짜 흥미롭다. 레아는 진짜 레아의 복제물이 아니라 켈빈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레아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론상 가짜 레아는 진짜 레아보다 더 진짜같다. 크리스 켈빈은 끝끝내 아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어느 누구도 타자를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의 기억 속에 남은 레아의 이미지는 그의 갈망과 기억이 뒤섞여 만들어낸 그 자신의 창조물로, 실제 레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솔라리스의 가짜 레아는 그가 잃고 괴로워하던 대상과 더 가깝다. 솔라리스의 가짜 레아에 대한 켈빈의 사랑은 순수하고 격렬하고 로맨틱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자위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의 두 함정을 번갈아 검토해본다면 로맨틱한 사랑 자체가 자위행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절대적인 가치를 주장! 하는 로맨틱한 감정이 극도에 도달할수록 로맨스 자체는 오히려 자기 속에 함몰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흠…. 거의 하드 SF적인 상상으로 이어가는 원작과 러시아풍의 우울함으로 가득한 타르코프스키 영화와 달리 소더버그와 카메론의 <솔라리스>는 별다른 장식없이 이 딜레마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편이다. 원작과 첫 번째 영화와 달리 이들의 <솔라리스>는 복제의 아이디어를 확대 과장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는 사랑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라는 로맨스의 기본 구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런 접근법은 결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영화 후반부에서 크리스 켈빈은 지구로 돌아오고 아파트에서 자신이 진짜 자신이 아니라 솔라리스의 방문객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앞에 살아 있는 레아가 나타난다. 이 결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지구로 돌아간 건 켈빈의 복제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모든 건 솔라리스에 남은 켈빈의 복제물이 겪는 환상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들 모두가 솔라리스의 바다에서 구축된 환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게 진실이냐가 아니라 그 결말의 내용이다. 어느 게 진실이건 영화는 진정 효과를 가지고 있다. 결국 크리스 켈빈은 그의 아내 레아를 만나고 두 번째 기회를 얻으며 그들의 사랑은 영원하다. 영화가 거의 강요하다시피 인용해대는 딜런 토머스의 의 다음 구절을 한번 들여다볼까? “Though Lovers be lost love shall not.” 어디에선가에서 사랑이 영원하다는데,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필멸의 연인들이 어디 있는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이 엄청난, 승리한 자의 반성,휴틴 시집 <겨울편지>

‘네게 쓴 편지는 잉크가 얼룩졌었다,/ 하지만 대나무 벽은 얇다, 그리고 안개가 계속 누설되지./ 이 추운 산 위에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침이면, 갈대 줄기쯤이야 사라질 수 있다.’(1982년작 ‘겨울편지’ 중 첫연) 2000년 벽두, 베트남 소설가 바오닌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이루어진 민족문학 작가회의 공식방문단 일원으로 베트남을 찾았던 나는 베트남 문인들의 과분한 환대와 놀라운 관용-포용력, 그리고 우리의 20년 전을 닮은, 독재자 없이 닮은 하노이 거리와 옥빛 안온미의 극치에 달한 하롱 베이 풍광에 넋을 빼앗기는 와중에도 영어로 번역된 휴틴 베트남 작가동맹 위원장의 시를 열편 남짓 읽으며 아픈 감동을 받았었다. 휴틴은 탱크 운전병으로 베트남-미국전쟁에 참전, 대령까지 진급한 바 있는 역전의 용사다. 베트남쪽의 공식 답방은 2년 뒤 이뤄졌고, 바오닌이 다시 오지 않은 게 좀 서운했지만, 대부분 베트남 문인들은 어제, 멀리 헤어진 친구 혹은 친척 어른들처럼, 낯익은 만큼 반가웠고, 휴틴은 대표자답게 당신 베트남 방문단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반가워해주었다. 그때 언뜻 생각이 들어, 제일 만만한 후배 문학동네 사장 강태형한테 긴급 연락, 출판 계약을 하고 펴내게 된 것이 이 시집이다. 이 시집에 어려운 시는 없다. 그리고 얼핏, 놀라운 시도 없다. (농촌적) 서정은 분명 우리에게 낯익고, 전쟁의 상처 또한 왜곡된 상태로나마 낯설지 않다. 놀라운 것은 빼어난 서정과 전쟁의 지루하고 끔찍한 일상(혹은 기억)이 서로를 왜곡하기는커녕 공존을 너머 상호 ‘절대명징’화하는 대목이다. ‘바람을 가로막으며, 자줏빛 뿌리의 나무가 몸을 떤다./ 곡식 종자들이 땅 밑에서 오그라든다./ 동지들이 임무 수행 중인 날들이면/ 그들이 보고 싶다, 그러나…. 여벌 담요가 있다.’(위의 시 중 3연) 절대 열세의 참혹한 반제국주의 100년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것의 미학적 경과를 알겠다. 그리고 왜 승리해야 하는가, 그 의미도 알겠다. 참으로 뼈아픈 감동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승리가, 피에 젖은 손을 반성한다는 점이다. ‘하늘이여, 뜸부기들은 다르게 운다.’(1889년작 ‘뜸부기 운다’ 중 후렴격). 곧 나온다. 김정환/시인 · 소설가 maydapoe@thrunet.com

막오른 56회 칸 국제영화제

올해는 안방잔치? 경쟁부문 프랑스작품 6개 올려, 질 자코브 집행위원장 복귀 "미국과 갈등 반영?" 질문 쏟아져.. 56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한 14일(현지시각), 새파란 지중해 연안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은 눈부셨다. 프랑스 공공부문 파업으로 니스로 운항하는 항공기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참석자들이 칸에 도착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들을, 그리고 주최쪽에서 아이디 카드와 함께 ‘사스’주의문을 나눠줄 만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사스의 여파를 모두 무색케 할 정도로. 14일 저녁 뤼미에르 극장 앞의 레드 카펫 위로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의 출연배우 뱅상 페레, 페넬로페 크루즈, 제라르 크롸직 감독을 필두로 지나 롤로브리지다, 모니카 벨루치, 멕 라이언 등 스타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영화의 수도’에 대한 칸의 자부심은 언제나 대단했지만 올해는 여느해보다 유난하다. 전형적인 프랑스 상업영화를 개막작으로 정했고, 경쟁작 20편중 프랑스 영화를 6편이나 대거 올렸고, 15일을 ‘유럽영화의 날’로 선포했다. 또 재임기간 중 다른 국제영화제에 한번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콧대 높기로 유명한 질 자콥 전 집행위원장이 2년만에 다시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질 자콥 집행위원장이 만든 칸 영화제를 기리는 3부작 가운데 2부작 <행진>(La marche, etc)에 이어 크리스티앙 자크 감독의 1952년작을 리메이크한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이 상영됐다. 루이 15세 시대를 배경으로 바람둥이 팡팡이 활약하는 시대극 코미디로, ‘시와 같이 함축적인 대사’를 내세웠지만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웠다. ‘뮤지컬 코미디’라 부를 만할 정도로 연신 흐르는 음악을 타고 연기하는 배우들은 뮤직비디오 출연자들 같았고 영화속에서 미국을 빗대는 몇몇 농담들을 제외하곤 별다른 웃음도 끌어내지 못했다. <버라이어티> 칸 특집호는 이번 영화제가 프랑스에 경도된 데다 1세계 중심이라고 꼬집었다. 14일 오후 파트릭 셰로 감독(심사위원장), 중국의 장웬 감독,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배우 메그 라이언 등 심사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올해 영화들이 프랑스 작품에 경도된 것에 대해 “프랑스와 미국의 갈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거나, “일부 할리우드 영화인 가운데 프랑스-미국 갈등 때문에 칸을 보이콧하자라는 소문까지 돌았”던 데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심사위원들은 “이 자리에 프랑스 3명, 미국 2명이 앉아 있는게 미국과 프랑스가 계속 대화한다는 증거”라는 답으로 우회했다. 하지만 영화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인 캠피온, 왕자웨이, 쿠엔틴 타란티노, 코엔 형제 등 거장감독들의 작품완성이 늦어져 초청작에서 빠지면서, 평년이라면 ‘주목할 만한 시선’ 정도에 초청됐을 구스 반 산트, 빈센트 갈로 등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편의 감독들이 대거 경쟁작에 포함된 것이 오히려 칸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쟁작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다시 독립영화의 영역으로 돌아온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와 또다른 변신을 보여준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 “음란할 정도로 섹시한” 갈로의 영화는 지난해 <돌이킬 수 없는>에 못지않은 센세이션이 예상된다. 칸/김영희 기자dora@hani.co.kr

美 배우 로버트 스탁 별세

TV 드라마 `더 언터처블스(The Untouchables)', 영화 <바람에 쓴 편지>(Written on the Wind) 등에 출연했던 미국 배우로버스 스탁이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그의 미망인 로즈마리는 그가 14일 밤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10월부터 전립선암을 앓아온 스탁은 이날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소파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로즈마리는 전했다. 고인은 1939년 상대역인 디나 더빈과의 `은막에서의 첫 키스'로 유명해진 영화 <첫사랑>(First Love)으로 데뷔한 이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스탁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날린 것은 1959∼1963년 TV 인기드라마인 `더 언터처블스'에서 시카고의 갱스터 엘리어트 네스역을 맡으면서부터. 그는 이 드라마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제 생활에서 그는 터프가이 역할과는 달리 매우 유약했지만 쾌활하고 후덕한 사람으로 `연예계의 마당발'로 기억되고 있다. 또 스포츠를 좋아해 스키트 사격과 골프를 즐겼다. 스탁의 스타성은 태어날 때부터 예고돼있었다. 그의 선대 할아버지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극장주였으며, 그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삼촌, 모친이 오페라 가수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일랜드계인 그의 아버지는 유일하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음치'였다는 것. 그는 제2차 대전 때 미 해군에 지원해 전쟁에 참가했으며, 종전 뒤 1954년 존 웨인과 공연한 <진정한 힘>(The High and the Mighty)에 출연하면서부터 점차 대중적 인기를 회복했다. 1957년 스탁이 <바람에 쓴 편지>로 오스카상 조연상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한 뒤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런 탓인지 스탁은 평소 할리우드의 `경박함'을 경멸하는 발언을 자주하기도 했다. 스탁은 1956년 로즈마리와 결혼,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2003 극장에서 여름나기 - 여름개봉영화 올 가이드 [8]

바람난 가족 감독 임상수 출연 문소리, 황정민, 봉태규 제작 명필름 배급 미정 개봉예정 8월중 ♠ 말하자면 ‥‥ ‘바람피우기 올림픽’ 개인전, 단체전을 휩쓴 가족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의 임상수 감독의 3번째 작품인 <바람난 가족>은 발칙한 영화다.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이지만 어린 애인을 두고 자유롭게 즐기는 남편 영작(황정민), 병상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남편(김인문)을 뒤로 하고 뒤늦게 찾아온 첫사랑과 뻔뻔하게 사랑을 나누는 시어머니 병한(윤여정), 그리고 이들을 쿨하게 인정하고 자신도 옆집 고등학생과 아슬아슬한 연애행각을 벌이는 며느리 호정(문소리). 이처럼 ‘한 지붕 세 바람’을 일으키는 세상에 둘도 없는 ‘콩가루 집안’을 둘러싼 이야기인 <바람난 가족>은 점잖아졌지만 칼날은 무뎌지지 않은 임상수 감독의 지휘 아래 안으로만 문제를 숨기고 있는 ‘한국형 가족’의 배를 거침없이 복개한다. 특히 관객에겐 ‘박하사탕’의 향을 제거하고, ‘오아시스’의 물기를 걷어낸 배우 문소리의 맨 얼굴과 대면하는 첫 작품이 될 듯. 불릿프루프 몽크 | Bulletproof Monk 감독 폴 헌터 출연 주윤발, 숀 윌리엄 스콧 수입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8월 중 ♠ 말하자면 ‥‥ 주윤발, 차세대 ‘가라테 키드’의 사부가 되다 이소룡 영화를 열심히 보는 것만으로 무술을 터득하고 나치 악당과 싸우며 섹시한 여자와 어울릴 수 있다면! 주윤발과 <아메리칸 파이>의 숀 윌리엄 스콧이 짝을 이룬 <불릿프루프 몽크>는 10대 남성관객의 판타지를 정통으로 겨냥한 오락영화다. ‘이름 없는 승려’ 주윤발은 자기를 소매치기한 애송이가, 자신이 지키는 티베트의 비전을 나치로부터 사수할 후계자라고 확신하고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남남북녀 감독 정초신 출연 조인성, 김사랑, 허영란, 공형진 제작 아시아라인 배급 튜브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8월8일 ♠ 말하자면 ‥‥ ‘작업왕’, 38선을 뛰어넘다 남쪽 남자 철수는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가만두지 않는, 이를테면 ‘작업왕’이다. 남북 공동의 고구려 발굴 작업에 남한 대학생 대표로 참여한 그는 북한 대표로 참가한 영희를 만난다. 철수가 얼굴 예쁘고 몸매 훌륭한 엘리트 여대생 영희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런데 문화차이 탓인지 영희에겐 그의 실력이 먹히지 않는다. 갑자기 동굴 입구가 무너져 둘만 고립되는 사고가 생기면서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위대한 유산(가제) 감독 오상훈 출연 임창정, 김선아 제작·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8월15일 ♠ 말하자면 ‥‥ 한심한 남녀의 사랑과 경멸 CJ엔터테인먼트가 자체 제작 1호로 선택한 작품. 창식과 미영은 서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실업자. 어느 날 함께 황 노인의 교통사고를 목격하는데 목격자에게 걸린 사례금이 5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500만원을 독차지하기 위한 창식과 미영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본투킬> 조감독 출신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이며 김수미, 조미령, 공형진 등이 조연진으로 합류했다. 네스트 | Nid de guepes 감독 플로렌트 에밀리오 시리 출연 새미 나세리, 브누아 마지멜 수입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8월8일 ♠ 말하자면 ‥‥ 좀도둑과 특수요원,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다섯명의 좀도둑이 노트북을 훔치기 위해 대형 물류창고에 침입한다. 이들이 노트북을 옮겨싣고 있을 때, 마피아 두목을 감옥으로 호송하던 특수요원들이 마피아 일당의 습격을 피해 그 창고로 들어온다.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 그러나 당장은 총알을 뚫고 나가는 일이 급하다. <왕의 춤> <피아니스트>의 브누아 마지멜이 시리의 전작 <침묵의 순간>에 이어 다시 한번 모습을 보인다. 마이 리틀 아이 | My Little Eye 감독 마크 에반스 출연 숀 Cw 존슨, 제니퍼 스카이, 스티븐 오라일리 수입·배급 UIP코리아 개봉예정 8월14일 ♠ 말하자면 ‥‥ 100만명의 시청자+공포의 α, 외딴집을 지켜보다 다섯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여섯달 동안 외딴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들의 일상은 카메라로 중계되고, 한명이라도 도중에 포기하면 상금 100만달러를 받지 못한다. 그들은 끈질기게 버티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집안에 퍼져나가고 있다. <마이 리틀 아이>는 TV프로그램 <빅 브러더>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감독 마크 에반스는 “중독성 강하지만 끔찍하기도 한 리얼리티 쇼를 향한 애증”을 담았다고 한다. 팜므 파탈 | Femme Fatale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레베카 로미진 스타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수입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8월 중 ♠ 말하자면 ‥‥ 드 팔마×(히치콕+필름누아르)=팜프 파탈 1천만달러짜리 보석을 빼돌린 로르는 동료 범죄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자신들의 딸 릴리로 오인한 노인들의 손에 이끌려 어느 집으로 들어간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로르. 영화는 꿈과 현실의 선을 넘으며 로르와 릴리의 몽환적인 이야기를 진행한다. 필름누아르와 히치콕 영화의 중간 어디쯤에서 팜므 파탈의 새로운 이미지를 상상하며 만든 브라이언 드 팔마의 최신작. 25시 | 25th Hour 감독 스파이크 리 출연 에드워드 노튼, 안나파킨,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수입 브에나비스타 배급 브에나비스타 홈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8월 중 ♠ 말하자면 ‥‥ 스파이크 리가 ‘흰둥이’를 주인공으로 했다는군 마약 판매로 7년의 옥살이를 하기 전, 몬티 브로건은 24시간의 자유를 얻는다. 몬티에게는 잘난 체하는 주식 중개인 프랭크 슬래터리라는 친구가 있고, 학생에게서 사랑고백을 받는 고등학교 선생 제이콥이 있다. 그리고 그를 경찰에 신고한 건지도 모를 여자친구 엘린스키가 있다. 마지막 밤을 즐기는 동안 이들은 몬티에게 다가올 공포스런 생활들을 자꾸만 상기시킨다. 하지만 몬티에게는 반전을 도모할 계획 한 가지가 있다. 엘리시움 감독 권재웅 제작 빅필름 배급 아우라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8월8일 ♠ 말하자면 ‥‥ 아크의 기사들이여, 지구를 지켜라! 미지의 행성 엘리시움의 침공으로 인해 폐허가 된 2013년 뉴욕. 피자배달부인 반은 여자친구 리디아가 엘리시안군에 죽임을 당하자 복수심에 불타게 되고, 결국 지구를 지켜야 할 운명을 지닌 3명의 선택된 기사들과 함께 전장에 나선다. 4년 동안 제작비 45억원을 들여 만든 3D애니메이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등의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스탭들이 후반작업을 도맡은 결과가 기대된다. 롱 턴 | Wrong Turn 감독 롭 슈미트 출연 엘리사 더시쿠, 제레미 시스토, 데스몬드 해링턴 수입 필름지 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8월22일 ♠ 말하자면 ‥‥ 식인종, 10대를 덮치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숲속 도로. 여섯명의 십대 소년, 소녀들은 차를 타고 가다 길을 잃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들은 되돌아온 길을 더듬어 ‘턴’을 행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지옥의 문턱’을 넘었음을 깨닫는다. 더이상 나아갈 수 없도록 도로가 차단되는가 하면, 거구의 식인종들에게 쫓기는 위기에 처한다. 팡팡 라튤립 | Fanfan La Tulipe 감독 제라르 크라브지크 출연 뱅상 페레, 페넬로페 크루즈 수입·배급 길벗 개봉예정 8월말 ♠ 말하자면 ‥‥ 칸이 택한 18세기 로맨스 18세기 프랑스. 바람둥이 ‘팡팡’은 잠시 즐긴 여자와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결혼식장으로 가던 도중 우연히 만난 보헤미안 여인 아드린느는 “당신은 군대에서 명예를 얻을 것이고 앞으로 왕의 딸과 결혼할 운명”이라고 예언한다. 결국 팡팡은 억지결혼식장을 빠져나와 ‘7년전쟁’ 시대의 군대로 자원한다. 크리스천 자크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뤽 베송이 제작하고 <택시2> <택시3> <와사비: 레옹 파트2>의 감독인 제자르 크라브지크가 연출하며 제56회 칸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8월의 얼터너티브 | 내가 영화를 사랑하게 된 날 백두대간은 8월14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사랑의 시간>을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마흐말바프 가족의 영화’를 릴레이 상영한다. 8월22일에는 마흐말바프의 아내 마르지예 메쉬키니의 <내가 여자가 된 날>, 8월29일에는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칠판>이 스크린에 오른다. 왕가위 감독이나 지아장커 감독의 팬이라면 8월22일부터 9월4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두 감독의 전작 특별전에서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하이퍼텍 나다는 8월14일부터 일주일간 호응도 높았던 기개봉작을 재상영하는 정기 행사 ‘나다 베스트 컬렉션’도 진행한다. 8월8일부터 1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포스트누벨바그전에선 장 외스타슈와 필립 가렐의 장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외스타슈의 <나의 작은 연인들> <엄마와 창녀>, 가렐의 <밤의 바람> <사랑의 탄생> 등이 확정된 작품들. 8월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영국영화주간(영국문화원, 시네마테크협의회 공동주최)에서는 영국 고전영화 10여편이,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반전평화영화제(8월29~3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선 전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는 국내외 작품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2003 극장에서 여름나기 - 여름개봉영화 올 가이드 [3]

장화, 홍련 제작 마술피리, 영화사 봄 김지운 출연 임수정, 염정아 배급 청어람 개봉예정 6월13일 ♠ 말하자면 ‥‥ 김지운 감독, 자매의 방에 피를 뿌리다 푸른 하늘과 연두색 잔디 언덕이 맞닿은 곳으로 손을 맞잡고 나비처럼 팔락거리며 뛰어가는 두 여자아이의 뒷모습. 김지운 감독이 <장화, 홍련> 초벌 스케치의 영감을 얻은 이미지다. 천진난만한 미성년을 급습하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는 <장화, 홍련>이 꽃다운 제목 뒤에 숨겨놓은 덫이다. 널리 알려진 설화에서 모티브를 취한 가족괴담 <장화, 홍련>은 김지우 감독이 <커밍아웃>, 옴니버스영화 <쓰리>의 ‘인큐베이팅’을 거쳐 마침내 세상에 내놓는 최초의 장편 호러. 친엄마를 잃고 서울에서 요양하던 수미, 수연 자매는 30대 초반의 젊고 아름다운 새엄마가 안방을 차지한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를 대신하려는 수연과 생모를 꼭 닮은 수미는,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한 새 가정을 꿈꾸는 계모와 충돌하고 집안에는 상서롭지 못한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염정아가 분하는 계모는 강하고 폭력적인 악역이 아니라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자질 때문에 두려운 인물로 그려진다. 연대불명의 3층 목조 가옥 세트 내에서 대부분 사건이 일어나는 ‘조용한 가족’의 실내극이지만 <장화, 홍련>의 적막함은 종종 백주에 오가는 독설처럼 강렬한 감정의 폭발로 무너져내린다. 조명과 미술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병우가 음악을 맡았다. 니모를 찾아서 | Finding Nemo 감독 앤드루 스탠튼 출연 앨버트 브룩스, 알렉산더 굴드, 엘렌 드제너러스, 윌렘 데포, 제프리 러시 수입·배급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개봉예정 6월6일 ♠ 말하자면 ‥‥ 소심천만 물고기 아빠, 아들 찾아 대장정에 오르다 <벅스 라이프>의 공동감독이자 작가, <토이 스토리> <토이 스토리2> <몬스터주식회사>의 공동작가였던 앤드루 스탠튼은 몇년 전 5살짜리 아들과 공원을 산책하면서 ‘이 아이가 다치면 어떡하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정작 오랜만에 가진 부자만의 시간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는 이 아픈 기억에서 ‘과잉보호 물고기부자’를 착안했고 이후 직접 각본과 메가폰을 잡아 컨셉잡는 데만 7년, 실제작 4년에 걸쳐 <니모를 찾아서>를 완성해냈다. 아들을 과잉보호하던 소심한 아빠물고기 ‘말린’ 은 세상에서 제일 겁 많은 물고기이지만 거대한 산호초 지역에서 헤어져 열대어 수집이 취미인 치과의사에게 납치되어간 아들 ‘니모’를 찾기 위해 3조7천억 물고기들에게 물어물어 바다 밖 모험을 감행한다. 이 와중에 건망증 심하고 낙관적인 물고기 ‘도리’, 갈매기만 빼고는 모든 동물을 사랑하는 괴상한 펠리칸 ‘나이젤’, 채식주의 백상어 등과 친구가 된다. ‘말린’의 목소리는 <닥터 두리틀> <조지 클루니의 표적> 등에 출연했던 앨버트 브룩스가 맡았고 신인 알렉산더 굴드가 모험심 많은 장난꾸러기 물고기 니모 역으로 목소리 출연했다. <토이 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등 만만치 않은 공동작을 만들어온 디즈니와 픽사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제작한 야심작. 쟈니 잉글리쉬 | Johnny English 감독 피터 호윗 출연 로완 앳킨슨, 나탈리 임부를리아 수입·배급 UIP코리아 개봉예정 6월5일 ♠ 말하자면 ‥‥ 미스터 빈, 오스틴 파워스에게 도전하다 이 남자가 조국을 지키게 된 까닭은 순전히 다른 요원들이 모두 암살됐기 때문이다. <미스터 빈>에서 학을 뗀 내셔널 갤러리가 골칫거리 직원을 정보부에 떠넘긴 것인지 <쟈니 잉글리쉬>의 로완 앳킨슨은 영국의 운명을 걸머진 스파이다. 그의 임무는 영국 여왕을 폐위하고 옥좌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꾀하는 프랑스 재벌 존 말코비치를 저지하는 것. 주연 앳킨슨은 쟈니 잉글리쉬의 임무가 “영국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겁내는 재난, 즉 ‘프랑스 출신 국왕’”을 맞는 사태를 막는 막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중간첩이자 쟈니의 연인으로 팝스타 나탈리 임부를리아가 가담하고 <슬라이딩 도어즈>의 피터 호윗이 연출한 <쟈니 잉글리쉬>는 현재 유럽과 아시아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해 속편 계획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성질 죽이기 | Anger Management 감독 피터 시걸 출연 잭 니콜슨, 애덤 샌들러, 마리사 토메이 수입·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영화 개봉예정 6월5일 ♠ 말하자면 ‥‥ 착하디 착한 남자에게 떨어진, 불가능한 임무 ‘성질 죽이기’ 데이브는 비행기 여행 도중 항공사의 실수에 항의하다가 이상성격자로 오해받는다. 그는 버디 라이델 박사가 운영하는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판결을 받지만, 버디는 이상한 방식으로 데이브의 속을 뒤집는다. 데이브는 원래 착해서 성질을 죽일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 버디는 그런 데이브를 괴롭히다가 그의 애인 린다까지 넘본다. <너티 프로페서2>의 피터 시걸이 연출한 <성질 죽이기>는 보기 드문 톱스타 두명을 주연으로 내세워 역대 4월 개봉작 중 가장 높은 개봉수입을 올린 영화다. 코미디영화에선 보증수표와도 같은 애덤 샌들러와 카리스마라면 따를 자가 없는 잭 니콜슨이 만났으므로, 그런 성공도 당연하다는 평가. 마리사 토메이와 헤더 그레이엄, 우디 해럴슨, 존 C. 라일리, 존 터투로 등이 동반출연한다. 튜브 제작 미르필름 감독 백운학 출연 김석훈, 배두나, 박상민 배급 튜브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6월5일 ♠ 말하자면 ‥‥ 폭주 지하철을 멈춰라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속도감 있는 액션영화. <스피드>의 지하철 버전인 셈이다. 국가에 의해 버림받은 사나이 강기택. 그는 달리는 지하철을 납치해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자 한다. 강기택에 의해 사랑하던 여인을 잃은 또 다른 사나이 장도준. 그는 통제불능의 지하철 속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연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전동차에 오른다. 여기에 장도준을 짝사랑하게 된 소매치기 송인경, 양아치, 지하철 관계자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하철 세트에 8억원 등 순제작비만 60억원이 넘게 들었고 1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촬영이 이뤄진 이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방향타를 잃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영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쉬리>의 조감독 출신인 백운학 감독은 CG 등을 이용하기보다 “진짜 살 떨리는 액션”을 찍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다. 역전에 산다 제작 에이원 시네마, 웰메이드필름 감독 박용운 출연 김승우, 하지원 배급 씨네마서비스 개봉예정 6월5일 ♠ 말하자면 ‥‥ 인생역전, 로또보다 짜릿하다 한 남자가 우연히 두 세계를 넘나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다룬 인생 역전기. 십대에는 천재골퍼로 날리던 승완은 심한 슬럼프의 늪에 빠져 은퇴한 뒤 파산직전의 너덜너덜한 인생을 연명해나가는 증권사 영업사원으로 전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완은 터널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와 스쳐 지나가는 사건을 겪은 뒤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최고의 프로골퍼’라고 부르는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한편 바람둥이에다 성격 나쁜 스포츠 스타와 허울좋은 결혼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한지영은 어느 날부터 변해버린 남편에게 차츰 애정을 느끼게 된다. 댄디한 이미지를 벗고 지난해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연기역전’을 선보인 김승우가 다시 한번 코미디에 도전한다. 폰 부스 | Phone Booth 감독 조엘 슈마허 출연 콜린 파렐, 키퍼 서덜런드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6월13일 ♠ 말하자면 ‥‥ 공중전화 부스, 이보다 밀도높은 폐소공포스릴러는 없다 이것은 고약한 농담일까? 연인과 은밀한 통화를 위해 공중전화 부스를 찾은 남자의 귀에 난데없는 협박이 들려온다. “전화 끊으면 네 목숨도 끊긴다.” 웃어넘기려는 남자의 눈앞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출동한 경찰은 부스 안에 얼어붙은 남자를 살인용의자로 여긴다. 위험한 사돈 | The in-Laws 감독 앤드루 플레밍 출연 마이클 더글러스, 앨버트 브룩스 수입 씨맥스픽쳐스 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6월13일 ♠ 말하자면 ‥‥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야 CIA 요원 스티브(마이클 더글러스). 가정보단 일이 먼저인 그이지만, 아들 마크의 결혼식까지 내팽개칠 순 없다. 반대로 마크의 짝이 될 멜리사의 아버지 제리(앨버트 브룩스)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딸의 결혼 준비를 직접 도맡을 정도로 꼼꼼하다. 그러나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예비 사돈을 만난 제리는 스티브의 직업 때문에 FBI에 쫓기는 상황을 맞게 된다. 피터 포크, 앨런 아킨 주연, 1979년 아서 힐러가 연출한 동명작품을 리메이크한 코미디영화. 6월의 얼터너티브 | 빔 벤더스 회고전에 갈까? 여름 시즌의 쭉쭉빵빵 대작에 지친 분이라면, 프랑스영화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프랑스 문화축제 ‘랑데부 드 서울’의 한 프로그램으로 열리는 제3회 프랑스영화제(6월15∼17일, 동숭홀·하이퍼텍 나다)에선 올해 발표된 프랑스영화 10여편이 상영된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작은 백합>(클로드 밀레), 칸영화제 개막작 <팡팡 라튤립>(제라르 크라브지크) 등이 선보일 예정. 프랑스에서 투자한 전수일 감독의 <파괴>도 상영된다. 한편, 임권택 감독이 추천한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법칙>,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 등과 프랑스의 평론가 피에르 리시엥이 추천한 임 감독의 <길소뜸>, 클로드 샤브롤의 <베티> 등도 특별 상영된다. 6월13일부터 1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빔 벤더스 회고전(서울시네마테크, 독일문화원 공동주최)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미국인 친구> <도쿄-가> <리스본 스토리> <파리, 텍사스> 등 70∼90년대 작품 8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6월24일부터 30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이탈리아 독립기념주간을 맞아 2003 이탈리아영화제가 개최된다. 아시아 아르젠토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격렬한 영화 <스칼렛 디바>를 비롯해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의 <그러나 내 마음속에 영원히>, 프란체스코 달 보스코 감독의 <세일즈맨> 등 12편이 상영된다. 여름 시즌의 쭉쭉빵빵 대작에 지친 분이라면, 프랑스영화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프랑스 문화축제 ‘랑데부 드 서울’의 한 프로그램으로 열리는 제3회 프랑스영화제(6월15∼17일, 동숭홀·하이퍼텍 나다)에선 올해 발표된 프랑스영화 10여편이 상영된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작은 백합>(클로드 밀레), 칸영화제 개막작 <팡팡 라튤립>(제라르 크라브지크) 등이 선보일 예정. 프랑스에서 투자한 전수일 감독의 <파괴>도 상영된다. 한편, 임권택 감독이 추천한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법칙>,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 등과 프랑스의 평론가 피에르 리시엥이 추천한 임 감독의 <길소뜸>, 클로드 샤브롤의 <베티> 등도 특별 상영된다. 6월13일부터 1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빔 벤더스 회고전(서울시네마테크, 독일문화원 공동주최)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미국인 친구> <도쿄-가> <리스본 스토리> <파리, 텍사스> 등 70∼90년대 작품 8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6월24일부터 30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이탈리아 독립기념주간을 맞아 2003 이탈리아영화제가 개최된다. 아시아 아르젠토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격렬한 영화 <스칼렛 디바>를 비롯해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의 <그러나 내 마음속에 영원히>, 프란체스코 달 보스코 감독의 <세일즈맨> 등 12편이 상영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2003 극장에서 여름나기 - 여름개봉영화 올 가이드 [1]

<매트릭스2 리로디드> <똥개> 등 여름영화 68편 올가이드+α 스크린의 폭염은 언제나 계절보다 서둘러 당도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연대기 두 번째 장으로 문을 여는 2003년 여름은 괴력의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속편과 염력으로 무장한 호러 군단의 발소리로 울렁거린다. 올해는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속편과 프리퀄의 숫자만 줄잡아 25편에 이르는 기록적인 해. 그러나 조너선 모스토의 <터미네이터3>, 얀 드봉의 <툼레이더2> 존 싱글튼의 <분노의 질주2> 등은 속편의 이름에 미리 식상하기보다 잠재력 있는 감독의 손이 프랜차이즈에 어떤 새로운 색채를 더할 것인지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리안 감독의 <헐크>도 만화 원작 블록버스터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리라 기대되는 카드. 그런가 하면 <가위> <해변으로 가다>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개봉한 2000년 여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호러 바람도 뜨겁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비롯해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 계단> <거울 속으로> <아카시아>는 쇼크뿐 아니라 인간 심리의 저변을 읽는 시선도 예감하게 만드는 한국 공포영화들이다. 여기에 <이도공간> <주온> <데스티네이션2> <강령> <데이> <롱턴> 등 외국 공포영화도 합세해 서늘한 여름을 약속한다. 근년 들어 해마다 할리우드에 비해 열세로 평가된 판세를 뒤집어 한국영화에 축배를 들게 한 코미디 진영은 2003년에도 왕성해 <귀여워>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위대한 유산> <역전에 산다> <남남북녀>가 극장 문을 두드린다. 70억원 이상 제작비로 중무장한 <튜브> <청풍명월>과 곽경택 감독의 <똥개>,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도 각기 다른 이유로 귀추가 주목되는 프로젝트들이다. 애니메이션으로는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의 명가 픽사스튜디오의 신작 <니모를 찾아서>, <타이탄 A.E> <엘도라도> <보물성> 등의 실패로 위기에 처한 액션어드벤처 장르에 야심차게 도전하는 드림웍스의 <신밧드-7대양의 전설>이 진격하고 국산 애니메이션도 100억원 이상이 투자된 대작 <원더풀 데이즈> <앨리시움>이 가족 관객의 관심을 놓고 겨룬다. 달력을 놓고 보면 <헐크>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이 개봉을 계획 중인 7월 첫 주말과 <똥개> <터미네이터3> <툼레이더2> <분노의 질주2>가 올 여름 극장가의 가장 뜨거운 주말이 될 전망이다. 여기, 5월23일부터 8월 말까지 개봉하는 한국영화 19편 외국영화 47편이 약속하는 재미와 즐거움을 일람할 수 있는 카탈로그를 마련했다. 예순여섯편을 뒤적이다 보면 극장의 객석에 몸을 파묻는 것이 게으름뱅이의 피서법이라고 누가 장담했던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글 김혜리 vermeer@hani.co.kr · 편집 이다혜 · 일러스트레이션 이동욱 5월 23일 <매트릭스2 리로디드> <베터 댄 섹스> <아리랑> <파 프롬 헤븐> <어벤던> | 30일 <앤트원 피셔> <블리트> <밀레니엄 맘보> <다크니스> <신과 함께 가라> 6월 5, 6일 <쟈니 잉글리쉬> <역전에 산다> <니모를 찾아서> <성질 죽이기> <튜브> | 13일 <장화, 홍련> <위험한 사돈> <이도공간> <폰 부스> <나크> | 13일~19일 빔 벤더스 회고전 | 15일~17일 프랑스영화제 | 20일 <네미시스> <데스티네이션2> | 24일~30일이탈리아영화제 | 27일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 <주온> | 6월 중 <알게 될거야> <여섯개의 시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7월 1일~6일 호모 아방가르드전 | 4일 <헐크> <싱글즈>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 8일~13일 멕시코영화제 | 10일~19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11일 <브루스 올마이티> <신밧드: 7대양의 전설> | 12일 <뱀파이어 헌터 D> | 17일 <왓 어 걸 원츠> <에이전트 코디뱅크> <원더풀 데이즈> | 19일~24일 쇼 브러더스 회고전 | 19일~30일 미조구치 겐지 회고전 | 25일 <똥개> <터미네이터3> <툼레이더2> <분노의 질주2> | 28일~8월5일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영화제 | 7월 중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청풍명월> | 7월 중 <위험한 마음의 고백>(가제) <윌러드> <노 맨스 랜드> <코로나도> <고양이의 보은> | 7월 말 <거울 속으로> 8월 1일 <나쁜 녀석들2> | 8일 <남남북녀> <네스트> | 8일~15일 포스트누벨바그전 | 14, 15일 <젠틀맨 리그> <위대한 유산>(가제) <마이 리틀 아이> <앨리시움> <아카시아> | 14일~ 나다 베스트 컬렉션 | 4일부터 1주일 간격으로 마흐말바프 가족의 영화 | 22일 <귀여워> <롱 턴> | 22일~28일 영국영화주간 | 8월 중 <신데렐라> <바람난 가족> <데이> <팜므 파탈> <케이트 앤 레오폴드> <불릿프루프 몽크> | 8월 말 <팡팡라튤립> <강령>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